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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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던 <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을 쓴 정명섭 작가의 이름을 보고 바로 서평단 응모에 신청했다. 10년전만 해도 그 존재조차 몰랐던 단어이지만, 이젠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된 “가성비”를 주제로 하는 단편이라니.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같은 ‘생활 밀착’ 문학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우리가 “가성비”를 계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출 대비 효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가성비를 가늠하기 위해 내가 공들인 시간과 나의 노동력을 성과에 비교하거나, 더 간단하게는 당장 눈 앞에 있는 물건을 얻기 위해 내가 쓰는 비용을 계산한다.

다른 단편들은 이와 같은 일상적인 셈법을 토대로 쌓아올렸다면, 고진감래를 의도한 것처럼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정명섭 작가의 단편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유일하게 소비가 아닌 선택의 관점에서 ‘가성비’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불멸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쥬한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우주를 배경으로, 10명의 등장인물들은 딱 한명만 우주선을 타고 탈출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뽑는 것이 ‘투자 대비 높은 효율’을 거둘지를 두고 대립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우주를 배경으로, 추리에 기대 풀어놓은 ‘가성비’ 테마라니. 진부하거나 인위적인, 또는 둘다인 실망스러운 단편들 사이에서 기대가 아깝지 않았던 글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최저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 끝에 결제하고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지나있을 때 드는 마음과 똑같이. 그렇게 따지고 계산했는데도 왜 후련하지 않을까. 뿌듯하지 않을까.

가성비를 ‘따진다’고 하듯이, 가성비라는 단어의 어감은 그닥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는 가성비를 ‘대놓고’ 계산 하는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거나, 혼자 민망해지기도 한다.

물론 한정적인 유/무형의 자원을 사용하여 최대한의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선택에 가성비를 따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책에 수록된 단편처럼 우리가 ‘식기세척기를 살지, 게임기를 살지’ 와 같은 선택에만 가성비를 따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기적이다 못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고약한 셈법이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꼴불견이라고 지탄하는 사회가 되길, 남에게까지 가성비를 따지며 인색하고 계산적인 것이 부끄러운줄 아는, 수치를 아는 그런 사회가 되길. 책장을 덮으며 이런 사회적 수치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라면, 너무 멀리갔나.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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