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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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테마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새벽의 방문자들>은 여섯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이다. 그 작가와 제목은 다음과 같다.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 하유지의 룰루와 랄라”, 정지향의 베이비 그루피”, 박민정의 예의 바른 악당”, 김현의 유미의 기분”, 김현진의 누구세요?”이다.

 

이 책은 타이틀을 페미니즘 테마소설이라고 달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남성 독자들이 볼 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부터 격세지감이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일어난 큰 변화는 미투 운동이란 단어로 대표된다. 이러한 이름으로 네이밍된 사회의 변화는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나, 내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부정적인 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지, 어디 지 잘못을 당당하게 드러내나?”

무서워서 이젠 여자에게 이쁘다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세상이 됐네.”

여권 차암 많이 신장됐다.”

같은 비아냥거림들이 많았다.

 

어쩜 당신 주위엔 남성우월주의자들만 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일수록 미디어에 회자되는 긍정적 변화보다는 항간에 떠도는 말들이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당신도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소재로 사용된 사례들이 내게는 없었던가? 유사한 상황을 겪으며 어땠는지 회상해보게 되었다.

 

먼저 베이비 그루피유미의 기분에서처럼 고등학교 시절 남선생들의 무례한 행동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금은 감히 내뱉기 어려운 모멸감을 주는 언어적 표현은 일상다반사였다. 그것은 폭력적이기도 했고 색드립에 가깝기도 했다. 슬그머니 접촉하는 행위는 지금으로 보자면 추행이었다. 그런 시절을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왔다. 그런 짓거리들은 무례함을 넘어 여성, 어린 여자를 깔보는 비인간적인 언행이었다. 물론 모든 남교사들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두 편의 소설을 읽으며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친했던 내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했던 남선생에게 당했던 성폭행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내게 고백했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어라 응대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가 있는 틈을 타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그런 짓을 했다고 했다. 친구가 그의 행동은 사랑도 뭣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못된 짓이었다는 것을 어슴프레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고, 경찰에 알리려는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다. 여성이 이런 식으로 남성에게 당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예상조차 힘들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룰루와 랄라의 남편과 누구세요?”의 남자친구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얼마나 빡씬지(‘빡씨다는 이 단어만이 그 험난함의 최고급 표현이라 생각됨) 전혀 모르는 인간들이다. 남편과 남친의 대표격으로 대변되는 그들은 몹시 이기적이다. “룰루와 랄라의 남편은 일견 대화도 통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아니다. 대화를 이어가다 더 이상 말하기 귀찮아지면 , , 쓸데없는 디테일 물고 늘어지네. 싸우자고 덤비지 좀 말고, ! 넌 밖에선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그러더라.”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 대화의 앞부분에 남편이 아내에게 회사 당장 관두라고 말할 때부터 감정이 상했던 거였다. 그 대답에 아내가, “관두고 뭐하냐? 너 바나나나 잘라주면서 사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내로부터 사소한 배려? 아니 대접을 받아오던 것을 비꼰다고 여겼던 것이다. “누구세요?”의 남친은 더 가관이다. 세상 약삭빠르고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의 대명사이다. 이런 인간들은 특히 여자에게 더 그렇다!

 

나도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해오면서 저 소설들과 유사한 상황과 대화가 없지 않았다. 동일 상황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온도차는 몹시도 크고 대처법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견뎌낸 나의 방식은 체념이었다. 그리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길게 말한다고 가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배우자에게 내 감정을 동의받으려는 시도는 포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싸우지 않게 되었는데 이는 겉으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남편 스스로 자신은 200점짜리라 여기는 황당한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오래 살다보니 말이 좀 많은 다른 여성들과의 대화가 거북스럽고 그런 이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게 되는 단점 또한 있다. 그나마 결과론적으로 장점이 있다면 읽고 쓰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결혼 초에는 육아에 몰두했고, 나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이나 이상형을 찾기 위해 10여 년 간은 읽기만 했고, 작년부터는 매일 글쓰기를 시작해서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어디에 가닿을지 알 수는 없지만 넘치는 언어와 감정의 배설을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를 택한 것이다. 어쩌다보니 이 소설집 리뷰가 내 인생에 남자라고는 한 명 뿐인 사람과의 생활 톺아보기가 되어버렸다.

 

서두에도 밝혔듯 이 소설집을 남성들이 많이 읽지 않을 것이 걱정이긴 하지만, 여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남성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동성 친구들간에 시시덕거리며 소비되는 이야기로, 혹은 인터넷의 신빙성 없고 자극적이기만 한 글들로, 유튜브의 검증되지 않은 가짜 정보들로 여성 일반에 대한 인식을 쌓는 것을 피하길 바란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카페의 집회에 직접 가보고 그들이 주장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알려고 노력하는 남성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신문이나 방송 기사로 접하는 것들을 믿게 되는데 그것들도 팩트만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소설이 현실반영률이 높다. 이 소설집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우리 사회로부터 어떤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좀 더 알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극단으로 치닫는 남녀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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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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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1~3>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긴 응답이라할 수 있다.

 

1권에서 언론의 대표로 주간지 기자 '장우진'을, 입법부 대표로 국회의원 '윤현기', 재계 대표로 성화그룹을 삼각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에 더해 최민혜 변호사, 황원준 검사등 사법부 인물들도 포진시켜서 현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1권의 주된 스토리는 성화그룹의 사위 김태범이 비자금을 폭로하려다가 실패로 끝나는데, 내부고발의 동기가 사욕에서 출발했을때에 필연적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2권에서는 김태범과 성화그룹의 장녀 안서림과의 이혼소송이 주 내용이고 법조계의 뿌리깊은 악습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도 한 축이다. 김태범과 안서림의 관계는 삼성의 장녀 이부진과 사위 임우재와의 이혼소송을 연상하면 된다. 책 속에서는 김태범이 성화그룹의 아들 둘을 대신하여 감옥까지 갔다왔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커녕 자녀 친권까지 뺏으려는 성화그룹에 어떻게든 맞서보려고 몸부림쳐도 돈과 법에 있어 자신의 미약함에 몸서리친다. 그러나 그의 소문난 실력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BP그룹이라는 또다른 재벌의 비자금 관리의 총책을 맡게 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매수해서 뒷돈을 빼돌리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이부진과 임우재의 이혼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책내용처럼 임우재가 한 재산분할신청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고, 친권부분도 임우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3권에서는 장우진을 다리삼아 최민혜 변호사와 황원준 검사가 결혼결심까지 하게 된다.둘의 연애과정이 장문의 손편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어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듯 하다. 반응을 가상으로 떠올려보자면,

 

"현재 시점의 소설인데 이렇게 올드한 방식의 연애를 하다니! 두 남녀의 나이도 30대후반밖에 안 되는데? 편지 내용을 읽는 독자의 오글거리는 손은 어쩌라고?"

"오랜만에 남의 연애편지 읽으니 옛날 생각나네. 휴대폰이 없었을 땐 다들 저렇게 연서로 마음을 전했지..."

"작가님 시대에나 했을 법한데? 이건 일종의 마음으로 하는 데이트인가? 작가님 연애편지 내용인 듯.ㅋㅋ"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살리고 싶어서 넣은 내용 같은데,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엔 무리수가...ㅠ"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에 가깝다. 뒤틀린 얼굴을 갖게 된 한국 현대사를 부문별로 핵심 요약하여 독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사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자신의 지식을 죽 한 번 정리해보는 기회가 될것이고, 무관심했던 독자라면 알짜배기 강의 세 편을 텍스트로 읽게 되는 경험일 것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은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될 일이다. 굳이 비용지불하여 두께감 있는 책을 손에 쥘 독자가 얼마나 될 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러나 유튜브 검색은 맞춤한 키워드가 아니라면 원하는 정보에 단번에 도달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텍스트지만 알토란 같은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다.

 

 

3권의 마지막에 장우진이 인터뷰하는 '이태복'이라는 인물은 실존하는 사람이다. 2007년부터 우리나라의 5대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 했고 복지부장관도 지냈다. 5대거품빼기 품목은 기름 값, 카드 수수로, 통신비, 약값, 은행금리인데 이것들의 거품을 줄이면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인데 어떠한가? 10여년전에 제안된 내용을 아는 이도 드물고 저 다섯 가지는 현재도 서민들의 생활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줄어들지는 않았다. 책 인터뷰 내용은 주로 국민석유에 대한 내용이다. 독과점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정유사에 맞서 저렴하게 석유를 공급받도록 하고자 진행했던 공모주 사업이 거대한 암초에 부서지는 목선같았다. 물론 이것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며 이런 일어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3권 마지막에 장우진 기자가 제안하는 '너나"사모'(너와 나 나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개혁에 앞장서자는 것도 낙관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촛불혁명의 당사자로서의 뿌듯함이라는 불씨를 살리자는 의도같은데 그것 못지않은 피로도가 불씨를 다시 타오르기 힘들게하는 눅눅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우진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가 주창하는 시민단체 확산운동을 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 안읽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현 상황에서 책으로 하는 저런 주장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작가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들불처럼 일어나리란 기대보다는 지식인으로 작가로의 소명의식으로 집필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작가의 말이 구구절절 맞고 고개 끄덕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책을 읽은 독자가 아무런 행동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작가는 시민단체 결성을 위해 콘서트를 제안했다. 영향력있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단돈 2천원에 볼 수 있도록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방탄소년단'을 떠올렸다. 그들의 팬클럽 '아미'가 14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팬으로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하는 일들이 파워풀하다. 작년에는 SNS에 그들이 언급한 책 세 권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BTS가 시민단체 결성에 앞장서는 것은 무리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한다면 그 파급력은 크리라고 본다. 한국현대사의 고질병들을 깨부수기에 현실적으로 우리의 결속력이 너무 딸린다는 생각에 잠시 꾼 백일몽이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인용된 톨스토이의 "국가는 폭력이다."나, 스푸너의 "국가는 강도다."라는 문장은 작가의 첫 질문에 대한 응답은 아닐 것이다. 잘못 시작된 부조리하고 부당한 시스템들을 만든 것이 사람이듯, 작가는 시민의 힘으로 바꾸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잘못된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 안의 힘을 다시 끌어내어 분출시켜야 하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 의거,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 작가의 절절한 물음에 대한 독자의 응답으로!

 

"국민이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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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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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고양이 키우는 에세이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는 가장 편안하고 따뜻했다. 아마 작가의 심정이 문장에 고대로 반영되어서 그런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 집도 지난 달에 토르가 와서 이제 어엿한 다묘 가정이 되었다!(꼭 자랑할 일만은 아녀도 뿌듯하긴 하다~^^) 작가네 집에는 고양이가 다섯마리다.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 네마리와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 한마리, 결혼하면서 사람 둘, 고양이 다섯의 대가족이 된 것이다.

 

 작가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 하나 둘 정도는 낳고, 그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한편 아파트 평수 늘여서 이사도 가야하고, 여유가 되면 해외여행도 가면서..."

그런데 작가는 조금 다르게 사는데 일반적이라 불리는(누가 정해놓은 것인진 몰라도ㅠ) 삶을 과감하게 거부? 했다기보다,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님 입방아를 찧고 싶어서 인지는 몰라도 자꾸 물어본다.

기혼여성에겐 응당하는 질문, 애가 없으면 언제 낳을건지? 안 낳을거라하면 왜 그러냐? 누가 문제냐? 고양이 키운다하면 고양이가 자식이냐? 그럴순 없다며 훈계까지!! 작가의 경우 공무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일상에 경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좋은 공무원을 왜 관두냐? 그렇게 사는게 뭐가 좋냐는 자신의 잣대로 남의 삶을 맘대로 평가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고 모두 이상하답니다.

그러니 각자의 자연스러운 삶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조용하면서도 따끔한 멕임인가??ㅎㅎ

작가는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고양이 이야기로 밤새 얘기할 수 있다.

↓ 아래는 그 꼭지에 해당하는 그림~


 

작가는 고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남펀과 결혼하게 되었다 하고 남편과의 몇몇 에피소드들도 나오지만 책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느껴졌다.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고양이라는 동일 코드도 한몫했겠지만 둘의 성정이 비슷해서 맞았을거라고 생각된다. 조용조용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다 아무렇지 않은듯 아내의 엄지발가락이 귀엽다고 말하는 남편, 한 손으로는 밤을 숟가락으로 퍼먹기 힘든 남편에게 엄마처럼 삶은 밤을 까주는 아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잠이 덜 깬 고양이의 귓가에,


"오늘 아침 공기가 너의 눈동자처럼 맑아."

 

 

라고 속삭이고픈 작가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에서 친구들이 겨울양식을 모으는 사이, 프레드릭은 이야기들을 모아 추운 겨울 양식이 다 떨어졌을 때, 그가 모아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들이 시인이라며 감탄한 것을 인용하며 작가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 사소해 보이는 일에, 지나가다 만나는 모든 동물들을 보면서, 경탄하는 작가도 충분히 프레드릭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수줍게 다음 아니면 다다음 책에서 이렇게 쓸 것 같다.


"저도 시인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일곱가족 모두 건강하게 매일 깨볶고 햄볶으며 살길~~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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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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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신간 <천년의 질문> 1권을 펼치면 제목 다음 장에 작가의 질문이 나온다.


 

 

 

천년이 넘도록 되풀이되어온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인 줄 알았는데 탐험을 나선단다. '응답'이라고 되어 있어서 정답을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그게 아니다. 세 권의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권의 마지막 즈음엔 답이 있는 것일까? 작가는 계속 질문만 하고 답은 독자가 찾아야하는 것일까?

1권을 순식간에 읽었다.1권은 우리나라 현 상황을 뉴스기사처럼 주욱 풀어놓았다. 정치, 경제, 언론이 현재 우리나라를 이 지경으로 망쳐놓았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각계의 대표인물들은 세 명이다. 정치인에 윤현기 국회의원, 재계인물에 성화그룹 사위 김태범, 언론인에 시사포인트 기자 장우진이다. 성화그룹의 비자금을 사위 김태범이 폭로하려고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성화의 마수가 윤현기, 장우진에게도 미치지만 유야무야 마무리된다. 그러는 와중에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소설속에 그대로 반영된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사들의 국민을 개무시하는 태도, 재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제 배만 불리고, 이 두 세력과 결탁한 언론은 국민들에게 경보기를 울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란듯이 뻔뻔한 비호세력이 된다. 그런 언론계에서 장우진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다.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불의를 참지 못하고 목숨 걸고 취재하러 다닌다.

여기서 잠깐!!

책에서 묘사되는 장우진 기자의 활약, 살해 위협등등은 모두 사실이다. 그 모델은 "시사인"에서 일했던 '주진우'기자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내용이지만 아마도 처음이라면, 읽으면서 소설이니까 이런 인물을 만들었으리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의 취재 활약과 고충을 직접 듣거나 읽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지난주 작가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 장우진의 이름을 주진우에서 따와 앞뒤를 바꿨다고 직접 설명했다. 그 인터뷰를 들어서일까. 소설 읽는 내내 장우진 기자의 대사에서 주진우 기자의 음성이 자동지원되어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특히 흥분하는 어조에선 주기자 특유의 버벅거림으로 읽혀서 재미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만 그리면 너무 비관적이니까 병렬로 등장시킨 단체는 참여연대와 민변이다. 참여연대는 윤현기 국회의원 입장에선 몹시 성가시게 굴며 끈질기기까지 해서 눈치봐야하는 존재이고, 민변은 통장잔고 0원인 장우진 기자의 소송을 무료로 해주는 단체이다. 이런 단체에 점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활동하니까 어느정도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듯 하다.

현실에서 보더라도 참여연대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김경률 회계사를 위시한 참여연대에서 수면위로 드러나게 했고 지속적인 삼성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주진우 기자의 활약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지금은 MB가 숨겨둔 재산을 찾아 국고로 환수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렇게 소설은, 다큐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러나 소설속 내용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도 비판하지만 만연한 배금주의도 비판하고 있다. 우리의 탐욕이 사회를 점점 더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욕망이 선순환하면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지만 지나친 욕심이 개인에게 생채기를 내면 그 환부는 점점 커져 사회전체를 썩어들어가게 한다.

김태범에게 주지스님이 한 말, "탐진치"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면 손에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어리석어지게 되고마니 늘 경계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1권의 마무리는 성화그룹 비자금 사건이 싱겁게 끝이 나고, 직원인 지적장애 여성을 3명이나 성폭행한 파렴치한 사장을 법정에 세우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2,3권도 빠르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천년의 질문에 어떤 답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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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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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하면 사는 게 더 수월해질까?"

출판사 '블랙피쉬'에서 나온 책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일이야>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의 철학과 사상학 분야 35명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도호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인 '나오에 기요타카'가 엮었다.

1장은 개인에 대해, 2장에서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철학책이니만큼 책의 사용설명서를 앞부분을 두고 있는데 참고 후 읽어나가면 더 쉬울 것이다.

1장 내용 중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삶, 가치 없는 삶일까?"를 예시로 살펴보자. (제목 하단에 노자와 장자 인용, 난이도는 별 한 개, 주제는 삶의 보람, 공헌, 장수, 무용의 용으로 표기함)

먼저 학생들의 대화로 포문을 연다. 진로를 고민하는 지우와 태주가 '그냥 살아만 있는 것'과 '직업을 가지고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노자와 장자 사상을 토대로 '무용의 용'으로 확장 시킨다. 마지막에는 아래 사진처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포인트" "나만의 철학 세우기" "오늘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그 뒤에는 "칼럼"코너를 두어 서양철학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로 조금 더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칼럼코너는 매 주제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 칼럼은 304쪽에 나오는데 고전서적을 읽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가 되어 있어서 마지막 특별부록을 다 읽은 후 학생지도용으로 참고해도 되겠고, 성인독자라면 고전을 좀 더 쉽게 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책은 마지막에 "철학 훈련을 위한 특별부록"이란 코너로 10분의 1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참고할만하다. 어린이와도 질문을 통해 철학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디베이트와의 차이점, 철학 글쓰기, 소논문 쓰는 법까지 다루고있어서 철학수업 지침서로 쓰기에 좋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부모도 자녀와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가장 마지막엔 이 책에서 참고한 문헌들도 나와 있어서 심층적인 고전읽기로 나아갈 수 있다.

각 주제별로 도입부에 청소년들의 대화로 시작해 철학사상으로 사고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한 후 그 사상을 담은 고전과 철학자를 소개하며 마무리가 된다. 각 사상의 깊이는 얕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철학적 사고로 확장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관심 가는 철학사상을 좀 더 깊이있게 읽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대로 참고문헌을 보면 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청소년이나 철학입문자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지금까지는 이 책의 구성을 위주로 소개했고, 아래는 개인적인 독후감 위주로 쓰려고 한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보니 내가 한번쯤은 고민해봤던 것이거나 현재진행중인 것들도 제법 있었다.

 

230쪽에 "나는 타인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이 내게 딱 해당되는 주제였다.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나는 타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고 매너라는 것에 부합하지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작년부터 어떤 일로 만나 단체를 만들고 지난 달까지 힘을 모아 같이 일을 해왔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이 단톡방에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하겠다는 문장 하나 달랑 남기고 나가버렸다. 그것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고 오늘 오전에 회의가 있었는데 직접 나와서 양해를 밝히지 않고 그런 식의 행동을 하니 몹시 불쾌했다. 연인끼리의 이별도 톡으로 한다더니 이거야말로 그 짝이 아닌가. 예의가 없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나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너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다.' 거나, '그러면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깐깐하게 굴게 되니 인생 너무 힘들게 사는거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왔다.

'이토 진사이'의 책 <어맹자의>에서 "충서(忠恕)"를 재인용하자면,

 

충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정도까지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타인의 마음을 전력으로 헤아리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전력으로 헤아려서 그의 몸과 마음을 내것처럼 생각하고 세심하게 살피며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타인의 과실은 어쩔 수 없는 이유 또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범한 것이며 끝까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는 것이다. 충서에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정의가 기본이나 충서라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용납하는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를 신뢰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격자임을 끝까지 믿는다는 뜻이다.

충서에 따르자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걸까? 그가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까지는 할 수 있겠으나 그런 예의없는 행동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 번 더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행동으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생각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는데 충서에 대입해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인간관계는 매순간 우리를 시험들게 한다. 한번의 경험으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고 혹은 귀찮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이 확연히 변하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기는 하다.

이 외에도 2장에서 자주 다루는 "정의"에 대한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여러 문제마다 걸린다. 그러므로 뉴스에서 만나는 상황들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각도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자유와 믿음에 대해, 종교와 전쟁에 대해, 행복과 이성에 대해, 나와 국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철학이 그저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우리 생각과 삶에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의 변화로 이어지며 그것은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사회전체에 긍정적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철학의 힘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의 제목은 알아도 읽어본 적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헤겔과 칸트의 이름이야 알지만 그의 철학책은 읽지 않았고, 밀의 자유론과 롤스의 정의론은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에서 인용된 내용, 지극히 일부만 알면서 안다고 착각했다. 이번 기회에 고전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점점 무게와 깊이가 있는 책보다는 쉽고 가벼운 책만 가까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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