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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 ㅣ 포션 6
이산화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평점 :
『전혀 다른 열두 세계』이란 제목에서부터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담았으니 말이다. 매번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데, 이왕이면 12라는 숫자와 연관 지은 세계를 그리고자 했다는 작가의 덧말은 짧은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어느 순간 세계에 대한 새로움이나 독창성 따위 고려사항은 뒤전이 되어버렸다. 이토록 짧은 단편에 작가가 구축한 세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를 만들게 된 계기나 요소는 아무래도 좋아져 버린다.
용이 되어 떠나더라도 나비가 애벌레 시절을 잊지 않았듯이 자신도 그러할 거라는 친구의 위로의 마지막 말 혹은 다짐. 인류가 염원하던 기술의 진보를 얻었건만 여전히 ‘인간 시절의 낡디낡은 추억을 포기’(p.41)하지 않은 이의 선택. 진화한 인간성을 지닌 다음세대의 등장.
구축한 세계는 현재의 모습에서 나아졌는가?싶으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다만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세계에 대한 태도, 건네는 말 그리고 미련이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기꺼이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전혀 다른 열두 세상이었다.
작가가 펼쳐놓은 각색의 세계를 즐기다 열세번째 이야기에 도달하자 작가에게 놀아났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열심히 맛보고 즐긴 열두 세계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좋았으니. 가능하다면 더 긴 이야기로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