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
변재원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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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김영사의 블라인드 서평단용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예전에 동물원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중학생들과 토론수업을 한 적이 있다. 크게 동물들이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는 주장과 인간(특히 아이들)이 다양한 동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허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주장들은 사실상 그 두 주장의 곁가지였을 뿐 아이들 입장에서 동물원이 없어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렇다면 동물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데 아이들에게서 그런 의견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나 역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동물원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일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되면서 동물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에세이에서 시작해 반려동물 산업을 다룬 책을 읽은 후 동물단체에 기부도 시작했다. 관심은 자연스레 자연 생태 다큐로 옮아갔고, 관련 서적은 물론 육식과 채식을 다룬 책, <클린 미트>(체세포로 만든 배양육)도 읽었다. 이러한 독서활동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오만한 종인지를 절감했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님에도 독재자처럼 굴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침없다. 인간이 가장 우월한 존재라면 다른 종들도 이 생태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시 동물원을 생각해보자. 인간에게 동물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존치하고 있다면 동물원 동물들의 삶의 질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동물의 생태를 더 공부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동물을 돌본다는 것이 지극히 인간적 사고에 입각한 것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동물과 역지사지한다는 것 자체가 안 될 일이니 말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는 어른들이 사고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보면 어떨까. 동물들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의 생태에 대해 알아 본 후 동물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때 읽어보면 아주 도움이 될 책이 나왔다.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는 청주동물원 수의사 변재원씨의 에세이다. 동생처럼 키우던 개를 치료하고 싶어서 수의학과에 진학했고 군 생활을 하던 연평도 바닷 속 장관에 사로잡혀 해양동물 수의사가 되었다.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동물들은 해양동물뿐만이 아니었다. 카멜레온,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재규어, 수달, 홍따오기, 물범, 바다코끼리, 비버, 바이칼물범을 돌본 이야기가 1장 아쿠아리움에서 에 펼쳐진다. 모든 초보들은 어설프지만 초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그가 첫 직장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동물들에게 보인 행동은 진심 한가득이었다. 정확하지 않은 추정나이와 체중뿐인 정보만을 들고 새로 들어온 물범을 오진했다. 갈팡질팡하던 끝에 수조 속에 새끼를 낳은 것을 보고서야 임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내 사육 물범의 출산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어미가 출산한 새끼를 외면하자 수의사가 돌보게 되었다. 새끼 물범 케어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라 물범 전용 분유를 제조하는 것부터 먹이는 것까지 담당 사육사와 저자가 번갈아가며 돌봤다. 그는 자신이 아빠 물범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그렇게 변수의사는 착실히 임상경험을 쌓아 나갔다.

나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면서 여러 동물병원을 전전하다보니 수의사들이 인간 의사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과별로 전문의가 있지만 동물병원은 수의사가 모든 과를 진료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을수록 진료를 잘 한다. 우리집 러시안블루 암컷은 중성화수술이 잘못되어 죽을 뻔했고, 수컷은 아파트 10층에서 추락했지만 앞다리 한쪽만 골절되고 무사했다. 막내 스코티쉬폴드싱글 수컷은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중이다. 이사 후에 다니던 병원이 멀어 가까운 곳에 가서 중성화 수술 했다가 잘못될 뻔 했던 고양이를 예전 병원에 데려가 겨우 살렸다. 재수술 받은 후 멀어도 그 병원에 다닌다.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소개받아서 찾아간다.

2장 청주동물원에서 는 그곳의 동물들과 사육곰에 대한 이야기, 안락사당할 뻔했다가 터를 잡은 늙은 강아지, 동물 밖 야생동물 사연까지 두루두루 다룬다. 저자가 언급했다시피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2장에서 다룬 사육곰의 운명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1980년대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곰을 수입하여 사육하는 것을 권장해놓고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곰을 애물단지로 만들어버렸다. 청주동물원은 2018년부터 사육곰을 동물원의 식구로 받아 지금은 다섯 마리의 곰이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아직 당진에는 국내 최대 곰 농장이 있는데 청주동물원의 수의사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에 봉사활동을 나간다. 2026년부터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나 여전히 전국에 300마리가 넘는 곰이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2025년까지 구조되지 못하는 곰들은 모두 도축될 운명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이 애꿏은 생명을 학대하고 기어이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3장 동물원의 꿈에서는 저자가 그동안 만난 동물들의 삶의 질에 관한 생각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저지른 과오들을 씻어낼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생태계안의 모든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독자도 생각해볼 문제들이지만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p.170~171

따지고 보면 서식지 파괴, 외래종 밀반입 및 유기 등 문제의 원인은 전부 인간에게 있는데 또다시 인간에 의해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유해 조수 혹은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되어 인간의 손에 관리(라는 이름으로 제거)된다. 생태를 가장 교란하고 잇는 종은 인간이건만 죄 없는 동물만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죽임을 당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포획되는 방식까지도 잔인하기 그지 없다. 포상금을 노린 인간들의 총에 맞거나, 틀이나 덫에 갇히거나, 산 채로 묻힌다. 다친 동물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좀 인도적인 처분을 고민할 수는 없는지를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해결책이 제거나 퇴출뿐이라면 마지막 순간이라도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을 고려할 수는 없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청주동물원이 기존의 동물원과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 장애가 있는 동물의 사연을 알려주고, 장애인도 관람할 수 있으며, 죽은 동물을 추모할 수 있는 곳. 전국의 동물원이 청주동물원처럼 동물권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곳이 되면 좋겠다.

p.195

팀장님과 내가 바라는 동물원의 모습은 어떤 특정한 운영 방식이 아니라 동물원 수의사로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사람에게 길들여져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이나 열악한 시설에서 고통받는 동물을 이런저런 고민 없이 받을 수 있고, 그들의 여생을 동물원에서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오로지 동물의 안위와 평안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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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 커플, 육아, 공동체로 보는 다정한 풍경들
신성미 지음 / 크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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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소설을 읽는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못가니까 여행 책자 보며 간접 여행한다.

이민 가고 싶지만 못가니 다른 나라에 사는 한국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대리 만족한다.

책은 이렇게 나를 먼 곳으로 데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다. 활자 안에서 나는 한껏 자유롭다. 즐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은 최근 읽어본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 중 최고였다. 동아일보 경제, 문화부 기자 출신인 저자 신성미씨는 미국여행에서 만났던 스위스 남자와 결혼해 스위스에 산지 10년이 되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살면서 겪은 일들을 책으로 냈는데 기자출신답게 전달력, 구성력은 물론 삽입된 사진까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물론 편집자의 노고도 큰 몫을 했겠지만!


내가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건 몹시 단편적이었다. 중립국, 융프라우, 루체른 페스티벌과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정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그려진 스위스의 자연에 매료되었다. 스위스는 인기 여행지 중 하나지만 그 드라마 이후로 더 많은 이들이 여행가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여행만으로는 한 나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여행 중 가이드가 알려주는 정보는 여행 후엔 다시 오지 않을 썰물처럼 밀려가버린다.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에서 저자는 스위스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부터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보여준다. 읽고 있으니 마치 그곳에서 저자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결혼과정을 공개하며 스위스의 결혼문화에서 시작해 출산, 육아, 가족 및 이웃들과의 교류가 어떠했는지 그곳에서 살아온 시간 순서대로 엮었다. 중간중간에 독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정보들도 쏙쏙 집어넣어 에세이에 실용성을 더했다. 



스위스는 이민이 쉽지 않은 나라이고 물가 수준이 어마어마해 한 달 살기를 해보기는 힘들다. 또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스위스의 전반적인 사회제도와 문화들 중 일부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도 쉽지는 않다. 여러 면에 있어서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산이 많은 지형인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스위스의 면적은 경상도 정도이며 인구는 900만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거형태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일상생활 모습도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만하다 책을 덮기엔 아쉬운 마음이다. 스위스 사람들처럼 살 수는 없지만 과감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저자도 스위스를 무조건 따라하라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든 일상에서든 차용해 볼만할 것들은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난관이 많다며 먼저 선을 그으면 다른 나라의 어떤 장점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어떤 것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 그것을 해내기 어려운 이유를 구구절절 갖다 대는데 변명거리를 찾을 시간에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기는 게 낫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놀랐다. 결혼 초창기 내가 꿈꾸었던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방식, 교육관 등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겨 성공한 것도 있고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한 것도 있는데 스위스였다면 대부분 이루어졌지 않을까 싶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가정(커플)을 최우선으로 두는 문화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대개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였을 때에만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가족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거 커플이 많고 동성혼도 합법이다. 가족 행사나 모임에 어떤 형태의 커플이든지 같이 참여한다. 부모가 각자 재혼했더라도 자녀는 양쪽의 커플들과 무람없이 만난다. 출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비혼 상태에서의 출산은 거의 손가락질 대상이다. 최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6명 대인 반면 스위스는 1.5명 정도다. 가족과 사회가 새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교육시스템도 많이 다르다.


스위스에서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양육하여 독립심을 키우고,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 용돈을 벌어쓰고,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것은 당연하고, 결혼할 때 부모로부터 일체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는다. 파트너와 가정을 가장 우선해주고 은퇴 후에도 연금으로 남은 생애를 여유롭게 누릴 수 있다. 이런 식의 생애주기가 가능한 이유는 스위스의 문화와 사회제도가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만난 스위스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독립적 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게 아니라 탄탄한 유대를 형성해 커플을 이루고 나아가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흔히 서양은 개인주의적이고 동양은 공동체를 중시한다는 말은 스위스에서는 아니었다. 고독사가 늘어나고 전연령대의 자살률이 세계 1위를 찍는 우리나라의 공동체의식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도 딸의 몸조리를 위해 스위스에 와서 지내는 동안 그 동네 사람들의 모습에서 1960년대 우리나라가 떠올랐다고 했다. 21세기 유럽의 어느 마을에서 만난 끈끈한 이웃 간의 정을 부러움과 아쉬움의 눈길로 바라보았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스위스 관찰기를 스위스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한국과 많이 다른 사회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썼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혔다. 나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면서 지금 결혼을 계획하고 있거나 신혼인 사람들, 임신중이거나 영유아 자녀가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스위스만큼 가정을 우선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어떻게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지를 계획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고 싶다한들 현실적인 난관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책이 응원해 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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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아기훈육법 -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기와 소통하는 0~5세 육아의 기본 필독서
김수연 지음 / 시공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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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본다’, ‘눈치 좀 챙겨’라고 말할 때 ‘눈치’는 부정적 의미다. 그런데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아기훈육법>의 저자 김수연씨는 ‘건강한 눈치’라는 용어을 사용했다. 모순이 있는 말처럼 보이는데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기초가 되는 ‘건강한 눈치’는 0세부터 시작하는 아기훈육법으로 가능하다고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어떤 행동은 강화하고 어떤 행동은 절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한데 부모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기가 부모의 반응을 의식하고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어야 말로 규칙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0세부터 어떻게 규칙을 인지시킨다는 말인지 의아할 터이다. 1부에서는 아기훈육의 필요성과 사전 준비, 아기의 기질과 공격성, 상황별 훈육법 13가지를 다루었다. 2부는 발달기별로 아동의 특성과 훈육법, Q&A까지 친절하게 실어 두었다.


아기의 뇌발달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아기가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안와전두피질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안와전두피질이 잘 발달되어야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조절이 가능하고 삶의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 감정이입능력, 감성과 이성 간의 균형유지력 등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며 대인관계를 발달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학생들과 책으로 수업해왔다. 코로나 시기에 잠시 쉬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했는데 예전에 만났던 아이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확연히 달라졌다. 내가 만난 아이들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이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고학년 남학생들은 게임에, 여학생들은 아이돌에 관심이 많다. 나눔과 기부에 대한 수업을 하고나서 앞으로 기부하겠냐고 했더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정의 경제력과 상관이 없었다. 문해력은 이전보다 떨어졌고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며 공감력도 부족하다.


지난 3월부터 수업을 시작한 6학년, 3학년 남매는 감정의 진폭이 너무 크다. 여태 만나온 학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 남매의 행동에 나는 꽤 놀랐다. 3학년 여학생은 45분 수업 시간동안 감정표출이 널을 뛰고 내 말은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6학년 남학생은 엄마에게 욕을 한다. ‘앞으로 이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까...’싶었는데 이번 책을 읽고 보니 ‘영아기 때 감정훈육이 잘 되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아기훈육법>을 예비 부모와 영유아를 기르는 엄마 아빠들이 꼭 읽고 실천하면 좋겠다.



이 책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다. 그렇다고 전체를 요약할 수는 없으니 1부의 내용 몇가지를 발췌한다.


- 과잉보호는 부모의 자기 위안적 행동일 수 있어요

: 과잉보호 속에서 성장한 아기는 생후 7~9개월만 되어도 엄마의 관심을 계속 받기 위해서 거짓 울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후 7~9개월에 시작되는 거짓 울음은 커가면서 뒤로 나자빠지거나 데굴데굴 구르거나 일부러 토하거나 머리를 박는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초보 부모는 데굴데굴 구르는 아기가 무섭고 안쓰러워서 아기의 요구를 다 들어주게 되고 아기는 커가면서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화가 나는 감정을 달래지 못하고 더 심하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현하게 됩니다. 말이 트이면서는 부모를 공격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기도 합니다.


- <아기훈육>은 체벌이 아니에요

: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기훈육>은 아기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 체벌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아기의 긍정적인 행동에는 웃어주고 다가가주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어 아기의 감정조절능력을 높이는 양육 태도입니다. 이러한 부모의 반응이 반복되면 아기의 뇌에서는 자연스럽게 부모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은 강화하고, 부모가 관심을 두지 않고 거리를 두는 행동은 줄이도록 신경망이 형성됩니다.


- 아기에게 충분한 관심과 칭찬을 해주세요

: 평상시에 아기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충분히 칭찬해 주세요 그래야 아기훈육을 할 때 부모가 침묵하며 거리를 두어도 부모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강한 눈치가’가 발달하게 됩니다.


- 천천히 다가가기(15초 기다리게 하기)

: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서 불편함을 느끼면 울면서 부모를 부릅니다.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부모의 목소리만 들려도 부모가 자신의 속상함을 공감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배가 고프다거나 기저귀가 젖었다고 아기가 울고 있다면 아기에게 다가가기 전에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먼저 말해주고 천천히 다가가주세요.

차분한 마음으로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아기에게 다가가기까지 15초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15초는 아기가 스스로 속상한 감정을 추스를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15초 후에 엄마가 자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아,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가 오는구나. 굳이 크게 울 필요가 없겠네'라는 감정조절신경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부드러운 태도로 공감해주기

: 아기가 울 때 부모가 당황한 행동을 보이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면 아기의 불안은 더 심해짐니다. 또한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 때 너무나 미안한 감정을 표현한 다면 아기는 자신이 배고프면 안 되는데 배가 고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고, 미안, 미안. 이유식이 늦어서 배가 고팠지?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라는 격한 감정의 태도로 접근하지 말고 "아이고, 우리 아기 배가 고팠네. 괜찮아요. 천천히 드세요!" 정도의 느리고 부드러운 태도로 공감해줘야 아기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조금씩 덜 울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 유아 안전문 활용하기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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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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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오늘의 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나를 만든 건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의 결과이다. 그런데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와 함께 만약 다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현재의 우리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타임슬립 소설 속 주인공에게 온 기회를 보며 독자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본다. 과거로 돌아가서 주인공이 하는 선택에 동의하며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이 바꿀 미래를 적극적으로 그려볼 수도 있다. 그러다 내가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과거의 시점은 언제일지 톺아보다 어느새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에 흐뭇해할 수도 있다. 바로 타임슬립물의 재미다.


<페인트>의 이희영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소재로 독자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데, 이번 신작 <셰이커>는 처음으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서른 두 살의 나우는 오랜 친구였던 하제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다. 그런데 하제는 고3때 죽은 절친 이내의 여친이었다. 만약 이내가 그 때 죽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죽은 놈만 불쌍하지, 네가 어떻게 하제와 결혼할 수 있냐는 타박을 들은 나우 역시 이내가 살아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며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모임이 끝난 후 하제가 돌보던 고양이와 아주 닮은 검은 고양이에게 이끌려 도착한 바에서 칵테일을 마신 후 이내는 열아홉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나우의 목표는 이내의 사고를 막는 것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 이내를 살리고 싶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고통 속에 지냈던 하제에게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독자가 만약 나라면 이내를 살리고 싶을까?’라는 잠시의 망설임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작가는 그 시절 나우와 이내, 하제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결국은 몇 번의 칵테일을 마시고야마는 나우의 혼란스런 감정 속에 홀딱 빠져들게 만든다.


돌아간 과거에서 주인공은 보통 누군가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자신이 되돌려 놓으면 분명 모두가 행복할 거라 예상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바꾼 과거 때문에 발생할 변수는 예상치 못하고 또 다른 국면에 당황스러워한다. 이것이 바로 타임슬립물의 묘미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학창시절로 돌아간 주인공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을 위로한다. 현재의 네 삶이 몹시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겠지만 괜찮다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도 결과가 내 맘대로 안 되니 맥빠지더라도 버텨보라고. 나우의 독백 속에서 만나는 문장들은 어른이 되어 십대의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처럼 들린다.

 

"세상은 내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 억울한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장을 누빈 장수의 몸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흔이 생긴다. 이런 깨달음이 하나둘 늘어가면 세상은 비로소 그를 어른이라고 부를까."


나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 독자 입장에서 나는 나우가 대견한 한편 안쓰러웠다. 나우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어른처럼 보이지만 여리고 섬세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그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시간여행을 통해 깨달은 생각의 편린들을 쫓다보면 이만큼 나이 먹는 동안 나는 저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하루하루를 빠듯하게 사느라 앞뒤 돌아볼 겨를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조용히 나를 지켜볼 여유는 가지지 못했다. 서른둘 나우가 좋지 않은 자유와 쾌락을 절제할 수 있는 게 진짜 어른이란 사실을 깨달으며 자신에게 하던 말,

진짜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진짜 어른인가? 누구의 간섭도 강요도 받지 않는 나이다. 자유로운가? 떳떳한가? 그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어른이라면...


, 소감 하나 덧붙이자면, 마지막 나우의 선택과 하제의 대사는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가 그려낸 그들의 성격상 그런 결론이 맞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빚을 털어낸 그들의 미래를 독자에게 맞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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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 -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아이 마음, 심리학이 답하다!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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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양육하다보면 당황스런 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가 많다. 특히 첫째 아이인 경우 부모도 육아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고, 보통은 ', 뭐가 문제지?‘ 또는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 이는 직면한 상황을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고, 부모라는 타이틀 안에 원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경민 심리치료사는 먼저 아이들의 다양한 증상 발현을 문제라고 지적하지 말자고 한다. 그런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머무르며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비난이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인을 찾는 것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한편, 자신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반성 모드로 살아간다. 그러나 저자는 부모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격려한다. 아이를 바른 방향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고, 부모 스스로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에서 저자는 위 두 가지를 말하기 위해 유수의 심리학 및 아동발달 이론을 빌려와 다섯 장에 나누어 하나씩 풀어 설명하고 있다. 1장 멈추어 바라보기에서는 부모의 내면세계에 담겨 있던 무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별명 짓기로 탈융합의 과정을 돕는다. 아이의 기질(클로닌저의 심리생물학적 인성모델)을 파악함으로써 자녀를 교육할 때 아이의 기질에 맞는 효과적인 접근법을 찾아볼 수 있다. 2장 부모와 자녀로부터 독립하기에서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을 통해 단계별 발달과업을 제시하고 아이 독립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3장 아름다운 거리 유지하기에서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 및 존 볼비의 4가지 애착유형을 통해 아이와 부모 간에 필요한 적정한 거리,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 자녀와 더불어 성장하기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영문 모를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고전적 조건형성을 통해 알아본다. 5장 행복한 삶 완성하기에서는 에릭 번의 3가지 의사소통 유형,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방법, 도덕성과 행복의 상관관계, 5가지 갈등 해결 유형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색한다.


각 장의 처음에 여는 글을 두어 그 장의 개괄적 내용을 설명하고 챕터별로는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각 챕터의 첫 부분에는 어떤 상황을 예시로 든 다음, ‘부모를 위한 심리 가이드에서 저자의 실제 경험이나 상담사례를 가져와 심리치료사로서 가이딩을 한다. 마지막 실전연습에서는 잘 되었거나 그렇지 못한 예를 보여준 뒤 이상적인 방향 혹은 위로가 되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은 부모들이라면 제목을 보고 또 이런 책을 읽어야 할지 잠시 망설일 수 있겠지만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듯 심리 이론 책을 읽었어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는커녕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못하거나 벌컥 화만 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시 그런 상황이 없을 리 없다. 가까이에 두고 자주 찾아 읽어볼 부모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쿵하고 돌덩이가 던져져 빠지직 금이 가면 신념이라 믿었던 생각들이 스르르 녹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공감한다는 것에 대해 내가 조금 잘못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p.239~240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가치를 판단해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처한 상황을 알고 기분을 함께 느끼는 것에 가깝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말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가 늘어놓은 푸념에 고장 난 기계처럼 반응하거나, 자꾸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부모가 많습니다. 부모는 좋은 뜻에서 충고한 것이지만 그런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점차 입을 닫게 됩니다.


이는 꼭 아이들과의 대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끼리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상대에게 공감은커녕 너만 그런 줄 아냐? 나 때는 더했다는 라떼 꼰대버전이나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못했네, 이렇게 한번 해보라며 평가, 충고하는 어쭙잖은 교수버전을 시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났지만 나의 육아방식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라도 아이들은 물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 공감대화법(나전달법, GIVE기법)을 활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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