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같은 소리 하네 -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
데이브 레비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지어낸 것이다."

 

"생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과학실험에 가까운 유전자 조작 연어를 식용으로 허가하다니, 식약청의 발표에 몹시 화가 난다."

 

 

위 인용구를 읽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그런가?'
'이야, 심각한데...'
정도로 생각하고 스쳐지나가거나
"정치인 OOO이 그랬다는데 진짜겠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니면...
'말도 안되는 헛소리 같은데...'
'진짜? 확인해 봐야겠는걸.'
하면서 실제 진위를 확인해 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과학전문저널리스트 데이브 레비턴은 <과학같은 소리하네>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과학적 무지와 허위 정보와의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해주길 바랍니다."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이란 멘트로 서두를 시작하는 모든 무지한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팩트체크하여 반론하는 이 책을 읽는 정치인들은 몹시 뜨끔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본인들의 발언을 수정할지는 의문이지만 우리 일반인들은 이런 전문가의 꼼꼼한 정리에 고마워해야할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정치인들이 주로 써먹는 방식을 12가지로 정리했다.

△지나친 단순화 △체리피킹 △아첨과 깎아내리기 △악마만들기

△블로거에 떠넘기기 △조롱과 묵살△문자주의적 논리공적가로채기

확실한 불확실성 △철지난 정보 들먹이기 △정보의 와전 △순수한 날조

그 중 2장의 체리피킹을 보자.
"체리피킹"이란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서 취하고 더 큰 증거는 무시해 버리는 것인데, 그래서 부제를 '과학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다.'로 붙였다.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즐겨쓰는 방법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 전형적으로 쓰인 체리피킹 사례는 "지구온난화"이다. 단 하나의 빙하를 데이터라고 취한 유형, '17년 동안 온난화는 없었다.'는 주장처럼 그래프의 특정 구간에만 초점을 맞춘 유형, 자신에게 유리한 특정 데이터만 따오는 유형 등인데 어떤 경우든 큰 퍼즐의 작은 조각 하나로 사람들을 혼동시키고 과학적 정치적 진보를 한꺼번에 좌절시킨다는 결과는 똑같다.

4장의 "악마만들기 : 다 저 사람들 탓이다"도 한번 보자. 이 방식은 대개 무서운 과학적 개념을 이와 무관한 문제에 연결시켜 정치적 선전에 이용해먹는 전략이다. 질병이 뉴스거리가 될 때마다 정치인들이 이민자들을 걸고넘어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말라리아같은 풍토병은 여행자들이 기초적인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례를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는데 이 유형의 오류는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하는 반이민정책으로 연결된다. 트럼프가 국경장벽을 세우겠다고 말한 것도 병에 걸린 외국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다. 이런 공포가 투표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이것을 미국 정치인들의 가장 끈덕진 과학오용사례로 꼽는다.

 

 개인적으로 놀란 사실은 바로 GMO식품이다. 내가 알고 있던 GMO식품에 대한 상식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속 GMO식품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해왔다. 누구에 의해 주입된 생각인지 몰라도 세상이 바껴도 한참 전에 바꼈는데 모르고 살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아직 양비론적인 뉴스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GMO식품의 장점과 발전과제 다음으로 꼭 빠지지 않는것이 안전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이미 검증 완료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 것~~ 정치인들이 이용해먹는 과학적 사실은 그들의 정치적 이익과 상관 관계가 있는데, GMO식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어떠한 목적이 있을까? 이제 그 주장을 하는 이들은 더이상 정치인이 아닌걸까? 아니면 내가 철지난 사실을 가지고 쓸데없이 혼자 논쟁하나?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찾아보기로 하고~ 나만의 과제가 생긴...ㅠ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을 빙자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물론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고 나아가 거짓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도 코치한다. 정치인들은 이 책에 소개된 오류들을 앞으로도 계속 저지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니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귀기울여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과학자는 아니지만'을 해시태그로 올려 실수한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고, 진짜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척되어 세상에 이바지하도록 돕자고 주장한다.

이 책은 미국정치인 까기라서 사례들이 피부에 바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다 읽은 후 유형들만 파악해도 수확이다. 그 12가지 유형들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비교분석해서 거짓말 정치인들을 까발려보는 것도 좋겠다. 허나 이것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독자가 책의 유형들과 우리나라 사례와 맞춰보는건 피곤한 일이다. 차라리 우리나라 과학저널리스트에게 그 일을 맡겨 보너스 페이지를 실어주었다면 어땠을까. 책 마지막에 원문주석이 40쪽이 넘는다. 그것도 팩트체크를 위해  중요했겠지만 보너스 페이지가 있었다면 훨씬 대중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확인된 4대강 사업때 거짓말 친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어록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돈 버리고 자연도 훼손한 그 사업은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런 헛소리하는 인간들의 입을 막으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물려야 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알려야 한다.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자! 정치인들은 무관심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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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자화상 - 화가의 가슴에서 꺼내온 가장 내밀한 고백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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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감정단어는 몇개나 될까?  금방 답해보라고 하면 서너개 이상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하면, 보통 '좋다''싫다' 이거나 긍정표현 앞에 '안'을 붙여서 부정표현을 하는등 단순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 박홍순은 <감정의 인문학>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기 감정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감정과 은밀한 만남을 위한 적절한 안내자로 '자화상'과 '소설'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될 감정은 모두 18개다. 이것을 6개씩 묶어 3부로 나누어 놓았다.
1부 숨겨진 감정을 만나다
분열 기만 연민 절망 욕구 상상
2부 새로운 감정을 찾다
열망 투영 허무 수용 우월 울분
3부 뒤엉킨 감정을 보듬다
상실 고독 공포 인내 결벽 일탈

이렇게 18개의 감정이니 자화상, 소설도 각각 18개씩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화가 18명과 소설가 18명을 소개받는 셈이다. 그림과 소설이 아니라 굳이 화가와 소설가라고 한 이유는,  자화상을 소개할 때 작가의 생애나 작품세계, 또 다른 자화상이나 그림들을 풀어내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 한 화가에 대해 알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주제 감정과 어울리는 소설을 소개하는데 분량은 그림쪽이 더 길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왠지 교양이 내면에 쌓일 것 같지 않은가? 물론 그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다 알만한 대중적 화가들로 소개한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처음 듣는 화가도 있었고 소설가도 모르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나 책 쫌 읽었네~~' 했는데 모르는 작가 이름들을 보고 꼬리 바로 내렸다.

하지만!!
소개할 두 가지 감정은 아는 작가로 골랐다~~ 감정보다는 아는 사람 이름이 더 눈에 들어왔고 반가웠다는거!!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사람은 아는 노래만 계속 듣는다고~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 들으면 졸게 되듯, 나도 아는 화가의 글을 읽다보니 더 재미있더라는...
그러면!!
"책 열었더니 죄 모르는 사람투성인데요?" 이렇다하더라도 걱정마시라~~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읽다보면 교양이 쑤~~욱 올라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울분 : 아르테미시아, 복수를 승화시키다.
서양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7세기에 드물게 직업화가였다. 그런데 그림을 시작하기전 아버지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억울한 재판이 벌어지고 결혼을 해서도 고통스런 삶이 이어진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약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세상에 항거하고자 자화상을 그렸다. 그림 속 그녀의 눈빛은 강렬하고 몸짓도 단호하다.

울분의 또다른 주인공은 '테스'다. 어여쁘고 착한 테스는 집안을 돕기 위해 부잣집에 일하러갔다가 그 집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딸을 비난한다. 황당하기 그지없고 울분이 솟구칠밖에... 두번째 울분은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 때문! 테스가 과거를 고백하자 자신은 방탕하게 생활했으면서도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떠난다. 두 여성은 여성이라서 당해야했던 불합리한 처사에 울분을 토했고 같은 여자로써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 열망 : 이쾌대, 미래를 품다.
3년전 이쾌대를 재조명하는 전시회를 다녀와서 알게된 매력적인 화가를 이 책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으로서 서양미술을 하는 이쾌대에게서 열망을 보았다. 그의 작품 곳곳에 암담한 민족의 상황을 고민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해방에 대한 열망이 묻어난다. 작품 "상황"에도 고통받는 민중의 삶에 대한 공감이 있다.

소설 <인간문제>의 작가 강경애도 친일파 지주에게 착취당하는 농민의 삶을 주목한다. 항일의식을 가지고 있던 청년 첫째와 신철의 삶을 비교한다. 노동쟁의  주도혐의로 체포된 후, 신철은 전향하고 지주집안 딸과 결혼하면서 저항을 멈춘다. 하지만 첫째는 식민지의 현실과 약자의 고통을 해결하기위한 고민에 빠진다. 자신같은 육체노동을 하는 민중들이 해결주체가 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이쾌대와 첫째의 유사성을 찾아낸다.

"이쾌대의 열망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단순한 반발을 넘어선다. 식민지라는 민족적 현실에 대한 1차적 반발을 넘어 아직 맹위를 떨치는 전근대적•봉건적 잔재에 대한 저항, 나아가서는 현실에서 민중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서 출발하는 계급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을 흡수한 열망을 회화에 담아내려 한다. "

이 책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펴보고  같은 감정을 화가랑 소설가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확인하며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어쩜 진짜로 자신의 감정과 진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지도~~ '난 더 똑똑해져야겠다~'싶은 마음이 든다면, 책 속의 화가나 소설가의 책을 더 찾아 읽어보면 된다. 그야말로 확장독서로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니면 자화상을 들여다보다 자신의 자화상을 직접 그리게 될 지 누가 알겠나.

'아아~~ 공부느낌 싫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도 된다. 어디가서 미술에 대해 아는 척 좀 해야할 때, 속성으로 교양 장착하기에 필수템이다. 어떤식으로 써먹든 문화예술역사영역 지식넓히기에 유용한 책이다. 책 한 권으로 다양하게 즐기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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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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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여겼던 외할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은 충격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은 견뎌내기 어려운 일이다. 엄마보다도 더 살뜰하게 돌봐주시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학교 가기 싫고 살기도 싫다며 울고불고 했다. 엄마가 훨씬 힘들었을텐데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투정을 부려댔었다. 안정적인 심리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디 블룸의 소설 <호랑이의 눈>의 주인공 데이비도 총기사건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현장까지 목격하게 되어 큰 충격에 빠진다. 이 소설은 총격으로 아빠를 잃은 16살 데이비가 상실의 아픔을 담담히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뭔가 더 극적인 일이 벌어지기에는 첫 사건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일상이란 것이 친구가 제일 중요하고, 자기들만의 비밀스런 일들로 키득거리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부모와 마찰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들이 소소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그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읽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시작 이후부터의 내용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여느 청소년 소설처럼 성장도 들어있지만 그 나이대에 견뎌내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스스로의 힘으로 통과해 냄으로서 한 뼘 더 성숙해진 데이비의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청소년 독자도 주인공과 함께 통과의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안도감을 가지도록 해준다.

데이비네는 살림집이 붙어있는 가게에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와 남동생 세식구는 그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힘겨워지게 된다. 아빠의 누나인 고모와 고모부가 사는 곳으로 잠시 쉬러가게 되는데 그것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데이비는 그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그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

제목 <호랑이의 눈>은 협곡에서 우연히 만난 울프가 지어준 별명이다. 자신을 울프라고 소개한 마틴에게 데이비는 타이거라고 즉흥적으로 말한다. 마틴은 데이비의 눈이 빛에 따라 금색이었다가 갈색이었다가 하며 변하는 '호랑이의 눈'같다고 말하고 데이비는 그 별명을 마음에 들어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을 해칠까봐 두려워했지만 물도 얻어 마시고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협곡을 나오게 된다. 어찌보면 데이비는 울프를 만난 이후부터 자신을 스스로 챙기고 당당하게 의사표현도 하는 아이로 서서히 바뀌게 된게 아닌가 싶다. 아빠의 상실로도 이미 견디기 어려운 상황인데 거기에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내기란 얼마나 힘든일이겠는가.

게다가 데이비의 엄마는 수동적이고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처럼 묘사된다. 물론 남편의 죽음을 금방 툭툭 털고 일어서기란 어렵다. 하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엄마는 그렇게 비쳐지고 수용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고모부가 데이비 부모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 그녀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바락바락 대들며 악을 쓰다가 결국 고모부에게 뺨을 맞고 만다. 그녀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바로 고모부다.
고모부는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세상은 위험하니까 그에 대비해야 한다며 항상 차에 총을 싣고 다니고, 인종과 문화가 다른 이들을 무턱대고 경계하고 차별하는 태도를 보인다. 데이비가 하려는 일은 무조건 위험하니 하지말라며 간섭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스키는 타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배우지 말라고 하고 운전도 아직 어리니 졸업반이 되면 면허증을 따라고 한다. 이런 꽉 막히고 이중적인 태도를 데이비는 견뎌내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아빠였다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도록 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이 없는 고모부는 가장을 잃은 조카에게 아빠 노릇을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모네의 도움으로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면서 활기를 되찾는데 데이비 눈에는 못생긴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서 변해가는 엄마가 너무 싫은 거다. 다른 남자와 만나며 점차 원래의 엄마 모습을 되찾는 것도. 하지만 마지막에 엄마의 결정으로 세 식구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엄마도 데이비도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살던 집에 다시 가서 살지는 못하지만 아빠와의 추억이 깃든 고향으로 돌아가면 이제 세 식구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타이거와 울프는 헤어진 후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울프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씀으로써 자신이 이젠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그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표현하게 된다.
p.226 "우리는 모두 각자의 두려움에 맞서야 하고, 두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험을 할 것인가, 두려움에 갇힐 것인가."

 

 둘 다 아빠를 잃은 상처가 있었기에 쉽게 교감할 수 있었다. 비록 재회없이 소설이 끝나게 되지만 독자는 그들이 언젠간 다시 만날 것이란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중에 데이비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타인이 겪는 고통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다. 허나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선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며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감정의 급변을 겪는 청소년 시기에 읽으면 좋겠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자신에게 다가온 두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배우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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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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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했다!!
청량리 창녀촌에서 당할뻔 한 일.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다음날 새벽에 목격한
생리하는 창녀의 고통.
뭐지?? 이 사람??

사진과 글이 함께 들어있는 여행에세이를 좋아한다. 언젠간 나도 써보고 싶다. 사진여행기의 전설과도 같은 후지와라신야의 책이 재출간되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다. 목차를 보니 12장에 한반도! 맨 먼저 읽었다. 그런데 과히 기분이 좋지 않는거다. 계속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럼 사진부터 먼저 보자 싶었다.



희미한 듯 강렬한!
흔들리는 듯 또렷한!
촌스러운 듯 화려한!
무채색과 유채색의 대비!였다.

 

아, 이 사람 사진가였지...
80년에서 81년까지 400여 일에 거쳐 여행하고 촬영한 아시아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풀어놓은걸까? 40여 년 전, 아시아를 여행하며 쓴 글이 지금, 어떤 감흥을 줄까? 철지난 사진첩 열어보며 '그땐 그랬지' 로 급마무리 되면 어쩌나 저어되는 마음이 있었다.

강렬한 사진을 모두 본 후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작가의 고국 일본을 제외하고 마지막 여정의 한국을 먼저 읽었으니 그럼 거꾸로 읽어보자 싶었다. 나는 작가의 코스와 역순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거다!!

도시별로 가장 사람이 많고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번화가나 시장, 식당, 혹은 창녀촌을 찾아다니고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하고픈대로 행동에 옮긴다. 예컨대 이럴 정도다. 터키에서 본 창녀사진의 실제 모델을 찾아서 이미 지나왔던 곳(무려 450km)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물어물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가 있는 곳 근처까지 갔으나 실체와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녀는 죽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는 실은 남자였던 것!

티베트 심산의 협곡 속 절에서 보낸 21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휴대폰도, 길찾기 앱도 없던 시절! 그저 버스기사가 알려준 간단한 설명만으로 찾아들어간 곳.
작가는 그 곳에서 의도치 않게 단식을 하다가 이런 낙서를 썼다.
"밥을 먹으며 자살을 생각했다"
그 곳 스님들이 먹는 음식을 그는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음식설명을 읽어보면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

이런 음식들을 역겨워하다가 엿새째 날 혀의 혁명을 경험한다. 갑자기 맛이 느껴지며 맛있었다고!! 2주일쯤 지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먹게 되었단다. 그 산사에서 적응되는 인간, 유혹당하는 인간을 경험하고 떠나오던 날 노승의 사진을 찍게 된다. 노승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듯한 순간을 포착하려 카메라를 든 것이다. "노승의 미소는 무섭도록 조용히" 자신을 허용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사람들도 그 미소를 꼭 보길 권한다.

그의 글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피' 그리고? '냄새'이다. 물론 사진가이기에 색감도 중요하지만 방문한 곳, 만나는 사람들은 다 달라도 그가 잡아낸 것은 그 곳만의 독특한 냄새이고, 피로 연결된다.

 

<이스탄불, p45>

무르익고 부패하고 도시나 대지의 냄새와 혼동될 만큼 발효되어 마침내 도시의 냄새, 천지의 냄새가 되어버리는 그 뻔뻔하고 유들유들한 냄새. 이것이 동양의 냄새일까? ...... 여자가 짐승처럼 킁킁대며 몸을 뒤척였다. 영문 모를 냄새의 씨앗들이 꿈틀거린다. 그 때 문득 머나먼 이국의 하늘과 한 줄기 피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작가가 여행한 반대의 코스를 돌아 일본에 당도했다. 400일의 기간을 압축하여 며칠만에, 그것도 37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이제, 이 책을 재출간한 이유를 알겠다. 그가 쓴 글은 시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본능에 대한 통찰, 동양의 종교들에 대한 비교와 사색, 그리고 다시 '나'와 조국에 대한 고뇌에까지 이른다.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원점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 아니겠는가.


<동양방랑>은 사진 찍고 글쓰기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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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 - 소심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순무의 묘생 일기
윤다솜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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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sns냥스타는 '히끄'였다. 제주도 게하냥 히끄는 히끄무레 해서 히끄다. 그런데 히끄랑 비스무리하게 허연 '순무'라는 냥스타도 있다는 거다. 그 순무가 주인공인 에세이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를 받았다.

 표지를 보니 음... 올화이트으~~가 아니다? 얼굴에 누런색이 쪼금~ 앗, 그런데 내가 너무나 키우고 싶어하는 스코티시폴드종이다. 홍홍홍 

1장 들어가자마자 심장 저격이다!

 빨려들 것 같은 하늘색 눈동자, 스타들의 기본인 45도 얼짱 각도, 깨물어 보고 싶은 찹쌀떡, 부농부농 젤리까지!! 얜 모든 걸 다 갖췄구나~~ 아, 나도 얼른 요런 냥이 데려오고 싶닷!!

 순무네 엄빠는 순무가 아들이다. 결혼 후 아기는 갖지 않겠다던 이들이 5개월짜리 아깽이를 데려오면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쁜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절대 매력은 순무의 사진이다. 일반인이 찍었다고 하기엔 놀랄 정도다. 절묘한 장면, 놀라운 포즈, 기막힌 각도로 전문가 뺨치는 작품들이라서 사진만 보고 있어도 마냥 좋고 입이 절로 헤벌쭉한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 관련 에세이가 나왔다하면 사보는 편이다. 이 책은 사서 읽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사진 못지않은 미덕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게 되며 겪는 초보 집사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친절하게 펼쳐진다. 고양이 처음 키우게 될 사람들이 미리 읽어보면 꽤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스코티시폴드의 슬픈 사연, 털과 함께 살아야하는 숙명, 순무에게 간호 받고 치유받은 일 등등~ 일상이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다. 그리고 순무의 성격이 까칠한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적응하고 맞춰가는 그런 아이라는 것이다. 그걸 순무네 엄마아빠도 맞춰주고 지켜보며 살아간다. 그렇게 그렇게, 세가족은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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