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앞을 내다보는 선택을 하는 법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프런티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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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 미래는 결정하는 것일까 결정되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엄청난 기회와 위기와 책임이 동시에 따른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은. 가족이나 누군가의 지도하에 모든 인생의 결정을 위임하는 그런 삶도 누군가에겐 현실이다.

한 개인의 선택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장단점이 따르는 문제이지만, 한 사회, 한 국가나 전 지구의 관점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가 되어 어떻게 방항키를 돌릴 결정을 할것인가.

이 책은 뉴욕의 맨허튼 섬의 연못을 메꾸는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1789년 경의 일이다. 그리고 1802년 시의회에서 그 연못을 메립하는 결정을 내렸다. 1840년대 찰스 디킨스가 방문했을 때 그곳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빈민가 '파이브 포인츠'로 변했고, 뉴욕의 갱들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 결정은 '공유지의 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또 다른 문제로 1839년 비글호에 올라 세상을 항해하고 온지 2년이 지난 29세의 다윈이 결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 선택을 이야기 한다. 할지 말지의 항목에서 각 항목의 가치를 견주어 본 다윈은 6개월 후, 결혼.

복잡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차분하게 할지 말지를 결정해 본 일이 있었을까. 대입이나 결혼을 앞두고. 애인과 헤어지느냐 마느냐와 집을 사는 문제, 일과 이주를 결정하는 문제 들, 그에비하면 짜장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책의 구석구석에서 진단하고 있다. 콜렉트 폰드의 매립과 빈 라덴을 알아내는 일들은 다양한 수준의 불확실성이 큰 문제들이고 전방위적 분석이 필요한 문제다. 고려되지 않았던 가능성들은 물론 집단사고의 함정도 도사린다.
저자는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제시하며 젊은 의사 터시어스 리드게이트의 심사숙고의 장면을 통해 스토리텔링이란 도구를 이야기 한다.

56쪽. 이 기법들이 우리에게 단순하고 확실한 처방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는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것, 즉 연습의 기회를 얻는다.

59쪽. 그런데 실제로는 눈과 귀가 가장 예민한 사람도 우둔함에 오관이 막혀서 편안히 걸어 다닌다. -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69쪽. 어려운 선택을 할 때 지도 작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취하는 첫 단계다.

90쪽. 지혜는 우리가 조사하려는 시스템의 심적 지도를 정확히 작성하는 데도 필요하다. .. 몇몇 요소는 애초부터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맨하튼의 흉물스런 구름다리가 어떻게 뉴욕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변호했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양자택일의 함정을 벗어나는 애씀을 통해 향후의 상황까지 예측하는 마음의 지도가 2장에서 제시된다.

예측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의 도구들. 역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에서 시작하고 있다.

113쪽. 그가 대륙을 떠나도록 허락하고, 그의 미래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말자. 온갖 실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예측이 가장 쓸데없는 짓이니까.

의학과 기술적 도구들, 게임 이론과 시나리오 플래닝, 빈라덴의 서전부검에 대해서.

3장은 결정의 알고리즘.
마음의 지도 이후 결정을 실제로 하는 문제에 관한 장이다. 가치와 위험크기, 심사숙고의 진정한 의미를.

4장. 사회적 결정.
인류와 지구 차원의 결정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문제. 인공지능이 존재론적 위협을 제기한다고 판명되면 최선의 방어책인(238쪽) 초지능과 인간의 의사결정이 새로운 힘을 발휘, 두려움과 나아감 그 사이에서 말이다.

마지막 장은 개인적 결정이다. 저자가 이 책을 10년 전 제안하고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5년간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건너가는 결정을 하는 40대 초에 20대에 강한 인상을 주었던 <미들마치>를 다시 읽었을 때 느꼈던 비유적 의미는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 결정이 담겨져 있음과 우리가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소설이란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틀을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훈련해 보자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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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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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이란 강의는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어서 기뻤다. 이렇게 눈으로도 읽을 수 있는 도서시리즈로 정리해서 반갑다. 여러 다양한 분야의 명강의라 모두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차 보인다.

이 책의 제목 또한 우리의 근원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막연히 접했던 사회학을 명쾌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짚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저자는 대학의 사회발전연구소와 미래기획의원회 민간위원등을 지내고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원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에 관한 책도 이미 2권을 냈다. 아픈 사회를 넘어, 기업시민의 길,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가치, 아시아는 통한다. .. 이 책에서 모두 함께 논의한 주제들을 펴냈다. 제목만 들어도 앞선 저작의 결과물을 잘 함축해서 담담하게 기술한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우리사회의 불안과 불만, 불평등, 불투명성, 교육문제와 주택, 경제, 가치와 세대간의 격차, 지위재, 신뢰, 사회구조, 개인과 국가, 제도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으로 사회의 복잡성을 바라보는 안목을 동시에 제시한다. 그것은 그가 연구해온 한국사회를 바라본 넒고 깊은 연구의 성과이고, 우리가 함께 해결하고 풀어나갈 진짜 과제들이다.

1990년대 대학설립 자유화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의 숨은 함정이다. 온통 대입에 매달리는 학교교육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대기업 혹은 공무원이 되고자 안간힘을 쓰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이끌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의 고등교육진학률 추이 그래프에서 1990년 이후 한국은 빠른 속도로 추월하여 2008년 90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한다.

사실상 세상 어디에도 대졸자에 걸맞은 좋은 일자리만으로 나라 경제를 꾸릴 수 있는 나라는 없고(132쪽) 계속해서 앞서나가려는 상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체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133쪽) 그리고 이 것은 그저 사회적 합의만 이루면 단번에 끝낼 수 있음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화한 입시제도의 원인을 과도한 규제에 있다고 알려준다.
스위스 치즈 모델처럼 위험요소가 층층이 쌓여 재난이 발생한다. 1993년의 서해 페리호 사건이후 20년이 지나서 똑같이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도망간 선장이나 선주의 문제에 답이 있지 않았다. 선박 운행을 관리하는 규제기관이 경고하고 위험을 방지해야 했다.

갈등이 가진 순기능을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일. 그러한 사회적 갈등 해소 시스템의 필요성과 관용이 필요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공유경제와 선물경제에 대해 열린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꾸고 변화를 즐길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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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
신호진 지음 / 성안당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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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 신호진 지음, 성안당

창의성이 여러 분야에서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을 만드는 활동(21쪽)이며 이 역시 수학이나 영어 못지않게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2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연결고리 찾기 워밍업. 1. 유형발견하기. 2. 디자인씽킹 3. 브레인스토밍 4. 에스노그라피 5. 시네틱스 6. 트리즈

4번 에스노그라피는 그리스어로 사람을 뜻하는 에스와 기술의 의미인 그라피의 합성어로 사람에 관한 기술이다.
소비자의 인지, 태도, 행동의 프레임을 상황적 문화적 맥락에 맞게 해석해내개 위해 1980년대 이후 마케팅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55쪽)
문제로 부터 벗어나보는 방법은 5. 시네틱스를 활용하자. 친숙한 것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친숙하지 않은 것을 친숙한 것으로 만든다.(66쪽)

프링글스 감자칩은 바닥면을 어떻게 분리수거해야 하는지 늘 궁금하긴 한데, 마른 나뭇잎이 여러장 겹친 모습이 압력에 견디는 실험을 통해 상징적인 패키지가 탄생했다. (67쪽)

창업과 진로 관련 수업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방식들도 효과적이고 함축적이어서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3장은 창의적인 발상을 위한 30가지 응급처치 발상법으로 심리학적 내용들도 많이 녹아 있다.
베를린 장벽의 벽돌조각은 투명한 용기에 담겨서 60개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4만원 정도. 또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한정판 쓰레기 역시 투명한 상자에 담아 100달러에 판매, '간직할 만한 것'으로 재해석되었다.
피자박스의 QR코드로 무료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테마 박스는 영화를 보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스위스의 산모양을 담은 삼각형 초콜릿, 메타포(은유), B급 코드, 신념을 소비하는 공유가치, 스토리 두잉, 그리고 호기심까지.

탐구를 활발히 하고자 하는 성향. 즉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은 개방성과 외향성이 높다고 합니다. 개방성이란 새로운 세계에 마음을 열고 자신의 감각을 연마하는 것을 말합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관심사나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수용하고, 배울 점은 무엇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합니다. (320쪽)

그리고 다시 강조하는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세겨두자.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대상으로 느끼는 아이들은 수많은 스키마를 축적해야 하며(334쪽) 사소하지만 꾸준한 뇌의 자극은 우리를 조금 더 창조적인 방식의 삶으로 안내하리란 사실을 상기하며.

나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아이디어, 광고, 마케팅과 같은 창의성 폭팔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즐거운 수단으로서의 처방법이란 관점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머리가 잠시 말랑해지는 것 같은 조금 더 똘똘해지기 위한 비밀을 알려주는 한 권의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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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도감 : 중국.일본.영미 분석철학 편 - 그림과 함께 이해하는
다나카 마사토 지음, 김선숙 옮김, 사이토 테츠야 감수 / 성안당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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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용어 도감은 일본어 번역이라 한국 철학을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중국, 일본의 철학과 대륙철학, 영미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어를 중심으로 도감형태의 그림으로 풀어서 이해를 시도하는 방법은 일본서적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깊이 있게 한 명 한 명의 철학가와 사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익숙하거나 중요한 용어를 뽑아내 한 두컷의 만화형식으로 압축해서 그려놓고 설명을 곁들이기에 부담없이 넘겨보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중국철학은 공자 장자 한비자와 주자 같은 옛 문헌들의 인물과 용어를 다루고 있다면, 유럽대륙과 일본의 철학은 19세기 이후의 철학을 다루고 있다. 철학이라는 번역어를 만든 메이지 시기의 사상가 니시 아마네. 특히 선의 연구가 새로왔다. 자신의 감정. 지성. 의지가 일치된 상태를 선, 인격의 실현으로 보고 있다. 그때 진정한 개성이 발휘된다.(115쪽)
우연이나 자연, 풍토라는 평범한 용어에서 철학의 개념을 도출한 일본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본 내용이라 새로웠다. 묘호인이라는 말도 새롭다. 품행이 훌륭한 신앙인 이라는 뜻인데 정토진종의 독실한 신자를 가리킨다고 한다. 남의 고통을 모른 채 하지 않는 묘호인은 자유로운 존재라고.(139쪽)

중국 철학 용어는 두 개의 도가 눈에 띈다. 노자의 도(타오)란 우주를 성립시키는 근본 원리로 모든 것은 도에서 태어나 도의 법칙을 따르다가 도로 돌아간다고. 보거나 만질 수 없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도. 무(무명)(64쪽)
공자의 도는 예를 실천하면서 인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그러한 도의 행보를 가르쳐 주는 것이 유교.(35쪽)

막상 중국인들은 공자와 유교가 과거의 유물정도로 대접받기도 하는것 같다. 최근에 들었던 철학 강좌에서 천안문 광장에 공자상을 설치하는 것이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뜻밖이었다.

유럽대륙의 철학도 비교적 최근의 용어로 이루어져있다. 20세기 이후의 현대사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철학을 말한다. 독일에서 탄생한 후설의 현상학이 하나의 거점이 되어 니체, 하이데거를 거쳐 가다마의 해석학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낳는다. (148쪽)

베르그송은 <물질과 기억>에서 내가 본(지각한) 대상과 그에 대한 나의 의식의 두 쌍을 이마주라고 명명한다. 의식과 물질의 연결. 그리고 시간은 마음(의식) 속에 흐른다.(151쪽)는 대목이 흥미롭다. 또 <시간과 자유>에서 순수 지성이라는 질적 변화를 도출해 냈다. (152~153쪽)
<창조적 진화>에서는 생의 약동과 도약을. (154쪽)
아직 책으로 접하지 못한 베르그송의 도감에서 한참 머물게 된다.

벤야민의 파사주론과 가다마 <진리와 방법>의 지평(-해석학) 그리고 바르트의 에크리튀르, 알튀세르의 중층적 결정 같은 용어도 새롭다.

그리고 책의 나머지 절반가까이가 영미철학(분석철학)에 할애하고 있다. 퍼스, 제임스, 듀이의 프래그머티즘, 퍼스의 오류가능주의, 제임스의 진리의 유용성, 듀이의 도구주의와 보증된 주장 가능성, 창조적 지성.
이어서 (언어) 분석 철학이 이어진다. 무어, 러셀, 비트겐슈타인, 카르나프, 라일.
프레게의 의미, 문장(명제), 의의, 러셀의 기술이론,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 언어 게임, 가족 유사성 등.
마지막으로 마음의 철학과 윤리학, 형이상학.
데카르트 이후 마음의 문제는 철학의 주요 주제.(276쪽)
윤리학은 메타 윤리, 규범 윤리, 응용 윤리로 나뉜다. 무어의 직관주의 등 20세기 이후 분석적인 형이상학을 분석적 형이상학(현대 형이상학)이라고.

철학의 최신 용어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친절하고 즐거운 도감으로 철학의 넓이와 깊이를 그림으로 만끽할 수 있게 구성되어 지친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친절하게 철학의 말을 건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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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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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의 달동네에 사는 부부는 추운 겨울을 비교적 따뜻한 대만에서 지내기로 한다. 하루 경비 2인 기준 1일 300위안. 한국 돈 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대만을 도보로 걷는 한일 부부의 68일간의 기록.

4년 전, 대만에 온 부부는 몸에 I♡TAIWAN이란 문신까지 새겨가며 그때의 기억을 간직해오고 있었고, 3년 후 홀로 대만을 여행하며 그런 확신이 동경으로 바뀐 경험을 한다. 마침 이전에 출간된 책이 대만에서 출간이 되어 1일차 출판사 미팅도 마친다.

기본적인 동선도 고민할 필요없이 그들은 서쪽행을 정해두었고, 대만 친구로부터 권장받은 동쪽행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없으며, 하루 20~30km를 걷는 두 달간의 겨울나기 여행.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상황에 적응해가며 험난할 수 있는 도보여행을 이렇게도 괜찮은 느린 여행으로 기록해 두었다.

와이파이로 카우치서핑(해당 사이트 가입자끼리 집 소파 또는 빈 이부자리에 여행자를 재워주는 시스템)을 이용하며, 기차역에서 햇빛 아래서 젖은 텐트도 말린다.

떠나기 3주전 모 관광서에서 <저가 여행>으로 강의를 하기도 한 저자는 마침 단체로 대만으로 여행온 참석자들과 만나기도 한다.

옛 탄광마을 호우동의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는 호우동 관광명소다. 스페인 순례길에서 주워온 운동화로 버티던 아내 미키는 근처 경찰서에서 뜻밖의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그의 아내 미키는 이미 인도나 태국을 여행한 도보 여행 경력자로 숙소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빈방이 없으면 로비에 텐트를 치고 잘테니 최대한 싸게 해달라는 식. (48쪽)

그래도 로비의 텐트에 지친 순간에는 이제 누가 좀 재워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부부. 여행객에게 경찰서가 관광안내소 만큼 고마운 존재라고 하니 혹시 도보여행을 하게 되면 꼭 참고할 사안같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때로는 구호물자도 건네 받는 다고. 산을 넘고, 도교사원을 지나, 온천공원에서 발을 담그는 휴식(68쪽), 다시 텐트와 이동, 구호물자, 카우치서핑, 도보, 계곡온천(80쪽), 냉천이 솟는 마을(84쪽)을 지나, 학교야영과 화련행 난코스 쑤화꽁루의 경치(91쪽)-대만 달리기를 한 마크는 해골을 그려놓았다고, 12일 만에 도착한 난아오의 자연농원(기차로는 2시간 거리라는데..)에서 4일간 머문다. 목숨이 여러개가 아니므로 도보원칙을 깨고 쑤화꽁루는 히치하이킹.

난하오에서 여행동지의 죽음을 접한 저자는 친구의 장례 직후 귀국하여 일본에 있는 미키를 불러 가난한 여관살이를 했다고. 소일거리를 하며 틈틈히 책을 쓰고 서울로 옮겨 전세집을 마련하면서 이번 대만 여행이 가능했다고 한다. (110쪽)

책 날개의 자기 소개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박건우, 1984년생. 천운 덕에 이소룡보다 오래 살고 있는 삼십육세. 시대를 풍미하고 요절한 젊은이들의 나이를 넘는 순간 지금 삶은 덤이라며 매일 새 삶을 누리고 있다.

..
책의 1/3은 이렇게 시작했다. 이제 나머지 2/3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겠다.

러시아에서 헝가리로 날아간 내 동생이 귀국하면 책을 건네줘야 겠다.

각자가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것은 획일화된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더 나은 삶이 아닌 더 나은 생각만이 우리를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 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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