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가이드
켈리 제라디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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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 으로서 우주에 관한 책을 덥썩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생물학적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여성으로서의 편견과 싸워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여성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미  50대 중반의 여성이 되어 버려 나 자신은 어떠한 새로운 도전을 할 엄두를 못 내지만 여성 선배로서 혹은 딸의 엄마로서 언제나 용기있고 당당한 여성들의 도전을 매력적으로 느끼며 응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평소 나의 생각에 부응하는 따끈따끈한 에세이가 나왔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저자 켈리 제라디는 영화를 전공하고 민간 우주비행 산업의 미디어 전문가로 활동하다 직접 우주비행사의 길을 걷게 된 여성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1986년 TV를 통해 미국의 우주선 챌린저호가 발사 1분 정도만에 공중 폭발하던 장면을 충격적으로 보았기에 우주 여행은 한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탑승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전에 유리 가가린이라는 러시아 우주여행사나 최초로 달착륙을 했던 닐암스트롱 때까지만 해도 우주는 신비롭고 멋지며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 같은 희망의 아이콘 이었으나 챌린저호 폭발의 충격으로 한동안 우주에 관한 관심은 끄고 살았다. 


30년이 훌쩍 흐른 지금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해 누리호를 발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그머니 우주에 관한 관심은 생겼으나 과.알.못의 수준에 맞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성 우주비행사의 입지전적 에세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읽을수록 우주와 우주비행에 대한 지식을 상당한 수준까지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뭐 직접 우주개발을 할 것도 아닌데 깊이 알 필요도 없거니와 이 책을 통해 신문에 나온 과학 용어, 우주에 관한 기초지식만 습득하면 성공이지 않은가! ㅎㅎ


켈리 제란디가 우주비행 산업과 마치 운명처럼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우주비행 용어나 매뉴얼을 바꾸는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우주비행시 인간의 기본적 생리 현상이나 의식주 해결이 사실상 궁금했는데 실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다룬 내용과는 많이 다른 것을 알게 된 점도 신선했다.


인류를 위해 우주의 문턱을 낮추는 일을 하던 중 여자아이들로만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로봇팀 챔피언을 만난 일을 잊지 못한다는 저자의 경험담은 향후 우주의 미래는 물론 여성 우주과학자들의미래가 밝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또한 우주 산업에는  비행사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도 알게 됨으로써 마치 21세기적 르네상스 혁명과도 비교될 정도였다. 저자는 우주비행을 직접 경험한 흔하지 않은 인류로서 우주비행의 경이로움을 전파하는 소통 전문가로서의 사명을 띠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저자가 영화를 전공한 제법 탄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이시대에 가장 필요한 융합형 인재 그 자체였는데 본인의 성과를 대단히 내세우고 있는 책이 아니라 차분하게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며 어떤 부분에서는 자기의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어 편안했다. 이런 입지전적 에세이의 경우 자칫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데 그런 면이 없어 청소년들에게도 아주 훌륭한 진로 지도서가 될 우려(?)도 있는 책이다.

나처럼 과학적 상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고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반드시! 기필코! 읽어보기를 권한다. 간만에 복잡했던 머리가 뻥 뚫리며 뭔가 힐링되는 책이었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아웅다웅 지지고 볶는 나의 일상쯤은 가소롭기 그지 없기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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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바다
박수현 지음 / 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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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작가의 전작 <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을 수년전에 읽고 많은 감동과 지식을 얻은 좋은 기억이 있다. 그 책에서 줏어들은 물고기에 대한 상식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 소재가 어정쩡할 때 꺼내 우려먹기에 아주 유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다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더 나아가 '바다' 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대까지 형성되었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일상을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지내던  어느날 <나의 문어선생님>이라는 다큐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바닷속의 풍경이 담긴 영상속에서 인간과 문어의 교감 내지는 소통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아닌 생물체에게도 이렇게 배울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기에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지 않은  자연 다큐임에도 환경 보호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었다. 


그 감동을 그대로 안은 채 나는 박수현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거의 모든 것의 바다>를 과감히 질러버렸다. 질렀다는 표현을 쓸 만큼 책값은 만만치 않았으나 책의 실물을 영접하고나면 책값이 결코, 전혀,네버 아깝지가 않다.  설익은 힐링류의 가벼운 책들이나 어설픈 인문서들이 많은 최근의 출판 트랜드에 대해 늘 유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바닷속을 꼼꼼히 탐험하며 탄탄한 자료조사와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친절한 교양백과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컬러학습대백과 사전'을 읽고 자란 세대로서 이 책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평생 자산이 될 책인 동시에 호기심많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완전 취향저격이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첫 장부터 읽지 않고 목차를 먼저 훑은 후 가장 궁금했던 문어와 고래 편부터 찾아서 읽었다. 바다의 카멜레온이면서 붙여진 이름답게 머리도 좋은 그러나 위험한 바다생물이기도 한 문어. 그러나 통발에 갇힌 문어들이 절체절명의 순간 종족 번식의 본능을 보이는 사진들에서는 생명체의 신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또한 최근 인기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인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우영우가 고래의 종류를 주욱 나열하고 그 특징들을 읊는 대사들이 나오는데 그 흥미로운 대사들은 이 책에 다 나오는 듯하다.^^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먼저 지구에서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역할, 자연현상들을 아주 쉽게 설명해 과.알.못 (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입문할 수 있다.

2부 어류에서는 어류의 특성과 종류 이름들의 유래를 알려준다.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졸았던 사람들이라도 전혀 지루함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연골어류니 경골어류니 하면 웬지 어려울 것 같지만 분류를 쉽게 하기 위한 구분이지 실제 사진과 설명을 대조하면 거의 우리에게 친숙한 생선들이라 정겹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어류들을 직접 다 촬영한 작가의 기동취재력이 놀랍기만 하다.

3,4,5부에서는 어류 외에 바다에서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극피동물, 자포동물,절지동물,연체동물, 해면동물, 환형동물 까지는 접해 봤는데 미삭동물, 의충동물, 태형동물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연체동물인 조개류 낙지 주꾸미,굴, 홍합,전복, 군소 등을 보다 보니 수산센터로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주부 본능이 살아나기도 했다. 

게다가 파충류, 포유류, 해양조류, 염생식물, 바닷말도 당당한 바닷속 주민들이었던 사실도 알게 된다. 한편 극지방 탐험가이기도 한 저자만이 찍을 수 있는 자료사진들이 풍성한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평소 비교적 다독가인 나는 모든 책을 다 소장하지는 않는다. 다 소장하게 되면  책이 모든 공간을 차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에 자주 책장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거의 모든 것의 바다>는 영원히 책꽂이에 소장할 책 리스트로 올려 놓앗다.

나와는 독서 스타일이 전혀 다른 남편이지만  급 흥미를 보이며  이 책으루읽고 있는 내 등 뒤에서  " 제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엔 인간적으로  밑줄 긋지 마시오!" 라 말한다.  밑줄 긋는 독서 습관을 가진 내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멘트인데 사실상 나도 이 귀하디 귀한 책에 밑줄 그을 생각이 없다.  


이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있는 가정을 포함해 집집마다 소장해 둘 가치가 충분하다고 자신있게 권하면서 더 나아가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K-해양서적의 위엄 마저  떨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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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파리 (Petit Paris) - 어린 여행자를 위한 파리 안내서
박영희.윤유림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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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부터 프랑스를 동경해왔고 파리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20대  딸을 둔 엄마로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박영희 윤유림 두 작가의 육아와 일상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육아 선배로서는 엄마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파리를 늘 동경하는 마음으로는 부러움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얻는 통로로 이용(?)해왔다.

그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책을 냈다는 피드를 보고 반가운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책장을 펼쳤다.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베레모과 썬글라스를 낀 3명의 꼬마들이 표지에 등장했는데 저자들의 실제 아가들이었다. <쁘띠파리>의 부제 '어린 여행자를 위한 파리 안내서'에 걸맞는 너무나 귀여운 컨셉이다. 

이 책은 유아동 패션잡화 뷰티숍,장난감 가게, 서점,피크닉,미술관 박물관, 근교여행, 시장 등 7개의 테마로 나눠 촘촘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미 훌쩍 성장한 아이들을 둔 나로서는 정말 아쉽기 그지 없는 내용들이었다. 진작에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파리에 와서 이런 것들을 다 경험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커져서 순간 울컥했다.  

파리의 골목 골목에서 만나본 낯익은 장소들도 많이 등장했는데 관심없이 지나친 곳들이 태반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었다. 직접 현지에서 아이를 키우며 발로 뛰어 얻은  정보들이라 단기 여행객들이나 단순한 인터넷 서핑, 블로그를 통해서는 도저히 얻기 힘든 고급 정보라는 것이 이 책만의 장점이다. 이쁜 아가 셋이 직접 특정 장소나 제품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현장 체험까지 해주고 있으니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쁘띠파리> 따라하기 여행을 나서도 좋을 듯하다. 

책 중간중간 두 저자들이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이국 땅 파리에서 알콩달콩 공동육아를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을 자존감있게 살아내는 모습도 멋져보였다.  파리에 살고 있는 프랑스 엄마들도 이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파리에 대한 수많은 가이드북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 책만큼 따뜻하고 러블리한 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페이지 하나 하나에 육아맘들의 정성과 세심함이 배어져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여행은 이 책 하나로 완벽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저자들의 패션 아이템, 육아템들은 살짝 그대로 따라 사면 거의 성공이지 싶다. 어차피 파리에서든 서울에서든 저자들을 만날 확률은 없으니 말이다. ㅎㅎ

그렇다고 단순한 쇼핑 관광 가이드북에서 그치는 책은 아니다. 정보 전달 외에 육아, 외국에서의 삶에 대한 애환도 긍정의 기운으로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씩씩한 여성 동지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속깊은 책이기도 하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육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고 행복한 노동이었다. 아직은 젊은 이 두 엄마 저자가 기특하게도 그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맘껏 누리고 있어 놀랍다. 프랑스 이웃들과의 이야기도 소소한 재미를 주었는데 훗날 그 에피소드들을 다모아 새로운 책으로 엮어도 좋을 법한 소재였다. 게다가 세 아가가 자람에 따라 프랑스의 교육이나 학교생활, 이방인으로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등에 관한 이야기도 후속판으로 기대된다.

당장 이 달말에 10살짜리 딸과 함께 파리 여행을 가는 올케가 빨리 이 책을 읽고, 모녀의 멋진 여행 추억을 쌓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진심  젊은 엄마들의 취향저격 책이다. 늙은 엄마(?)는 이 책의 두 저자 및 육아에 지쳐 꿈을 잃어가는 모든 젊은 엄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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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Collect 14
정희태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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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럽의 미술관 투어를 많이 다녔는데 명목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차원이었으나 사실상 엄마인 내가 더 설렘이 컸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통해서 접해본 거장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가슴 벅참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림을 사랑하게 되고 프랑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제대로 술맛을 모르는데다 책으로 배우는 와인공부는 어렵기만 했고 어쩌다 접하게 되는 전문가들의 와인 강의에서도 실망하기 일쑤였다. 현학적인 강의가 주는 거리감에다 고가의 와인이 정석인양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살짝  거부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저 어려운 용어와 섬세한 테이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면 와인을 음미할 자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와인에 대한 관심은 자의반타의반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와인을 사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며 지냈다.


그런데 <90일밤의 미술관 루브르>라는  책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우연히 접했는데 당시 직접 파리 현지에서 루브르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저자 중 한 분인 정희태 선생이 와인에 관한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예약 구매를 눌러버렸다. 그가 1시간 넘게  인스타 라방에서 보여준 실력과 성실함, 자상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팬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와인 전문가로서 그림과 와인을 어떻게 매치시켜 놓았을까,  그간 읽었던 나를 좌절하게 만든 와인책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 반 우려반으로 책을 기다렸다.


 1장 와인과 미술에 담긴 가치, 2장 작품과 와인에 스며든 감정, 3장 명화속 와인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키워드를 줘가며 와인과 그림을 절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그 연결이 얼마나 절묘하던지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의 역사를 와인의 역사와 연결한다든지, 그림의 기법을 와인의 제조과정에 비교한 것이라든지, 화가의 인생과 와인의 탄생 비화를 소개한 부분에 이르기까지....작가의 꼼꼼한 자료 수집은 기본이거니와  각 소제목 별 키워드가 와인과 그림을 한데로 묶어내기에 너무 적절했다. 후반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혜자 화백의 작품이 나와 반가웠는데 그녀의 작품이 젊은 와인 생산자에 의해  와인 라벨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니 이또한 미술과 와인이 점점 한 몸이 되어 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포착해낸 작가의 센스도 돋보였다.


그림에 대해 제법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정희태 작가의 해설을 읽다보니 몰랐거나 흥미로운 사실까지 발견하는 건 덤이었다. 무엇보다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깨달음에도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인문학적 오브제로 각인시켜준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와인과 그림에 관한 한 어떠한 허세적 대화 상황에서도 이 책의 독자라면  결코 기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거대담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독자들은 이 책과 함께 마음 편안하게 독서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지만 가끔씩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다 보면 버릴 책들이 무지 나온다. 읽고 버려도 되는 책과 영원히 소장해야 될 책으로 편의적 구분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책꽂이 미니멀리즘을 적용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책일 듯하다. 꼭지마다 지식 전달외에 저자가 말미에 권유하는 멘트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런 겸손한 작가, 예의바른 작가가 좋다. 독자에게 꼰대성 멘트 날리는 저자는 딱 질색인 편이라 ㅎㅎ


저자의 당부대로 그림과 와인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나누는 것을 최고의 힐링으로 여기리라 맘먹고 이 소중한 책장들을 덮는다.  또 한가지!  누구에게 선물해도 취향저격일  책이므로 너얼리 너얼리 퍼뜨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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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 대한민국 상위 1% 10대들의 특별한 경제 수업
김나영 지음, 정진염 그림, 이인표 감수 / 리틀에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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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사회과목 (우리 고등학교때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었음) 내용 중 '수요와 공급' 부분이 나오면 저절로 주눅이 들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막 복잡한 경제 이론 설명들이 와닿지도 않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파트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면 그냥 틀리자 이런 맘이었으니 나의 경제에 관한 지식은 그냥 전무했다고 보면 된다. 

두남매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독서 수준과 함께 성장하고 새롭게 공부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나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청소년 대상 책들의 높은 수준에 늘 감동받곤 한다. '우리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당시에 읽었더라'면 하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이론이나 거대담론서를 청소년 버전으로 쓰여진 책을 통해 새롭게 공부한다. 그런 차원에서 김나영 작가의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은 딱 그런 책이었기에 당장  나의 pick ! 이 되었다.


선택의 경제학 파트에서는 희소성, 기회비용, 한계효용에 관한 설명을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초코파이나 놀이공원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간다. 무조건 쉽게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유도하면서 인생의 매순간이 'choice' 란  대목에서는 비록 아이들이지만 인생의 철학을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논리를 여러 상황이나 사례를 통해 전달하면서 경제라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이 뒤따라야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해준다. 중간 중간 '경제개념 콕'이라는 코너를 통해 알아두면 상식이 되고 대화에 끼일 정도 수준의 다이제스트 지식도 제공하는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시중에 나와있는 경제서적 중 부자되기, 돈벌기를 목적으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화려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돈관리를 어떻게 슬기롭게 할 수 있는지 똑똑하고 현명한 경제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차분한 내용들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인 나도 가끔 저지르는 충동구매에 대한 경계심을 키울 수 있고 마치 본인이 전문 재무설계사가 되어 보는 경험도 책 속 '나선생' 과 함께 해볼 수 있다.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경제현상들을 '나선생' 과 같은 교실에 있는 느낌으로 주욱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의 막바지에 이르른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아~ 아~ 이런거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긴 적이 실로 오랜만이다.


분명 중학생 정도의 청소년을 위해 작가가 쓴 책이지만 조금 똑똑한 초등 고학년이나 나같이 경제를 모르거나 경제이론을 무서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시중에 나온 가장 친절하고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  현직 교사인 저자가 <실험경제반> 이라는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을 교육한  십수년 노력이 녹아있는 책을 쉽게 단 몇시간만에 읽어 버려 작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미안함은 주변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사줌으로써 상쇄할까 한다. 좋은 책은 나혼자 보기 있기 없기? ㅋㅋ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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