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식물집사 - 늘 긴가민가한 식물 생활자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대릴 쳉 지음, 강경이 옮김 / 휴(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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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관리하기 쉬운가요?”


주로 초보 식물집사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가드닝, 플랜테리어는커녕 죽이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초보들은 어떻게든 키우기 쉬운 화분을 들이고 싶어 한다. 내손은 똥손이라 선인장도 말려 죽인다며 엄살을 떨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마음 한 켠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뭐그리 호들갑인가 할 수도 있지만 내 손을 거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내 손에 죽어나간 화분들에게 미안하고, 키우고 싶지만 죽이고 싶지 않으니 관리가 쉬운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초보 식물집사를 위한 책이 나왔다. 물을 주라고 하는 대로 줬는데 왜 이럴까? 하는 심정으로 화분 앞에서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 <퇴근하고 식물집사>이다. 기존의 가드닝 책들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에만 초점을 맞춰 식물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이 책은 식물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가드닝의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1부는 자연과 화원, 집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와 빛, , , 해충, 번식과 분갈이, 가드닝 도구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설명한다. 2부는 저자가 직접 돌보고 있는 19종의 반려 식물 성장 기록이다. 현재 가드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물 종들이다. ‘필레아 페페’, ‘마리모 모스볼’, ‘러브체인’, ‘몬스테라키우기 쉬운 식물이 아닌, ‘키우고 싶은 식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식물집사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용어는 거시적 돌봄이다.




저자는 실내 식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빛, , 토양 구조, 토양 영양, 온도, 습도(중요도 순서)라고 한다. 1부 식물 돌보기 에서 위 여섯 가지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 빛 : 조도계를 사용하고 빛을 측정하는 법부터 식물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준다.

- 흙 : 흙은 성분 별 특징과 비료주는 법을 소개한다.

- 물 : 물 주는 여러 방식과 시기, 눈에 보이지 않는 화분 내부의 물이 어떻게 흘러 배수공으로 빠져 나오는지 그림으로 알려준다.




- 토양 통풍 :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유용한 기술이다. 통풍의 목적은 물과 공기가 더 쉽게 통과하도록 덩어리를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개는 것이다. 자연에서 곤충과 벌레가 하는 일을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통풍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내용은 이 책에서 처음 읽었다. 10년 넘게 하나씩 사들인 화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떤 식물은 우리 집에 적응 못하고 일찍 죽었고 한 화분은 시들시들하다가도 새싹을 틔우곤 하더니 가장 오래 살아있다.(사실 이 식물의 이름도 잘 모른다) 그동안 물만 주었지 한 번도 통풍을 시켜준 적이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니 10년이 훨씬 지나도록 살아 있어준 그 식물에게 이를 데 없이 미안했다. 분갈이를 해 줘야 하나 싶은데 괜히 건드렸다가 죽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일단 통풍이라도 시켜보아야겠다.


그 외 가지치기, 번식, 분갈이, 해충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준다.


2부 반려식물을 위한 일기에서는 저자가 키우는 동안 즐거웠던 식물들의 이야기, 한 식물이 여러해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공유한다. 19가지 중 스킨답서스를 소개한다





나는 2 년전에 들였던 작은 화분을 꺾꽂이로 여러 개 성공시켰다. 물에 꽂으면 생장점에서 뿌리가 나온다. 이렇게 뿌리가 나온 것들 중 몇몇은 그대로 물에 꽂아두고 몇몇은 흙에 심어보았다. 그런데 수경으로는 잘 자라고 있는데 흙에 심은 것들의 잎이 누렇게 변하고 시들시들해져서 뭐가 잘못된 건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알아냈으면 좋으련만 그런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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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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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주를 떠올릴 때마다 고요한 그곳에 홀로 시끄럽게 돌고 있는 지구가 좋았다. 밖은 저토록 조용한데 이 안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지나치게 피곤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평생 좋아하는 노래만 듣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 작가의 말


우주에 대해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나는 SF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천선란 작가는 우주의 고요 덕분에 지구의 소음과 속도감이 좋다고 했다. 지구 밖으로 가보지 못했으니 차라리 이곳의 삶을 좋아하는 편이 낫겠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이 말을 우주는 가상의 세계로, 지구를 현실로 읽었다. 작가의 소설집 <노랜드>에 실린 10편의 소설들은 우주와 근미래가 배경이다. SF는 현재 이곳이 배경인 소설에 비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나처럼 SF에 관심 없는 이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일말이다.


허나 아무리 미래, 우주 혹은 가상의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해도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겪는 일과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나의 이 소설집 독법은 이랬다.

노랜드라는 우주선에 올라타 천선란의 상상력 속을 유영하다.‘

간혹 친절한 네비게이션이 절실하기도 했고, 데자뷰 같은 상황에서는 어리둥절했다가, 내 생각과 너무나 유사한 지점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작가는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그리 되지 않아 읽고 나면 지치는 책이 될까봐 두렵다 고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고 싶어 소설을 읽고,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듯 가끔은 더 지치고 싶어 소설을 읽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있으리라 믿으며 두 번째 소설집을 엮어 전송한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 실린 소설 열 편 중 몇 편으로 이렇게 답신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나는 사랑하고 싶고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는 사람이니까.


<옥수수 밭과 형>은 인간복제가 소재이다. 사람들은 복제양, 복제개 처럼 연구를 위해 동물을 복제하는 것에 무감하면서 인간 복제에는 윤리적 잣대를 먼저 떠올린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어쩌면 사람도 비밀리에 연구 중이거나 우리 주위에 이미 복제인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섬뜩했다.


사람은 다른데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주인공 푸고의 형은 동생에게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푸코는 형이 죽은 후 복제 형들을 만나면서 형의 그 말을 수긍하기 어려웠다. 복제 형들이 푸코와 함께 했던 기억을 정확하게 얘기했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30여 쪽의 짧은 소설임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인간복제의 윤리적 문제부터 기억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다층적 의미, 사람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한계까지. 근미래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고들 한다. 인간을 복제하는 것보다는 AI가 윤리적 문제의 무게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AI의 등장을 대세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는 푸코가 혼란스러워하는 게 이해되었다. 외모가 똑같고 아무리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복제형이라 해도 둘째, 셋째 형은 원래 그 형이 아닌 것이다. 우리 현실에선 복제형이 없다. 그러나 분명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 있었음에도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왜곡되고 윤색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이젠 영 다른 사람 같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대로 기억을 편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렸을 땐 내 기억이 정확하다고 큰소리 쳤으나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고 있는 게 낫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소설도 있다. <-에게>는 같은 단어 기억이 전혀 다르게 쓰인다. 희미해져서 종국에는 사라질지도 모를 어떤 일을 기억하길 바라는 소설이었다. 죽은 자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사람들 덕에 귀신이 이름을 되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한 <-에게> 속 차사의 말처럼 그날, 2014416일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그들이 억울함에 목매지 않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떠올리게 간절히 바랄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생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도록...


책이 소재인 소설 <두 세계> 속 두 세계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주인공 유라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아무 책이나 사고 책은 소비재라기보다 소장품에 가까웠다고 하는 내용에서 크게 고개 끄덕였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 노랜드인데, 그 회사의 대표는 소설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해 책을 현실감 있게, 오감으로 읽도록 만들었다. 노랜드의 가상현실은 감각으로 소설을 읽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심도 있게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소설 속 인물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 내용인데 나는 프로그램 자체에 관심이 갔다. 조만간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다. 일반 독자로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작가도 그랬다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구현되었으니 실제로 나오게 되면 정말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책이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났으므로 더 이상 작가가 주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해석하는 것 모두 독자의 몫이라고.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는 더욱! 이곳도 저곳도 어느 곳도 아닌 노랜드에서 오감을 사용해 읽고 등장인물들과 소통하는 것을 너머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지어내겠다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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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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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혹은 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사람이 있다.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우화지만 중국여성 인위쩐은 실존인물이다. 이들과 비슷한 프랑스 사람이 있다. 시몽 위로는 사막을 숲으로 만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실천한 사람이다. 도시 정원을 가꾸었고 그것을 책으로 냈는데 앞의 두 인물과의 차이점은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썼다는 것이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그래픽 노블로 원제는 L’Oasis(오아시스). 저자가 십년에 걸쳐 인공물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을 가꾼 이야기다.



어느날 저자는 라디오를 듣다가 환경부장관 니콜라 윌로가 정계를 떠난다는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란다. 그 이유가 자신이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원이 있는 집을 먼저 구해야 했다. 강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처음엔 이랬다.




참 무모한 사람이다 싶었다. 계획이나 목표도 없었고 특별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면서 충동적으로 이사를 왔으면서도 만족했단다. 처음에 길고 좁은 잔디밭과 축 처진 라일락 체리나무 두그루, 수국 세 그루, 주목 하나와 오래된 포도나무 몇 그루가 전부(도면 참고)였다.




그랬던 이곳을 아래 사진(책 맨 뒤 10년 후의 모습 그림)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녹아들어 있는데 놀랍기 그지없다. 대부분 자세한 그림이고 사이사이에 설명이 텍스트로 들어가 있는데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원저 그대로 가져와 텍스트만 한글로 바꾼 것인지 궁금했다. 한국어판으로 옮기면서 글자체를 잘 선정한 것 같다. 그림과 글자체가 잘 어울리며 마치 원래 이 그림에 이 글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동식물 그림이 세밀화라서 도감 수준이다. 그런데 세밀화로 된 도감은 그 식물이나 동물만 자세히 그려져 있지 이 책처럼 사람이 등장한 만화는 아니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곤충이나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세밀화 도감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림과 이름 옆에 학명이 나와 있고 각주를 붙여 그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어느 마을 가정집 정원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저자와 가족, 그리고 고양이가 정원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림은 표정이 살아 있어서 2차원이지만 영상을 보는 듯하다. 고양이를 포함한 정원을 오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그들을 의인화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도감이나 생태동화를 보는 효과를, 어른들은 자신의 정원도 저렇게 가꾸고 싶다는 욕구를 불끈 일으키는 책이다. 그림을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빈 땅에 숨은 자연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끈기 있는 행동에 놀랐고 아름다운 정원에 감탄했다. 그냥 정원을 가꾼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이렇게 멋진 결과물로 탄생시킨 것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식물집사란 말이 유행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유행에 편승해서 휩쓸리듯 나왔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태관련 서적으로 꾸준히 읽히길 바란다.



**위 리뷰는 김영사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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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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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개와 나>의 게일 버전이다. 이 책을 이렇게 정의내리면 캐롤라인 냅게일 콜드웰의 사이를 잘 아는 독자들은 눈가가 촉촉해지며 셰퍼트 루실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와 나>의 캐롤라인 냅은 물론이거니와 게일 콜드웰도 금시초문이라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어느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자체로 당연히 작품 가치가 있으며 이 책을 읽은 후 <개와 나>를 찾아보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두 책을, 또한 두 작가를 같이 언급할 수밖에 없다.


역자 이윤정씨가 옮긴이의 말에서 요약한 아래 내용을 읽은 독자는 그들을 세트로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게일이 마흔네 살 때 여러 공통점(독신 작가, 알코올중독, 반려견 등) 덕에 급속도로 가까워져 친밀히 교류했던 캐럴라인 냅과는 서로 명랑한 은둔자’ ‘쾌활한 우울증 환자라고 부르며 반려견을 데리고 네 시간씩 산책하고, 수영하고, 조정을 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단짝이었던 두 사람은 게일이 70, 캐럴라인이 60대가 되어도 세른세 살이 된 두 반려견을 데리고 함께 산책을 하자며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토록 찬란한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게일은 혼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책으로 게일의 글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많아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썼다. 아마 게일 콜드웰을 아는 독자보다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인상적인 지점이 다를 것이다. 자신이 어떤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작가의 소아마비와 관절재건수술치료 과정에, 사랑하는 사람의 병수발을 하고 있거나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작가가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보는 지점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작가의 개 튤라 이야기에 심취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독자마다 제각각 다른 지점에서 공감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나는 작가가 튤라로 인해 경험한 난폭한 기적에 빠져들어 읽었다. 작가는 반려견 클레멘타인을 떠나 보내고 3개월 만에 튤라를 데려온다. 어쩌면 성급한 결정일 수 있지만 그는 당시의 공허함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여겼다. 나는 우리 고양이들을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데려왔는데 아깽이 시절이 너무 짧아 제발 시간이 천천히 가라고 기도했다. 그래서 강아지 사모예드가 작가의 집에 와서 온갖 사고를 치고 작가의 팔뚝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던 때를 서술한 부분에선 그저 엄마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작가가 고관절 전치환술을 받고 퇴원해왔을 때 튤라는 작가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곧 튤라의 후각이 감지한 제 주인의 고통과 지독한 병원의 냄새는 튤라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p.195


이게 누구야, 내 새끼 왔네!”라고 소리치자, 뒷문으로 들어온 튤라가 듣고는 귀를 뒤집은 채 행복한 모습으로 내게 달려왔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내 얼굴을 마구 핥더니, 내게서 어떤 냄새가 훅 하고 났는지 갑자기 겁에 질린 듯 다른 곳을 보면서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낸시 뒤로 숨었다. 내가 계속 말을 걸고 이름을 불러도 튤라는 귀를 납작하게 젖히고는 내 눈을 피하며 마치 포식자를 맞닥뜨린, 피와 트라우마의 냄새를 풍기는 만신창이 인간을 마주한 듯 굴었다. 그러더니 이내 뒷문으로 내뺐다.




가늠할수 없는 작가의 치료과정이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튤라의 이야기에 미소지으며 읽었듯 작가의 삶에 튤라가 없었다면 이런 글을 써내지 못했으리라 감히 예상해 본다. 그리하여 웨스트포트의 파도를 능수능란하게 타는 튤라의 모습을 보며 작가가 계속 춤을 추겠다고 다짐했듯 나는 웨스트포트 해변에 함께 서있었다. 9월의 대서양을 바라보며 맨발의 발가락 사이로 전해오는 따뜻한 모래를 느끼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더 생각해볼 거리들을 짚어주고 있다. 주어진 질문들은 게일 콜드웰처럼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한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따로 발문을 만들 필요 없이 주어진 10가지의 질문 중에 한 두 개만 골라 같이 이야기 나누어도 알찬 독서모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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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처럼
멜리사 헬스턴 지음, 오현아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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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겐 나의 진짜 이미지가 없어요내 이미지는 대중의 눈에 의해 결정되죠."

 

대중은 배우가 맡은 역할이, 만들어진 모습이, 배우 자신일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배우의 이미지와 실체가 동일하지 않음을 알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냥 믿고 싶다. 이것을 오드리 헵번은 잘 알고 있었기에 위처럼 말했을 것이다.

사망한지 30여 년이 지났어도 스크린에서는 영원히 살아있는 배우 오드리 헵번은 여전히 다양한 미디어로 재생산되고 있다. 책 <오드리 헵번처럼>은 그녀의 열혈 팬인 ‘멜리사 헬스턴’이 자서전 집필을 위해 5년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했으며 부제는 ‘오드리 헵번이 들려주는 10가지 인생 조언’이다. 일종의 어록인 셈인데 ‘행복, 성공, 건강, 사랑, 가족, 우정, 성취, 스타일, 명성, 인간성’까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했고, 주위 인물들의 말도 실었다.

보통 배우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의 반응에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지만 오드리 헵번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녀의 미모에 반해서, 맡은 역할이 마음에 들어서, 유니세프 친선대사 활동 때문에 등등 우호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그녀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었다해도 그녀의 삶에 어찌 고난이 없었을까. 영화 <로마의 휴일>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 자리에 오른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들이 뒤쫓았고 그녀는 일상의 자유를 제한받았다. 사실 그녀는 어렸을 때 전쟁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세계 2차대전의 참화를 몸소 겪었기에 노년에 유니세프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고통 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물론 자신의 두 아들을 끔찍이 사랑했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겼다.

이런 개인적인 일상에서 언급한 것을 포함하여 배우로서 활동하며 했던 언론 인터뷰, 지인들과 나눈 대화, 영화계 인물들의 평가 등에서 추려낸 말을 이 책에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배우로서의 성공과 결혼으로 이어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다. 그녀의 팬이라면 책의 구성이 너무 듬성듬성하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겠으나 이름과 얼굴만 아는 정도의 독자라면 오드리 헵번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 작가 오현아씨가 오드리 헵번의 미공개 사진 70여점을 그림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나는 오드리 헵번의 덕후까지는 아니어도 그녀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중학교 때 <로마의 휴일>로 그녀를 처음 만나 홀딱 반했고, <마이 페어 레이디>와 <사브리나>를 보며 남자주인공이 왜 이렇게 늙었냐며 투덜거렸다. 7년 전인가, 오드리 헵번 어린이 재단에서 했던 전시회 <BEAUTY beyond BEAUTY>를 통해 그녀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그녀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당시 굿즈로 발행된 사진집에는 그녀의 일생과 발언, 그간 접하지 못했던 사진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오드리 헵번 하우스 'LA PAISIBLE'

<오드리 헵번처럼>을 읽으며 다시 꺼내 비교하며 읽었다. 사실 <오드리 헵번처럼>에 나오는 일러스트는 모두 이 사진집에 있는 것들이라서 내게는 미공개 작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진집을 본 적 없는 사람이나 그녀의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처음 보는 그림일 것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오드리 헵번의 패션 동반자, 지방시


이제 그녀가 한 말을 옮긴다.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조언이라며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삶이었다며 그림 속 그녀에게 하이파이브를 할지도...

"나의 가장 큰 야망은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커리어 그 자체를 갖는 거예요."

"상대의 외모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상대가 ‘따뜻함’이나 ‘매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편안함을 느낄 거예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내가 평생 동안 꿈꾸던 거였어요. 그리고 결국 그 순간이 내게 왔죠. 그 순간이 좀 더 빨리 찾아왔었다면 정말 멋졌을 거예요. 내가 서른 살이 됐을 때 그 멋진 순간이 찾아왔고, 오랜 기다림 후에 온 순간이라서 더 큰 기쁨이었어요."

"사람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건 노화나 죽음, 외로움이나 애정 결핍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찾고 싶은 건 살면서 느끼는 애정, 외로움 그리고 놓친 것들의 균형 같은 거예요."

"즐거움을 주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양심을 깨우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잠시라도 안식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사람들은 내가 나온 영화가 재미있을 때, 영화 속에서 여자들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 영화 속에서 좋은 배경 음악이 나올 때, 자신과 그 영화를 동일시하곤 해요. 사람들이 내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당신의 영화를 보고 기분전환이 됐어요.’라고 말할 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어요."

"유니세프의 임무는 모든 어린이를 기아, 갈증, 질병, 학대, 사망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오늘 날 우리는 훨씬 더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이기심, 탐욕, 공격성으로 우리는 하늘을 오염시키고, 바다에서 생물이 살지 못하도록 하며, 숲을 파괴하고, 수천마리의 아름다운 동물을 소멸시키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다음 희생자가 되는 건 아닐까요?"

[주위 사람들의 말]






🙀😱 마지막으로 그녀의 망언?으로 한 번 웃자!


"나의 스타일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어요.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고, 알이 큰 선글라스를 끼고, 민소매 드레스를 입으면 누구나 오드리 헵번이 될 수 있어요."



그녀처럼 큰 선글라스 끼고 민소매 드레스 입었을 때 저런 비주얼 되는 사람?? 손!!

우리를 현실자각하게 해주시는 여신님의 발언!ㅎㅎㅎ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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