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도라지의 긴 하루
이마가와 하토코 저자, 박소현 역자 / ㈜소미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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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컬러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속표지입니다. 위가 앞, 아래가 뒤~ 도라지의 '냐~옹' 소리가 인간의 언어로 들리더라는... 넘나 사랑하면 사람의 말로도 들리는 거겠죠?ㅎ


 

일본책을 번역하면서 일본식으로 제본 그대로 만들었는데 신기방기합니다. 우리는 책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잖아요? 일본은 반대!! 일본은 아직 세로쓰기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목차는 아래처럼 세로구요, 내용에서 말풍선은 가로쓰기로 되어있습니다. 원작은 아마도 세로쓰기겠죠.


길고양이였던 수컷 아깽이를 데려왔는데 '고양이에이즈'라네요!!


헙, 저도 깜놀함요... 첨 들었거든요. 고양이가 에이즈라니!!

사, 사람처럼 그런 이유로??


고양이 에이즈는 주로 영역다툼으로 인해 타액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묘가 감염되어 있을 경우 새끼는 모자감염이 되니 선천성이다.

면역성 질환이므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여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실내에서만 키워야하며 핥는 행위로도 감염가능성이 있으니 단독으로 키워야 한다. 물론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발병하지 않고 수명을 다하는 고양이도 많다.


이런 것을 알고도 주인공은 아깽이를 키우게 됩니다. 신경쓰고 관리해주어야 할 것이 많았지만 여느 집사들처럼 고양이와 함께하는 생활은 행복했지요. 너무나 먹성이 좋아서 먹보라 부르기도 하고 뚱냥이가 되어갑니다.

7년째가 된 어느 날, 열이 올라 병원에 갔다가 남은 시간이 사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절망하는 주인공!

도라지와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백방으로 방법들을 찾아봅니다.

사람도 암에 걸리면 배우자나 가족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제를 구하러 다니잖아요? 도라지의 집사도 그랬습니다. 한방치로도 해보고 수혈도 받고~~ 의사는 도라지의 고통을 붙잡고 있는것보다 안락사가 어떻겠나며 권유합니다.

도라지 집사, 아마가와는 어떻게 했을까요? 만약 저라면 어떻게 할까요?

 

 

넘 슬픈 상상은 하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 오키루키도 벌써 7살이 되어가니 아플까봐 걱정입니다. 요즘 오키가 살이 점점 찌고 있어 염려되기도 하구요.

이 만화책은 아픈 고양이를 치료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나와서 슬플것 같지만 그림이 재미있고 중간중간 아깽이 시절 도라지와의 추억도 나와서 괜찮아요~ 무엇보다 도라지 사후 주인공이 이 책을 쓰며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한 것 같아 참 다행이어요~~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영원히 같이 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늘 떠난 존재에 대해 미안함과 후회를 느끼지요. 이 책을 읽으며 맘을 다져봅니다. 만고의 진리!!

"있을 때 잘하자!"


오키루키토르에게 사랑 듬뿍주며 행복하게 살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일거에요~~


 


 


※ 몽글몽글 두부모래는 처음 써봤는데요

 일단 먼지가 안생겨서 좋구요, 변 냄새도 덜 나요~

기존에 쓰던 모래 바꿀 때 요거로 교체해봐야겠어요!!

단, 똥에 모래가 그렇게 많이 달라붙진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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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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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아버지 자살!

대학교 졸업식날 어머니 자살!

지금,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중인 마흔살 여성이 있다.

그녀 이름은 사이안!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어릴 땐 성과 함께 붙여 읽으면 꽤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한 때 LG 휴대폰 이름 싸이언과 비슷한 음가를 가진 특이한 이름이었고 또, 한 때 히트쳤던 드라마 대사, "이 안에 너 있다"를 누구나 읊어댈때도 자주 소환되었다.

그런 사이안이 "구디 얀다르크"가 된 사연은 이러하다.

그녀는 국문과를 졸업했는데 IT업체에 취업을 했고 우리나라 IT업계의 산 증인으로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중견 IT기업에 취직해 꽤 건실한 직장생활을 하여 올해의 사원도 되어봤고 오년만에 전세자금 대출을 갚을 정도로 경제적 호사도 누려봤다.

그즈음 업계는 아이폰의 출시로 파란이 예고되었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각종 앱과 게임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열 즈음 게임회사의 개발자로 두번째 직장이 생겼다. 첫직장 상사였던 성과장의 선배가 만든 회사였다. 초반에 개발한 게임으로 일이 잘풀린다 싶었으나 웹하드사업과 게임 운영에 허덕였고 새로운 게임개발 때문에 결국 망하고 만다.

☞ 여기서 잠깐!

이쪽 업계에 종사한 적이 있고 몇 다리 건너서라도 업계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고개 끄덕이고 무릎 칠 우리나라 IT업계 직원들이 겪는 잔혹사가 펼쳐진다. 작가 자신이 이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디테일이 장난 아닌 것 같다.

여기서, "~것 같다" 라고 표현하는건 내가 아예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인중에 이 업계 종사자는 단 한명도 없고 온라인 게임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고스톱도 쳐 본적이 없다. 그러니 주인공의 직장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상사와 원청업체의 갑질, 그리고 남자 상사들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성적 농담과 추근거림들이다. 요즘이라면 당장 조치를 취했을 사내 성추행이 버젓이 일어나고 식당이나 술집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으니... 우리가 언제 그런 시대를 살았었나 싶다.

다시 돌아와서, 그녀는 어쩌다 '구디 얀다르크'가 됐을까?

두번째 직장이 쫄딱 망한 후 취업한 곳은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작은 IT업체였다. 그곳을 시작으로 삼년간 가디와 구디의 여럿 회사를 거치며 생존 투쟁을 벌이다 정신차려보니 노조를 설립하고 있었고 그녀는 '구디 얀다르크'가 되어 있었다. 느낌 오겠지만 구디는 구로디지털단지의 약자이고 얀다르크는 잔다르크를 사이안의 이름 에서 변형한 것이다. 평소 이안으로 불리기보다 야니로 더 자주 불렸기에 줄여서 얀이 되었고 잔 대신 얀이 들어간 것이다.

노조설립까지 하게 된 것은 그녀가 그리 강한 의협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잔다르크처럼 전쟁을 이끌고 산화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늘 일이 벌어지는 대로 잘 휩쓸렸고 그 속에서 언제나 일을 차고 해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을 읽는 직딩들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릴 내용들이 그득하다. 우리나라 직딩들의 고달픈 삶이 그녀 인생 전체에 점철되어 있는 것이지 IT업계 종사자라서 꼭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직장생활의 애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친구, 연인들의 이야기가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직장이야기만 있었다면 아주 지루했을 것이지만 작가는 영리하게도 샌드위치처럼 여러가지 맛을 느낄수 있게 구성해 두었다.

특히 그녀가 나이를 먹을수록 일에 치여 건강이 점점 나빠져 가는데 애인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강영민과 오영일이란 남자가 없었다면 이 소설의 소설적 재미는 꽤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꿈만 같던 시절을 선사해준 남자는 강영민. 퇴로 없는 막다른 길에서 부모처럼 자살을 선택할 일만 남았다고 여기는 그녀에게 한줌 희망의 빛을 쏴준 오영일.

물론 현실에 대입시키면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에게 서울대 출신의 일류 매너남과의 아름다운 추억과 현재 12살 연하의 남자친구는 너무 과한 설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 한 몸 건사하느라 힘들게 살아온 가난한 그녀에게 그 정도 선물은 해주고 싶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엔딩이 만족스러웠다. 전쟁터 같은 곳에서 잔다르크처럼 명멸해버리지 않는 엔딩이라서~~


p.238


이제야 잔다르크가 전쟁에서 연승했던 이유를 알았다. 그녀가 지었던 승리자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자신 있게 전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있는가? 전투에 승리했을 때에도 다음 전투를 준비하느라, 닥쳐올 위기를 걱정하다가 전쟁에서 패배했고 이렇게 늙어버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속삭였던 그녀의 말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


약봉지를 변기에 버릴까 아니면 서랍장에 넣어둘까 고민하고 있다. 분명한 건 잠시 뒤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가 내 품에 안길 거라는 것이다.


 

대주자였던 오영일이 투수가 방심하는 사이 홈스틸 성공으로 게임을 끝내버리는 장면에서 중계진들의 환호와 함께 사이안의 머리에도 폭죽의 불꽃이 팡팡 터졌을 것이고, 독자인 나도 같이 펄쩍펄쩍 뛰었다.

작가는 차기작에 좀 더 거친 사람들의 얘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소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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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필립 래터 지음, 제효영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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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몰입하고, 행복하라!"


위 문구는!!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Running Flow)>의 부제다.


달리고 몰입하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일까?

달리기를 하면 몰입할 수 있다는 말일까?

나처럼 달리기는 고등학교 체력장 이후엔 해본 적이 없고, 헬쓰장 러닝 머신 위에서도 달리지는 못하고 조금 빠르게 걷기 정도만 하는 사람은 당최 와닿지 않는 문구이다. 마라토너들이 느낀다는 'Runner's High'를 말하는 걸까? 물론 나는 느껴보질 못했다. 이러한 궁금증들을 안고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전체 9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에서 4장까지가 1부로 제목은 '몰입의 핵심'이다. 2부의 제목은 '몰입을 찾아서'로 5장에서 9장까지이다. 




☞ 9장까지나 된다구?


넘 겁먹진 마시라!!


360페이지에 9장이나 되지만 각 장의 마지막엔 아래처럼 '핵심 요약'으로 초간단 정리가 되어 있어서 바쁜 사람들은 이 요약본을 읽어도 무방하다.




☞ 그런데!! 넘 이론만으로 되어 있어 지루하겠는데...


그것도 걱정하지 마시라~~

말랑말랑한 글도 '핵심 요약' 앞쪽에 아래처럼 말랑하게 읽을 수 있는 인터뷰와 칼럼이 실려 있어서 지루함을 덜어준다. 




3장에서 말하는 몰입에 유리한 성격적 특성은 아래 표와 같다.



그런데 나는 '자기비판형 완벽주의'에 해당되어 기준을 높게 세우고 예상했던 수준에 성과가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실수를 저지를까봐 불안해한다.

이런 성격은 성과에 악영향을 주고 몰입의 경험 가능성도 약화시킨다하니, 나같은 사람은 성격부터 개조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몰입하기 쉬운 특성에 몇가지가 해당되니 가능할것 같기도 하다. 내적 동기가 강하고 목표지향적이며 성실함이 해당된다. 그나저나 달리기를 시작해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 수 있겠나.

UC버클리 대학교 굿사이언스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즐기면서 달리면 된다고 한다. 오호라~~ 결국 몰입으로 행복해진다는 것은 즐기면서 한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 공자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하다니!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그럼 나도 몰입의 즐거움을 느껴보려면, 당장 달리기를 시작해봐야겠네~~

워낙 벌여놓은 일이 많아 뛰러 나갈 시간이 없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꼭 달리기를 해야만 몰입의 즐거움을 깨닫는건 아니라 하니 유예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살짝 접어두고 싶다. 자기합리화요, 핑계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몰두해서 하는, 책읽고 글쓰기로 즐거움을 얻고는 있다.ㅎㅎ


이 책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이제 시작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겠다. 2부에서 실제 달리기를 할 때 몰입하는 방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나처럼 요리조리 핑계대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고 한 번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부끄러움이 조금 줄어들었다. 이 책의 목표가 단순히 달리기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몰입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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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왕
김설아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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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신의 김설아 작가를 <고양이 대왕>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작가는 2004년 <무지갯빛 비누 거품>으로 등단했다. 이번 소설집은 등단작 포함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수록 작품 8편은, 15년전 작품부터 최근 소설까지 시간차가 있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비슷해 보인다. 주인공은 학생과 어른까지 다양한데 그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표현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행복하기 위해 쾌락을 추구하는데 그 찰나적 쾌락 이면의 허무함을 식욕과 소유욕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정신적 쾌락추구도 포함하여. 8편 전체를 소개하지는 못하고 내가 인상깊게 읽은 두 편을 소개한다.

표제작 "고양이 대왕"의 주인공은 초등학생이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권유한 갱생프로그램을 받기 위해 가족 모두 회사의 회장님댁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갔다가 겪는 이야기인데 그곳에서 아버지가 흰고양이로 변해버린다. '아버지가 고양이로 변해버렸다 '는 책 소개를 보고, 고양이로 변한 아버지가 어떤 소동을 일으킬까 궁금했는데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상사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질책과 압박을 받다가 지병인 위염으로 쓰러져 일주일간 출근을 못한 뒤에 그 갱생프로그램 대상자가 된 것이었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해 옴짝달싹 못하고 방에 갇혀있었던 반면 고양이로 변한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린다. 들락날락하던 아버지는 결국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요령껏 회사생활을 하지 못했던 아버지에게 갱생프로그램은 오히려 자유를 준 셈이었다. 작가는 아버지를 고양이로 변신시켜 자유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야산을 헤치며 고양이 무리를 이끌고 가는 거대한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았다'는 정도였다. 아버지가 그리워도 찾지는 않겠다며 고양이 모습의 도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반짝이던 눈빛을 기억하겠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임에도 아버지의 부재를 서운해하기보다 고양이의 모습으로 어디선가 당당하게 잘 살고 있길 바란다.

아버지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정상적인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을 표현한 '고양이 대왕'은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다.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녹록치않은 사회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이들이 엄연히 있으므로 소설이 과장되었다고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빛난다"의 소라는 결혼하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1캐럿 짜리로 꼭 받아야겠다고 우기는 물욕을 명확히 드러내는 주인공이다. 결국 1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를 받아낸 소라는 결혼식날에 그것을 끼고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한껏 받는다. 그녀는 반지도 친구들의 시기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면 결혼생활도 행복할까? 그렇지 않았다. 불만족스러운 여러가지 것들은 반지만 있다면 상쇄될 정도였다. 유산 후의 이상행동(반지와 대화를 하고 생식만 해서 남편의 불만이 쌓임)으로 이혼하게 되었어도 반지만 있으면 상관없었다. 남편의 재산없이 힘겨운 독립을 하며 안정을 찾아갈 무렵 목숨과도 같던 그 다이아 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여름 아침 출근길에서 반지 켈리가 했던 말, '현재라는 시간의 빛'을 깨닫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은은하게 빛나던 그 시간과 거리의 풍경을 보며 소라는 일터를 지나쳐 계속 내달리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결말이 대책없는 된장녀의 몰락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 소설은 1캐럿 짜리 다이아 반지로 대표되는 결혼의 조건 혹은 여성의 소유욕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결혼이나 여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외치며 물건을 산다. 소비를 하며 죄의식을 느끼는 게 아니라 더 비싸고 더 좋은 것을 사지 못함에 안타까워 한다. 가지면 가질수록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헛헛해짐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헛헛함을 느낄 때 느끼더라도 더더 가져보고 나서 느끼겠다며 더 소비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소라를 통해 작가는 빛나는 것은 다이아몬드 뿐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 이 시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하는 사람들 중에 독서하는 이가 있어 이런 소설을 읽고 소비의 기쁨보다 더 충만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작가의 소설도 더 빛이 나리라.

소설 전체에서 작가는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다 이룬다면 과연 행복한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다 이룬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냐는 질문도 하고 있다. 일시적 쾌락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는 건 아닌지, 진정 자유로운 존재로 살고 있는 것인지를 독자도 자문하도록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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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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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인 소설 <퍼펙트 마더>,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가 어디 있겠나? 우리나라 엄마들이 모성애라는 신화에 갇혀 완전무결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눌려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 세상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퍼펙트 마더>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스릴러적 요소를 품고 있으나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다.


 

 

<퍼펙트 마더>는 미국 소설가 에이미 몰로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 출간 이전에 이미 여러 편의 논픽션을 집필했으며 영화 각색 작업도 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퍼펙트 마더>는 영화화 될 예정이고 주연배우로 케리 워싱턴이 내정되었다. 500쪽에 달하는 길이임에도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울 만큼 페이지 터너라서 그러할 것이고, 추리와 반전이 몰입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시작부터 영아 유괴 사건이 벌어지니까.


 

 

뉴욕에 살며 5월에 첫 아이를 출산한 초보맘들의 모임인 “5월맘의 주 멤버는 위니, , 프랜시, 콜레트이다. 그들은 아기를 데리고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거나 출산과 육아의 고충을 나누며 제법 단단한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없이 엄마들끼리만 만나자는 의견이 나왔고 미국 독립 기념일인 74일 저녁, 그들은 술집에서 만남을 가진다. 바로 그날 밤에 위니의 아들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소설은 범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엄마인 위니를 포함, 함께 있었던 나머지 세 명과 마이더스의 베이비시터인 알마까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독자도 이제 그날 밤에 그들의 행동과 그간의 태도, 심리상태를 하나씩 조합하여 범인 색출을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한명 한명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사연에서 단순히 용의자로서의 미심쩍은 요소를 확인한다기보다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겪어야할 거의 모든 케이스들을 목도하게 된다.


 

 

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얼굴 예쁜 하이틴 배우는 스토킹 남성에게 시달려야 하고, 정신과 상담을 해주던 의사에게 속아 임신을 하게 되고,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꼼짝없이 전도유망한 상사를 유혹한 나쁜 년이 되어 사회에서 매장되고, 뉴욕 시장의 대필 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을의 신세로 끌려다녀야만 하고, 출산유급휴가도 받지 못한 채 휴가 일수를 다 못채우고 출근했더니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라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게 되고... 결정적으로 이 사례 속 등장인물들은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가 아기를 집에 두고 술 마시러 갔다는 미디어의 비난과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미디어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어 과거와 사생활이 서서히 까발려지는 것은 기본 옵션이었다.


 

 

미국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들이 아닌가? 그만큼 나라를 떠나 지구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상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불합리한 조건에서 늘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다. 헌데 그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모성애의 굴레를 씌워 완벽한 어머니상 안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인터넷 상용화 이전의 사회에서는 육아 정보를 주로 어른들에게서 취했다. 아니면 집 가까이 비슷한 아기를 가진 또래 엄마들과 교류하거나 육아서를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그만큼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서로 비교할 대상도 적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혹은 일명 맘카페에서 어마어마한 정보를 접하고 수시로 비교한다. 예전에는 아기의 발육상태 정도의 비교였지만 지금은 그 방대한 정보로 인해 비교할 것이 너무나 많고 도리어 그것 때문에 본인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불안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잠시라도 블로깅을 하지 않으면 초조해 지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를 봤는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출산병동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자신의 상황을 포스팅 한 후 하루 이틀만에 바로 아기의 상태, 병원, 조리원, 분유, 기저귀 포함 아기 용품들을 줄줄이 올리는 블로거도 심심찮게 보았다. 거의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출산 후 몸조리보다 그런 정보들을 찾아 글을 쓰느라 얼마나 폰을 들여다봐야 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산모의 몸 상태가 걱정스러워지곤 했다. 목도 아프고 눈도 금방 나빠질텐데 하는 생각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잔소리하는 시어머니처럼 비칠 것 같기도 하지만 출산 후 일정시간 동안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푹 쉬는 게 더 낫다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물론 그렇게 행동하는 개인만의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의 사고와 행동에 제약을 걸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엄마가 되어 마음 편하게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제도와 정책들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자랑?하는데 이것이 여성들의 출산파업이라 불릴 만큼 문제가 심각한데도 그 해결방안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 국가소멸이라는 협박성 조어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을 국가나 정치가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인지를 모르는 남성들이 아기를 낳아봐야 변화가 있을까? 남자가 직접 낳지 않아도 충분히 해내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그런 날이 올지... 이 책을 읽으며 스릴러적 재미를 느껴서 좋았던 반면 이런 문제들과 연결된 생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불끈하고 감정이 올라와서 워~~워 해야만 했다.


 

 

 

소설적 재미만 느끼면 됐지 무슨 그렇게까지? 확장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다룬 소재는 내게 그렇게까지!!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 소설을 영화화 할 때 어떤 부분을 더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책이든 영화든 여성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만날 것이다. 다만 이런 소재, 이젠 지겹다고 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자꾸 접해야 하고 계속 이런 이야기는 만들어져야 한다! 여름 휴가용 도서로 강추한다.



 

**다산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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