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학동네 청소년 68
문이소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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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마지막 히치하이커>로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문이소 작가의 신작 <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을 서평단 자격으로 읽었다. 처음 제목을 들으면, 정체를 밝히기 어려운 주인공이 등장하려나? 것도 국가 기밀이라잖은가. 작가의 의도에 발맞춰 될 수 있는 대로 비밀로 하겠다는 독자의 태도로 책장을 열었다.


오홋! 이 작가, 상상력이 아주 기발하구나! 고개 갸웃할 독자들이 있을 줄 알고 가뿐하게 배경은 미래로~

소재도 아주 톡톡 튀는 걸. 요런 주인공들이 나와 이런 일들을 할 줄은 몰랐지롱?

유행은 따라줘야 제 맛! AI들 자연스레 등장하고, AI는 우리의 주인공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 아니다! 단 한 존재~~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제목도 그러하지만 주인공들도 기발하다. 22세기에서 온 종균도둑 이야기의 제목은 <소녀 농부 깡지와 웜홀 라이더와 첫사랑 각성자>, AI 초상화를 그리게 된 무명 화가와 그 화가만을 경배하는 AI가 등장하는 소설의 제목은 <젤리의 경배>, 유튜버 유영과 자신의 기억을 찾아 지구에 온 외계인의 이야기는 <유영의 정체>, 생의 마지막을 다루는 <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 가출한 반려로봇과 캣맘이 새끼 길고양이를 거두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의 제목은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이다.


제목만 봤을 때 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측 불가였다. 읽다 보면 코믹, 황당, 애잔, 따뜻한 여러 감정들이 울뚝불뚝 솟아오른다. 그래서 정리가 잘 안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편을 읽은 후 바로 다음 소설로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먼저 읽어본 사람의 조언~)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뭘지 작가의 의도를 한 번 생각해보고, 재미있었던 장면을 떠올리거나 어떤 점에 공감이 되었는지 생각해 본 후 다음 소설을 읽으면 생각이 뒤죽박죽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을 인상깊게 읽었다. 임종을 처리해주고 가족에게 그 마지막이 어땠는지 전달해주는 회사 이토록 좋은 날이 보고한 세 건의 죽음은 숙연하게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꾸고 싶은 꿈은 어떤 것일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그 중 개 흰돌이의 꿈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편안한 잠에 빠지며 마지막을 맞는다. 순전히 인간의 관점으로 쓰인 개의 행동과 생각이지만 분명 저러할 것이라 믿고 싶다. 마찬가지로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의 어린 엄마고양이 누더기 여사의 묘생과 안타까운 마지막도 십분 이해되었다.


동물과 인간, 인간과 AI, 현생인류와 미래 인류, 그리고 외계인까지! 이 소설은 인간 외에 관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존재들과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소재를 활용해 다루고 있다. 작가는 깊숙이 숨겨둔 생각거리들을 독자가 찾아내주길 바라는 게 아닐까. 인간이 이 생태계에 저지른 잘못들이 많지만 더 이상하지 말기를, 지금 곁에 있는 존재들을 제발 지켜주길, 인간 본연에 자리잡고 있다고 믿는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 그러겠습니다~~

하찮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들을 찾아내고야 마는 작가라고 하니 더 기발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또 찾아와주시길!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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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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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엘리버에터 속의 아이><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조영주 작가의 신작으로 요다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제목 크로노토피아라는 단어가 낯선데 자유로운 시공간을 뜻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다. 이 소설은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바탕으로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사실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라면?

 

우리는 생을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우주 안에 있다면 여러 번 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큰 실수를 했다면 다시 되돌려 잘 해보고 싶고, 여자가 아닌 남자로도 살아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돌릴 수 없다 해도 모험이라 여기며 살 수 있을까? 정말이지 딱 좋은 생을 살게 되었는데 지속할 수 없다면? 그 역시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만다.

 

책 소개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았지만 책을 펼친 이후에는 주인공 소원에게 빨려들어갔다. 아홉 살 소원이 사는 곳은 진정아파트, 엄마는 소원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소원이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님이 집에 오는 날이면 소원은 집밖으로 나간다. 그날도 새로 이사 온 현우를 만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가는 실험을 하는 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과거로 가는 법을 듣고 소원은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정말 다른 세계로 간다. 진정아파트는 그대로지만 엄마눈 없는 세계. 방치와 학대만 일삼던 엄마는 없는 게 더 나을지도. 그러다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는데 소원은 그저 엄마가 안전하길,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정신을 차렸을 땐 엄마 얼굴을 한 이신애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소원은 여러 번의 삶을 살게 되지만 이신애가 엄마이고 정지훈이 아빠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그들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아파트의 붕괴를 막기 위해 건축가가 되었다가, 아예 아파트 전체를 사들이기도 하면서 애를 쓴다. 그렇게 동일한 시기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소원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행복한 가정이었다. 엄마 이신애와 아빠 정지훈과 함께 살고 싶었다. 그러나 소원은 자신이 왜 이런 도돌이표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조영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소원은 삶과 싸우고, 타협하고, 포기하고, 좌절하면서도 결국 어떻게든 그저 살아내는 게 삶이란 너무나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데요. 저는 그가 삶 속에서 느끼는 성찰이 소설을 쓰는 과정과 닮지 않았는가, 그래서 문학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결국 구원은 셀프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식 논리에 너무 경도되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그랬다면 모두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졌겠지. 물론 계획대로 실천하지 않기도 했거나와 그 와중에 나타나는 변수는 계획안에 없었고 그로 인해 틀어져 애초에 목표했던 고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이 책에서 소원이 깨달은 삶은 그냥 사는 거라는 말은 덤덤한 위로가 되었다. 나는 남과 비교를 많이 하면서 살았다. 애쓴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안달복달했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자학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제대로 잘 할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번 생은 한 번뿐이고 지금의 선택과 행동을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게 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제 이만큼 살아왔으니 그냥 살아보자. 애면글면하지 말고 무덤덤하게. 작가처럼 소설을 쓰며 셀프구원할 깜냥은 안 되지만 나를 구원할 방안을 찾아봐야겠다. , 또 비교했다. 턱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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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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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발로 걷고 날지도 못하는 인간 이 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의 미니 소설 <날개가 전해 준 것>에서...


인간은 욕심쟁이라 뭐든 탐내는데 하늘에까지 발자국을 남겼다간 큰일이라는 야에씨(할머니 앵무새) 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얼마나 다행인가. 땅이고 바다고 할 것 없이 오염시키고 인간 아닌 다른 생명체들을 죄다 잡아먹는데 날개까지 있다면 어땠을까. 지구의 주인인 양 최상위 포식자처럼 굴며 미래의 동족들을 위한 배려도 없다. 그들이 살아가야할 지구를 깨끗이 쓰고 물려주겠다는 책임감도 없지 않는가.


야에씨는 인간은 자신들만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 했다.

얼마 전 읽은 루시드 폴의 글과 연결되었다. 모든 생명들은 말하고 노래한다. 인간이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고차원적 의사소통을 하는 존재라며 젠 체하지만 뱉어내는 말이 가히 아름답지만은 않다.


야에씨는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아기새는 미유키네 집으로 보내졌다. 미유키와 친구가 되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미유키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혼자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은 인간이 집을 비울 때 어떨지 생각해보곤 한다. 우리집 고양이들은 내가 없을 때는 무얼하고 지낼지 늘 궁금하다. 여행이라도 떠나있어면 그 녀석들이 눈에 밟힌다. 그나마 세 마리가 같이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집에 들어올 때 문 앞으로 오는 녀석이 있는데 나를 반기는 표현인 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맑고 반짝이는 그 눈망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간의 언어가 무색해진다.


미유키네 엄마는 아기새에게 인간의 인사말을 가르친다. 그리고 병원으로 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새는 차츰 미유키와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고 마음도 멀어지더니 다른 주인 집에 보내졌다.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났고 아기새는 새장을 벗어나게 되었다.

인간의 집에서 살던 동물이 집을 벗어나게 되면 생존이 어렵다. 그것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인간들이 있다. 지구를 제 집처럼 생각한다면 이토록 훼손하지 않을 터이고, 저와 같이 살던 생명을 가족이라 여긴다면 버릴 수 있을까.


아기새는 고향으로 돌아왔고 자신을 알아본 나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이라면서 새의 사명은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 때 아기새는 자신의 이름이 ‘리본’이라는 것을 기억해낸다. 리본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다렸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새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이 새의 사명이라고 했다. 이 책은 새의 시각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은유와 함축이 있었지만 어렵지는 않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리본의 다음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나는 다정한 목소리를 기다리던 리본이 미유키와 재회할 장면이 그려졌다. 떨어져있는 동안 고난을 겪은 미유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 같다.

모든 생명체에는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나무의 말은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구와 다른 생명에게 도움을 주진 못해도 더 이상 해는 끼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진짜 노력해야만 할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죄를 짓는 거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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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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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시드 폴을 싱어송 라이터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는지도 몰랐다. 돌배게 출판사에서 루시드 폴의 단독 산문집이라는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책을 받아보니 표지의 질감이 색달랐다. 확인해보니 커버와 속표지가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라고 했다. 또한 비목재지(Tree-free paper)라는데 원료가 사탕수수 찌꺼기, 농업 부산물이란다. 뒷 표지 상단에는 점자가 찍혀있고 자신의 목소리로 오디오북도 제작했다. 그의 글을 읽어보니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는 귀 기울이는 음악가다. 그는 세상 아주 작은 것들의 소리도 듣고, 듣는다는 게 가능할까 싶은 것도 들으려고 한다타자의 아픔까지도.


p.53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에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다. 그런 소리로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그 음악을 함께 듣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타자의 아픔은커녕 제 옆에 있는 이의 말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 세상이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과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배척하고 비난하는 시절이다. 그의 생각들을 좇다보니 나는 얼마나 귀를 막고 살고 있는가 부끄러워졌다.


1나를 기울이면에서 그는, 듣지 않는 이들은 결코 자신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기울이기만을 원하거나 혹은 강요한다 고 말했다. 속표지에도 싸인과 함께 나를 기울이는 마음” 이라고 썼다. 나를 기울여 세상 작은 소리마저 세세하게 들어보자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음악이라는 단어의 범주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노랫말이 있고 악기로 하는 연주를 음악이라고 한정지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소리를 내며 그것은 음악이 된다. 그는 들을 수 없는 소리는 세상에 없다고 했다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짓는 그는 언제부터인가 나무를 만나면 나무의 상처부터 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만일 나무가 비명을 지를 수 있다면 나무들을 더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무가 잘릴 때 이웃 나무는 친구의 비명 소리를 듣고 상처를 보호할 물질을 미리 준비할 거라는 상상도 했다.


다큐멘터리 <수라>를 다룬 글을 읽으면서는 내가 눈물 흘린 이유를 찾았다.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p.217


스크린을 조용히 채운 수많은 아름다운 이들,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나도 잠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았던 거다.


나는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린 거 외엔 한 일이 없는데 음악가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p.218


아름다운 갯벌과 갯벌의 아름다운 친구들을 떠올리며, 세상이라는 이 험하고도 아름다운 비단에 수를 놓듯 한 땀 한 띰 노래를 남기고 싶다. 마침내 쇠검은머리쑥새가 승준에게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었듯 내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언제라도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만일 언젠가 동필을 만나게 된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본 건 죄가 아니라고. 그건 축복이라고. 아름다운 당신들을 만나 나는 오늘 너무나 커다란 축복을 받았노라고.


그는 섬세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민하게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며 글까지 쓴다. 나는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가. 나를 먼저 기울이면서 살고 있는가. 그의 글은 나를 많이 반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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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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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의 저자 임승남씨는 제 생시도 모른 채 전후의 서울 하늘에 내던져져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그의 인생사가 소설이라면 어쩌면 더 공감하기 쉬웠을까. 전후 한국 현대사를 역사책에서 배운 MZ세대는 어떨까.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핍진했던 그의 생을 진솔한 글로 만난 독자들은 저마다의 경험치에 따라 공감 포인트가 다를 것이나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느낄 것이다. 또한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은 독자들에게, 이해찬 전총리의 추천사처럼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슴없이 한발짝 내딛을 용기를 선물’받게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던 책 <새 마음의 샘터>를 통해 거듭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이 책을 통해 배움에 눈을 떴고 그야말로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고치기 위해 자신의 이전 삶을 반추해보았다. 그것은 자신을 성찰하는 행위였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지적 수준이 높은 다른 죄수들이 읽던 책 속 유명 지성인의 삶이 얼마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지 스스로 깨쳐나갔다

저자가 1976년 대전교도소에서 출감한 후 그해 11월 태두출판사의 월급 3만원 짜리 영업 배본사원이 된 것은 어쩌면 운명 같은 일이었다. 그 후에 그가 돌베개 출판사의 사장이 되어 한국 출판계의 산 증인으로 활동한 이력들을 나는 몹시도 흥미롭게 읽었다. 70~80년대 출판 시장의 상황과 황석영 작가의 출간 이야기, 이해찬 전총리와의 인연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책과 작가, 출판에 관심이 있는 나로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진심을 다해 일했다. 비가 새는 사무실에 책이 젖지 않게 하려고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아예 퇴근을 하지 않고 사무실 소파에서 자다가 바닥에 차는 빗물을 퍼냈다. 영업하는 서점에 가서 일을 거들다 사장과 같이 문을 닫을 때도 많았다. 그러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서점안 골방에서 자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그는 인문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책을 내면 사회를 맑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자신처럼 교도소를 들락거린 이들을 인간쓰레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자들이 우리 사회를 더 흐리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악이 무엇이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소위 지식인들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한국 경제의 전개과정>,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프란츠 파농> 같은 책들을 기획 판매했던 저자는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도 출간하였고 이소선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고 인세도 올려드렸다. 민중운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무크지 <현장>을 1984년부터 3개월에 한번씩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전적 책 <걸밥>을 1986년에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책에는 전두환 정권의 핍박을 받은 내용도 나오는데 영화 <서울의 봄>을 본 젊은 독자라면, 정권을 무력으로 찬탈한 전두환이 이후에 출판계에도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해찬 전총리와 엮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저자가 쓴 최후진술서는 그의 인생 요약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독했으면 좋겠다. 그의 생이 우리의 답답함을 위로해 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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