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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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지만, 막상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쩌면 끝과 단절이라는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는 죽음을 무겁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담담한 어조로, 때로는 농담처럼, 죽음을 삶의 또 다른 얼굴로 보여줍니다.


저자는 병을 얻고, 삶의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기록합니다. 소소한 일상, 스쳐 지나갈 법한 장면들이 오히려 더 빛을 발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선명해진 삶의 풍경들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읽다 보면 죽음을 회피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저자는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두려움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물론 불안도 있고, 외로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추지 않고 꺼내어 놓음으로써, 오히려 삶을 더 진실하게 보여줍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을 정직하게 바라볼수록, 지금의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책 속의 저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오늘의 작은 순간을 소중히 붙드는 일이야말로 죽음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그렇습니다. 붙들어야 할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늘 유한합니다. 그러나 유한하기에 더욱 귀합니다. 저자의 문장은 “죽음을 생각하라”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라”는 초대처럼 들립니다.


책을 덮은 후 자연스레 내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가.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붙들고 있는가. 죽음은 결국 삶을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 됩니다.


사노 요코의 글은 무겁지 않습니다. 담담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합니다. 그러나 그 담백함 속에 담긴 생의 무게가 읽는 이를 흔듭니다. 억지로 희망을 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죽음을 넘어 지금을 충만히 살아내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멀리 두지 않게 됩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삶을 밝혀주는 빛이 되기도 합니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바라볼 때, 살아가는 오늘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깨닫게 됩니다.


『죽는 게 뭐라고』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삶의 끝에서 바라본 시선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을 더 사랑하게 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듭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길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집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그 용기를 건넵니다. 그리고 오늘을 조금 더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조용히 등을 떠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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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나 자신은 별것 아닌 존재죠. 마찬가지로 누군가 죽어도 곤란하지 않아요. 가령 지금 오바마가 죽어도 반드시 대타가 나오니까요.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그러니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죽으면 내 세계도 죽겠지만, 우주가 소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았으면 해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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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9
이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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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작은 마을 오동면. 편의점 하나, 체인점 커피숍 하나뿐인 그곳에서 네 명의 학생들이 폐허가 된 공장을 카페로 꾸미기 시작합니다. 그저 재미삼아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라기엔 부족하고, 공장이라 하기엔 조금은 따뜻한 공간. 사람들은 그 낯선 매력에 끌려 모여들었고, 어느새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시골의 허름한 공간이 젊은 감각과 열정으로 변주되며, 전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공장 주인에게 내쫓기듯 자리를 비워야 했습니다. 짧은 성공과 예기치 못한 끝맺음. 하지만 흩어지는 자리에서 이들은 무언가를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얻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이야기 안에 단순히 ‘카페 창업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공간을 넘어선 경험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곳에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 본 기억, 그것이 청춘의 자산이 되었던 것입니다.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웃고, 사진을 찍고, 잠시 머물렀던 그곳은 젊은이들의 실험장이자 배움터였습니다. 실패처럼 보일 수 있는 경험이 사실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 된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결과로만 평가하려 합니다. 오래 가지 못한 카페라면 실패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 함께했던 시간, 만들어낸 경험이 이미 삶을 풍성하게 했다”고. 진짜 성장은 숫자와 매출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읽는 내내, 나 역시 묻고 싶어졌습니다. 내 삶의 ‘카페, 공장’은 무엇일까. 누군가 보기에 허무맹랑하고 금방 끝날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배우고 자라고 있는 경험은 없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카페, 공장」*은 시골의 한 청춘들이 꾸려낸 작은 실험이지만, 그 속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낯선 자리에서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끝내 그 자리를 떠나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진실 말입니다.


공장은 사라졌지만, 카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제 네 명의 삶 속에서, 더 넓은 길 위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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