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 긴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전략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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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라는 책 제목만으로는 내용이 쉬이 가늠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 이종우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가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감이 올 것이다. 나는 저자를 전혀 모른 채 읽었는데 소개 멘트가 책 내용 요약으로 딱이다.


주식시장에 각인된 DNA를 읽고 대 침체의 시간을 견뎌라!

어두운 시간이 지난 후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주제를 찾아라!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쓴 유명한(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문장에서, 코스피가 3000이상을 찍을 때 네이버 주식을 40만원에 산 나는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주식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주가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지 말라는 말이다. 처음 들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고, ‘사람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지만, 고점에서 주식을 사서 저점에서 내다 파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싸게 보이니 사고, 반대로 하락하면 할수록 주가가 비싸 보이니 팔기 때문이다.


주식 생초보인 내가 코스피 고점을 찍던 작년에, 정말 우연찮게도 여윳돈이 조금 생겨 주식이란 걸 사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40만원이었던 네이버 주식이 16만원에서 18만원 선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 아니 어리석지는 않은 건지? 네이버 주식을 아직 들고 있다. 증권 계좌에 자주 들어가 보지도 않으면서 다시 40만원대까지 오르기는 할까? 전전긍긍 하기만 한다. 나 같은 사람 포함 향후 3년간 주식시장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주식시장의 DNA에서는 미국, 중국,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역사를 통해 정리해 보여준다

2장 무엇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가는 섣부르게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렇다. 작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얼치기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땐 주식투자를 장밋빛으로 그리는 책들만 쏟아져 나왔었다. 특히 이 장에서는 금리의 변동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초저금리에서 현재의 금리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주어 이해가 쉬웠다. 이 책 전반에 걸쳐 금리에 대한 내용이 계속 언급되기 때문에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2장의 두 번째 챕터의 주요 내용을 인용한다.


☞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자의 개념이 무너진다.

- 금리가 바닥을 지났으므로 다시 0%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합리적으로 볼 때 3%대에서 금리의 균형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 2022년의 금리 상승은 경기와 상관없이 인플레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 앞으로 상당기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3장 가까운 미래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계단식 흐름을 보여온 역사를 1장에 이어 다시 정리하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4장 변화하는 투자 패러다임에서는 9종류의 성장주를 제시한다. 가장 마지막 챕터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는 앞서 과거의 통계를 이용한 정리에 지친 독자에게 숨통을 틔워준다.


사실 나는 1~3장을 읽으며 시원답답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의 흐름이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릴 쿵쿵 쥐어박았다. 미리 알았다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까? 한편 내가 어떤 상황 속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정확하게 알게 되어 속시원했다. 4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 성장주 설명은 유익했다. 나는 뒷북치는 심정으로 읽었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이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아래 인용하는 머리말 일부를 보면 왜 추천하는지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 주식시장의 사례를 분석해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사건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해도 공포와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유사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까지 범위를 넓혀 사례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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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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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에서는 가능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은유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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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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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 편지만 주고받았는데 사랑에 빠진다? 웬 펜팔시절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보고 싶으면 바로 만나면 될 터이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1분, 아니 수초 안에 문자로 소통 가능한 세상이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를 하면 된다. 이런 시대에 편지로 사랑하는 서간소설이라니!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은 오히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이야기는 오래전 뉴욕의 한 화랑에서 스쳐 지났던 두 사람이 SNS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며 전개된다. 화가와 의사라는 이질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매가 되었던 건 영화 〈바그다드 카페〉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지만, 단 한 번의 만남도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위 출판사 책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급하게 만나고, 즉각적 소통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듯 치부하는 시대에 이런 소설을 쓴 이가 누구일지 궁금했다. 작가는 화가이면서 소설을 쓰는 황주리씨이고 소설 속에 실린 그림 몇몇은 소설 장면이 바로 연상되었다. 이런 소재의 소설이 요즘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꾸며낸 그 가상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고, 두 주인공의 편지를 인상 깊게 읽었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외과 의사가 뉴욕 소호의 어느 화랑에서 인사만 나누었던 한국인 여성 화가의 그림을 사게 된다. 그 뒤로 몇 번 화랑을 찾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순 없었고, 그 즈음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다가 그녀가 생각났다. 영화 속 여성 주인공과는 어떤 접점도 없는데 왜 어눌한 영어로 인사 몇 마디 나눈 한국 여성을 떠올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페이스북에서 본 박경아가 그때 그녀임을 확인하고 긴 편지를 보낸다. 그 남자 A는 당시의 상황과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연결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현재는 테러가 일상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편지에 박경아도 답장을 보냈고 이제 그들의 편지왕래가 시작된다.

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적도 없으면서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하거나 인용한 것만을 보고 듣고선 마치 본 것마냥 느끼고 있었다. 주제음악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남녀가 영화 내용을 언급할 때마다 고개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나 한편 그들의 심정이 다 공감되지 않는 미진함은 두 주인공과의 거리감을 만들었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한층 몰입감을 느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 꼭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건만 주말 이틀간 지방에 다녀오느라 영화를 못 봤고 결국은 그냥 리뷰를 쓰게 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 없는 남녀가 어떤 말을 주고 받으면 감정의 교류가 일어날까. ‘그들은 이러이러하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었답니다’ 라고는 쓰지 못하겠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여기까지의 소개로도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대면한 적 없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읽어보길 권한다.

이 소설 속 남녀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할 독자들도 있겠으나 나는 납득이 되었다. 예전에 지인에게서 목소리(전화 통화)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을 들을 당시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여성은 자신이 그에게 반응한 것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들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그들의 첫 통화는 일 때문에 연결된 것이었고 전혀 낯모르는 사이였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가 오버랩 되었고, 그들과 소설 속 편지를 주고 받는 남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소설 속 남녀가 쓰는 편지 내용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와 자신의 생활, 전배우자, 그리고 테러(혹은 전쟁 같은 일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테러, 책이나 작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자연스레 연결되니 말이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책의 문구나 유명인의 말을 빌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고도의 은유다.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남자가 만약 소호거리에서 다시 만났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의 뒤에 소세키의 소설 <마음>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죽고 싶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돼줄 수 있습니까?’

이 편지에 대한 답으로 여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

당신의 편지를 읽고 내내 이 구절이 마음속에 맴돌았어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할 만큼 과연 운이 나빴던 걸까?


과연 우리는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여기서 믿어보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편지 내용은 너무나 흔해서 당연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믿는다는 건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정절, 혹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는 그 많은 믿음에 관한 수많은 정의겠지요.

(……)

사랑이란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감기 걸리면 감기약을, 따뜻한 이부자리와 먹음직한 빵과 고기를. 이 유물론의 한 가운데서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음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 인간의 사랑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사랑하면 뭐든 주려고 한다. 마음보다는 물건을 줄 때 더 뿌듯함을 느끼고, 명품백이나 보석을 받으면 그만큼 사랑받는다고 여긴다. 헌데 이들의 사랑은 어떤가? 아무 것도 주고 받을 수 없는 관계인 이 남녀의 사랑은 어쩜 무의미 그 자체다. 여자가 쓴 저 문장이 품은 역설은 편지로만 사랑을 나누는 둘이 지독한 모순 속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속물적이니 뭐니 해도 말이다.

소설 말미에는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여러 번 인용되고 있다. 남자는 이 책을 여자의 편지를 읽듯 아껴서 읽고 있다고 말한다. ​​

<불안의 책>을 펼치니 밑줄을 쳐 놓은 구절 중에 이런 구절이 눈에 띕니다.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도 나처럼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지금 딱 그런 기분이네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 속의 탈영병, 이제 나는 군복을 벗고 모하비사막으로 달려가 당신과 함께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이 행복한 꿈이 진짜 현실로 바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테러가 만연한 곳에서 탈영병이 된 것만 같은 심정이 든 어느 날, 남자는 그녀와 카페를 함께 하는 꿈으로 현실을 잊는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잡아보는 상상을 하고, 그녀를 만나러 한국에 가볼까 마음을 먹기도 하면서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꾼다. 남자는 편지 말미마다 희망을 드러내지만 실천은 한 번도 하지 못한다. 서로의 목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둘의 편지는 종료된다. 100세까지 편지를 쓰며 살 수 있을까 예상해본 여자의 기대가 무색하게...



남자는 마지막 편지에서 <불안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더 좋은 시절의 왕자여. 나는 한때 당신의 공주였고, 우리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그 길고 지루하고 끝이 없는 우리들 인생의 불안을 묘사한 ‘불안의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느꼈다는 걸 고백합니다.

(……)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니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순간도 신을 믿지 않았던 나는 이제야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합니다. 어쩌면 정말 신은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존재할지도 모르니까요.



무신론자인 나도 기도를 할 때가 있다. 특정한 어떤 신에게 빌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심정이 클 때는 기도라는 형식을 쓴다. 남자는 신을 믿지 않았으나 마지막 문장에서,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신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신의 기도’에 방점을 둔 문장이 신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의미인 셈이다.

편지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이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에서는 가능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은유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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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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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깃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2
윤해연 지음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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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윤해연 작가는 그동안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주로 발표해왔다. 이번에 6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 <녀석의 깃털>이 비룡소에서 나왔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한 편의 분량이 30쪽 정도로 짧지만 주제는 간단치 않다. 출판사의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라는 소개처럼 시각, 청각, 후각 같은 감각과 연결되는 몸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징후들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작가는 고단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강연에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자기는 날 수 있다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던 아이에게 깃털을 주었다.(이 책을 통해) 이 책의 청소년들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나도 이렇다면?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와 열린 결말이 기존 청소년 소설과 차별점이 있다. 내게 특이한 감각이 하나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그저 재미로만 상상하기엔 주저하게 된다. 책 속에서처럼 우리 사회는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개성을 강조하지만 통일성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없어질 줄 알았던 중고생 교복착용이 지속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표제작인 <녀석의 깃털>의 경우 친구의 날갯죽지 아래에 돋아나는 깃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뽑아준다. 그런데 그것을 스터디카페 화장실에서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남학생 둘이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고 신음소리도 났기 때문에 음란행위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사장에게 신고한 사람에게 따져 묻는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직접 봤냐고? 보진 않아도 예상 가능한 거 아니냐고 더 큰소리친다. 아무리해도 말이 안 통해서 결국은 깃털이 나오는 등을 보여주고 나서야 수긍을 하기에 이른다. 나는 게 꿈이라고 한 깃털이 나던 그 친구는 어느 날 사라진다.


p.61


순간 깨달았다. 녀석은 사라진 게 아니라 꿈을 이룬 것이라고. 이루어지면 더는 꿈이 아니라고 했지만 녀석은 꿈을 이룬 게 분명했다. 세상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되니까.

나는 정말 믿기로 했다. 녀석이 환한 저 하늘 위로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펼쳐서 날아간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영영 이 지구에 발을 딛지 않고 살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건 꿈이 아니라 목표라고 했던 친구가 사라졌는데 날아갔을 거라고, 분명 꿈을 이루었을 거라고 예상하는 마지막에선 제발 그랬길! 독자도 같이 기도하게 만든다. 목표든 꿈이든, 우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날갯짓을 하다보면 언젠간 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믿어줄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보다 남자 둘이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 게이일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 테두리 안에서 세상을 보고 믿는다. 꿈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은 우리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여섯 번째 손가락><페이머스 양>은 남들이 못 본 것과 못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여섯 번째 손가락>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2학년 오지수가 1학년 체육시간에 들어와 같이 농구를 한다. 주인공은 오지수의 손가락이 여섯 개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주인공은 분명 보았던 오지수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못 봤다는 사실! 경기는 졌지만 모두 즐겁게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왜 그 손가락이 자신에게만 보였을까?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페이머스 양>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공중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뒤 아이를 방치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당사자 B양은 상담 중에 양의 소리가 들려서 화장실로 갔다고 진술한다. 상담자 박소장은 B양이 출산 후 아기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살해한 것으로 사건을 정리하려고 유도한다. 그러나 B양은 계속 양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부검 결과 아기는 출산 과정에서 사망했고, B양이 직접 죽음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나왔다. 박소장은 결과지를 보고 B가 죄책감 때문에 계속 양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짐작한다.


이 소설에서는 잊을 만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10대의 출산과 인터넷 댓글 문제를 같이 다룬다. 짧은 분량 안에 두 가지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는 청소년들이 직접 겪고 고민하는 문제와 사회 문제를 자연스레 연결했다. 이 소설에서도 사건은 영아출산 및 유기 사건인데 기사의 댓글에서 B양이라는 호칭으로 설왕설래하다가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얘기로 넘어간다. 급기야 B양의 신상을 털자고 하다가 양이 뭔지 찾아야 한다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댓글 장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각 소설들의 마무리는 명쾌하지 않다. 그렇기에 독후 활동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청소년 독자들이 작가가 되어 결말을 바꾼다든지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각기 독립된 소설이지만 연작 시리즈가 되도록 등장인물들을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또 작가가 왜 이렇게 결말을 썼을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토론거리를 찾아 토론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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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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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서 나 여기 있어. 사라지지 않았어. 이곳으로 와줄래?”라는 홀로그램 메시지를 받고,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베일에 싸인 공간 욘더로 나아가는 한 남자. 소설은 상실의 슬픔과 절절한 그리움, 다시 만나기 위해 무엇이든 감내하겠다는 용기 등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출판사의 <굿바이, 욘더> 소개 중 위 내용이 내 시선을 끌었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나는 위와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미디어에 늘 회의적이었다.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면 죽었는데도 잊지 못하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지만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만나겠다고?


나는 기대했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절절했을지, 작가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에 적극 동감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주인공 홀은 아내 이후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고 바이앤바이(가상 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세워진 추모 사이트)에 가서 아내를 만난다. 그러나 홀은 아내로 현현한 아바타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는 존재감을 인정할 수 없었다. 욘더라는 다른 세상, 아내 이후가 있는 곳으로 간다. 욘더에 간다는 뜻은 그곳에 가 있는 사람이 초청을 해야만 갈 수 있는데 실은 자살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즉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욘더라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가 기대했던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근미래 유비쿼터스가 상용화된 세상에 쓰인 기술들을 현재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고래로부터 인간이 꿈꿔온 불멸, 내세, 천국 같은 소재들이 자연스레 기술과 연결되어 감탄했다.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았고 개연성을 따질 구석도 없었다. 이 소설이 2011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욱 놀랐다. 그제서야 작가 김장환씨의 이력을 확인했더니 철학 전공자였다. 어릴 때부터 소설, SF 장르문학을 탐독했으며 뉴질랜드의 심심한 환경을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낸 소설이 <굿바이, 욘더>이다.


바이앤바이에서 만난 아내 아바타 대신 진짜 아내가 있다는 욘더로 떠나는 주인공에게, 나는 설득되지 못했다. 홀이 이후가 죽은지 2년이 지나도록 못잊는다는 게 지극한 사랑의 표현인지 다른 표현이 더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캐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욘더에서 아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홀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늘 행복하기만 한 욘더가 천국이라는데 과연 저렇게 지내면 진짜 행복할까? 우리는 하루하루 걱정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일상 속에서 찾는 기쁨을 행복이라 여기고 감사한다. 어려움과 결핍, 불안이 없이 행복감만 있는 곳이 천국은 아니다.


결국 이후가 먼저 욘더에서 느끼는 행복감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체 없고 의미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둘은 결정한다. 자신만의 천국을 소거하기로. 이후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독자들이 딴지를 걸 수 없도록 과학기술로 세팅해 놓았다. 미래에 이루어질 과학, 의료기술을 소설 속에서 구현시켰는데 그런 세상이 현실에서 곧 이루어 질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했다. 인간은 언제나 꿈을 꾸었다. 아무리 허황된 꿈이어도 이루어져왔다. 현재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미래를 산다. 당장 오늘 저녁 뭐 먹을까부터 무슨 대학에 갈 것이고 졸업을 하면 어디에 취직을 하겠다는 계획은 모두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구호처럼 외치며 살아간다.


상상하는 미래가 이루어질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무한대로 상상한다. 작가는 전반부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외상 거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개인의 삶을 추동하는 것인 반면 진보하는 기술이 가져올 파급에 대해서는 도외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한 파급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면 파국이 오는 것인데 외상에 외상을 거듭하다 파산하게 될 것이라며 장진호 박사의 입을 빌어 경고한다. 기술의 디스토피아는 기술이 약속했던 것을 배달하지 못할 때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것을 배달해 왔을 때라고. 어떤 형태일지는 몰라도.


마지막에 이후와 홀이 자신들의 천국을 소거하겠다는 멘트, “이걸 원하지 않아.”는 완벽한 행복이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기술문명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욘더로 가려고 자살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이것이 기술 발전의 명암이다. 누군가는 적극 수용하고 즐기는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 이 좋은 걸 왜 누리지 않느냐고 강요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랑을 믿지 않아도 사랑에 목숨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사랑보다는 미래사회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고 깊이 있는 생각들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사랑했더라도 죽은 사람은 망각하고, 행복만 있는 세상보다는 매일을 아등바등 살며 가끔 누리는 행복에 감사하는 삶이 축복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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