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처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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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와처>는 초보 탐조인의 그래픽 노블인데 글자가 없다. 글 없는 그림책처럼 그림으로 모든 서사를 말한다. 수채화 일러스트레이터이 변영근씨가 코로나 때 일본에서 지내면서 탐조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이야기를 그렸다.


책을 처음 받고 스륵 훑어보면서 글자가 없어서 놀랐고, 두 번째 볼 때는 새의 이름을 몰라 당황스러웠고, 세 번째는 그림마다 들어있는 스토리가 읽혔다. 아니, 새 이름이 없는데 어쩌라고? 겁먹지 마시라~ 마지막 면지에 새가 등장는 페이지와 새 이름이 나와 있어서 확인해 보면 된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새를 찾는 재미도 있다. 대놓고 새만 있는 페이지도 있지만 인간이 많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새를 찾아야 한다.


앞부분에서는 별일 없는 일상을 덤덤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남자는, 공원에서 카메라로 뭔가를 찍는 사람들, 망원경으로 보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간다. 그러다가 전체 화면에 홀로 등장한 물총새 한 마리! 차락차락 소리가 나는 듯하다.



그 남자의 방에 망원경이 있다. 그도 탐조인, 버드 와처가 된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들이 등장하고 계절이 바뀌고, 남자의 활동 범위도 넓어진다. 그는 여전히 홀로 새를 만나러 가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림에서 느껴졌다.

바로 이 장면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다.



내가 아는 새 이름이라곤 열손가락으로 다 꼽지도 못할 만큼 적다. 이 책을 세 번 이상 읽으면서부터는 계속 새 이름을 확인해야 했다. 책으로 탐조했다. 실제로 해보고 싶을 수도 있다. 거창하게 탐조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집 주위에서 만나는 새들을 관찰하고 이름을 확인하고 생태에 대해 찾아보는 활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새가 내는 소리에 관심이 있다.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어디에 있는지 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서 확인이고 뭐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책을 읽으면 탐조의 세계에 기웃거리고 싶어진다. 자주 만나는 비둘기에는 별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마지막에 파랑새와 남자가 조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빛과 소리가 2차원의 종이 위에서 넘실거린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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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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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외국 유학길에 오른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난 달에 읽은 책에서 한민용 앵커는 십대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번에 읽은 책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의 저자 임희재씨는 스물두 살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다. 젊은 여성이 타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려면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안전 문제이고 다음으로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이다.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일이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다는 말이 있다. 유학생활 중이므로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없던 용기도 불뚝 솟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맥가이버처럼 활용하면서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발을 동동 구를 상황에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도움을 주는 요정 같은 이들을 만날 때도 있다. 저자가 막차를 타고가다가 내릴 곳을 놓쳐서 종점까지 가버렸는데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막막했다. 그 때 도와준 사람 뿐 아니라 그녀는 자신에게 대가없는 친절을 베푼 이들을 천사라 부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고 표현했다.


나는 해외 유학은 간 적이 없지만 국내에서 운전 요정을 만난 적은 있다.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내가 초보딱지 뗀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고속도로에서 잘못 내린 길을 정신없이 내달렸다. 그 길은 역주행 차로의 갓길이었다. 갓길이 끝난 지점에서 나는 망가진 기계처럼 정지상태가 되어버렸다. 몸도 머리도 돌아가지가 않았다. 그야말로 멘붕 상태! 그런데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무쏘가 멈추더니 운전자가 내렸다. 그리고 내 차를 운전해 정주행 차로로 갖다놓은 뒤 자기 차를 몰고 바로 떠나버렸다. 그 분은 내게 구세주였고 나는 연신 90도 인사를 해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마치 꿈인 것 같다. 그 분은 거의 말없이 행동만 했는데 다정함이 듬뿍 묻어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임희재씨는 파리에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게서 다정함을 느꼈다고 했다. 제목처럼 다정한 날들이 자신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녀는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에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겪었던 다양한 일들을 소개한다.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가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리며 성장해 나갔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역시 다정한 게 이기는구나~ 싶었다. 꼭 외국 생활이 아니어도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어려움, 인간 관계의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럴 때 조금만 부드럽게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조금은 부드러운 사회가 될 것이다.


저자는 현지인 뿐 아니라 이민자들에게서 도움을 받았고 본인도 베이비 시터를 하며(물론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었지만) 누군가의 육아에 도움을 주었다. 우리가 하는 선의의 행동은 팔랑이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언젠가 내게도 돌아오게 된다. 그런 행동이 꼭 등가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내가 보여준 다정함이 나를 포함한 주위에 따뜻하고 선한 영향력이 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궁금한 것 하나! 그녀의 독일 남친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독일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진 것 같은데 잘 지내던 남친 이야기가 뚝 끊기니 몹시 궁금해졌다.ㅎㅎ 다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독일 남자와 싸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니 저자가 꽤 잘 조련시킨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미국에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다. 내가 이십대 때 미국 유학을 갔다면 다정한 천사 같은 이들을 만났을까? 미국은 유럽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총기 자유가 있으니 더 위험했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을 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지만 미국 유학을 갔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과연 미국 천사들을 만났을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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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소년 야구단 숨 쉬는 역사 16
정명섭 지음, 불키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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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직지소설 문학상을 받은 후로 소설 뿐 아니라 동화까지 다작하고 있는 정명섭 작가의<1987 소년 야구단>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청어람 주니어의 숨쉬는 역사시리즈의 방향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1987년에는 민주항쟁이 있었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되었다. 그 시절에 십대였다면 지금은 오십대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상욱이는 1987년에 열두 살이었으니 지금 딱 오십이 되었겠다. 만약 상욱이와 연령대가 비슷한 독자가 삼십대에 아이를 낳았다면 십대가 된 자녀와 이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야구단 활동을 했다면 야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이가 야구를 좋아해야겠지만.





동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살았던 독자라면 크게 공감하며 읽을 책이기 때문에 독자를 동화의 주인공에 대입해서 글을 시작해보았다. 역사적 배경과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어려울 수 있으므로 5~6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책에 야구 룰이나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 있기는 하지만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 나누면 재미있는 독서활동이 될 것이다. 책을 같이 읽기는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동화의 시작은 주인공 가족의 이사다. 상욱이는 대전에서 서울로 전학을 갔다. 어색한 분위기는 야구를 같이 하면서 금방 해소되었다. 그런데 야구 배트가 없어서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의 형들과 억지스런 경기를 해야 했다. 한편 구로공단에서 공장을 하는 아버지는 대학생들이 데모만 한다며 한탄을 하며 상욱에게 절대 데모는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상욱이네가 이사한 집의 지하방에 옥란 누나가 세를 들었는데 누나의 정체가 알쏭달쏭하다.


이 동화는 아이의 시각으로 1987년 민주항쟁의 분위기와 시대상을 보여준다. 시국을 걱정하는 어른들이 있고, 자유와 권리를 위해 금서를 읽고 투쟁하는 누나가 있고, 매캐한 최루탄 가스를 맡으면서 야구를 하러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년들이 있었다. 이현세의 만화 주인공처럼 되고 싶었던 아이들은 야구를 하면서 규칙을 지키는 것과 정정당당함을 배워나간다.


상욱이는 옥란 누나가 청보를 응원한다고 해서 놀랐다. 삼미 슈퍼스타즈도 그랬지만 청보 핀토스도 꼴찌를 도맡아 하는 팀이었는데 그런 팀을 응원한다는 게 상욱이는 이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옥란 누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창피하긴, 세상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어. 패했다고 좌절하고 슬퍼할 이유는 없어. 내일 다시 도전해서 이기면 되니까.”


지기만 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듯 아무리 억압받아도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 위해 항쟁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패배 앞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마음이었다. 80년대 정서와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이 동화에는 도전하는 시대정신도 녹아들어있다.


동화지만 어른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소재들이 많아서 어른들끼리 읽고 옛이야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최동원과 선동렬의 경기,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과 만화 잡지 <보물섬>, 만화영화 요술공주 밍키의 주제곡 등등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나 야구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 독자라면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가 주는 보편적인 정서와 이 책이 전하는 주제의식을 생각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보길 권한다. 책으로 부모의 어린시절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즐거운 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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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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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은 답장이 도착했을 때의 반가움보다 더 크다. 이메일보다는 손편지가 좋다. 요즘 누가 손편지를 쓰냐는 타박을 들어도 나는 쓰고 싶다. 오지 않는 답장은 기다리지 않는 게 속 편하다는 걸 진즉에 알았으나 기다리는 두근거림을 놓아야 하는 게 아쉬운 거다. 일상의 안부는 문자로 하면 그만인 세상에 이메일도 아닌 손편지를 누가 쓸까. 일상 안부든 화두가 있는 편지든 수신인이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서간집을 찾아 읽는다. 대리만족을 위해서다.


부키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디어 올리버>의 소개를 읽자마자 바로 서평단에 신청했다. 두 신경과학자 수전 배리올리버 색스10년간 15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수전 배리 교수는 48년을 사시로 살다가 입체시를 얻었는데 이것은 시각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사례였다. 수전(편의상 이름으로 씀)은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올리버 색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의 책 <깨어남>을 읽고 올리버는 환자가 느끼는 것에 공감하고 연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전의 편지를 받은 올리버는 바로 그녀를 만나러 갔고 그들의 우정은 편지로 계속 이어나갔다.


당시 수전의 나이가 50, 올리버는 70대였다. 수전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세상에 경이로움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올리버는 안구에 생긴 흑색종으로 한쪽 눈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올리버는 무릎과 척추 수술을 받으며 고통스런 상황속에서도 집필을 계속했고 수전이 자신의 경험으로 책을 쓰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수전의 아버지는 우울증으로 요양병원에 있었다. 밝고 활기차게 바이올린을 켜던 아버지가 음악을 듣는 것조차 싫어했고 수전을 만나는 것도 거부해서 그녀는 몹시 힘들었다. 그런 개인적인 일상부터 학교 수업, 과학적 지식, 여러 감각들로 확장되는 이야기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둘의 대화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수전은 올리버를 아버지처럼 오빠처럼 선생님처럼 따랐다. 시력을 잃어가고 갖가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올리버를 위로하는 그녀의 방식은 따뜻하고 유머러스했다. 입체시를 갖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버에게 편지로 보내지 않았다면 둘의 우정은 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감각을 같이 느끼고자 했던 올리버는 역시 수전의 사례를 허투루 듣지 않았다. 올리버의 자필 편지를 이 책에 그대로 실어서 실제로 편지를 받아 읽는 듯했다. 수전은 올리버와 10년간 소통했던 편지가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연결하여 그들의 우정이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수전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들도 어렵지 않게 풀어 설명했다. 일반인 독자 입장에서 과학자나 작가는 거리감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마치 옆집 사는 친한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편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쓴 사람에게 가까워진 듯 한 느낌도 들게 한다. 이러니 그들의 편지 소통이 어찌 부럽지 않을까. 일상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연주자의 이야기, 그에 맞장구치며 자신의 취향에 대해 말하고 다른 것도 추천하는 분위기도 부럽다.



수전이 오른팔을 다쳐 몇 주 동안 깁스를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왼손으로 글씨를 써야만 했다. 오른손잡이라서 왼손으로 쓴 글씨 꼴이 엉망이었는데 열심히 연습해서 올리버에게 왼손으로 편지를 써보냈다. 이처럼 그녀는 뭐든 성실하게 즐겁게 임했다. 모르는 분야가 알고 싶을 때도, 입체시 훈련을 할 때도 그러했다. 그들은 올리버가 세상을 떠나기 3주전까지 편지로 소통했다.



편지 내용 중에 가장 뜨끔했던 부분을 하나 인용한다. 수전이 학생들에게 음악적 심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수업을 했는데 단 한 명만 빼고 하지 못했다. 심상을 떠올린 학생은 중국에서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명상을 했고 아이팟이나 스마트폰이 없었다.(당시는 2014) 올리버는 이 편지의 답장에서 이렇게 썼다.


학생들에게 내적인 사생활이 없고 뇌의 디폴트 네트워크가 자유로울 수 있는(상상에 빠지거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내면의 빈 공간이 없다는 뜻입니다저는 이러한 전자기기들이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낍니다전자기기를 착용한 사람들은 사실상 자신을 둘러싸 인간적(그리고 물리적환경에 눈과 귀를 닫는 것입니다그런데 교수님 말씀을 들어 보니 이처럼 전자기기에 연결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이 눈과 귀를 닫는 것 같습니다자신을 둘러싼 환경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연결을 끊는 것이지요.


,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는 눈 떠서 움직이는 동안 e북이나 팟캐스트, 유튜브를 늘 틀어놓고 있다. 내 행동은 환경에 눈과 귀를 닫는 것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그러한 것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데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으니 미디어에 접속는 내 행동은 모순인 거다. 나 자신과의 연결을 끊는 행위였으니... 사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했었다. 서평단 책을 쌓아놓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시간이 없다며 허둥지둥 댔다. 제 잘못을 알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인 것도 안다. 자신과의 소통을 위해 아무것에도 접속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두 과학자의 우정을 부러워하며 올리버의 마지막 편지를 첨부한다. 그는 2015830일에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이 한국에 나온 초판 1쇄 발행일은 2025 8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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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추는 소설 - 개와 고양이와 새와 그리고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금희 외 지음,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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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춘다함은 뭔가가 통했다는 뜻이다. 눈을 맞추려면 일단,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마주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눈을 맞추었다는 것은 눈빛이 교환되었으므로 어떤 감정적 교류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저 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출까? 길을 걸으며, 지하철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통은 눈을 마주치기 꺼려하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물론 사랑하는 이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동물과는 어떨까? 자신의 반려동물이라면 눈을 맞추겠지만 그 외의 동물과는? 아마 무관심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게 되면서 다른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유기동물 단체에 봉사나 기부를 하고, 동물권과 채식주의로 관심의 폭을 넓혀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대체로 동물에 별 관심이 없으며 눈 맞추지 않는다. 동물이 등장하는 단편집 <눈 맞추는 소설>은 비인간 동물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소설이다.


7편의 단편에는 개, 고양이뿐 아니라 소, , 낙타, 외계생명체까지 등장한다. 인간이 얼마나 다른 생명을 자본과 효용의 논리로만 보고 있는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떠한지 묻고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눈을 맞추는 독자라면 적극 공감할 내용이며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해도 다른 생명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파수꾼><묘씨생>이 인상 깊었다. <파수꾼>은 생에 별 미련이 남지 않은 철도건널목 관리인 강씨와 길고양이의 이야기다. 그는 귀에 물이 차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먹이를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파양되어 돌아왔는데 근무 마지막날 강씨는 고양이를 안고 건널목에 서서 마지막 기차를 기다렸다. 꽉 껴안았지만 고양이는 품을 빠져나갔고 강씨는 선로 바깥으로 넘어졌다. 강씨의 귀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와 함께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씨의 생명을 지켜준 것은 길고양였다.


<묘씨생>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인간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같은 인간으로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적나라했다. 고양이는 아홉 번의 생을 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처럼 태어날 때마다 그토록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다면 여러 번 태어나는 게 형벌이 아닌가. 인간의 실수로, 화풀이나 돈벌이 대상밖에 되지 못한 수많은 고양이들에게 속죄하는 글로 읽혔다. 길고양이와 눈 맞춘다면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p.220


나는 또 한 번의 일생을 두려워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그들의 손에 달렸으니 목숨조차도 내 것 같지 않은 이런 세상은 두 번도 성가시다. 일생일사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다른 짐승들과는 다르게 눈물 흘린다. 다시 일생이 어떨 것인가 내일이라도 이 장막 안에 나타날 인간은 또 어떨 것인가 생각하며 어디까지나 비천하게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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