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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예술가 - 요절한 젊은 천재 화가들의 영혼의 노래 ㅣ LINN 예술책방 3
김성진 지음 / 린(LINN)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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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그러나 예술은 불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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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온다. 누구도 피할수 없으며 언제 올지 예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죽음의 문 턱을 넘은 사람들에겐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깊은 비애와 안타까움이 어찌할 수 없게 흐른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이 책은 살아갈 날이 더 많았던 천재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남긴 작품에 대한 자화상이 담겨있다. 이들은 요절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그래서 삶을 더 살았더라면 얼마나 훌륭한 대작을 남겼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같이 한다. 또 사후에나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삶을 힘들게 살아온 미술가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전쟁때문에, 병으로, 죽게된 미술가들 뿐만 아니라 자살이나 술, 약물 중독으로 로 삶을 마친 미술가들에겐 더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무엇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삶을 끝냈을까. 젊음이라는 게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었을까. 유명해져서, 무명이었던것, 둘 모두 그들에게 힘든 이유 중 하나였을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다 찬란하진 않았다. 그러나 짧은 삶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작품은 그들을 대신해서 영원히 불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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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예술가들 에곤 실레, 장미셸 바스키아, 마사초, 아우구스트 마케,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등 이들을 두고 악마에게 계약을 통해 실력을 얻고 요절한다는 저주라고 할 만큼 이들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에곤 실레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표지로 처음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고 클림트의 전시를 보며 실레가 클림트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 영화 <에곤 실레: 욕망이 그린 그림>까지. 영화 제목처럼 그는 욕망에 사로잡혔다고 할 수 있겠다.
여인들과 소녀들의 누드화를 그렸고 이 문제로 주민들에게 쫓겨나기까지 했으며 미성년자를 그렸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은 실레의 모델이자 애인이었던 발리 노이칠과의 관계였다. 발리는 실레를 사랑했던것 같다. 재판을 받던 실레를 헌신적으로 도왔고 실레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영감을 주고 직접 그림 배달까지 도맡았다니. 실레는 "발리의 행동은 너무나 고귀했고 나는 매료되었다"라고 했지만 그는 사랑을 배신하고 부잣집 딸 에디트와 결혼한다.
실레의 그림은 어딘가 뒤틀리고 부드럽지 않은 선, 튀어나온 뼈, 울퉁불퉁한 몸의 곡선, 이런것들로 결코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그의 표현은 독특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 그린 풍경화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화려한 색체와 따틋한 느낌의 마을의 모습들은 안정된 삶의 기쁨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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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26명의 예술가 중에서 앙리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이야기가 단연 눈에 띄었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을때마다 짧게 언급되었던 그의 이야기가 고흐 못지않게 슬프다. 장애로 인한 외로움과 세상의 멸시 그리고 그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과의 사랑이야기, 매춘과 술에 빠져 살아간 그의 삶.
근친으로 인해 태어날때부터 선천적으로 뼈가 약했고 합병증이 있었던 로트레크는 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로 하반신의 성장이 멈췄다. 그 후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그렸고 카페와 캬바레에서 그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가 그린 최초의 포스터 <물랭루주ㅡ라 굴뤼>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 포스터로 로트레크는 유명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멀어지며 정신적으로 더욱 쇠약해졌고 잦은 폭음과 매독으로 서른 일곱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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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일찍 세상을 떠난 미술가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세상에 남긴 작품과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미술사조와 스승의 작품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이 함께하고 있다. 프레데리크 바지유, 조르주 쇠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프란츠 마르크, 엘리자베스 시달, 키스 해링 등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젠 그들을 대신해 그들이 남긴 작품이 대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미술가와 그림에 대한 책은 읽을때마다 매번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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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지속되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별 상관없다. 문제는 예술과 삶의 충동이다."
ㅡ에바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