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 그리스도인의 일상 중심 잡기 1
손성찬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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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있어 '돈'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본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돈은 필수적입니다. 없어서는 안되는 도구인 셈이죠.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이미 제일 우선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돈입니다.



돈에 대한 많은 책들은 세상의 관점을 따릅니다. 부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돈이 일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돈은 애증의 대상입니다. 현실에서는 가장 필요한데, 성경에서는 돈을 멀리하라고 하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돈에 관심을 둔다면 신앙이 적은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돈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드러나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모호한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성경적 관점에서 명확하게 정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돈이 무엇이며,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돈의 의미와 사용 방법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또한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헌금은 어떤 관점에서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문제는 성경에서 말하는 돈에 대한 관점이 너무도 다양하다는데에 있습니다. 그 배경과 성경 전체의 문맥, 하나님의 의도까지 헤아려야 합니다. 또한 말씀에 대한 적절한 해석 위에 현실과 잇닿아 있는 적실한 적용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금융지식도 필수적입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손성찬 목사는 『돈: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에서 능숙하게 풀어냅니다.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의 관점에서 돈을 어떻게 보아야 하고, 대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성경 본문을 주텍스트로 사용합니다. 누가복음의 다양한 본문을 선택합니다. 돈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개념으로부터 시작하여, 성경이 바라보는 돈에 대한 관점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로 점점 확장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에 집중하면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반 성도들에게 전해진 설교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어려운 개념들도 적절한 비유와 예화를 통해 보다 친숙하게 들려집니다. 자칫 예민해질 수도 있는 문제들도 사려 깊은 단어 사용과 균형감각을 통해 모든 분들이 고민하고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사소한 부분에 맞추어진 관심을 더욱 중요한 부분으로 돌려줍니다. 그리하여 탐욕도 배척도 아닌 제3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 줍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돈'만큼 어려운 주제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교회에서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목회 현장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성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저자의 세심함이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매 장의 말미에 있는 '나눔 질문'과 '하나님 앞에 드리는 다짐'은 보다 활발하면서도 건강하게 돈에 대한 나눔과 기도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돈'에 대한 주제를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배울 수 있고, 현실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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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교회가 희망이다
박영호 지음 / 복있는사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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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참으로 독특합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놀라운 위로를 받습니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영광과 위엄을 느낍니다. 우리의 어떠함보다 존재 자체를 받아주고 귀하게 여깁니다. 그 안에서 한없는 평안과 사랑을 누립니다.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로 인해 진정한 하나 됨을 경험합니다.



반면 교회에서 우리는 좌절과 실패, 억울함의 기억도 있습니다. 세상보다 더하다고 생각들 때가 있습니다. 배제와 혐오, 편견과 차별이 만연합니다. 그것이 거룩함이라고 포장됩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탐욕으로 눈이 멀었음에도 자신은 깨끗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곳입니다.



이렇듯 교회는 이상과 현실이 충돌합니다. 하나님의 온전한 다스림을 기대하지만, 부분적으로 흐릿하게 보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하실 일이 있음을 말입니다. 지금은 사소해 보이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말씀과 교회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시는 이 책 『마침내, 교회가 희망이다』의 저자 박영호 목사. 그동안 저자가 발표한 논문과 책들을 보면 교회에 대한 그의 관심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현재 한국 교회가 어떻게 참 교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경회에서 그러한 저자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아픈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진단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뜨거운 마음을 담아 열정적으로 전했습니다. 그 현장의 열기와 눈물과 가슴 벅참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말씀 사경회의 현장으로 이끌려갑니다. 독자가 아닌 청중으로, 더하여 한 사람의 예배자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선배 목회자의 마음 다한 절절한 메시지는 우리의 가슴에 깊숙하게 들어옵니다. 이 말씀은 살아있어, 우리의 전 존재가 반응하게끔 합니다.



저자는 교회에 관한 희망을 추상적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깊은 묵상과 성경연구, 독서와 목회 현장에서의 경험 등이 집약되어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이며 명확합니다. '예배'와 '섬김', '일상에서의 영성'과 '존재로서의 선교'를 통과하여, 마침내 교회와 희망에 대해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가 되어,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거창하고 멋있는 환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작은 한 부분을 소중하게 붙들고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역을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목회자와 성도로 자랄 것입니다.



어두운 현실만 본다면 너무도 막막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여 실천해 본다면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거룩한 선교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마침내 우리는 교회가 되어 또 다른 교회들을 세우며 섬길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함께 외치게 될 것입니다. 마침내, 교회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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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름, 그 회복의 여정 - 예수님의 구원이 머문 복음서의 열한 장면
오지영 지음 / IVP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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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우리 인생을 변화시킵니다. 누구를 만나는지와 그 만남의 깊이와 친밀함의 정도에 따라 변화의 폭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더 이상 나의 방법으로 헤어 나올 수 없을 때, 누군가의 만남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음을 기억합니다.


'복음'은 교리의 모음이 아닙니다. 해야 할 것들의 목록도 아니지요. '복된 소식'은 '만남'입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우리에게 가장 큰 '좋은 소식'입니다. 하나님이 인간 되셔서 친히 우리에게 만나자고 말씀하시며, 손을 내밀어 주시고, 함께해 주시는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그 만남에서 '언어의 맛'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새 성경의 아름다운 단어들이 그 맛을 잃어버렸습니다. '회개'와 '구원', '회복' 등의 용어가 종교적인 언어로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본래의 더 풍부한 맛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그 현장에서 사용되는 말의 의미가 들려질 때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복음과의 만남에서 배경에 대한 이해도 필수입니다. 성경에서 만나는 땅은 그곳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문화와 시대정신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을 때, 그 땅에서 펼쳐지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다 풍성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언어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가운데서 우리는 섬세하게 등장인물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의 손짓, 눈빛, 말투 등을 자세하게 따라가보아야 합니다. 듬성듬성 빨리빨리 가다가 꽤 중요한 암시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깊은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조금씩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사전 지식도 없고, 풍부한 공감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갈 안내자가 필요합니다. 원어와 배경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더불어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사람말입니다.


여기 바로 그 사람이 있습니다. 이 책 『따름, 그 회복의 여정』의 저자 오지영은 말씀을 사랑하며, 그 말씀을 맛보아 알기를 기대하는 분입니다. 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더불어 깊고 세심한 묵상을 통해 하나님 마음과 잇대어 있기를 소망하는 분입니다.


저자를 따라 복음서를 여행하다 보면, 오감을 통해 경험하는 풍성한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으며, 함께 경험합니다. 향유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기도 하고, 삭개오의 눈물도 봅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성경의 인물들의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가 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


어느새 성경의 언어들이 새롭게 되살아납니다. 주님의 말씀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죽어 있던 단어가 살아서 생명을 얻습니다. 그 단어들은 우리의 마음 깊숙이 들어옵니다. 진정한 회복과 치유, 평화를 맛보기를 갈망하게 됩니다.


무의미했던 단어는 하나의 복선이 되어 이후의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그저 지나친 배경은 그 이야기의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켜켜이 쌓여 우리에게 풍부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전하게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그렇게 갈망했던 사람들의 그 갈급함이 느껴집니다. 그때에야 주님의 부름이 얼마나 큰 샬롬의 메시지였는지 실감합니다. 그것이 참 회복이며 구원이었는지를 말이죠. 우리는 이제야 예수님을 제대로 만납니다. 따뜻하게 우리를 보듬어주시며, 참으로 깊은 관심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주님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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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 - 고난 중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다, 예레미야애가 묵상집 신학과 신앙을 잇는 시리즈
전원희 지음 / 지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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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행복이 강요받는 시대입니다. 힘들어도 기뻐하라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감사하라고 합니다. 눈물을 빨리 닦고 다시 일어서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충분하게 울어보지도 못한 채, 경쟁의 틈바구니 속으로 재차 들어갑니다. 소리 내어 크게 충분하게 울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우리에게 어쩌면 슬픔에 오롯하게 잠기어 있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시간은 고요하게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이 됩니다. 아픔을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울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눈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기쁘고 즐거운 승리의 소식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실의 경험 가운데 아파하며 울고 있는 우리들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 어찌할 바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들의 절규는 성경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눈물 흘리는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에 동참하지 않았으니, 우리 또한 다른 사람의 눈물에 반응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승리와 쟁취, 복에 대한 강조는 우리의 정서를 메마르게 했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해야 하는 순간에 나의 유익과 만족이 먼저 생각나게끔 만들었습니다.



예레미야는 눈물의 선지자입니다. 선지자는 함께 아파하며 울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지자의 눈물의 노래가 예레미야애가입니다. 지금까지 잘 다루어지지 않은 애가의 말씀을 이 책 『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가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구약학을 전공했으며, 말씀과 삶, 신학과 신앙의 연결에 큰 관심을 두고 사역하는 이 책의 저자 전원희. 저자는 전작인 『네 이름이 무엇이냐』(이레서원, 2023)에서 구약과 신약, 신구약 중간기, 초기 기독교를 꼼꼼하게 살피며 사탄의 정체를 분석했습니다. 이 책은 사뭇 다른 느낌의 묵상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자의 섬세함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본문 말씀이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원어와 문맥, 배경 등을 두루두루 살펴봅니다. 다소 어려운 전문적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독자의 묵상에 도움이 된다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내용들이 저자를 통해 잘 소화되어 매우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명확한 근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깊은 묵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명제에서 섣부르게 뛰어들지 않고, 본문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적용을 위한 도움과 공동 기도는 본문의 메시지가 우리의 삶과 내면에 깊숙하게 내려오도록 만들어줍니다. 머리로 끝나는 묵상의 시간이 아니라 존재와 삶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참 묵상이 일어나게 합니다. 슬픔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러한 이 책의 장점들은 독자의 상황이나 필요, 목적에 따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개인적인 묵상도 가능하지만, 공동체적으로 함께 성경을 깊이 읽어나갈 수 있게도 합니다. 목회자들이나 성경 교사들에게는 강해를 위한 아주 훌륭한 재료를 공급해 줍니다.



힘겨운 고통의 순간,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복음이 아니겠습니까? 누군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록 희망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애가와 같은 상황일지라도, 여전히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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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초판 한정 양장 에디션) - 모순 가득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발견한 인생 통찰
파커 J. 파머 지음, 김종훈 옮김 / 템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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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복판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같지 않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자체로 역설입니다. 강렬하게 통합된 삶을 원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은 우리의 실제 삶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현실의 문제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존재의 연약함으로 좌절하곤 합니다.



개인적인 모순과 역설로도 벅찬데, 세상으로 나가면 더 큰 혼돈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겸손은 나약함으로 보이기도 하고, 진취적인 모습은 교만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작가이자 교사, 활동가로서 많은 영감을 준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 저자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도 큰 울림과 통찰을 얻었고, 공동체에 그의 가르침을 적용하여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 『역설: 모순 가득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발견한 인생 통찰』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영적 통찰인 역설과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을 다룬 수업에서의 강의였기에, 머튼의 '역설의 영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파커 J. 파머는 엉망진창인 삶 가운데 속에서도 하나님의 진리와 영적 통찰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기를 요청합니다. 우리가 겉으로 볼 때는 예측하기 힘들고 어렵지만, 그러한 뜻밖의 순간들에서 우리는 고귀하고 소중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설은 양극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끝을 둥글게 모으면 서로 연결됩니다. 이렇듯 서로가 배척하고 반대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연결해 줍니다.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머리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영적 통찰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은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입니다. 복잡하고 애매모호하지만 그것을 내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겸손함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데올로기와 다른 종교에서도 그러한 역설을 발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칫 위험하다고 배척하는 것 안에서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배워야 할 것이 있음을 주장합니다. 이것이 온전함을 위한 연결된 삶이며, 최고의 영적 훈련임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십자가는 역설의 길입니다. 저자에게 있어 기독교 신앙은 그의 책을 관통합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었던 다른 책들에서도 그의 중심에는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그리스도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여러 책들을 통해 줄곧 이야기한 것은 공동체입니다. 소외되는 사람 없는 모두가 환영받는 공간을 자주 말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공동체는 큰 흐름을 담당합니다. 공동체만큼 역설적인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홀로 있고 싶지만 함께 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교육의 영역도 저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다른 저서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는 역설의 관점에서 정치와 교육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에 진정한 통합이 있을 수 있으며,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덩달아 우리도 세상 속에서 살면서 이리저리 휩쓸릴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우리조차 세상의 것을 갈망하고 추구할 때가 있죠. 하지만 이러한 역설을 인정하고, 우리 안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실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살아간다면, 보다 온전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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