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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라서 더 끌리는, 아르헨티나 - 지구 반대편 하늘 아래 머무른 3년의 기록
백상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나는 다른 나라에서 사는 한국인이 쓴 책 읽기를 좋아한다. 해외 여행을 자주 갈 수 없고, 외국에서 길게 체류하며 살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한국인이 쓴 책이어야 한다. 외국의 역사와 문화도 재미있지만 현지와 우리나라를 비교하여 알려주는 게 좋기 때문이다. 간접 경험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요 몇 년 사이에 읽은 이런 종류의 책들 모두 훌륭했다. 남아메리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동경어린 마음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페루에 이어 이번에는 아르헨티나다.
미다스북스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은 <반대라서 더 끌리는, 아르헨티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파견 교사로 가서 3년 간 지낸 백상아씨가 쓴 책이다. 책을 받고 먼저 두꺼워서 놀랐다. 그간 읽은 이런 종류의 책에 비해 분량이 20~30%가 많았고 내지의 질도 얇지 않고 좋았다.(개인적으로 내지의 두께로 책의 질 감별하는 1인이라...) ‘저자가 아르헨티나에 대해 할 말이 많았나보다.’ 생각하며 프롤로그를 펼쳤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재외한국학교 국외 파견 교사’라는 직함에 매몰되지 않고, 이 직함이 지닌 역할의 한계를 넘어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의 전체 맥락과 사람들,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선생님답게 설명을 잘 해줄 것 같아 기대감이 차올랐다. 1장에서는 외국인으로 살 집을 구하느라 힘들었던 경험에 더해 조금은 불편한 아르헨티나 살이, 탱고와 스페인어에 대한 내용을 일기처럼 썼다. 2장은 아르헨티나의 역사와 정치, 경제에 대한 내용인데 가장 흥미로웠다. 강대국이던 아르헨티나가 어쩌다가 국가 부도를 그렇게 많이 겪었는지부터 이민의 역사, 현 정치 상황까지 알 수 있었다. 3장과 4장은 아르헨티나 자연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까지 가보았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우수아이아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 1위에 올려놓은 장소다. 내 짧은 지리 지식 중 오류로 기억된 곳이 남아메리카다. 왜 그곳은 늘 더운 곳이라고 입력되어 있었는지 모를 일인데 남극 관련 서적을 읽다가 우수아이아에서 남극행 크루즈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었다. 남반구 맨 아래쪽이 남극이니 남아메리카에서 빙산을 볼 수 있는 게 당연한데 빙하나 피요르드는 북유럽에만 있다는 무식한 착각을 내내 하고 살았다니... 그래서 우수아이아에 가 확인해보고 싶고 남극도 가보고 싶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파타고니아 여행기처럼 곳곳을 소개하는데 풍경이 장관이라 입이 떡 벌어지긴 하지만 늘 그렇듯 두서없는 일처리와 불친절한 여행사 직원의 태도는 뒷목 잡게 만들었다. 저자는 정말이지 긍정적이다. 그가 겪은 상황들을 보니 나는 답답하다 못해 정수리에서 김이 쉭쉭 뿜어질 것 같았는데 말이다. 갑자기 아, 나 같은 성격은 아르헨티나 가면 힘들겠는데 싶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상황마다 초긍정성을 발휘하여 좋게 마무리한다. 아마도 자신의 행동이 조국의 얼굴이라 여긴 게 아닐까. 그래도 파타고니아와 3장에서 소개한 이과수 폭포는 꼭 가보고 싶다.
체게바라가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그곳이 배경인데 예상 외로 체게바라의 흔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놀라웠다. 파타고니아에 체게바라 박물관은 있지만 고향 로사리오에는 기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이유는 박물관 직원이 알려주었는데, 로사리오는 체가 태어난 곳일 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곳은 코르도바와 부모가 운영하던 미시오네스주 마테 재배농장이었다. 그래서 그 두 곳에는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가 유럽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 옛날 만화 영화로 봤던 “엄마 찾아 삼만리”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사람들이 소재다. 일본에서 만든 이 만화영화의 배경은 19세기 후반인데 그 때부터 1930년대까지 전체 이민자 중에 이탈리아인이 약 45%나 되었다.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많이 왔고 이후에는 비유럽인들도 왔고, 우리나라는 1960~80년대 사이에 약 1만 여명이 이민을 왔다. 이민자들을 적극 수용한 아르헨티나는 한때 가장 부유했으나 잦은 정권 교체와 경제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점차 국가 부채가 늘어났고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기에 이른다.
현재 청년들은 탈아르헨티나를 꿈꾼다. 더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가 영국에서 유학할 때 만났던 아르헨티나 친구를 이곳에 교사로 와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한때 그렇게 많은 이민자를 받던 나라였으나 이제 아르헨티나 청년들은 다른 나라로 이민 가고 싶어 한다. 자신을 온전히 인정해주고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나라로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청년들의 조부모가 이탈리아계라는 아이러니한 사실!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층층이 쌓여서 어느 하나 손쉽게 해결될 수 없는 형국이다. 2023년에 당선된 밀레이 대통령은 시장 자유화와 중앙은행 폐지 주장 등 강경 개혁을 시도 중인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젊은이들이 조국을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곳이 될지 모르겠다. 저자는 이렇게 희망적으로 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나라가 언젠가 다시 영광의 빛을 되찾을 그날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아르헨티나를 다 알 수는 없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아르헨티나를 바라보며 겪은 것을 썼으니 개인적 감상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한국인이기에 저자가 겪었던 것들에 동감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빠릿빠릿하다보니 그들의 느긋하면서 뻔뻔한 태도를 보면 같이 열불터질 것이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자연이 아름답고 메시와 체게바라를 배출한 국가다. 위에 저자가 안타까워한 부분처럼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할 방안을 찾고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정치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남의 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를 노오력하면 해결 가능하리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에 아르헨티나를 알리는 책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아르헨티나인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저자가 아르헨티나어로 번역해서 출간하면 어떨까? 아,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 공부를 더 해야한다고 했는데... 직업이 교사라 열심히 하기! 잘 하실 것 같은데요. 적극 검토해보심이 어떨지~~ㅎㅎ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