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사부작 소녀의 드로잉
NARIM(나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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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 북은 드로잉을 위한 재료 소개와 그리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완전 초보라도 색연필만 준비해서 나림 작가의 설명대로 죽죽 그려보면 됩니다.

기초연습이 끝나면 눈코입 연습해야겠지요?

직접 시연한 그림과 그 아래 설명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하면 되는데요... 눈동자 표현, 사실 초큼 어렵습니다. 책처럼 되려면 연습 많이 해야될듯요~~ 

​입술도 눈동자만큼 어려웠는데요, 볼륨감을 살리는 게 어렵더라구요.





눈코입에 메이크업 하는 과정도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요, 여자들은 화장을 해봤기 때문에 색연필로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거여요~~

⬇️ 저는 눈 메이크업만 해봤어요.



두상도 정면 측면 반측면 연습후, 반측면 소녀그리기에 도전해봤습니다.

헉... 눈이 몬가 어색? 아니 좀 못된 소녀같아요.ㅠ 비율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헤어스타일과 액서세리도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어요.

튜터리얼북 4장에서는 컬리링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 완성 그림 아래엔 색연필 색상을 소개하고요, 6단계에 거쳐 컬러링 방법을 설명합니다. 앞부분 드로잉에서도 그렇고 컬러링 파트에도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어서 쉽게 따라할 수 있어요.



주제별로 다양하게 안내하고 있는데요, 마음에 드는 것 먼저 따라 그려보거나 컬러링북으로 넘어가서 색칠해봐도 돼요.


컬러링북에는 39개의 소녀 그림이 있습니다. 매일 하나씩 한다면 한달은 넘게 걸리겠죠. 다 색칠하고나서 스케치북에 직접 드로잉한 후 색칠까지 해본다면 분명 실력이 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튜토리얼 북을 보며 눈코입 따로 연습을 더 해보면 더더 잘 그리게 될겁니다. 단, 꾸준히 계속 연습해야 한다는거~~ 저처럼 씅질 급한 사람들, 한두번 그려보고 확! 책 덮으심 안됩니다! 사실 저, 홍채 표현하다가 뒷목 몇번 잡았거든요~ 

저는 머리색깔 다른 것들로 골라 색칠해보았습니다. 컬러링북엔 스케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색칠만 하면 됩니다.(오른쪽이 제가 색칠한 것입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며 색칠했네요. 예쁜 소녀얼굴 색칠하니까 기분도 좋아지라구요. 기분 좋아지는 몰입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사부작사부작 소녀의 드로잉>을 추천합니다!!





**위 리뷰는 컬처블룸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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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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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의 자리>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주인공의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백수가 된 여자 주인공이 약국 전산원 자리의 면접을 보러 가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면접 당일, 주인공은 사장이랄 수 있는 김약사로부터 유령으로 지목당한다. 유력이 뭐냐고 묻자 김약사는 파안대소한다.




산사람도 유령이 될 수 있다는 김약사의 말은 주인공이 면접을 보러오기 전 승용차에 치었던 사건을 오버랩시킨다. 운전자가 다쳤냐고 물으면서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주인공은 면접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다친데 없다며 그냥 가려고 하자 운전자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한다. 분명 차에 치었는데 찰과상이나 멍 하나 없이 멀쩡한 것은 김약사의 유령이란 명명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산 사람도 유령이 될 수 있다는 김약사의 단정은 소설을 읽는 내내 무엇이 유령의 조건에 부합가능한 것인지 찾게 만들었다. 유령의 과 제목의 영은 발음이 유사하나 뜻은 다르다. 소설 속에서 유령과 숫자 영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며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영에 어떤 숫자를 더하면 영은 사라지고 그 숫자만 남습니다. 영에 어떤 숫자를 곱하면 그 숫자를 영으로 바꿉니다. 아무리 많이 늘어놓아도 영은 영 외에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영은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습니다.”


영이 아무리 많아도 영은 영이 될 뿐이라는 말은 유령같은 존재들만 있다면 이 세상은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소설은 약국에 취직한 주인공의 생활을 세세하게 좇으며 약국에 근무하는 김약사, 조부장, 주인공 양실장의 모습, 손님들과 주인공 부모를 비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처럼 서술되지만 손님을 포함한 각 인물들의 미세한 삶이 보인다. 그들의 가치관은 행동과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먼저 김약사는 아닌 것처럼 포장하지만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직원들에겐 갑질하는 사람이다. 의사들이 영업사원에서 갑질한다는 사실은 개인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약사도 그럴 줄은 몰랐다. 자신들의 갑질이 당연한 권리인양 착각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김약사의 갑질은 직원 조부장과 양실장에게도 유사하게 작동되는데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갑질이라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김약사는 수다스럽다. 약국에 단골로 오는 손님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김약사는 그들의 정보를 직원에게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일에 필요한 단순한 정보 제공으로 보이지만 평가와 비난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조부장과 양실장에게도 거침없이 사생활을 묻고 조언을 가장한 지적질을 한다. 대장암에 걸린 조부장 아버지의 안부를 수차례 물으면서 아버지 위암 괜찮으시냐고 말한다. 영혼 없는 질문인 것이다. 김약사는 면접 보러온 주인공에게 대뜸 유령이라고 했지만 가장 유령 같은 존재는 김약사였다.


약국 외의 공간적 배경은 간헐적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본가다. 주인공은 독립하여 원룸에 살고 있지만 주말이나 명절에는 부모님 집에 가서 지낸다. 부모님 집 방문에 효도 같은 의미 부여를 하진 않고 습관처럼 다녀오지만 감정적 소통은 없다. 즉 몸만 그곳에 머물 뿐 영혼 없는 행동에 가깝다. 특히 주인공은 엄마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버겁다.


p.135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투고 나면 꼭 나에게 오서 하소연했다. 한때는 어머니와 같은 나라의 주민이라고 생각했다. 귀담아듣고 연민했으며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었다. 몇 년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들은 뒤에야 어머니에게 딸이란 약국에서 구입하기 쉬운 약과 같다는 걸 알았다. 수시로 복용해도 병세의 원인이 다른 데 있었기에 차도는 없었다. 그저 진통제에 불과했던 약의 역할을 거부했더니 어머니의 한탄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나는 점차 침묵을 모국어처럼 사용했다.



딸에게 하는 말을 대화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딸과의 소통이라 여기지만 실은 딸을 배설창구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친구같이 가까운 사이라 여겨지는 모녀 지간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는데 소통이 잘 안 되는 인간관계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이처럼 소통과 대화라는 그럴싸한 외피를 벗기면 관계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갑질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습관처럼 부모를 만나고 와도 그 시간이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도 이러한데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는 어떨까.


작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관계를 맺고, 관계와 관계 속에 사람이 있다 고 표현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자랄수록 관계의 수는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작가는 관계 속에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유령 아닌 사람이 있는, 진심이 있는 관계는 얼마나 될까? 작가는 수많은 0들이 다른 숫자에 기댈 때 0이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수많은 0.0000001들이 그 관계 속에서 기댈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이 소설을 쓴 듯하다.


몹시도 협소한 약국이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뭐 그리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약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보여주었다. 평소 돈을 지불하고 처방약을 타거나 필요한 약품을 받아 나오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 숨은 이야기가 그리 많을 줄 몰랐다. 근무한 지 달 밖에 안 된 전산 직원이 조제를 하고, 영업사원이 약국에 컵라면 같은 소소한 것들을 사다 바치면서 결제를 받으려고 줄을 서서 굽신거려야 한다는 사실과 손으로 만지면 불임이 되는 약, 후시딘과 마데카솔의 효능 차 같은 깨알 정보도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옮겨다닌 일곱 번의 직장 중 한 곳이 약국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쓸데없이 궁금한 것이 있었다. 작가가 시리에게 영 나누기 영은?” 이라고 물어봤을 때 정말 그렇게 답했을까? 내 폰이 아이폰은 아니지만 물어봤다. “영 나누기 영은?” 난센스 퀴즈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칙연산까지 할 필요도 없이 더하기만 생각해보자. 내가 소수점 저 끝에 1이라도 달고 있다면 0과 더했을 때 0은 아니게 된다. 관계 속에 기댄다는 건 덧셈이고 나 자신이 0이 아닌 0.0000001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위 리뷰는 하니포터 자격으로 한겨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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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 -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
윤성근 지음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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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작가 윤성근씨의 신간이다. 그는 모든 일상이 책인, 한마디로 책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내가 그를 만난 건 십 몇 년 전 쯤 한겨레 신문 기사를 통해서였다. 흥미로웠다. 그 후로 그가 출간하는 책들은 거의 섭렵했다. 나는 앨리스처럼 그의 읽기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 읽느라 바빠졌고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내면의 충만감에 만족스러웠다.

 

이번 책은 절판된 자신의 책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번엔 새로운 방식으로 썼으니 굳이 전작을 찾아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전작은 자신의 읽기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 책을 읽고 당시 내가 하던 일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는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았는데 책 전체 분량은 아니다. 크게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제본에는 4장까지만 들어있다.

 

사람을 읽는다’ ‘재미로 읽는다’ ‘빠르게 읽는다’ ‘느리게 읽는다

 

각 장마다 5개의 소챕터로 나누었고, 각 챕터는 대표 사유를 위한 책과 작가를 제목으로 내세운 후 더 다양한 책들로 확장시키거나 자신의 취향이나 책 읽는 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나의 챕터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 든다. 장서가요 다독가로서의 면모가 뽐을 낸다. 책 좀 읽었다 할 사람도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작가와 책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독일어 좋아하는 작가는 이번에도 독어권 작가를 꽤 다루었다. 하이데거의 <숲길> 강독회를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아마 자신은 원서를 읽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그는 어느 책에서 독일어 사전 읽기가 취미라고 한 적이 있다.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갈 목록 중 하나가 독어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4장 마지막 문장에서 그는, 느리게 읽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재정리하면서 책에 빠진 사람은 책에 빠져봤던 사람이 잘 안다고 했다. 독자에게 자신의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며, 똑같은 경험도 있으리라고 했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이렇게 4장에서 딱 잘라버린 출판사가 원망스러웠다.

 

세상 모든 것은 유튜브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책 한 권도 읽지 않아도 사는데 하나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종이책을 사랑하고 읽는 사람이 아직 있다. 그들은 멸종 위기종으로 불린다. 그러나 윤성근이라는 사람과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종이책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멸종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 책에서 최정우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철학자이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기타리스트라고 했다. 그의 책 <사유의 악보>를 소개받았는데 검색하다보니 신작에 더 관심이 갔다.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이라는 제목인데 미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썼다고 한다. 미학자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던 어떤 관종과는 다른 면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의 장점이 많지만 앞에 쓴 글에 중복이 될 듯 하여 단점을 하나 말할까 한다. 금전출혈이 있을거라는... 책을 읽다보면 홀린듯 작가가 언급한 책을 찾아 읽고 싶은 아니 사고 싶은 욕구가 불끈 불끈 솟아오르게 되어, 자동으로 온라인 서점을 뒤져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담아둔 후 깜빡하고 결제까지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바로바로 결제해버리는 성질 급한 사람들이라면 다음 달 카드 결제일에 손이 좀 떨릴 수도 있다는 점! 은 참고하시길~~

 

, 작가는 이 책에 몇몇 독자들에게만 허락된 기막힌 보물을 숨겨놓았으니 힌트를 찾아보라고 했다. 가제본을 읽으면서 못 찾았다... 5장이후에 있을까? 1~4장 안에도 있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챈걸까? 갑자기 맘이 급해진다! 어서 정식본을 읽고 싶다.

 

@ 내가 고른 문장들

 

"무턱대고 읽는 책은 고여서 썩은 물처럼 냄새 나는 신념을 더 견고히 할 뿐이다. 그 냄새를 자신은 향기롭다 여기고 끝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면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게 그와 그가 속한 공동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길이다."

 

"재미없는 책을 읽게 되는 이유, 뭘 읽어야 재미있을지 몰라서 망설이는 이유는 책을 고를 때 내가 중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골라준 책에 지나치게 관심 둘 필요 없다. 나만의 재미를 알게 되면 책은 내가 찾지 않아도 저 스스로 다가온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 생각 외로 꽤 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번 만날 때마다 '아아,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에서도 집에 책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불안한 분이 있을 거다. 이제부터 그런 걱정은 접어두길 바란다. 얼마나 많은 책을 가지고 있든지 나보다 책 많은 사람은 언제나 상상이상으로 많고, 그들도 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책을 더 느긋하게 읽기 위해, 나는 어떤 책이라도 부정적인 면에 더 초점을 맞춰 읽기를 권한다. 우리 시대가 고전이라는 말로 소개한 대부분의 문학 작품은 절망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긍정에는 힘이 있을지 몰라도 부정에는 위대한 철학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 독자는 책 속에 있는 부정적인 말들로부터, 절망적인 생각들로부터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긍정의 힘을 압도하는 부정과 절망의 위대함이다."

 

"첵은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질문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엉뚱한 질문 말고 야무진 질문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답이나 길은 오직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질문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나갔다가 나를 향해 돌아와야 한다. 책 속에서 질문을 찾고, 길은 삶을 통해 만들며 나아가야 한다. 한참 후에 돌아본 그 길은 온통 질문으로 가득한 숲길처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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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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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20년간 재직한 양선아 기자의 암투병기다. 나는 이 책을 한겨레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4월 출간 도서 소개를 보고 이 책을 골랐다. 몇 년 전부터 죽음관련 서적, 암투병기를 읽어오고 있는데 유방암 투병기는 안 읽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내 안에 있던 나쁜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먼저 저자 소개를 보니 스펙이 대단했다. 이화여대 출신에 한겨레에 입사해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고 정치하는 엄마들활동으로 2018, 2019올해의 언론인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아이고,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던 사람이 암에 걸렸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은,

이렇게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도 고통을 겪긴 겪는구나...’에 다다랐는데,


잠깐, 나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라는 각성은 이 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 감지됐다. 저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입원한 요양병동의 투덜이 환자의 태도에서 내 모습을 본 것이다. 요가 명상수업 강사는 감사 일기를 쓸 것을 권유했고 수업시간에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나누게 했는데 그 환자는

행복한 일이 뭐가 있겠어. 아무래 생각해도 하나도 없는데...”라며 자신의 몸 아픈 이야기만 했다.


내가 요즘 저런 생각만하며 살고 있구나 싶어 심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저자에게 미안했다그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관람하듯 읽은 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 계속 감탄하며 읽었으면서 말이다. 서평단이라서 훌륭한 암투병기라는 칭찬만 쓰는 것보다는 내 못난 마음을 굳이 리뷰의 서두에 썼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암환자나 가족, 특히 유방암 투병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암과 별 관련 없는 사람이 뭐하러 읽겠냐고 하겠지만 3부는 지금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평소 건강한 마음과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조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


이제 1, 2부를 살펴보자.


1부 믿음과 두려움 사이 는 20191212일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시작한다. 뒷부분에도 언급했지만 저자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뽑은 때는 진단을 받은 날부터 명확한 치료 계획이 잡히기 전까지의 한 달 반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암의 크기가 어느 정도이고 치료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때의 그 공포감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진단을 받은 후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암 관련 서적들을 샀고, 의학전문 동료기자로부터 조언을 얻었으며 블로그에 일지처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자로서의 능력이 본능처럼 작동된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암 발병을 숨긴 채 항암치료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네트워크 활용도도 낮다. 그래서 저자는 고립감을 겪는 이 시기를 포함 암 환우를 위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암 진단 후부터 치료를 시작하면서 우왕좌왕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교과서적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암 투병했던 약 16개월을 시간 순서대로 일지형식으로 서술하지만 그 안에는 암 환우들에게 필요한 깨알팁들이 수두룩하다. 담당 의사와의 면담을 인터뷰형식으로 진행한 내용은 기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나 싶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만나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다. 그 시간 안에 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끄덕하다가 나와서 아차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궁금한 것들을 메모해 가서 물어보고 적어오는 방법을 사용하면 답답함을 덜 수 있을 것이다.


2부 그럴 땐 바람이 부는 대로 놔뒀다 에는 본격적인 항암치료 과정과 유방 절제수술, 그 후 방사선 치료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자신이 치료를 하는 동안 겪은 어려움, 혹은 궁금증이 일 만한 부분 부분 마다 관련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통계청을 위시한 각종 해당 통계 수치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예컨대 이런 방식이다. 5~6차 항암을 하면서 쓴 일기장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연식으로 몸에 좋은 음식들을 찾아 누구보다 맛있게 감탄하며 먹을 자신이 있다고 썼다. 치료를 하면서 매 끼니 정성스레 챙겨먹고 감사하며 먹었다면서 암 치료 관련 책을 인용한다. 나샤 윈터스 박사의 <대사치료, 암을 굶겨 죽이다>에서 채소 섭취가 중요한 이유, 십자화과 식물(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콜라비, )을 추천한다. 이어 2018년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우리나라 성인에서 만성질환 질병부담에 기여하는 식품 및 영양소 섭취 현황과 추이보고서를 곁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 동기를 심어준다.


저자는 유방 절제까지는 하지 않게 되길 바랐다. 그러나 암은 자신이 희망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이면 암 병변 부위만 제거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림프 쪽의 암도 사라졌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저자는 암 치료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그래서 수술 전에 영양보충과 체력관리를 했고, 수술 후 간병 및 아이들 돌봄 시스템을 짰다. 수술 준비와 수술 후 관리 및 발생 가능한 부작용 확인, 수술 후 입원할 병원을 알아봤다. 그 중 수술 전 준비물 리스트를 세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친정어머니와 남편, 친구 및 선후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의 활약상은 투병과정 내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자가 외롭지 않게 치료할 수 있었다. 특히 한겨레 신문사 직원 290여명의 응원 메시지와 성금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세 가지를 사람, , 걷기라고 했다.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살렸고 땅에 발을 딛게 만들어줬다면서 앞으로도 붙들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투병기를 블로그와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면서 받았던 피드백들을 정리하다가 나태주 시인의 서로가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면서, 세상의 모든 암 환우와 그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서로 기도하자고 했다. 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입해서 읽고 느낀다고들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시는 누구에게나 어울린다. 읽으면서 응원하고 기도하고 싶은 얼굴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의 건강을 기원하며 손글씨로 써보았다. 건강하게 계속될 양선아씨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생을 위하여!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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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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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살인이 가능할까? 범죄행위인 살인이 완벽하다는 건 두 가지를 뜻한다. 미수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과 들키지 않았다는 것. 완벽한 살인이 한 번이라면 모를까, 여덟 건이나 되는데 완벽하다! 그러면 범인에 대한 의문이 두 가지가 생긴다. 대단한 실력의 연쇄 살인범일까? 아니면 범인이 여러 명일까? ‘피터 스왓슨’의 신간은 제목에서부터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신간 서평단에 신청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란 주인공 ‘맬컴 커쇼’가 몇 년 전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팅이었다. 보스턴에서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맬컴에게 어느 날 FBI 요원 멀비가 찾아온다. 예전에 올렸던 블로그의 포스팅대로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맬컴은 자신이 혹시 용의자에 오른 게 아닌가 궁금해 하지만 멀비요원의 반응은 알쏭달쏭하다. 사실 맬컴의 아내가 죽긴 했지만 마약 중독 상태로 혼자 운전하다가 일어난 교통사고였고, 현재 맬컴은 성실한 서점 주인이라서 의심할만한 부분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래서 멀비 요원과 맬컴이 공조하여 모방범처럼 보이는 범인을 잡을 줄 알았다. 허나 그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소개된 소설 중 한 편도 읽어보지 않은 무식자라서 가능한 안일한 예상이었다.

<붉은 저택의 비밀>, A.A.밀론,1922

<살의>, 앤서니 버클리 콕스, 1931

<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936

<이중 배상>, 제임스 M. 케인, 1943

<열차 안의 낯선 자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1950

<익사자> 존 D. 맥도널드, 1963

<죽음의 덫>, 아이라 레빈, 1978

<비밀의 계절> 도나 타드, 1992

위 리스트에 있는 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책에서 언급하는 살인 상황을 알 것이므로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나처럼 안 읽었다고 해서 재미없는 건 아니다. 어떻게 따라 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다면 이 소설의 재미가 배가되었을 거라는 뜻이다.

그럼 이제 범인이 과연 누구일지 추리해 나가야한다. 맬컴의 주위 인물들을 리스트업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그는 혼자 살고 있고, 운영하는 서점에는 두 명의 직원이 있다. 단골로 오는 손님 몇 명이 있고,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 중엔 작가와 전직 경찰이 있다. 독자로서는 맬컴 주위의 인물 중 행동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하나 둘 추려내야 한다. 그런데 그리 의심스런 사람이 없었다. 작가는 좀 어렵지? 하면서 떡밥을 던졌다.

맬컴이 다크웹 개인 채팅에서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좋아하는 사람 없나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교환을 하고 싶네요. 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그 책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람과 채팅할 수 있게 되었다. 맬컴은 채팅에 반응한 사람과 서로 돕기로 한다.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사람을 해결하는 걸로. 일종의 교환살인이다. 맬컴은 아내와 바람 피웠던 사내 ‘에릭 엣웰’을 제거해주기를 원했다. 상대방이 보낸 사람 이름은 ‘노먼 채니’였다.

그들은 각자 성공했고 그 이후로 아무 일 없었다. 둘 다 알리바이가 완벽했고 경찰이 찾아온 적도 없었다. 2010년에 있었던 이 일을 실마리로 작가는 독자들이 맬컴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층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과연 맬컴의 상대는 누구였을까? 혹시 지금 그 주위에 있는 사람일까? 이런 의문에 쐐기를 박는 일이 일어났다. 다크웹에서 맬컴의 본명을 부르는 개인 채팅이 도착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맬컴은 범인을 찾아나서고 하나 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다음 내용부터는 강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여덟 건의 살인 사건에 사용된 소설을 알면 추리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더 있을 것이다. 안 읽었더라도 추리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작가가 하나씩 던지는 힌트로 범인을 추격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러지 못했고 책을 빠르게 읽는 수밖에 없었다. 누가 범인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큰 반전은 아니지만 반전이 있긴 있었는데 나로선 살짝 아쉬웠다.

서점과 추리소설 매니아인 주인, 그와 주위 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게다가 책 속의 살인과 똑같이 벌어지는 살인! 이 책은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호기심 왕성한? 혹은 진짜 살인자? 라면 실제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소설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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