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 차곡차곡 쌓아가는 매일의 나
안소정 지음 / 앨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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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한 적이 없다. 모범이 되는 어른이 되자는 생각도 물론이다. 사실, 별생각 없이 나이만 따박따박(날름날름) 먹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와 달리 좋은 어른이 되자, 이런 사람이 되자, 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괜히 비교되게.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비교하지 않습니다. 제가 참 땐땐한 사람이거든요.


땐땐한 나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도 참 듣기 싫어한다. 자기 계발서 류를 읽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성격이 크게 한몫한다. 고집 세고 오만한 나에게 인생 똑바로 살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사냐고 대꾸해 줄 뿐이다. 반면, 마음이 움직이면 덮어놓고 따르는 편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없을 정도로 귀가 얇아진다. 팔랑팔랑. 이런 나와 저런 나는 고작 종이 한 장 차이다. 필요한 것은, 감동이다.


얼마 전 이원흥 작가님의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역시 제목만 봐서는 전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꿈은 그저 돈 많은 한량 백수일 따름이라 애써서 일을 잘하고 싶지도 않고, 굳이 좋은 어른이 되어 혼탁한 세상에 맑은 물 한 방울 떨어뜨려봤자 뭐가 달라지겠나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이 왜 또 이리 잘 넘어간담!


이래라저래라 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자신의 삶을 강요하지 않는 어른은 충분히 좋은 어른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자조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서 있는 자리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를 보며 야망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뭐 어떠랴. 아주 작은 계기로도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는 것이 인생일진대, 어느 한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 말하긴 어렵지 않겠는가. 나는 체념한 적이 없다. 애써봤자 뭐 하냐고 말할 생각도 없다.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차곡차곡, 매일의 나를 쌓아가고 있다.


<나기의 휴식>(일본 드라마)을 찾아서 봐야겠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작가의 말을 되새기며, 나기의 성장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아마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좋은 어른의 궁극적인 모습은 좋은 이웃이 되는 것 아닐까? 누군가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작은 손길, 작은 도움, 거창하지 않지만 따뜻한, 그런 것을 가진 사람, 그런 좋은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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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
이원흥 지음 / 유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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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나의 멘토,라고 부르는 분이 계신데, 20대 초반에 그분 곁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카피라이터 출신이었던 그분은 직장 생활을 할 당시 얼마나 자신을 갈아 넣어 일에 매진했었는지를 종종 얘기하셨고, 나(를 포함한 모두)와 함께 일하실 때도 대표의 자리에 있음에도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셨다. 어린 눈에 참 커 보일 만큼 재능도 많으셨고, 후계자(?)를 키워내는 것 빼고는 모든 일에 재능 이상의 일을 해내던 분이셨다.


나는 그분께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을 배웠고(라기보다 개미 눈곱만 한 재능을 발굴당했다), 일에 대한 열정을 배웠고, 그분과 함께 일을 도모하며 어떻게 일이 되도록 만드는지에 대한 요령도 익혔다.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냈을 때의 기쁨과 만족도 넘치도록 알게 되었다. 고작 2-3년의 기억이었지만 그 기억으로 20년을 일해왔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더해 이 책,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을 통해 지금껏 20년 넘게 같은 직종에 머물며 잘 해왔던 것들과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간 함께 일하며 감탄하거나 실망했던 동료들도 떠올랐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든든한 동지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원래 이런 유(?)의 책을 읽으며 감화 받는 편이 아닌데 희한하게 그렇지 그렇지, 하며 빨려 들었다. 굳이 일을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솔직히 이 책 한 권을 통틀어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게 제목이다. 이만하면 됐지 뭘 자꾸 잘 하라고 독촉하나 싶어서 기분이 별로였다.


다만 나는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라고, 그래봐야 결과는 똑같아라고 말하는 무기력한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고 말한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처럼, 아직도 내 눈에는 더 나아질 무언가가 보였으면 좋겠고, 그 일을 위해 지금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이 남아있길 원한다. (싸울 때의 태도에 대해서는 좀 배워야 한다 ㅋㅋ)


자기 계발서인 줄 알고 읽기 싫어 피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자기 위로서 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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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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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아, 그러면 안 되나보다, 생각할 테지만, 사실 저자는 도덕, 혹은 인간의 규범에 대한 기준을 자연에서 찾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자연은 풍족하게 이용 가능하고, 풍부하게 다양하며, 모든 의미에서 질서정연(80쪽)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상상 가능한 질서의 창고(81쪽)이고, 어느 모로 보나 문화만큼이나 다양성이 풍부(80쪽)하다. 문제는, 자연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질서를 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입장에서도 자연을 끌어와 인간의 규범을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제 신서유기 재방송을 보며 인상깊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의 어느날 태어나 그날 하루를 살고 죽은 하루살이에게 누가 세상은 어떤 곳이더냐 물으면 그 하루살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세상은 끝도 없이 하얗고 추운 곳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대답에 거짓은 없다. 적어도 하루살이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뜨거운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 죽은 하루살이에게 그 대답은 거짓이다.

이처럼 자연에서 규범을 찾는 행위와 그 주장들은 아마도, 옳다. 하지만 다른 이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주장은 편협하고 옳지 않다. 그렇기에 내 눈으로 보지 않은 자연, 다른 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까지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마 저자가 한국인이었다면 이 노래를 꽤 좋아했을 거라 확신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내 생각이고>

- 나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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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사라진 날 초등 읽기대장
고정욱 지음, 임광희 그림 / 한솔수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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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고 싶은 일이 사라진 인생, 바라는 것이 사라진 삶.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은 기분이다. 아마도 인간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그 사실을 알아낸 외계인이 MBTI 검사를 한다면 아마 T가 꼭 나올 거다. 놀라운 분석력 아닌가!

본래 가지고 있던 꿈들을 모두 잊고 그 자리에 외계인을 향한 충성심을 꿈인 양 받아들인 사람들을 보며 꿈이 없는 것만큼이나 그릇된 꿈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니, 그릇된 꿈이라기보다, 본질적이지 않은 것을 꿈으로 상정하는 것의 위험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경우가 있잖나. 꿈과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 꿈을 이루기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마치 최종적으로 도달할 꿈인 것으로 착각해서 허둥대는 경우. 기나긴 인생을 통틀어 최종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당장 눈앞에 닥친 내신 관리에 몰두하고, 수능 점수를 걱정하고, 토익 점수를 고민하고..

아들보다 삼십 년이 넘게 더 살았는데 어떤 꿈을 가져야 할지 알려주기란 쉽지 않다. 정작 나는 어떤 꿈을 꾸었던가. 지금 내게 남은 꿈이란 게 있기는 한가. 애초에 꿈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것이어야 하는 건가. 아이의 자리에서, 어른의 자리에서, 노인의 자리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꿈을 꾸며 살아야 잘 살고 있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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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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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른이 되지만 아무나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과 감정을 공유한 형제간에 있어서 끝까지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은 특히 어렵다.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다음에야 깨닫게 되는 게 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은 서로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굳이 듣지 않아도 다 안다고 착각한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각자가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되려 무시하기 십상이고, 정작 해야 할 말은 솟구치는 감정에 부스러지게 내버려 둔 채 해서는 안 될 말들로 서로를 공격한다. 그 이면에는 가족이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 해서 그런 말들에 상처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그저 그런 채로 묻어둔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자신들을 맡겨버리기 일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깨달을 때 즈음엔 대체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된 후지만,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어쩌면 남은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 때로 그 기회가-몹시 가슴 아프지만- 다른 가족을 떠나보낸 뒤가 될 수도 있다.


닐스, 베냐민, 피에르가 그랬던 것처럼, 흘러간 시간 속에 욱여넣었던 기억과 감정을 어머니의 편지를 계기로 서로 나누고 공유한 끝에 - 비록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 마침내 서로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열고 나누어야할 누군가가 있다면 더는 미루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것이 엉망이 되기 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기 전에, 우리가 아직 살아있을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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