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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티처 황농문의 몰입 발전소 ㅣ BIG TEACHER 3
황농문.마케마케 지음, 김민준 그림 / 돌핀북 / 2025년 6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맞벌이는 이제 예외가 아닌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 ‘교육’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학원과 과외로 분산시키는 것은 언뜻 보면 효율적인 분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구두는 구두 수선 장인에게 맡기듯, 공부는 전문 강사에게 전담시키는 식이지요.
하지만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투자 대비 실제 학습 성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간극이 상당히 큽니다. 최근 통계만 보더라도, 한 아이당 사교육비로 월 150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한데요. 하지만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도 아이가 실제로 소화해내는 지식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결국 이런 비효율은 감정의 마찰로 번집니다. 부모는 “학원비를 얼마나 들였는데!”라는 말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아이는 그 말 속에 담긴 기대를 부담스럽고 억압적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학습은 흘러가지만 ‘몰입’이 빠진 학습은 어느 순간부터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합니다. 공부가 자기의 일이 아닌, 그저 어른이 짜놓은 시간표를 따라가는 일처럼 느껴질 때, 아이는 지치고, 부모는 회의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책은 이 지점에서 뇌과학적인 해석을 제시합니다. 인간의 뇌 가운데 판단력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前前頭葉)**은 사춘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전의 아이들은 도파민이라는 자극 물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혹을 스스로 절제하는 능력 자체가 미완성 상태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강렬하고 반복적인 외부 자극—예를 들면 유튜브, 게임, 짧은 영상 콘텐츠 등—에 노출된 아이들은 이른바 '팝콘 브레인'으로 불리는, 단기적이고 자극 중심적인 정보 처리 방식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장기적 학습과 인내를 요하는 활동, 예컨대 수학이나 과학처럼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깊은 몰입을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사고의 저수지’에 다다르기 전에,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찾아 다른 곳으로 달려가버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진정한 몰입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이 책은 몰입을 단순한 집중력과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단편적인 주의 집중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고가 이어지고 그 흐름이 끊기지 않는 지속적 인지 활동의 상태, 그것이 진짜 몰입이라는 것이죠. 이 과정은 뇌 속 뉴런들이 반복된 자극을 통해 연결을 강화하고, 그 결과로 뇌 회로가 재구성되는, 이른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신경과학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수동적 몰입’과 ‘능동적 몰입’을 구분합니다. 외부 자극에 의해 이끌리는 몰입—예를 들어, 영상 시청이나 게임 플레이 등—은 사실상 몰입이 아니라 뇌의 피로와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일종의 수동적 반응입니다. 반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끈질기게 파고들며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능동적 몰입은 전전두엽을 활성화하고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바로 이것이 뇌를 ‘기르는’ 진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 속에서 몰입을 유도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뇌는 왜 그렇게 작동할까?”, “어떻게 하면 학습이 더 효율적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이 질문은 곧 아이 스스로 학습의 목적과 동기를 내면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에게는 일부 내용이 난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읽으며 해설자 역할을 해준다면, 이 책은 오히려 부모를 위한 교육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적 기반과 실천적 해법을 동시에 고민하고 싶은 부모라면 반드시 접해봐야 할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몰입의 본질과 뇌의 작동 원리를 이렇게 탄탄한 과학적 기반 위에 풀어낸 책은 흔치 않습니다. 단언컨대, 이 책은 아이의 학습이 아니라, 뇌와 몰입에 대한 우리의 통념 자체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혼자만 알고 싶을 만큼 유익하고도 실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조용히 책장을 덮고 나면 누구보다 먼저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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