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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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근거한 정보보다는 잠깐의 흥미로운 가십이 더 주목받는 시대입니다.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재밌고 흥미로우면,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둥둥 떠다니는 소문뿐입니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우리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이고,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을 때는 방관할 때가 많습니다. 적극적인 형태의 가해는 아니지만, 무관심은 때로 더 큰 상처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이면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는 많이 목격합니다. 소문은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그러한 잘못된 사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측을 낳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문제의 핵심은 사라진 채, 몇몇 사람에 대한 비난만 남습니다. 어떠한 식으로의 해명도 전체적인 판도를 바꾸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검증 없이 공적 담론으로 흘러들어올 때입니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기사, 공인의 입에서 이런 거짓 정보가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마치 진실로 탈바꿈하여 거침없이 퍼져나갑니다. 이미 사건의 시시비비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피해자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실제적인 해를 입습니다.



출판사 편집자와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의 일을 했으며, 이제 작가로서 그 첫걸음을 내디딘 도미나가 미도. 이 책 『A하라 죽이기』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실제로 현실에게 경험할 법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듭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했던 극 중의 주인공 "아이하라". 그녀는 누구보다 웨딩플래너인 자신의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입니다.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신혼부부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플래너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갑작스레 다가옵니다. 전혀 자신의 의도와 계획과는 상관없게 말입니다. 무능력한 직장 동료인 "미노"로 인해 결혼식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함께 일하던 모든 사람들은 "미노"로 인해 일이 그르쳤으며, 여타 다른 부서와의 소통까지도 문제가 되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사실 정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면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됩니다. 그럴만한 용기가 없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회피합니다. 그로 인해 발생할 불이익을 감당하기 싫어서 어물쩍 넘어가고자 할 때가 참 많습니다.



이 소설의 "미노"뿐만 아니라 이들의 회사의 책임자들은 정당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저 문제가 소멸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오히려 전혀 잘못이 없는 "아이하라"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깁니다. 스리슬쩍 자신들의 잘못을 전가합니다. 원활한 일 처리를 도와주려 했던 사람이 이제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이기심과 안이함, 정직하지 못한 모습 등이 어우러져 일은 엄청나게 부풀려집니다.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이 점점 미궁으로 빠집니다. 작가는 이 모든 일에 있어 어떤 한 사람의 과오를 지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건에 함께 참여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우리의 인생과도 참 닮았습니다. 어떤 문제 앞에 정직하게 마주하면, 의외로 쉽게 그 문제는 해결됩니다. 하지만 나의 체면과 위신을 지키려고 어물쩡거리다 문제가 크게 됩니다. 진실은 올바르게 전해져야 합니다. 그 누구의 이해관계가 스며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진실과 대면할 때 불이익이나 손해가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고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을 자신의 인생에서 우선적인 가치로 삼아야겠습니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한 걸음씩 시작하다 보면, '진실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는 라곰출판사(@/lagom.book)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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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윤리 - 우리 시대의 산상설교
데이비드 거쉬.글렌 스타센 지음,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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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가 없고, 책장도 많지 않아 책을 자주 나누어줍니다. 그래서 제 책장에 오랜 시간 남아있는 책은 제 나름의 기준에서 소장 가치가 분명한 책입니다. 『하나님의 통치와 예수 따름의 윤리』가 그러한 책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윤리와 산상수훈 해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8월에 읽은 책이니, 벌써 13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하고 인덱싱 처리를 합니다. 곳곳에 인덱싱이 되어있는 것을 보니 어떤 마음으로 읽었을지 짐작됩니다. 참으로 감격하고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번에 여러 부분에서 개정 확장하여 새롭게 『하나님 나라 윤리』로 나왔습니다. 10여 년의 시간 동안 빠르게 세상은 변했고, 저자들은 자신들의 책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았나를 돌아봅니다. 그리하여 이번 책에서는 그러한 반성과 더불어 세상을 완전히 뒤집는 변화보다 일상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나님 나라 윤리』를 다 읽고 이전 책과 다른 새로운 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하나님의 통치와 예수 따름의 윤리』를 읽고 적은 서평이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고, 초판의 논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래에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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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통치와 예수 따름의 윤리]


최근 복음을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정리하고 소개하는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도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론서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쉽게 접하기 힘든 책들이 많았다. 하나님 나라가 새롭게 조명되고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하나님 나라 복음에 대한 조금 더 쉬운 접근의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다.(예를 들어 웰컴 투 하나님 나라, 성경은 드라마다, 세계관은 이야기다 등)



하나님 나라 복음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수록, 하나님 나라 복음에 대한 오해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는 하나님 나라가 거대담론이라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너무 추상적이며,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구체적인 실천이나 삶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하나님 나라 복음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임을 알게 된다. 하나님의 통치는 삶의 전 영역에 선포되는 하나님의 사랑이며, 회복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다스림이라는 능동적 개념이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는 곳에는 하나님의 회복과 샬롬, 화목이 도래하게 된다. 일그러지고 깨어진 우리들과 만물에 하나님의 통치가 도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이다.



이 책은 우리의 복음이 삶의 실제와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즉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신앙과 윤리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천적이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은 통전적인 성품 윤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근거를 복음서의 산상수훈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예수의 도덕적 가르침을 높은 이상이나 어려운 말씀, 완전함에 대한 요구, 또는 죄성에 대한 증거로 읽기 싶다. 하지만 예수의 본래 의도는 변혁적 주도 행위이다. 이 변혁적 주도 행위는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있는 제자들이 마땅히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깨뜨릴 수 있는 행위이다.



이러한 큰 원칙에서 저자들은 기독교 윤리의 세부사항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살인과 폭력, 평화, 낙태, 안락사, 성 역할과 성, 정의와 사랑, 진실을 말하는 것,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 기도와 정치, 실천 등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이 책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바로 기독교 윤리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책을 통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연구 자료들과 책을 인용하고 있다. 특히 존 요더, 톰 라이트, 리처드 니버, 스탠리 하우어워스 등이 많이 언급된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저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적지 않은 분량(700여 쪽)이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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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특별판 트레싱지 에디션) -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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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생입니다.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포용합니다. 때로는 거칠게 뱉어냅니다. 위로와 용기, 평안을 주며 다시금 살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냉랭함, 강렬함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인생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모든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대상을 통해 삶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낯설지만 이미 그 사건이나 감정에 대해 어떠함이라고 명명했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자연스레 우리의 인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Laurence Devillairs)는 이 책 『모든 삶은 흐른다』를 통해 인생을 논합니다.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바다를 통해 표현됩니다. 바다의 느낌과 바다에서의 경험, 바다가 주는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철학적 도구가 됩니다.



바다에는 선원들, 상어, 섬, 등대, 파도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배웁니다. 용기, 힘, 자아, 변화 등입니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철학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을 바다로 데려가 철학을 논합니다.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배우기를 요청합니다.



저자는 바다를 통해 인생의 여정을 떠올립니다. 변화무쌍한 바다를 보며 우리네 삶도 그러함을 말합니다.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것과 같은 고통의 순간들이 있지만, 그것이 영원토록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순간과 같은 평온함이 우리를 덮어줄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통해 한없는 자유를 경험합니다. 때로는 잔잔하지만 모든 것을 삼킬만한 힘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그 흐름에 내어맡기면, 바다는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인생에 고난과 역경이 있으며, 슬픔과 우울이 있기도 하지만, 기쁨과 즐거움, 탄성을 내지르는 순간도 있음을 말입니다.



후회는 또 다른 후회를 낳습니다.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은 더 이상 우리가 손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휘몰아치는 격랑 이후에 바다는 더욱 고요해집니다. 삶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포기나 좌절이 아니라 삶의 흐름에 용기 있게 우리의 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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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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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야구를 좋아합니다.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삶은 화려한 순간, 이목이 집중되는 시간, 박수받는 자리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 고통과 힘겨움이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오랜 시간의 땀과 눈물이 영롱한 순간을 만듭니다.



그 중간에 김성근 감독이 있습니다. 80세가 넘은 연세임에도 선수들보다 열심입니다. 뙤약볕에 서있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 보충훈련을 직접 시키기도 합니다. 젊은 선수들이나 육성 선수들에게 직접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기술을 연마시킵니다.



무대의 한 장면은 그러한 무수한 노력들의 열매이자 결실입니다. 한 육성선수가 직관 경기에 투입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라운드와 벤치의 모든 선수와 수많은 관중들이 눈물 흘렸습니다. 그 선수의 땀을 알기 때문이고, 감독의 깊은 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이 책 『인생은 순간이다』는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뒷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무대의 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훈련과 연습의 시간들이 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 그들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훈련시킨 감독의 노고가 드러납니다.



리더는 결코 사람을 버리지 않습니다. 끝까지 책임집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부름받을 수 있는 존재로 키웁니다. 리더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한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그 사람의 약함을 채워주며, 강점은 더욱 부각시키는 사람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그의 철학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몸부림을 읽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치열함을 엿봅니다. 바깥의 사람들은 그를 욕할 수 있습니다. 가혹하다. 너무 이기려고만 한다. 하지만 안의 사람은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존경합니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존경받으려 하지 마라.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정작 고쳐야 하고, 붙들어야 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욕을 들어먹고 비판을 받더라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우직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밑에서 배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덮어두지 말고 해결책을 고민하라고 합니다.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보고, 노력해 보아 다시는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많이 엄격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부분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매우 소중합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에 최선을 경주해야 합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누구의 인생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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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보니, 기회란 흐름 속에 앉아 있다 보면 언젠가 오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는 그런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니, 기회라기보다는 마치 순리처럼 내게 찾아온 일들이었다. 그러니 매일의 순간순간을 허투로 보내서는 안 되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지 않았다. 내일이 있으니 오늘은 어떻게 되든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일이 와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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