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엮음 / 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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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까무룩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제 복을 비는 기도만큼 이기적인 것은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후론 빌지 않았다. 원래 종교도 없었거니와 기독교가 국내에 기복신앙으로 잘못 정착했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자식이 시험에 합격하길 빌려고 새벽기도를 다니거나, 팔공산에 몇번을 오르내렸다는 사람들의 말에 콧방귀를 끼었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시험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부모의 기도가 무에 그리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싶었다.

 

모든 결과는 곧 본인이 했던 무수한 선택의 결과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할 땐 잘 된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가족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기거나 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기도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 내 탓인가 싶은 맘 한자락이 슬그머니 올라오곤 했다. 가족에겐 스스로에게만큼 단호한 심정이 되지 못했다. 기도까지는 아니어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세세하게 챙기는 것은 내 몫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가족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인데 이루어진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배철수씨가 자신의 방송에서 DJ로 만족하며 노래를 다시 부를 일은 없을거라고 말할 때 나는 그가 꼭 다시 노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구창모씨와 몇 년 전 전국 콘서트를 시작했고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벅찬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위암 수술 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쇠잔해진 모습으로 말러를 지휘할 땐 내 몸이 연신 부르르 떨려왔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짓이었으나 눈빛만은 형형했다. 지휘단상 위의 아바도를 계속 보고싶기도 했고 좀 쉬길 바라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이렇게 빌었다. 제발 그를 오래오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러나 그는 2014년에 세상을 등졌다.​​

 

기도는 하늘에 올리는 시, 시는 땅에 드리는 기도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라는 시집을 이문재 시인이 엮어내면서 부제로 쓴 문구다. 시와 기도가 다르지 않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나는 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 만큼 시와 그리 가깝지 못했다. 중학교때 국어 숙제로, 혹은 친구에게 편지 쓰며 외던 때 이후로 점점 시와 멀어졌다. 부제처럼 기도하듯 시를 욀 수 있을까. 기도든 시든 부담없이 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 기도하듯 시를 쓸 깜냥은 못되니 시인의 말대로 이 책에 실린 시 뒤에 연결하여 뭐라도 끄적대어 볼까 했다.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럼 베껴쓰기라도 해보려고 오랜만에 종이와 펜을 꺼냈다. , 필사라고 어디 쉬우랴. 오랫동안 손놓고 있었는데 손글씨가 예쁠리 만무하지...

 

책 제목을 여러번 써보다 시인이 언급한 쿤제의 '은엉겅퀴' 를 소리내어 읽었다.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겠다는 시구에서 이문재 시인은, 인류의 스승들이 일러준 황금률을 이토록 간명하고도 깊이있게 표현한 시를 본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종결어미를 바꾸어 평생 붙잡아야 할 기도문으로 변주했다.

 

남들의 그림자 안에서 내가 빛나게 하소서



 

부끄러운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는 시들이 이 책에는 많다. 현재 고뇌의 뿌리가 어디인가에 따라 눈길이 오래 머물 페이지는 독자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럽고 날씨마저 푹푹 찌는 때엔 누구라도 심상하긴 어려울 테다. 기도까지는 아니어도 수런거리는 맘을 진정시키고픈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물론 이문재 시인은 기도와 시가 다르지 않다 했지만...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할 일에 용을 쓰던 시절에 주문처럼 되뇌었던 시가 맨 첫 페이지에 있었다.

 

 

니부어의 기도문이 이해인 수녀님의 '오늘을 위한 기도' 속 시구들과 겹쳐 읽혔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우루과이 한 성당 벽에 쓰인 기도문의 한 자 한 자는 말만 번드르르한 가식덩어리인 우리에게 내리치는 죽비같은 호령이다.


 

 

시를 외기는커녕 읽을 시간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이문재 시인은 이렇게 썼다.



 

눈 감고 한숨 가다듬는 것으로도 기도가 된다고...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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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뒤집어지는 인간관찰기
이도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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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기발랄한 책을 읽었다. 그간 자신의 직업세계를 그리는 에세이들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근사한 글은 처음이다.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도훈씨는 제11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리오네트 지하철>을 바탕으로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출간했다.


나는 부산지하철 2호선 증산역(부산에서 양산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역) 근처에 살기 때문에 2호선을 이용한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하철 기관사라는 직업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맨 앞 칸에 타기 때문에 증산역을 지나 호포역에 도착하면 기관실의 문이 열리고 기관사가 교대하는 것을 본 적은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한 번도 올려다본 적은 없지만 이도훈 기관사가 교대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 듯 지하철을 늘 타고 다니면서도 지하철을 모는 기관사의 노고는 전혀 몰랐다. 이 책은 우리가 제 발처럼 이용하는 지하철이 안전하게 운행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지하세계 어벤저스 팀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제 시간에 출근하고 약속 장소로 갈 수 있다. 그 어벤저스 팀의 탑이 기관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솔톤’이다. 말하는 이의 목소리가 일명 ‘솔톤’이면 밝고 경쾌하게 들린다. 글도 ‘솔톤’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각 상황에 꼭 맞는 비유는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다가 기어코 ‘푸합’하는 소리를 내고 낄낄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텔러의 ‘솔톤’도 대화 내내 이어지면 피로하다는 것을 아는 그는 절묘하게 완급조절을 해냈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혹은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들 속에 기관사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수고로움이 들어있다. 지상에 사는 우리는 지하 세계의 작동시스템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없다면 결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이 책으로 알렸다. 지하철 기관사의 고충과 애환을 읽으면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글이 단순히 지하철 기관사의 직업세계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기관사이기 전에 그는 이도훈이라는 개인이고, 개인이 모인 집단은 어떤 직업군이든 간에 어슷비슷한 갈등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갈등과 개인적 경험 및 고민을 읽으며 독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출발하여 마지막엔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글솜씨가 아주 맛깔스럽다.


예컨대 2부의 에피소드는 제목이 ‘기관사 기량경진대회와 후라이드 치킨’이다.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이렇게 지레짐작했다.

‘기량경진대회의 부상이 후라이드 치킨? 좀 약소한데...’

그러나 아니었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가? 꼭 책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지만... 크흡, 쏘리!)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감동? 교훈? 이런 것보다는 재미있게 쓰고 싶다. 이도훈씨의 글을 읽으며 나는 또 부러워했다. 아, 이번 생은 망한 건가? 저자처럼 젊지도, 저자처럼 특별한 직업도 아닌, 거기다 글 잘 쓰는 능력도 부족하니... 그는 나를 절망케 했다. 지하철 기관사가 되는 것이 그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게다가 그는 UDT 출신!) 기관사가 되었는데 글은 또 왜 이렇게 잘 쓴단 말인가. 나는 영 안 되는 건가. 요즘 내 글이 만족스럽지 못해 좀 쉬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별 전환점이 된 것도 아니다. 금정연 작가 말처럼 매일, 뭐라도 써야하는데... 리뷰 쓰다 딴 길로 샜다. 그만큼 그의 글솜씨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하철 사고다. 요즘은 거의 없다지만 지하철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급정지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면 기관사는 엄청난 트라우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투철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으로 외로운 운행을 하는 그들에겐 너무나도 큰 고통인 것이다.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도 있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두 시간 반의 운행 시간 동안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고통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감성이 공존한다.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나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특히 부산 시민들은 꼭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하철을 기다리며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의 앞부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내일은 지하철 2호선 기관사에게 손을 흔들어 주어야지~ 손 흔드는 아이에게 맞손을 흔들어주는 낭만을 가진 이도훈 기관사일지도 모르니까!ㅎㅎ 어쩌면 기관사가 나를 주시할 수도 있겠다. 혹시 머리에 꽃을 꽂고 있지는 않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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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팔조로3길 더 나은 세상 3
강성은 지음, 손수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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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새로운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옷이나 신발, 학용품처럼 물건이면 새것을 좋아할 터인데 집이나 마을이라면 어떨까. 불편한 곳을 고쳐서 그대로 쓰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조리 새롭게 바꾸길 바라는 이도 있다. 전자가 지나온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후자는 편리함에 더 가치를 둔다. 살고 있는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 일대가 탈바꿈되고 새아파트에 살 기회도 생긴다. 그러나 입주권이 주어진다해서 누구나 이사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큰 금액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되는 사람은 자신이 살던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 동네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이라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까.


이런 재개발을 소재로하는 동화가 출간되었다. 강성은 작가의 <안녕! 팔조로3>의 주인공 유나가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나는 할머니네 동네에 금방 정이 들어버렸다. 저를 챙겨주고 맛있는 반찬을 해주는 할머니가 좋다. 눈 마주칠때마다 아웅다웅 하는 엄마와 할머니가 서로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이사를 자주 다녀 진득하게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었는데 수찬이, 민지같은 친구가 생긴 것도 좋다.


그런데 옆 동네 팔조로 4구역은 재개발 시공사가 선정되어 곧 철거예정이다. 유나네 동네도 재개발 예정지라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유나 엄마는 재개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고 할머니는 반대한다. 한집에 재개발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의 의견에 유나는 어느 쪽편을 들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지와 헤어지는 게 싫은 것은 확실하다. 동네 사람들도 찬반이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주로 할머니 친구들인데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옛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싫다.


그런데 재개발 될지 모를 이곳에 이사와서 가게를 차린 사람도 있다. 커피와 그림을 파는 가게를 연 화가 아저씨다. 아저씨가 키우는 개 뱅크시에게 홀딱 반해버린 유나는 아저씨와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눈다. 유나는 별것도 없는 이 동네에 아저씨가 왜 이사를 왔는지 궁금했다. 아저씨는 그릴 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라서 좋다고 말했다. 아저씨에게 동네 여기저기를 소개해주면서 유나는 깨닫게 된다. 자신도 할머니처럼 이 동네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좀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와 자신의 삶과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정든 이웃들과 함께 할수 있는 곳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할머니 사이에서 유나는 고민스럽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어느 편에 서야할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주인공들의 갈등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문학을 읽는 맛이기는 하지만 이 소재는 어린이 독자가 공감하기 쉽지 않다. 어른이 같이 읽고 독후 지도를 한다 하더라도 자칫하면 강건너 불구경식 감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재개발 여부를 논제로 토론하려면 이 책만으로 다양한 찬반 논거를 대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토론은 제자리걸음만 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이 소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비경쟁토론이 적합하다.


청어람 주니어에서는 출간하는 책마다 독후활동지를 제공하고 있다. '배경지식쌓기'에서 도시정비사업의 종류와 재개발 찬반 논거를 제공한다. '독서퀴즈''생각나누기', '생각펼치기'로 초등 중학년 이상의 학생들과 독후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독자가 당면한 과제가 아닌 소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 알고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궁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런 독후활은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와 지구의 문제를 숙론하는 태도를 키우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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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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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 음악 관련 서적 읽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 채널 일구쌤19teacher'를 운영하는 안일구씨의 신간 <클래식 듣는 맛>을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싶은 입문자들에게 적격이다. 목차 순서대로 따라가보자.


1부에서 저자는 클래식의 3가지 축을 만드는 사람 작곡가, 들려주는 사람 연주자, 듣는 사람 애호가 로 분류했다. 클래식을 제대로 알려면 작곡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길 권유한다. 작곡가마다 크게는 시대적 환경이 다르고, 좁혀 보면 가정환경이나 성격, 건강 상태,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이 다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냥 유명한 곡 위주의 곡을 감상해도 좋지만 작곡가의 전반적인 배경을 알고 들으면 훨씬 풍부한 감상이 된다. 저자는 바흐, 슈베르트, 드뷔시의 삶을 소개했다.


입문자는 아무래도 유명 연주자의 연주를 먼저 접한다. 그러다가 같은 곡을 연주한 다른 연주자들의 것을 찾아 듣기 시작하는데 이 때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으면 좋다. 이 책에서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를 소개하고 있다. 굴드와 뒤 프레는 알고 있지만 파위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저자가 플룻을 전공해서 파위를 소개한 모양이다. 이렇게 몰랐던 연주자를 소개받는 것이 클래식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세 번째 애호가에서 저자가 언급한 내용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라서 그대로 인용한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바뀌면 음악도 바뀝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가꾸고 바뀌는 것이 나에게도 이롭습니다. (……) 음악에 대해 많은 경험과 지식이 없다 해도 누군가 어떤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의견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됩니다. 결국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클래식의 흐름을 바꾸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입문자는 선호하는 연주자의 연주를 찾아듣는 데에 집중하는데 듣는 사람 자신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의 의견도 필요하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2부 클래식 듣는 맛에서 저자는 클래식 감상은 평생 지속가능한 취미라면서 독자들이 클래식과 친해지고 좋아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음악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작곡가는 작품에 감정을 담고, 연주자는 연주에 감정을 싣고, 듣는 사람은 감정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클래식을 지탱하는 힘입니다.”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듣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남기면 그 감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3부 클래식 제대로 즐기기에서는 입문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을 8챕터에 나눠 알려준다. 오페라의 경우 보통 2~3시간에 달하는 전체를 다 듣기 힘들다. 저자는 꼭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클래식 자체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자신에게 와닿는 작은 음악 한 조각을 발견해 보라고 했다. 그 외 참고할 팁들이 많다. 어떤 채널로 들어도 좋지만 자신만의 음악감상실을 가지기, 한 곡을 끝까지 집중해서 들어보기, 공연장 에티켓 등등.


4부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명작 10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곡마다 QR코드를 첨부해두었으므로 기존에 즐겨 듣던 연주와 비교 감상하기에 좋다. 처음 소개받은 곡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나 친숙해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새로운 선호곡과 연주자를 발견할 지도 모를 일! 이렇게 친절한 안내자를 따라 특별한 순간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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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마을 무지개 학교 샤미의 책놀이터 6
박경희 지음, 불곰 그림 / 이지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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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마을이라니, 고려 사람들이 사는 곳인가? 현재 대한민국에 고려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다는 말인가? <고려인 마을 무지개 학교>라는 제목만 봤을 때 이런 궁금증이 일 것이다. 그 답은 이 동화를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다. 고려인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어른도 있을 테니 이 책은 학부모나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박경희 작가가 곳곳에 배치해 놓은 깨알 정보들이 고려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3년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재외동포 비자,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의 음식과 문화, 이국에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가는 고려인 4, 5세 등등.


이야기의 시작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소년 사샤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장면이다. 사샤의 꿈은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BTS 같은 아이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샤가 살게 될 광주의 고려인 마을은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했다. 사샤가 다닐 무지개 학교에는 고려인뿐 아니라 탈북자, 몽골, 중국, 베트남에서 온 아이들이 있다. 사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빛나 누나는 한국인인데도 무지개 학교에 다닌다. 사샤는 4학년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선생님 말씀은 외계어 같았고 진수라는 아이는 사샤에게 불쾌한 첫인상을 남긴다.


동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가족관계나 교우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오해가 중첩되어 갈등이 고조되다가 어떠한 계기로 해소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주인공은 한뼘 성장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이 고려인이고 배경이 무지개 학교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동화로 고려인과 무국적자,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독자들은 어린이 등장인물에게 공감하고, 이질적인 부분에서는 그들을 이해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런 간접 경험은 어린이 독자들이 앞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났을 때 그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해 줄 것이다. 또 일제의 조선인 강제 징용과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무지개 학교 학생들은 고려인 마을을 소개하는 고려인 마을 무지개 축제를 준비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도 다져나간다. 축제의 마지막, 사샤와 온희, 진수가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하늘에 쌍무지개가 떠올랐다. 7개의 빛깔이 어우러지는 무지개가 쌍으로 피어나는 장면은 무지개 마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것 같다. 모두가 제 색을 빛내지만 조화롭도록 말이다.


탈북 청소년이 등장하는 동화를 많이 써온 박경희 작가가 이번 책에는 고려인 후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을 다룬 작가로는 그가 독보적이다. 우리가 한민족을 강조하면서도 배타적으로 대하는 존재들을 박경희 작가는 늘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는다. 그의 주인공들은 비굴하지 않고 강단있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만든다. 사샤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박경희 작가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계속 건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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