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놈은 진짜… 방금 전까지 그렇게 상심해 놓고 지금은 맛있다고 걸신들린 것처럼 밥을 먹고 있네요."

"맛있는 걸 먹었으니 맛있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부모가 죽어도 배는 고픈 법이야. 맛있는 걸 못 느낄 정도면 어딘가 심하게 망가진 거라고. 그리고 맛있게 먹어 주지않으면 음식한테도 미안하잖아?"

"괴로울수록 제대로 먹어야 돼. 영양이 부족하면 쓸데없는생각만 많아진다니까?" - P65

"아마도 기대를 하고 계셨던 모양이야. 표현 방법이 거칠어서 잘 전해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몰랐던 게 당연하지. 나도 그랬는걸."
시바는 다정한 말투로 "사람의 속마음은 원래 알기가 어렵잖아" 하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판단하면 큰 착각을 하게 되지. 그럼 대체 뭘로 판단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에는 행동 아닐까싶어. 우라타 씨는 정말로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즐거우셨을거야. 그도 그럴게, 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 노미야한테 이런저런 뾰족한 말을 했던 것도 분명 우라타 씨 나름의 응원이었을 거야." - P68

자신이 꿈꾸던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될까. 가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하는데,
과연 그중 몇 명이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싶다. 막차가 끊기기 직전의 전철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좌석 깊숙이 앉은 요시로는 맞은편 차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피로에 지친 얼굴에서는 패기를 찾을 수 없고, 피부에는기름기가 돈다. 서른세 살이라니, 이제 아저씨 나이다. 이 나이쯤 되면 꿈을 이룬 후 멋지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어린 시절 수없이 그렸던 이상적인 내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 P103

"니 손으로는 못 버리지 싶은데."
"어... 그건 그렇지만."
"그 나이 먹고도 좋다카는 일인데, 그거를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지만 그기 맘대로 되나. 인생이 그런 기다. 좋아하는일 하면서 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끼고."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한다."
"포기를 꼭 해야 되나?"
"계속하면 안 되는 거야?"
"그림 말이야. 지금까지 직장 다니면서도 그렸는데 못할거 없잖아?"
"나는 재능이...."
"꾸준히 하는 게 재능이라고들 하던데."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무슨 일이든 계속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그 나이까지 아무 보상도 없이꾸준히 했다는 것만으로 재능 아닌가?" - P124

미즈키의 말대로 살아가야 하나? 정말 이게 맞는 것일까?
배가 다시 찌르르 아파 온다. 하지만 아즈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며 생각한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야?
아, 배가 아프다. - P156

"뭐라고 하든 난 괜찮아.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일들이 있으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소중한 것들에 소홀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 P163

아즈사와 나유타는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베어 물었다. 행복한 달콤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텐더니스가 있는한, 그곳에 가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분명 이어질 수있다. 그런 믿음이 생겼다. - P195

대학 졸업 후부터 평생을 근무했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60세에 정년을 맞이하고, 재고용되어 5년 더 출근했다. 남자는 결코 처자식이 생활고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했다. 휴일을 반납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거래처 접대는 뭐가 됐든 빠지지 않았다. 가정을 돌보고 외동딸 나나오를 키우는 일은 모두 아내인 준코에게 맡겼는데, 그것이 부부의 역할 분담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는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지킨다. 당연한 일이다. 젊은 직원 중에는 "언제 적 얘기예요"라며 비웃는 이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수십 년간 아내가 전업주부로 살 수있었고, 나나오도 원하는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나름대로돈도 열심히 모아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고령자 전용 맨션도얻었다.  - P200

아빠는 엄마를 너무 구속해. 엄마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살게 둬.
구속할 마음도, 인격을 부정한 기억도 없다. 사회에 나와돈을 버는 남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듯, 아내도 가정을 지키는 여자로서 당연한 일을 해 주길 바랐을 뿐이다. 그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 P202

"아빠는 늘 나를 키웠다고 그러는데, 나한테 해준게 뭐가있다고 그래? 돈만 주면 다야? 입학식, 운동회, 내 인생의 중요한 날에 한 번이라도 같이 있어 준 적 있어? 그런 사람한테아이가 좋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 들어 봤자 전혀 와닿지않아." - P206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어. 당신이랑 좀 더 대화를 나누고둘이서 둘이 같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나 혼자서 원하는 것들을 해 봤자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같더라."
"그래서 내가 평소랑 달랐던 거야. 미안해."
"아니야, 나도 잘못했어. 당신 지금까지 고생 많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나나오가 했던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어.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당신을 너무 구속했던것 같아."
"당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나야."
"남편을 키우는 건 아내니까"
"당신을 그렇게 키운 사람이 바로 나라고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젊었을 때 난 당신이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 당신이 쭉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남들이 당신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해도 나는 잠자코 있었어. 나는 내 남편이 그런 사람인게 좋았으니까."
"그러다 당신이 일에 점점 더 열중하면서 가정에 소홀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게 장점이 아니라 단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제멋대로지.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마치다 당신 잘못인 것처럼 툴툴댔으니."
"잊고 있었네."
"우리가 같이 산 게 벌써 몇십 년인데. 내가 당신을 그렇게 키웠듯 나 역시 당신 손에 길러진 부분이 있어. 부부란 원래서로를 키우는 거니까." - P246

"보통이라..." 보통이라는 말, 왠지 이상한 것 같아. 보통이 뭔지,
사람마다 다르잖아. - P284

"너희 엄마는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고 할까. 가정이나 개인 자체로나 충만한 느낌이 들어. 그런 사람들은 불륜 같은거안해."
채워지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다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르는 거야. - P293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손에 넣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형제에 여동생까지 합세해 수수께끼가 점점 늘어 간다. 난 앞으로도 이 멋지고 재미있는 형제・・・ 아니 남매? 가족을 지켜볼 생각이다. 불순한 사심이 약간 섞여 있지만 일생의 과업일뿐더러 애정도 담겨 있다.
"아, 좋은 생각 났어! 나 고등학교 졸업하면 여기로 이사올래. 밋츠 오빠, 나도 같이 일하면 안 돼?"
순진무구한 목소리에 쓰기와 시바가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잠깐, 주에루.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정하지 않을래?"
"난 싫어. 네 뒤치다꺼리 하는 건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한계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과 "난 이미 마음 정했는데?" 하고 태연하게 말하는 주에루. 미쓰리는 기리야마와 눈을 마주치고 웃어 버렸다.
앞으로도 즐거운 일이 가득할 것 같다. - P378

야간 근무가 끝날 무렵의 시간. 나는조금 더 정성스럽게 애정을 담아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
이곳을 찾아 준 당신에게, 가장 큰 사랑을 담아.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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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주된 역할은 아무것도 모르는상태의 학생이 무언가에 숙달되기까지 그 과정과 원리를보편적인 형태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전해야 하는 것은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다.

무언가에 숙달되는 보편적 원리와 목적의식을 꾸준히 일깨워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주된 역할이다.

그렇다면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란 무엇인가. 

숙달의 보편적 원리란, 기본기를 다지는 세 가지 힘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힘이란 ‘훔치는 힘(모방)‘, ‘추진하는 힘(실행력·추진력·기획력)‘, ‘요약하는 힘(요약. 질문력 등)‘이다.

건강하지 못한 정신을 털어내려면 반드시 몸이 건강해야 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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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의 반복이잖아." 최선생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일평생 원했지만 뭘 어떻게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해하던 일이 있다고 쳐봐. 이렇게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타났는데손을 덥석 잡지, 안 잡고 배기겠니?"
"그 밑그림이라는 게 뭔지는 지금도 비밀이고요?"
"때가 되면 다 얘기해줄게. 우리 선민이가 아주 전심전력으로 연구하고 있어." - P37

"층간 소음만 보면 천장이고 벽이고 얇은 거 같잖아." 최선생이 가방에서 근시 교정용 안약을 꺼내다 말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집안에서 문 닫고 떨어져 있으면 기침을 하고 앓는소리를 해도 잘 안 들린다는 게 신기하지 않니." - P69

"제가 딱히 너그러운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영이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우주적인 관점에서보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티끌 같은 존재더라고요. 원래도 알고는 있었죠. 그래도 그걸 온몸으로 느껴본 게 참 좋았어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거든요. 왜 나는 이렇게 시시할까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원래 그런 거니까, 너무 당연한거니까요." - P132

"옛날에 촌에서 왜 노인을 공경했는지 알아? 언제 씨를 뿌리고, 논에 물을 대는지 오래 겪어봐서 아니까. 인간은 보통겪어봐야 알아. 하지만 안 겪어보고도 아는 사람이 있지. 필부 필녀들의 간장종지만한 사고회로가 빤히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 그런데 자기들아, 세상 이치가 읽히면 편하기만 할 것 같지만, 실은 고독한 거야. 내 속을 까뒤집어 보일 데가 없거든,
알아듣지를 못한다고, 사람들이! 시대가! 그러니까 세상은 빤한데 저 사는 재미는 없지. 그럴 때 권태를 느끼는 거야, 인간은." - P208

"너, 설마 집에서도 그런 생각 하는 건 아니지?"
"하는데." 모영이 대답했다. "그래도 집에서는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한참 우울하지는 않아. 그럴 때는 얼른 언니 상태가 어떤지 보거든.
"스팀 타월도 가져다주고, 어깨도 문질러주고 하려고?"
"응."
모영의 말에 이심이 웃었다. "다 네가 나한테 해주는 거잖아. 그럼 너한테는 뭐가 남아? 너무 너만 손해보는 거 아니야?"
"너만 손해보는 거 아니야? 하고 진지하게 물어봐주는 사람이 남잖아. 그런 사람이 가족으로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게 안심이 돼."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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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리는 자기애의 연장이나 결과도 아냐. 같은나무에서 피었다고 해도 작년의 벚꽃과 올해의 벚꽃은 별개잖아. 넌 네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행복을 손에 넣어야만해."
뭐, 그렇겠지. 알고는 있다.
내 인생. 나의 행복.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돼버린 나의인생.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친구도 없다. 미래의 계획은 전혀 없다. 우선 오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는 백지상태, 하얀 여백만이 펼쳐진내 인생. - P124

친구는 없다.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나이만 같을 뿐 어떤 친밀함도 느낄 수 없는 타인. 그런 무수한 타인과 함께 한 상자 안에 담긴 채 같은 공기를 마신다.
그게 고통스러웠다. 토하고 싶어질 만큼. - P145

"지금 손님이 느끼고 있는 의문은 옳아요. 친구라는 건시간의 성과랍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때로는 친밀했다가 또 때로는 소원해지죠. 하지만 역시나 만나고 싶어지고만나면 즐겁죠. 그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소중한 관계로 여겨지는 거예요. 그런 상대가 진짜 친구겠죠. 적어도 전 그렇게 믿는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한 시절을 함께 즐겁게 지내다가 화려하게 해산하는 관계도 그 나름대로 친구인 건 틀림없어요." - P148

"넌 네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행복을 손에 넣어야만 해."

내 인생, 앞날은 백지상태, 하얀 여백뿐이다.
내 인생.
나의 행복.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방법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돼버린 나의 인생.
그래, 시작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이될 수 없다면 그런대로 움직여보는 거다. 귀찮긴 하지만.
귀찮더라도 해볼까. - P176

"어쩌면 신비한 능력이라는 게 그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뿐 의외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 P204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나한테 그런 존재는 바로 그녀겠지.
이름도 모르는, 도시락 가게의 그녀.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205

다음번에는 꼭 만회하고 싶다.
다음번에는 부디 그녀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
그녀가 기뻐할 만한 무언가가.
그래.
그녀 마음의 무거운 짐을, 후회를 없애버릴 만한 무언그럴 수만 있다면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데. - P212

"딸아이에게 전해 주시겠어요. 넌 잘못이 없다고. 조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요. 그러니 앞을 향해 살아가라고 말이에요."

"제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딸아이에게 전해 주세요." - P217

엄마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
"이미 끝난 일이야. 단념하렴. 앞을 향해 살아가야지."
하지만 나는 뭐든 쉽게 단념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언제까지고 주춤주춤 꾸물대면서 뒤를 돌아보거나 바닥을바라보며 주눅이 든 채 움직이지 못했다.
까.
지금도 여전하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해버렸을까.
어째서 어제까지의 나날이 내일도 계속될 거라 믿은 걸왜 좀 더 착하게 굴지 못한 거지?
주춤대고 우물우물한 채.
움츠러든다. - P240

다들 다르다.
다들, 각자 다른 걸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 P259

"못 말리는 녀석이군. 아직도 영적 능력을 바라는 거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거냐."
"만나고 싶어."
"이 아버지도 그렇다." - P271

아버지가 엄마에게 영향을 끼친 어떤 ‘능력‘
엄마에게 직접 묻진 못했지만, 이젠 그것 또한 알 것 같가타쿠리노하 씨에게서 이어받은 게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어쩌면 엄마는 내게, 그게 무엇인지도 알려주기 위해와줬던 걸까.

"자신감을 가지렴. 그게 네 능력이란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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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타 씨, 나, 여기까지 왔어요.....!"
서리가 어깨에 이어 얼굴까지 올라온다. 속눈썹까지 가는 얼음이 붙는다.
"소타 씨, 대답해요. 소타 씨. 소타 씨......!"
내 몸에서는 아까부터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속눈썹도 얼어붙어 눈을 뜰 수 없다. 그래도 힘을 늦추지 않는다. 소타 씨를 빼내겠다는 마음만이 내 몸에 뜨거운 열을 보내고 있다. 덜거덕,
또 다리가 조금 올라온다. 냉기의 빛이 나를 더 얼린다. 그래도 나는....... - P311

오직 기묘할 정도로 달콤한 무감각만이 존재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갑자기 무언가가 생겼다. 그것은 열이었다. 눈꺼풀 안쪽이다. 눈물의 뜨거움이다.
소리였다. 이번에는 귀가 열을 띄기 시작했다. 먼 곳으로부터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에게 귀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입술이었다. 누군가의 희미한 체온이 그의 입술에 색을 돌려주려 했다. 끊어졌던 그와 세계를 잇는 실을 누군가가 하나, 하나씩 다시 잇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한 장의 낡은 문이 서 있다.
아……………, 입에서 숨이 흘러나온다. 그 숨도 뜨겁다.
문이 철컥 열렸다. 너무 눈부셔 눈을 가늘게 뜬다. 그곳에 누가 있다. 이쪽으로 손을 뻗고 있다. 그의 세계로 들어오려 한다.
그도 손을 뻗으려 한다. 얼음이 깨지고 서로의 손가락 끝이 닿는다. 서로의 손을 잡는다. 열이 흘러 들어온다. 그 가녀린 손이 힘껏 그를 당긴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넘친다. 얼음이녹고 깨진다.
그리고 그의 몸은 드디어 의자로부터 떨어진다. 그는 문을 넘는다. - P315

"있잖아, 스즈메. 지금은 정말 슬퍼도......."

"스즈메는 앞으로, 아주 잘 자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미래 같은 거, 무섭지 않아!"

"있잖아, 스즈메.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만날 거야.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오고 그것을 수없이 반복하며 너는 빛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 그렇게 되도록 다정해져 있어.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어."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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