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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 선언 -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최태현 지음 / 디플롯 / 2025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며 우리나라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었다. 몇 몇 사람들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원망하고 몇 몇 사람들은 위로가 필요한 유가족들을 상대로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위로가 필요한 우리는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채 무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 날의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상처들에도 그렇게 성이 나고 쓰리고 아픈 것 같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보며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외국의 경우 추모비를 세우거나 추모관을 따로 만들어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이 많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조금은 더 드러내고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연말과 연초에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스타들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와는 당연히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지만 그들이 남겨뒀던 기록들로 인해 지난 날 생의 벅참과 고통이 그대로 기사와 뉴스로 쏟아졌다. 고인이 된 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엔 그들의 삶이 노출되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어냈다. 누군가는 그들을 위한 기도를, 누군가는 그들을 내몰았던 이들을 향한 질타를... 이 모든 상황들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했다면, 조금 더 서로를 이해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씁쓸함이 몰려왔다.
나는 이렇게 또 떠오르는 일들과 잊혀지는 일들에 무력감과 허무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그리고 우리.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던 나는 이기적이었던 나를 내려두고 더 나은 나와 우리를 위한 출발선에 서보고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어떤 한 대상뿐만이 아닌 위로와 포옹이 필요한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라고 생각했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윤리적인 이미지에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나의 생각을 남기자면 이 책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배려하거나 이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지 않으며 내가 내 삶의 주체자로서 온전한 삶을 살며 행복감을 느낄때 타인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 접점에서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이타주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난 날 어쩌면 우리는 이타주의에 대해서 잘 못 인지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하며 좋았던 몇 부분을 함께 나누자면 '희생하지 마세요. 조직을 위해 희생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지치면 결국 남에게도 해를 끼쳐요. 자기가 지치지 않을 만큼만 희생하세요. 여러분이 먼저 행복해야 해요.'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희생이란 나보다도 타인을 우선 시 하는 마음으로 인해 내가 감내하게 되고 원하지 않음에도 해내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희생에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동반되어 따라오던 나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나보다 상대를 위해 행동했던 일이지만 그것이 당연시 되고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할 때 처음에 갖고 있었던 좋은 마음은 사라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됐었다.
어찌보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가장 우선 시 하고 나의 행복을 가장 먼저 추구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을 져버린채 타인을 먼저 위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심리로 상대가 다음엔 나를 먼저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거나 반대로 나는 왜 나를 먼저 챙기지 못했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두번째로는 알베르 까뮈에 의해 유명해진 말을 인용해 저자의 경험담 일부를 나눴던 부분이었는데 ''어떤 이들은 단지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사람들은 모른다.' 마음의 아픔에 대해 한 번 인지하고 나면 사람들이 달리 보이고 비로소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음을 이야기 하며 그들의 아픔을 포착했음에도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별로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들이 왜 연락을 하지 않는지, 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자주 우는지, 왜 이렇게 오래 자고 많이 먹는지...관심을 갖고 그들이 바뀔 수 있도록 애써봐도 우리가 어떤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은 내려놓아야한다고 말하며 이것 역시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아가며 우울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옆에서 누군가의 응원이나 위로가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이것 역시 그들이 일어서길 바라는 나의 이기심으로 인한 행동이지 않았을까? 때로는 그저 주저앉아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 했을 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이기심과 이타주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바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