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뭐 별거냐, 지금 살아 있는 거! 이게 행복이지. 윤이랑 영미랑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모든 날들이 행복이지! 정말 행복사진이네. 껄껄!" - P74
"네, 마음 사진관에서 행복사진 찍을 때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죠. 푸른 꽃은 사람들 마음에 든 멍을 찍을 때 나타나요. 원래 하얀 목화솜처럼 고운 마음이 상처로 이리 맞고 저리 맞아 검푸른 멍이 든대요. 그런데 행복사진을 찍으면 행복한 기억이 마음 아픈 상처의 기억을 덮어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멍이 빠진대요. 하늘이 파란 건 사람들 마음의 멍을 희석시켜 주느라 꽃잎이 많이 올라가서가 아닐까 싶어요. 꽃잎은 매번 머무는 게 아니라 제가 사진 찍는 대상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행복을 빌면 행복사진을 찍는 순간에만 나타나요." "아... 그래서 하늘이 유난히 쨍하게 아름다운 날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시리고 눈물이 나는 것이었군요. 정말 놀랍네요." - P80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될지 모르겠지만...." "해도 될지 모르겠다면 하지 마. 네 안에서도 확신이 안드는데 그런 말을 미리 까는 건 네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널 위한 워딩이지." - P85
차별과 정서적 학대에 익숙한 사람은 동일한 상황에서자신을 지킬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박동욱 모친의 차별과 폭언은 수현이 집에서 엄마에게 받던 대접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차별 받는 대상이 오빠에서 남편으로 바뀌었을뿐, 선을 본 지 3개월 만에 집안의 뜻으로 결혼한 박동욱은사람이 착해 보여서 좋았다. 착한 사람은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착한 사람‘과 ‘우유부단한 사람‘은 의도치 않아도 다른 대상들을 충분히 아프게 할 수있다는 걸 결혼 3년 차가 되어서야 알았다. - P95
"말이 된다니까. 그러니까 메리골드지, 마침내 오고야말 행복이 있는 마을, 메리골드! 메리골드에선 말 안 되는일이 없어." "믿어봐,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라 했으니까." - P113
"응. 근데 지금 보니까 이서야, 불꽃은 원래 어두울 때터지잖아. 마음이 마냥 어두운 날들도 사실은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불꽃을 터뜨리려고 준비 중이었던 거야." "아름답다. 역시 지수현 멋져. 그런데 찬란하고 근사한순간이지만 정말 순간이잖아. 불꽃놀이는 끝나도 우리 삶은 계속되니까." "그렇지. 지금이 순간임을 알기에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 매일이 불꽃놀이 같다면 어떨까?" "일상이 매 순간 불꽃놀이면... 음... 불꽃에 데어 죽을걸? 혹은 심장 터져 죽거나, 아니면 불꽃같은 아름다움도.화려함도 결국 질리겠지." "그렇겠지? 나는 지금까지 매일을 불꽃놀이 준비하듯산 것 같아. 맹렬하게 타고 싶었나 봐." "우리 수현이・・・ 너무 고생 많았다. 잘했어. 너 지금까지잘해왔고,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너무 잘할 거야. 가장 어두울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잖아.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삶의 축제를 준비 중일 수도있으니 현재를 즐기라고 했어. 어제를 살지도 내일을 살지도 말고 오늘만 살자고 생각하니까 그 뒤로 정말 자주 웃게됐어. 웃기지 않은 일도 웃고 나니까 글쎄 재미있어지는 거있지? 자주 웃으니까 삶이 축제 같더라." "삶의 축제, 페스티벌이라." - P144
‘앞으로 나아가는 길엔 언제나 진통이 따릅니다. 때론그 진통이 아프고 괴로워 도망가고 싶습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죠. 하지만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도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고통 속에 머물지 않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고통을 지나오며 마음이 조금 어른이 된 거 같아요. 성장통이라해야겠지요. 나의 성장통은 당신이었습니다.‘ 마음의 말은 하늘의 불꽃이 되어 터진다. 나의 성장통이었던 당신, 당신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늘 당신의 사랑을 갈구했고 당신의 무례를 견디어 냈으며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왔다. 그런 삶이 익숙해져 타인의 무례에 대처하는 법을 잊었으며 나를 사랑하는 법도 잊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 남을 사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어른이 되어도 이리 한참 아플 줄 몰랐지만 어찌됐든어른이다. 진짜 어른은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을 탓만 하지않고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성장통을 딛고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도 같다. - P147
"여름에 가을을 그리지 말고 가을에 겨울을 그리지 말아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부디 오늘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좇느라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 삶은 여행입니다. 여행 온 듯 매일을 살길 바라요." - P150
운명은 그것을 우리가 운명이라 부를 때에만 운명이 된다. 스쳐 지나간다면 운명이 아닌 흘러가는 사소한 일일 뿐이다. 스스로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기로 선택할 때에만 우연은 운명이 된다. 범준이 우연히 클릭한 프로그램을 흘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지원을 하는 용기를 냄으로 인해 운명이 되었다.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합격하고서도 이 도시에 오지 않을 수 있었지만 낯선 도시로 건너오는 용기를 냄으로써 운명이 되었다. 운명이라는 길은 자신의 선택과 용기로 만들어진다. - P202
"20대에만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건 아니야. 서른 이후에 안정되게 사는 사람은 기대보다 적어. 그리고 생각보다 삶이 길어. 서른 이후도 마흔 이후도,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이후에도 삶은 지속되잖아." "하긴... 뉴스 보면 어르신들이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하시긴 하더라구요." "그렇지. 어찌 보면 정해진 길이라는 건・・・ 우리가 스스로 제한하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죠. 근데 형, 꿈을 꿀 자유가 있다잖아요. 그렇게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도 하는데, 꿈꿀 자유가있다면 꿈꾸지 않을 자유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있지." "근데 또 꿈꾸지 않을 자유라면서 저처럼 이렇게 살다가아무것도 되지 못하면요?"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한걸. 아무것이 된다든가 평범하다든가 특별하다든가, 그런 기준들도 어차피 사람이 정한 거 아닌가? 내삶에 대한 기준은 내가 정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아무것이되지 않아도 괜찮은 시절이 청춘 아닌가. 방황하고 헤맬 특권을 낭비해도 될 거 같아. 사실 나는 그런 청춘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 P208
"그리고 범준아. 정해진 길이라는 건 애당초 없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길을 잃는걸. 그냥 묵묵히 할일을 하며 걷다 보면 결과물이라는 게 생기고 사람들은 그걸 길이라 부르는 거 같아. 아직 나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저 우리가 할 일을 멈추지 않고 걷는 게 아닐까? 여기 사진다 됐다. 뒤집어 둘 테니까 너 혼자 보고, 나는 옥상에 널어둔 필름 정리 좀 하고 올게. 오늘은 사진관에 손님이 더 안올 것 같으니까 편하게 있어." - P209
초침과 분침과 시침이 성실히 제 갈 길을 가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삶이라는 이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것 아닐까. 물도 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바람도 만지고, 운이 좋으면 무지개를 만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낯선 이들과도 어울려 보며 전혀 무용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우리는사진을 찍는다. 슬픈 순간이 아닌 행복한 순간을 찍는 이유는 행복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의 행복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사진을 찍고, 안개 끼고 폭풍우가 몰려오는 날에는 어제처럼 선명한 행복의 사진을 꺼내보며 살아갈 힘을 낸다. "오늘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구나." 기적을 바랐던 까닭은 기적 안에서 살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P219
"상미 님, 무엇보다도 나부터 사랑해 주어야만 그 힘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모두 타인이고, 가족도 사실은 가장 가까운 타인이잖아요." - P257
"나를 사랑하자, 나를 사랑하자, 나를 사랑하자..? 뭐야이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잘 읽어봐! 뒷장도 있어! 나는 이제부터 나를 더 사랑할 거니까 당신도 당신을 사랑해!" "그동안 참 애썼어. 고생 많았어. 수고 많았어. 잘했어. 잘 견뎠어." "그리고 이제부터 나도 안 참아! 할 말은 하고 살 거야. 당신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아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관계가 가족이면, 가족한테 제일 잘해야 하는 거야. 알지?" "내가 언제 당신한테 함부로 대했다 그래. 말을 왜 그렇게 하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그리고 당신, 젊어서는어머님 병환으로 고생하고 결혼해서는 애들 키운다고 하고싶은 거 못 했잖아. 이제 조금씩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우리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애들도 자기 살고 싶은대로 인생을 대차게 살지. 보고 배운다잖아!" - P275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한 가설이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서 ‘아름답다‘가 ‘나답다‘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도 있어. 즉 ‘아름답다‘는 ‘나답다‘ 인 거지." "아... 그러니까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거네요?" - P294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래요." "빈도?" "네. 강한 즐거움이나 기쁨은 자주 오지 않을 뿐더러 기대할수록 실망도 크니까, 매일의 작고 소소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늘리면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대요." "좋은 말이네. 그러고 보면 즐겁고, 기쁘고, 살짝 설레고, 웃음이 나고, 왠지 기분이 좋고. 그런 감정들도 행복의표정일 거야." 범준이 웃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행복은 표정이 많은 얼굴이라 구운 고구마를 먹을 수 있는 적당한 허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됐건 나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내가 옮기는 발걸음 끝에, 그 끝에 꽃이 피건, 빗물이 튀건, 자갈밭이건 상관치 않는다.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길을모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 길이 어떤 길이건 나답게 걸어간다면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스스로 걷는 길을 아름답게 받아들인다면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별이 빛나는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겠지."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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