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출구 있음 YOU TURN - 힐링닥터 사공정규의 유턴 처방전
사공정규 지음 / 가디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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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수업하는 6학년 남학생 중에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 아이가 있다. 공부량이 너무 많고 특히 수학 인수분해는 너무 하기 싫다고 한다. 엄마에게 좀 줄여달라고 말해보라고 했더니 들어주지 않고 잔소리만 더 늘거라고 했다. 지난주엔 급기야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른 못지않게 고단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너무 열심히 산다. 자의든 타의든. 왜 사는지도 잘 모르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주위와 비교 당하지 않으려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냥 열심히 산다. 어느 순간 우뚝 멈추어 서서 두리번거려 보지만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방향 감각을 잃어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나왔다.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마음 출구 있음 YOU TURN>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법엔 익숙한데 행복하게 사는 법은 배우지 못했고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해지고 몸의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삶의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잘못 들었다면 어서 출구를 찾아 나오거나 유턴하라고 설파한다. 바로 지금!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마음은 뇌과학입니다 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뇌의 지배를 받고 있는지 뇌과학 이론들을 가져와 설명한다. 힐링 에세이라 이름 붙여진 책들과는 달리 뇌과학적으로 풀어내니 설득력이 있다. 각 장의 제목과 소제목 다음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시작한다. 내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 또는 사람을 바라보는 질문이기 때문에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2장 당신의 마음, 뇌 터널 속에 갇혀 있지는 않나요?  1장을 조금 확장시켜 현대인이 흔히 겪는 정신 질환들을 소개한다. 열등감, 우울장애, 강박,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몸의 질환,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등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해당될 것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정신질환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강조했다시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심각한 상태로 발전한다. 감기가 걸리면 내과를 찾듯 마음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야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정신건강의학과에 편한 마음으로 가게 된다면 큰 수확이다.


3장 정신인문치유가 마음 EXIT입니다 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법을 알려주며 스스로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돕는다.





4장 부부의 화목이 마음의 안녕입니다 와 5장 내 아이의 마음 행복을 위한 뇌과학적 출구전략 은 배우자와 청소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 유용한 내용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한 솔루션 위주의 내용이라 바로 실천해볼 수 있다. 아무리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유명 강사들의 강연 동영상을 본다 한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실천하지 않는 이들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고개 끄덕여놓고 실생활에서 행동하지 않은 채 실천하지 못하겠다며 합리화 이유를 찾는다. 상대방 탓을 하거나 내 상황은 달라서 적용해도 안 될거라고 한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면서


이런 합리화를 그만하기 위한 방법으로 5장의 자녀의 운명을 바꿀 8가지 칭찬법을 소개한다.


1. 사랑만큼 효과적인 칭찬과 격려는 없다.

2.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보아야 칭찬할 것이 보인다.

3. 칭찬은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4. 막연하게 칭찬하지 말고, 특정한 행동을 칭찬해야 한다.

5.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소중한 사람 앞에서 칭찬한다.

6. 결과보다 노력한 과정 또는 가능성을 칭찬한다.

7.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질책하지 말고 힘이 되는 말을 한다.

8. 청소년 자녀에게 칭찬은 길게 하는 것보다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위 칭찬법은 비단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넓게 보면 내면 소통 포함 다른 이들과 대화할 때 활용하기 좋다. 이 역시 연습해봐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신을 칭찬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에 감사할 거리를 찾고 다음날에는 타인에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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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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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에서 자라나 자신의 할어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책으로 써낸 김달님 작가의 신작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가 미디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작가의 우주와 같았던 분들이 두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넓디넓은 공간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나의 두 사람>에서 그들의 보살핌으로 자신이 이만큼 성장했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두 분 모두 떠나셨으니 그 상실감이 어떠했을까.


전작에서 할아버지는 텃밭에 고추나 배추 같은 것들을 숨구듯(심듯) 자신의 삶에 많은 것을 숨궈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그것들이 시들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돌보는 일이 자신에게 남은 귀중한 몫이라고 썼다. 이번 책의 부제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이다. 그동안 작가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왔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관찰했다.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을 찾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할아버지가 그에게 심궈준 것을 잘 돌보는 일이지 싶다.


이번 책에도 역시 조부모님과의 사연이 많이 들어있다. 당신들과 함께 했던 시간의 조각들, 몸은 떠나보내지만 붙잡아 두고 싶은 기억들, 그들의 사랑을 새겨두고픈 다짐들은 작가에게 지문처럼 남을 것 같다. 앞으로 그가 써낼 글들 어딘가에 인장처럼 찍힐 것이다. 그 외에 지인이나 인터뷰한 사람들, 관찰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프리즘의 빛처럼 반짝거린다. 프리즘은 알록달록한 빛이 분산되는 물체인데 작가의 시선이 투영되니 거기에 따듯함이 보태진 느낌이다. 아마도 조부모님의 무한 사랑 덕분이리라.


엄마 입장에서 맘이 짠했던 내용이 있다. 전작에도 썼지만 작가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와 관계를 맺어보지 못했는데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번 책, “나는 너를 사랑하려고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20대 때부터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던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30대 남성, 친한 동생, 사촌 동생의 아기, 친구의 초등학생 딸의 이야기를 연이어 소개했다. 그리고 말미에 이렇게 썼다.


p.188


그런 말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 건 나도 맡아보고 싶어서 일 거다. 맡고 나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보드라운 발바닥으로 처음 걷는 열 걸음을 지켜보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게 슬픔을 깨트리는 아이를 항해 아무 일 없다는 듯 활짝 웃어주고 싶어서. 나를 올려다보는 한 얼굴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어서. 살아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삶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마음을 느끼며. 언젠가는 이 말을 들려주게 될까 궁금해진다

"안녕.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하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아."

 

이제 작가의 마음이 조금 바뀐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자라는 거다.


그가 책에서 소개한 많은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건물 청소하는 치에코씨와 이름 모를 택시기사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청소 일을 하는 치에코씨는 미화일기를 쓴다. 자신이 깨끗하게 청소하면 사람들이 감동할 것이라 생각하며 일을 한다고.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택시기사는 손님이 내릴 때 빈말이 아니라 꼭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한다. 손님들도 자신도 좋은 하루 보내면 좋지 않냐며.


그들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진심을 내보인다. 치에코씨가 정성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했듯 그들은 정성을 다해 일한다. 참으로 오랜 만에 정성을 다한다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들처럼 우리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면 세상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도 그렇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자신에게도, 정성을 다하면 좋겠다. 그러면 뾰족한 눈매가 아니라 초승달처럼 이쁜 눈들을 하고 서로를 바라볼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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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지민석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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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어렵다가 시험이 힘들다가, 어른이 되면 사는 게 좀 쉬울 줄 알았지만 아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게 되면 좋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주욱, 아무리 나이 들어도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다. 살면 살수록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직장동료까지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관계도 있고 어느 시점이 되면 멀어지기도 하며 빠르게 단절되기도 한다.

인간 관계를 잘 하며 산다는 건 에너지를 꽤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나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떠나는 것 같고 생각보다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않으면 대부분 자책을 하게 된다. 혼자 끙끙 앓다보면 자존감만 떨어질 뿐이다. 친구의 위로도 약효가 그리 길지는 않다. 차라리 낯 모르는 이의 충고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간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너의 안부를 묻는 밤>의 작가 지민석의 <누구에게도 상처 받을 필요는 없다>이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 자신의 일상이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사례를 많이 들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 두루뭉술한 위로의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독자 자신의 상황과 유사하다면 바로 실천해 보기에도 좋다.

1부 삶이 동화 같진 않아도 내 삶이 그리 싫지 않아 에서는 자책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 모든 말을 예민하게 듣지 말자

설령 누군가 당신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당신이 눈치껏' 그 의도를 알아차려줄 의무는 없다.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 상대방이 표현 방식을 바꿔야 할 일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용기는 없으면서 언짢은 티는 내고 싶은 소심한 사람일 뿐이다. 툭 던지는 말은 툭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그 사람의 문제까지 당신이 떠안지 마라.

2부 지속하기 위해 멈추는 관계의 지혜는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내용이다.

@ 너를 미워하지 않는 이유


@인간관계 멘탈 관리법

1. 상대가 비난한 나의 특성은 나의 일부이지, 나의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2. 비난받았을 때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3. 상대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다.

4. 사람과 멀어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다

3부 무사히 오늘을 살아낸 당신에게 는 하루를 마감하며 한 편 정도 읽고 자면 좋을 내용들이다. 흔히 일기 쓰기를 추천하지만 실천이 가장 어려운 게 사실이다. 쓰기가 힘든 이들이라면 3부의 내용을 읽고 자신을 다독거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 좋겠다.

@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법


@ 부족한 사람은 없다

내 가치는 타인의 존경을 받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생겨난다. 내가 나를 잘 대접할 줄 알아야 내 가치도 높아진다. 그러니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아직도 당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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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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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잭키츠상,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 작가상을 받은 유태은 작가의 신작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그림책에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았다.



아이(작가)가 새싹만큼 작았을 때 할아버지의 정원은 아주 컸다. 그곳에서 아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했고 할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생일날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모란꽃이 자라나듯 아이도 쑥쑥 자랐고, 아이가 해바라기만큼 자랐을 때 할아버지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아이가 나무만큼 자랐을 때 먼 곳으로 이사를 했고 늘 할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모란꽃을 돌보며 어릴 적 할아버지의 정원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새싹만한 딸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할아버지의 집은 예전보다는 작은 공간이지만 여전히 꽃과 곤충이 있다




한 아이가 나고 자라고 또 하나의 생명을 낳는 동안 할아버지와 정원은 항상 곁에 있어주었다. 비록 몸은 멀리 떠나있어도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주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와 정원은 가족의 사랑을 의미한다. 전 생애에서 보자면 비록 짧은 시간드이었지만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함께한 추억이 얼마나 반짝이는 순간들이었는지를 작가는 이 책에서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할아버지의 노쇠가 대비되어 그려지는 배경으로 꽃과 개와 식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아주 밝은 느낌의 그림들이 포근하게 다가와 저절로 미소 짓게 되었다. 유태은 작가의 그림책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그림체가 귀엽기 그지없다. 화면 가득 전해지는 사랑에 마음 따뜻해졌다.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나 조부모라면 애써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림만으로 충분히 사랑의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런 그림책을 읽으면 어떤 할머니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 이제 늙었구나 싶은 생각에 우울감이 들긴 하지만 언젠가 데려올 손주들을 위해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을 만들어야겠구나 싶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와는 달리 좀 여유롭고 편안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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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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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 출판사의 래빗홀 클럽1기에 뽑혀 이경 작가의 소설집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활동을 시작했다. 포켓북 정도의 사이즈로 제작된 가제본을 받았는데 특이하게 작가의 인터뷰와 소설집에 실린 소설 1편만 실려 있었다. 작가 인터뷰를 읽다보니 출판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신인 소설가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한 후 소설을 읽도록 위함이었다.


가제본에 실린 소설은 <한밤중 거실 한 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이고, 두 번째 소설은 1차 미션 수행자에게 이북으로 보내주었는데 표제작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였다. 소설 곳곳에 분포된 격공 포인트가 웃음을 유발했다. 두 소설 모두 빡센 육아를 소재로 AI 육아 장비가 등장한다. 육아 경험자는 물론이고 비경험자라 할지라도 그 어마무시하고 방대하면서도 디테일과 인내심을 요하는 일에 고개를 절레절레 할 것이다. 게다가 갓난쟁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왜 웃냐고? 그게 참으로 요상하다. 분명 빡센 일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머리를 쥐어뜯다가 하는 소설 속 엄마를 보며 나오는 웃음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 남의 고통을 보며 웃다니 사이코패스인가? 웃프다는 표현이 적당한 듯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웃을 일이 아닌데 왜 웃지? 괴로움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솜씨 때문이다. 본인의 육아 경험이 오롯이 녹아들어있기도 하고! 인터뷰에서 육아를 하면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니 아무래도 '내 이 초보 엄마 분투기를 이야기로 쓰고야 말리라!' 라고 다짐했을 것 같다. 그리고 두 소설에 등장한 육아템(젖병 소독기와 돌보미 탑재 차량)은 SF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곧 만날 수도 있겠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달중이고 무엇보다 수요가 폭발적일 것이니 말이다.

이 소설들은 단순히 AI장비가 육아의 고충을 해결해주리라는 것만 말하는 건 아니다. 두 장비 모두 심신이 지쳐가는 주양육자이자 초보 엄마와 조근조근 얘길 나눈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대화가 아니다. 하루종일 아기와 집에만 있는 엄마들의 심금을 울릴 포인트다.

육아분투기가 소재이나 AI가 단순히 일을 보조한다기보다는 돌봄에 지친 엄마의 마음을 돌봐주는 일이다. 작가는, 돌보는 일을 하는 이에게도 분명 마음을 토닥여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넓게 보면 비단 육아에 지친 이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닐 거다. 책은 읽으며 나도 육아AI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한지 너무 오래 되었다. 학생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고, 방긋방긋 웃어주며 아주 작은 것에도 엄지를 들어올리거나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노동을 하고 있으나 가까운 이들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면할 시간이 없기도 하거니와 어색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는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작가에게 묻기도 한다. 텍스트 속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산다. 비정상적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제 허우적댈테니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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