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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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식물학자의 식탁>의 부제는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이야기’ 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식물학 박사 스쥔이 쓰고 류춘텐이라는 삽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식물학자가 쓴 것이니만큼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알 수 있는데 목차에 있는 이름만으로는 아는 게 몇 개 없어서 갸우뚱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중국식 이름이라서 처음 듣는 것 같았던 것들이 있다. 예컨대 호두를 ‘핵도’로, 키위를 ‘미후도’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그림을 보면 바로 확인가능하다. 거의 식물도감 수준으로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사진보다 사실감이 있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목차를 보자면 1부 식물학자의 경고, 2부식물학자의 추천, 3부는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이다. 총 40여개의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의 역사와 자생지, 재배법, 음용법을 포함한 상식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것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식물이나 자연식에 관심이 많거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이 독자라면 유용하게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 되겠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적인 성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어렵게 여길 수도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나물이나 차라고 해봐야 열손가락 다 펴 봐도 그것을 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식물의 정보를 알아서 뭐하겠나 싶기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즐겨먹는 식물의 독성 혹은 약성에 대한 정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교정해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읽어보면 식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식물 소개 끝나는 부분에는 “미식 비법”이라는 꼭지를 두어 추가 지식이나 조리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흔히들 호두가 사람의 뇌처럼 생겨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양분이 비교적 골고루 함유되어 있지만 호두를 먹는다고 머리를 더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건호두에는 100그램당 단백질 14.9그램, 지방 58그램, 탄수화물 6.1그램, 칼슘 56밀리그램, 인 294밀리그램, 아연 2.17밀리그램, 비타민E 43밀리그램이 들어있는데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지만 이 정도는 다른 음식에도 많다는 것이다. 뇌를 더 발달시키고 싶다면,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두뇌 사고 훈련을 강화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 애들한테 머리 좋아진다며 많이 먹였는데ㅠ

 

 

 

 

우리의 제사상에도 꼭 올라오는 나물인 고사리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의 문헌에 등장한 고사리 식용의 역사는 춘추시대의 “시경”이라고 한다. 양치식물의 황금기는 지금으로부터 3억5천만년~2억 2500만 년 전이며 공룡들이 먹었을 것으로 추청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공룡들이 배를 채우기엔 양이 적어 디저트 정도였을 것인데 왜 고사리가 공룡의 음식으로 취급되는 것인지를 밝힌다. 잘못 알려진 상식이 인터넷에서 퍼지면 정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사리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덩치 큰 공룡이 먹기에 키도 크고 양이 많은 것은 사라나무이므로 공룡이 주로 먹었을 것인데 사라나무가 현존하는 큰 양치식물이고 고사리가 양치식물의 대표이다보니 대표격인 고사리가 공룡이 주로 먹었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양귀비가 헤로인으로 이어진 역사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3천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수메르인들은 이미 하루 노동 후 양귀비차를 한 주전자 끓여서 그날의 피로를 풀었다. 그들은 양귀비를 환락초라고 불렀다. 얼마 후, 숙성하지 않은 양귀비 열매를 살짝 자르면 그 부위에서 흰색 유즙이 쏟아져 나오는 걸 아시리아인들이 발견했고, 그 유즙이 건조되면 강력한 효력을 지닌 검은색 아편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독일 과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의 중독성을 끊어내려고 순수 진통 성분인 모르핀을 추출해냈다. 그런데 이 성분에도 중독성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모르핀의 폐단을 극복하려고 그는 모르핀의 분자구조에 살짝 수정을 가했는데 그 탄생은 헤로인이었다. 작가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아편, 대마, 니코틴을 차례로 설명하며 사람을 중독시키는 도파민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강력한 자극에 적응하게 되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만족하는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생활속에서 찾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중독성 약물이라고 한다. 마약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커피에 중독된 나는, 커피외의 음식에 대해 그리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마약 성분이 든 식물에 대한 글을 읽다가 '내가 작은 행복을 누리려고 노력해보지 않은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 외에도 미후도가 어떻게 뉴질랜드로 가서 키위가 되었는지, 샐러리가 정말 정자를 죽이는 야채인지, 시금치에 들어있는 옥산살이라는 강산성에 대한 이야기, 감의 떫은 맛의 정체 등등... 읽을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내용들이 많다. 주방에 두고 요리 재료를 손질할 때나 차를 마실 때 참고하기에 유용한 책이다. 한 번에 후루룩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깝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독의 꽃>에서처럼 모든 독성을 가진 것은 독뿐 아니라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식물들도 역시 독과 약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섭취하려고 할 때, 이 책으로 지침 삼아 기왕이면 약 성분이 더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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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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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적 수강생 500만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가 다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역사가 어디에 쓸모 있다는 거지?'

'역사 시험 칠때나 필요하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책의 부제가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이다. 자유롭고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는 역사가 필요하다는 뜻일까?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보니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쓸모>는 그간 읽어온 역사관련 책과는 달랐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아니 가르쳐 주지 않는 내용을 더 알고 싶어서 읽었다. 주로 한홍구,강준만,이덕일의 책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몰랐던 사건, 감춰진 진실을 알게되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역사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도록 도와주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역사,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사,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역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작가는 우당 이회영이 30대 때 스스로에게 한 질문, '한 번의 젊음을 어찌할 것인가?'를 가슴에 새겨 선대의 사람들에게서 선물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이회영처럼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역사책으로 지식정보만을 습득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 항로에서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어디로 가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혼란스러울 때, 이 책에서 일러주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보며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역사란 단지 시험을 치기 위해 외워야할 것이 많은 성가시기만 한 과목이 아니라 제목처럼 쓸모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인물이 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육'이다. 그는 '대동법의 아버지'라고 한다. 대동법이 방납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쌀로 내도록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임진왜란 후 광해군 때 이원익에 의해 경기도에서만 대동법이 시행되었는데, 이것을 전국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김육은 일생을 바쳤다. 그렇게되기까지 거의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580년에 태어난 김육은 10대 때 임란으로 양친을 여의고 힘든 상황에서도 과거에 합격해 24세에 성균관에 들어가지만 '청종사오현소'라는 상소를 올린후 대과응시자격을 박탈당하고 낙향하여 숯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가평에서 서울까지 160km를 걸어서 숯을 팔러 다니며 공납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인조반정이후 장원급제하여 관직에 나가지만 병자호란이 일어난다. 10대에 전쟁, 20대에 투쟁, 30대에 귀농, 40대에 다시 전쟁, 그가 제대로 된 정치생활을 시작한 것은 50대가 되어서였다. 79세에 유언상소를 올릴 때까지 오직 대동법의 전국 시행에만 집념을 불태웠다. 그는 좌우명 '애물제인(만물을 사랑하여 사람을 구제하자는 뜻)'을 죽을 때까지 온 몸으로 실천했던 것이다.

작가가 도입부에 소개하고 각오를 다졌던 이회영의 인생과 김육이 다르지 않다.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일생으로 답한 사람이다. 질곡의 삶속에서 온 몸을 던져 이루고자 한 것을 마침내 해내고야 만 김육의 생을 읽으며 심장이 뜨거워졌고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해보았다. 나에게는 삶을 던져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부끄러웠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물질을 욕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지식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었다. 과거의 인물과 사건들을 작금에,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에 비추어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서적보다 훨씬 뜨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인물과 사건들을 이 한 편의 글에 다 언급하지 못함은 모자란 깜냥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 최태성 작가를 직접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밝은 암시를 받아 티끌 같은 존재로서의 자신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 하나를 하고 떠날 것인지 자문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다산북스의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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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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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구의 사랑>은 김세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1987년생 목포출신으로 10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에서 풀어내었다. 사랑, 첫사랑의 세밀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소설을 써보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옮기기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낸 뒤, 즉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한 후에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은 무의식의 작동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드러내어 후련함을 느끼고픈 욕구가 있다. 작가가 이렇게 허구를 가미해 드러낸 이야기를 민선 선배에 해당하는 그 사람이 읽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문득 궁금해진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작가의 분신인 준희와 민선 선배 그리고 준희의 친구 인희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10대시절, 초등학교 6학년때 인희를 만났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때 민선 선배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중과 여고를 다닌 여학생이라면 대부분 경험했을 중성적 매력을 가진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 즉 동성에게 가지는 사랑의 감정이 주 소재이다. 거기에다 90년대부터 10대 소녀들에게 유행했던 또래문화 '팬픽과 '팬픽이반'도 가미된다.

소재 때문에 얼핏 10대 여학생들의 치기어린 사랑 정도로 치부될 수 있겠다. 남성독자들이라면 책소개나 줄거리만으로 그렇게 단정짓고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직접 읽어보지 않는다면 이 책의 숨은 매력을 놓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10대 소녀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그냥 사랑,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화자가 여자 고등학생이고 그 대상이 동성의 학교선배일 뿐이다.

사랑에 빠지면, 것도 첫사랑이라면 눈 멀고 귀 먼다. 남의 눈엔 평범해도 콩깍지가 씐 눈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대상이다. 머릿속엔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다. 그러니 늘 함께 있고 싶고 언제까지나 둘이 같이 있을거라고 여긴다. 준희도 민선 선배를 그렇게 생각했다. 민선 선배에게 받은 "사랑해!!"라는 말(백사장에 쓴 글자)에 준희도 표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입맞춤이었고, 그것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준희는 대학생이 되어 남자와 사귀게 되고, 선배가 결혼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고, 인희가 여전히 팬픽이반같은 모습으로 찾아오고, 일 때문에 알게 된 H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 후, 준희는 생각한다.

사랑의 실패를 만든 그 장소, 해변에서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 그녀가 말한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지... 독자도 생각해 볼 것이다.

찬란하고 아팠던 주인공의 첫사랑은, 동성이라는 금기시된 대상을 사랑했기에 암묵적 비난속에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 대상이 옆 학교 남학생이었다면 그저 '학생신분으로 사랑금지' 라는 극복가능한 억압이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만끽하고 표현하기에 준희에겐 너무나 큰 터부의 대상이었다.

한편 자신에게 서투른 감정을 표현하는 인희를 대하는 준희의 태도는 모순돼 보인다. 본능처럼 내재된 동성애에 대한 터부가 작동했을 터이다. 자신의 사랑이 너무나 커서 인희의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은 없었던 것이다. 어렸으니까... 시간이 지나 H와의 대화 끝에 그녀는 인희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을까? 여전히 민선 선배의 사랑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그녀로선 인희를 이해했다고 보긴 어렵다.

작가의 말 말미에 '그녀와, 그녀들에게 감사와 한없는 애틋함을 담아서'라고 썼다. 민선선배와 인희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이 책을 읽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게 해준 작가에게 고마워하리란 생각이 든다. 그들도 어쩌면 지나간 사랑에 대해 "그땐 참 뭘 몰랐었지." 라거나 "그래도 사랑의 계절이었어. 아름다운 시절이었어"라며 애틋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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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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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그라프페이퍼',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라운지 바 '장프리고', 빼곡한 상품 진열로 마치 밀림같은 '삐에로쇼핑', 집에서도 생각나는 '교보문고'의 시그니처 '책 향'까지. 이제 '취향'을 담지 않은 공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콘셉트부터 마케팅까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공간' 브랜딩!

20년 경력의 베테랑 공간 기획자 2인이 전 세계의 '취향 저격' 공간들을 소개한다.

 

위 내용은 책 앞날개에 있는 책 소개이다. 두 말할 필요없이 간명한 책 소개라 옮겨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소개처럼 오프매장을 내려고 계획중이거나 현재 운영중인 매장에 변화를 주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작가 이경미, 정은아씨 모두 오랫동안 공간 디자인을 해온 사람들이라서 현장감 있는 자료와 이론들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요즘 온라인으로 쇼핑하지 누가 오프매장에 직접 가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온라인 쇼핑몰 이용율을 확인해보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1분기 조사에서도 전년동기 18.6%나 증가한 1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용의 편이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온라인 이용상품군을 보면 음식서비스가 89%로 가장 높고 그 다음 40%를 차지한 것은 가전, 전자, 통신기기이고 화장품은 20%정도이다.

이 온라인 쇼핑 이용 품목을 보면 책에서 다루는 매장들의 품목과 그리 겹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잘나가는 오프라인 매장의 콘셉트와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할 공간브랜딩을 엿보고 벤치마킹 해보기에 맞춤한 책이다. 꼭 창업하지 않을 일반 독자라도 트랜드를 알고 유명 매장 소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지면으로나마 취향저격 공간을 맛보게 되는 것은 덤이다.

'1장 끌리는 공간은 이렇게 시작된다'에서는 맥락 있는 공간 만들기, 디테일에도 의미를 담는 법, 오프매장이니만큼 스태프의 태도까지 신경써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장 완전 내 취향인 공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오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티핑포인트, 공감과 교감으로 승부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장 취향 저격의 공간을 만나다'에서는 주로 일본과 국내의 매장들을 소개하며 네이밍 잘된 사례, 군더더기로 덧칠하지 않는 장점들을 보여준다.

책 마지막에 "취향 저격 체크리스트"가 있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보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공간들의 리스트도 있어서 사진으로 만족하지 못할 경우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볼 수도 있다.

아래 사진은 내 취향을 저격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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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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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누워 햇볕을 덮고

식물의 목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기울이면

정원이 내게 말한다.

괜찮다.

괜찮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


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위 문구는 위로가 되는 한편, 정말 괜찮은 건지 의구심이 들게도 한다. 샘터사에서 출간된 책, <안아주는 정원>을 읽어보면 갸웃거렸던 마음에 진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그맣게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정원 가꾸는 팁을 여러가지 배울 수 있다. 아파트에 산다 하더라도 베란다에 화분 하나 들여놓을 마음을 내게 해 줄 책이다.

저자 오경아씨는 15년 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영국 애식스대학에서 7년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속초에서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열었다. 원예와 가드닝 지식을 담은 책을 여러 권 펴냈으며, 현재 가드닝 관련 다양한 강좌를 진행중이다.

이 책은 속초 생활을 시작한 2014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정원을 돌보며 자신을 돌보고, 식물의 삶의 태도를 관찰하며 변화한 자신의 삶도 책 속에 담았다고 했다.

과연 이 책은 단순히 정원 가꾸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다양한 식물들의 생장을 보며 우리 인간이 배울 점들이 아주 많아서 어찌보면 힐링에세이 느낌이다. 역시 초록의 식물들은 우리 눈만 건강하게 해주는게 아니라 정신에도 건강함을 주는 존재였다.

나도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으로 이사온지 1년이 되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며 그저 예쁘다는 생각, 아니면 꽃을 배경삼아 sns에 올릴 책사진 찍기만 급급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하고 무식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팁은 이것이다. 떨어진 낙엽을 그냥 둔다고해서 그것이 퇴비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오히려 흙을 덮어 숨쉬기 어렵게 하거나 나쁜 미생물이 생기면 나무의 생장에 좋지 않으므로 낙엽을 쓸어내야 한다고. 그것들을 따로 모아 1년정도 숙성시켜야 퇴비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른채 떨어진 잎들을 나무 아래 그대로 두었다. 당장 쓸어내어 모아야겠다. 저자의 정원학교에 가서 정원관리법을 배우고 싶은데 너무나 멀어서 안타깝다. 아쉬운대로 원예 이야기와 가드닝 지식이 담겨 있다는 책, <정원의 발견>을 사보아야겠다.

아파트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p.82

모든 식물은 빛, 영양소, 물이라는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이 조건이 갖춰진다면 식물의 생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요소 중 실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빛이다. 실내는 바깥 환경에 비해 빛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창문으로부터 1.5m 이상 멀어지면 당장 일조량이 열악해지는데 이런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인공조명을 두어 보조적인 광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실내 환경 중 하나는 환기다. 대부분의 식물은 비, 바람을 맞으며 자라기 때문에 막힌 공간에서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생존이 힘겨워진다. 실내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물이 마르지 않게 수분을 공급하고 빛이 잘 들어올 수 있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지식 중 하나는 아일랜드 감자대기근에 대해서다. 역사적 내용으로 1800년대 아일랜드에서 몇년간 감자 흉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단순히 감자가 날씨때문에 흉년이 들어서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당시 감자파동의 원인은 날씨보다는 땅속에 사는 기생 미생물 때문이었다고 한다. '워터몰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균과 같은 미생물이 감자를 숙주 삼아 영양분과 수분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물관련 지식들도 좋았지만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식물의 생애를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꿋꿋이 이겨내고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을 보면 자연은 어느 생명체에게도 그저 평온하게 살아갈 환경을 거저 주지는 않는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승리자는 남들보다 얼마나 평안하게, 영광스럽게 살았느냐가 아니라 마침내 잘 견디어 오늘을 여전히, 기어이 살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아프고, 힘겹고, 죽을 것 같지만 온 힘을 다해 견디고 버티며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외친다.

우리는 잘 살고 있다고!


단순히 정원 관리하는 책인줄만 알았는데 읽어보니 제목처럼 꼭 안아주는 책이었다. 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에 묶여있는 것 같은 식물을 보며 용기를 얻게 해주는 참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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