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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행이 당신의 위로가 될 때
이생강 지음 / 좋은땅 / 2019년 2월
평점 :
이생강씨의 핑크색 제목의 작은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젊은 시절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불행이라는 단어와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대비된다. 그리고 사랑이나 가족이라는 단어들. 친구와 직장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특히 일상이라는 말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확실한 행복따위가 그렇다.
부모님과 형제들과도 멀어지던 그 어른의 시간은 일과 사랑, 우정, 가족, 그런 여러가지 삶의 기본적인 조건의 0에서 1로 1에서 -1로 언제까지인지 모를것 같은 터널과 터널의 연속이 이어진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 압박 감정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생강씨의 작은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처음에 아직 책에 익숙해지지 않아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 책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땐 나 같이 그 시절로 이젠 돌아가기 힘든 지점에서도 그때 그랬지. 하며 옛 추억들이 아련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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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소리 내서 우는 눈물을 '엉엉 눈물'이라고 부른다. 나는 생각보다 눈물이 잘 없는 사람인데 가끔 터지듯이 엉엉 소리와 함께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엉엉 눈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p38~39
가끔은 눈물이 언어보다는 시원하고 정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른이 되면 눈물을 흘릴일도 많지않지만, 가끔 '엉엉 눈물'을 요청해 볼일이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중 <애정만세>란 영화가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은 정말이지 엉엉 흐느낀다. 20대 초에 그런 영화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정확히 끄집어 내는 비평능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나의 언어는 늘 생각의 적합한 말들을 찾아내어 표현하는데에 빈약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므로 열심히 타인의 생각을 읽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불행에 관한 생각은 그 깊이가 분명히 다르다.
문득 불행을 느꼈을 때, 그 지점을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에 우리의 감정은 늘 기울게 마련이다. 그저 잘 될 것이다는 위로는 이미 너무 많이 듣거나 끝없이 되풀이 해왔던 때문이다.
불행쓰기를 멈춘지 오래된 사람들이 있다면, 잠시 걸음을 멈출 필요는 있다. 지금이제 웬만큼 불행은 지난것 같고, 또 소확행을 추구하며 지금 당장 심각하지 않은 불행들을 털어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불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복은 정말 그대로 완벽하게 좋을 수 있을 것인지는 한번쯤 묻고 지나가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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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재미있게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이 두려워 망설이며, 낭비해 온 지난날이 안타깝다. 늘 새로운 것, 남들과 조금 다른 것, 특별한 걸 원하고 갈망하면서도 무리를 이탈하는 건 비정상적이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나를 작게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그런 것들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걸. -168~169쪽
나도 이러기 싫어. 이렇게 음침하고 쓰레기 같은 감정 꺼내 놓기 싫단 말이야. 그래도 나는 이걸 써야만 해. 내가 여기서 자유로워지려면.
됐어, 그럼 된 거야. 잘했어. -212~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