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예배를 말하다
톰 라이트 지음, 최현만 옮김 / 에클레시아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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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이지만, 정작 그 본질을 묻자면 쉽게 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이라도 “예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잠시 멈칫하게 되지요. 이 책을 읽으며, 예배는 단순히 주일의 한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됨의 본질에 관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톰 라이트는 책의 첫 부분에서 예배를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참된 인간의 자세’라고 말합니다. 예배란 억지로 드리는 의무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을 때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고백이라는 것이지요. 이 말은 예배를 “해야 하는 것”에서 “살아야 하는 것”으로 옮겨 놓습니다.


책의 1부는 “찬양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예배드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예배가 어떤 태도로 드려져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시기에 찬양받기에 합당하시다는 사실, 그리고 그분 앞에 서는 예배자의 마음은 겸손과 기쁨이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일깨웁니다.


읽는 동안 특별히 마음에 남은 부분은 예배의 진정성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예배는 소란스러운 형식이나 억지로 끌려 나와 드리는 행위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열어드리고, 그분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도 신뢰하는 태도가 참된 예배라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흔히 놓치는 순간들을 붙잡아 되새기게 해 주는 말처럼 다가왔습니다.


1부의 흐름이 하나님을 바라보는 예배자의 자세라면, 2부는 그 예배가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기”라는 제목이 붙은 2부는, 예배가 단순히 예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예배와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강하게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십자가에 관한 부분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이 직접 오셔서 우리를 치유하시고, 우리를 예배로 이끄신 사건이라는 고백입니다. 예배는 결국 십자가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우리 또한 그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예배와 삶의 구체적인 연결점들이 다루어집니다. 기억해야 할 것, 약할 때 어떻게 서야 하는지, 돌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결국 살아있는 진리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예배가 단지 교회 안에서만 드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이어져야 하는 삶의 태도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저자는 이렇게 도전합니다. “우리는 한 손으로는 모든 힘을 다해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를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주신 사람들을 붙들어야 한다.” 이 말은 예배가 곧 사랑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선언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이 결국 세상 속에서 이웃을 품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책을 덮으며, 예배는 단순히 ‘주일 아침의 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전 존재를 하나님께 드리는 기본적인 자세이며, 동시에 세상 속에서 드러내야 할 삶의 고백입니다. 그래서 예배는 의무가 아니라 선물이요, 억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흘러나오는 삶입니다.


이 책은 예배를 다시 배우고 싶은 사람, 혹은 예배의 의미가 흐릿해진 이들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에게는 예배가 다시 숨과 같고 선물과 같은 자리임을 고백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다짐합니다. 예배가 내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 전체가 예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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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손으로는 모든 힘을 다해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를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리의 모든 힘과 용기, 유머, 낮아짐, 창조성, 예민함, 눈물, 침묵, 동정, 상냥함, 유연함, 그리스도와 같은 성품을 동원하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주신 사람들을 붙들어야 합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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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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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숨결과 빛, 그 안에 조용히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발견할 때, 비로소 웃게 됩니다.


누군가 제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행복해야 해요.
사역도, 가정도 다 떠나서요.
그건 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일 뿐이에요.
선물은 기쁘라고 준 거지,
목숨 걸라고 준 건 아니잖아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하태완 작가의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일상을 누리고,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도록 이끌어 줍니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아도,
오늘 이 자리에서 숨 쉬듯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글은 몽글몽글하고 잔잔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깊은 위로와 용기가 숨어 있습니다.

마치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스며듭니다.
읽는 동안 마음이 느슨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집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붙잡아 줍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
길가에 핀 작은 꽃,
오랜만에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 같은 것들.

그것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하루를 환하게 만드는 낙원의 조각들입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행복은 기다릴 대상이 아니라,
발견할 대상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발견은 멀리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아마도 우리의 낙원은,
이미 우리 곁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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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 2025-09-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로운 숲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나무에 기대어 편안하게 숨을 들이키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예요
 
낮은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 - 인생의 바닥에서 하늘을 만난 사람들
구미정 지음 / 비아토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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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리에서는 멀리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보려면, 더 낮아져야 합니다.

땅에 닿은 눈높이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는 세상의 지도는 대개 높은 자리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넓게 조망하지만, 그 안의 숨소리와 눈빛은 잘 담기지 않습니다. 낮은 자리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발밑의 흙, 맞닿은 시선, 서로의 숨결이 스며 있는 자리입니다.

구미정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 낮은 자리를 걸어갑니다. 여성신학자로서의 깊은 통찰, 인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주변부를 향한 애정이 글마다 묻어납니다. 이전 저서들처럼, 그는 멀리서 설명하는 대신 그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낮은 자리의 시선은 불편함을 줍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우리를 깨웁니다. “우리는 왜 그들을 보지 못했는가?” “그들의 자리에 서면 무엇이 보이는가?” 질문은 단호하지만, 사람을 향한 태도는 부드럽습니다. 비판과 환대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합니다.

이 책은 신학이자 인문학입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함께 걷는 저자의 경험이 성경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빚어냅니다. 『교회 옆 미술관』에서 성화를 통해 성경 인물을 새롭게 보았듯, 이번에는 낮은 자리에서 삶과 신앙을 다시 봅니다. 높이 나는 조망 대신, 발을 붙이고 천천히 걸으며, 사람과 사건을 세밀히 바라보게 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나의 자리를 묻게 됩니다. 혹시 너무 높은 곳에서만 판단하고 있지 않은지, 너무 멀리 서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낮은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은 우리에게 이해와 환대, 그리고 함께 살아갈 용기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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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시간 낭비다. 그러나 참으로 고귀한 시간 낭비다. 예배는 우리를 그 가운데 우주의 왕이신 하나님의 고귀한 광휘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예배는 하나님의 임재를 다른 사람과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는 기회, 우리의 시간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목적에 들어가게 하는 기회이다. 그 결과 우리는 변화된다. 그러나 우리의 변화는 우리가 하는 어떤 일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집중하고 복종하는 대상인 하나님ㄴ께서 자신을 계시하심으로써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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