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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걸! - 2019년 김포시립도서관 권장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아이들 17
이하영 지음, 김연주 그림 / 책고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남학생이 축구를 하다 바지에 똥을 누고 말았다. 아이들은 종종 똥에 민감하기도 하다. 우리집 누군가도 아직 밖에서 똥을 잘 누지 못한다. 축구를 하는 중에 바지에 똥을 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는 그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
작가는 구름위 신령을 끌어왔다. 신령들은 마침 열매의 냄새를 결정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은행열매의 냄새를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있는 은행나무는 가을을 노랗게 장식하고, 한 순간 떨어지며 거리를 물들인다. 그리고 또 남은 열매의 시간.
열매마다 냄새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독 냄새가 강한 은행열매는 코주부 신령에 의해 바로 그 냄새로 결정되었다. 그 냄새는 장차 한 아이를 구하는 고귀한 냄새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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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이 따라 주지않는 도윤이는 초록색 머리의 포스가 느껴지는 강민수가 부럽고, 질투가 난다. 헤드트릭을 하며 주장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도윤이는 그날 배가 아파 똥이 급했지만, 경기시간이 촉박하여 그대로 경기에 참가했고, 이마에 식은 땀이 맺힐 정도로 급한 상태로 더는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가려는데 마침 좋은 공이 날아왔다.
공은 골대를 맞추고 튕겨 나오고, 팬티에는 벌써 똥이 나와 버렸다. 아직 2학년이지만, 도윤이는 바지에 똥을 싼것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울 수 있는 1학년이나 유치원 꼬마가 더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도윤이는 아무 처리를 하지 못한채 그대로 학원차에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차 안은 냄새로 진동 했다. 마침 창밖에 은행나무가 열매를 막 떨어트리고 사람들은 코를 막고 지나가는게 보였다. ..
다행히 도윤이는 은행열매 냄새로 순간을 모면하여 학원 화장실에서 팬티도 씻는 등 증거를 없앴고, 다음날 학교에서도 아무도 바지에 똥을 쌋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다.
이제 자신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행운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 도윤이는 그 행운에 대해 말할 수 없는것이 조금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창밖에서 은행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크리스마스캐롤에 재미난 가사를 지어 부를 때 자신의 똥을 싸고 들키지도 않았던 특별했던 '행운'에 대해 마구 부르짓었다. 그렇게 도윤이는 불행했던 순간이 '다행'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는다.
도윤이 옆에서 그 고백을 들어주었던 1학년 꼬마는 흰수염이 있었지만 그것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날 도윤이는 세 골이나 넣었다고 한다.
음. 동화라곤 하지만, 제법 스토리 전개가 치밀하게 구성된 셈이다.
기회가 되면 나도 동화의 세계에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원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될 의향도 생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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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도 그렇지만, 다 자란 누나나 형, 또 엄마와 아빠들도 사실 살다보면 뜻하지않는 처참한 위기에 처할 때가 생긴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어쩌면, 동화에 귀 기울여야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사실 그 위기의 순간에 우리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우리는 그걸 말할 용기가 조금 부족하고, 또 그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도 잘 알지 못한채 시름시름 걱정의 열매가 잉태되기도 했었다.
그럴땐 마음을 졸이지 말고, 동화를 열어보자.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춰주는 동화는 무궁무진 할런지 모른다. 혹시 찾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그 첫 줄을 써내려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