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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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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보면 독재자는 국민의 행복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명예나 영광이나 정복과 바꾸려 해 왔어. 그러나 힘이 되는 건 역시 생활과 관련한 사소한 부분이야. 그리고 아스퍼 아르고는 이삼 년 안에 코렐 전체를 덮칠 경제 불황의 태풍에 맞설 능력이 없어."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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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영혼
필립 클로델 지음, 이세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2월
품절


그런 게 판사의 화법이었다. 상대를 아주 똥으로 만드는 화법. 그는 ‘당신’이나 ‘댁’으로 상대를 지칭하지 않고 ‘그자’라느니 ‘이 여자’라느니,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가리키듯, 상대가 자기 앞에 없는 듯, 무슨 수를 써도 상대의 현존을 머릿속에 담을 수 없다는 듯, 꼭 삼인칭으로 말을 했다. 하나의 대명사로 축소해서 상대를 지워버리는 화법.-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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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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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요한 차이점은, 포도주가 정신 기능을 혼란시키는 반면 아편은 (적절히 복용하면) 정신 기능에 완벽한 질서와 규율과 조화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 포도주는 인간의 냉정함을 빼앗지만, 아편은 냉정함을 크게 활성화한다. 포도주는 판단력을 어지럽히고 흐리게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멸과 존경, 사랑과 증오에 초자연적 광채를 주고 그것들을 생생하게 강화한다. 반대로 아편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모든 정신 기능에 평온과 균형을 전달한다.-89-90쪽

제레미 테일러(개정판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수정)는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만큼 고통스러울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그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아편 복용량을 줄이는 동안, 나는 하나의 존재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방식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맛보았다. 결과는 죽음이 아니라 일종의 육체적 재생이었다. 마음이 덜 행복한 상태였다면 불운이라고 불렀을 어려움이 나를 짓눌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그 후 줄곧 간헐적으로 젊은이의 혈기 이상의 것을 되찾곤 했다고 덧붙여 말할 수 있다. 내 이전 상태의 기념물이 아직 하나 남아 있다. 내 꿈은 아직 완전히 평온하지 않다. 폭풍이 일으킨 무시무시한 물결과 불안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내 꿈속에 진을 친 군단은 철수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 떠나지 않았다. 내 잠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인류 최초의 부모가 멀리서 돌아본 ‘낙원’의 문처럼 그곳에는 여전히 (밀턴의 멋진 시구를 빌리면) "무서운 얼굴들과 불타는 팔들이 혼잡하게 모여 있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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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구판절판


나는 손발의 힘이 빠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행위의 일보 직전에 있었던 나는, 그곳으로부터 훨씬 멀리 물러나 있었다. "나는 행위의 일보 직전까지 준비했다."고 나는 중얼거렸다. ‘행위 그 자체를 완전히 꿈꾸었고, 내가 그 꿈을 완전히 살았던 이상, 더 이상의 행위가 필요한 것일까? 이미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가시와기가 말한 것은 아마도 사실인 듯하다. 세계를 바꾸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인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으로 행위를 모방하려는 인식도 있다. 내 인식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행위를 완전히 무효로 만드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인식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오랫동안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오로지, 행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최후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266-267쪽

호주머니를 뒤지니, 단도와 수건에 싸인 칼모틴 병이 나왔다. 그것을 계곡 사이를 향하여 던져 버렸다.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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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 정신분석학, 남녀의 관계와 고독을 이야기하다
대리언 리더 지음, 김종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절판


사랑은 단지 말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니다. 모든 말이 사랑의 요구인 만큼 사랑은 그 자체로 말이며,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랑의 헛수고」에서 남자들은 하루 종일 여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나 실제로 여자들을 만나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남녀관계를 주제로 한 희곡이지만 실제로는 일련의 말놀이의 확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그런 말놀이가 실제 연애관계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 희곡에서 남자들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것이 ‘연인의 담론’을 생산하는 행위이자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문서화 작업을 경유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의 실상은 이런 경우 단지 사랑을 선포하는 과정 자체일 뿐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말에 의해서 생산되는 듯 보인다. -102-103쪽

한 여성이 친구인 남성에게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아내가 아침에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는 모습이 좋아서라고 답했다며 투덜거렸다. 그녀는 이것이 터무니없고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파트너의 밝은 성격을 들먹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현실적이다. 어리석고 무의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작은 세부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부여한 점은 매우 감탄할 만하다. 이 남자의 아내가 버터를 바르는 방식이 어머니의 방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세부의 어리석음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에 관한 한 전부이기 때문이다.-172-173쪽

도취는 흠 없는 이미지를 향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상처 입은 이미지에 말을 건넨다.-178쪽

사랑은 라캉이 말하듯이 궁극적으로 결핍에 건네지는 것이다.-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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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1-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것은 세부의 어리석음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에 관한 한 전부이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에서 '사랑'을 '소설'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에 드는 소설은 모두 그렇죠.

에르고숨 2014-01-12 22:36   좋아요 0 | URL
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소위 '큰' 작품이 아닌데 완전 '취향'인 소설 같은 거 말이죠. 밑줄긋기 따위 아무도 안 읽으실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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