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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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펙토르의 시간_엘렌 식수_황은주 옮김

표면적으로는 김춘수의 [꽃],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리스펙토르에게, 리스펙토르에 의한, 리스펙토르를 위한 책으로, 엘렌 식수같은 작가로 하여금 이런 글을 써내게 한 리스펙토르가 한없이 부럽다.

페미니즘을 찬양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적 글쓰기'라고 칭해지는 식수의 문체와 글의 흐름은, 처음 맛보아 낯설지만 뱉고싶지 않은 사탕같았다.

헌사이면서 편지이면서 자서전이면서 철학서, 그리고 평론같은 이번책에서는, 변화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강한 생명력과 생동감이 크게 느껴진다.

읽는 내내 문득 글쓰기란, 문학이란, 언어란 뭘까. 에 대한 생각이 든다.

리스펙토르를 거쳐, 엘렌 식수를 거친 우리의 관계와 삶을 아우르는 언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리스펙토르만이 가진 언어와 엘렌 식수의 언어가 모두다 고스란히 다가오는 신선한 경험을 했다.

'별의 시간'이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메두사의웃음)

📌
-우리 기원을 사랑하는 자들은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백함은 존재한다. 클라리시의 광채는 존재한다.

-기쁨을 불어 꺼트리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나 자신의 결백함을 용서할 만큼 겸손하지 않다. 결백함의 끔찍한 기쁨을 견딜만큼 용감하지 않다. 

-내 창문을 감싸고 있는 클라리시의 결백함은 이제 진실한 나의 빛이다.

-우리가 사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에게서 그렇게나 멀리, 우리 자신에게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연약한 망각의 시대에, 이 슬픈 망각의 시대에, 시선은 연약하고 짧아져서 사물들을 비껴가 떨어지고, 살아 있는 사물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는 읽을 줄 모르고, 의미를 빛나게 할 줄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무기력의 시대, 귀 기울이는법과 듣는 법을 잊어버린 시대에, 우리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두 팔은 굳어 버리기 때문이다.

-클라리시는 자신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그 순간 온전히 존재한다.

-우리가 사랑에 관한 모든 개념에 앞서 사물 하나하나를 심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무들을 아는 것, 그것이 곧 삶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망각한다.

-삶은 인간 정념의 모든 역설적인 운동들, 반대되는 것들의 고통스러운 결합들로 이루어진다.

-글쓰기란 신비를 건드리는 것이다. 신비를 짓밟아 진실에 반하는 일이 없도록 말의 끝으로 조심스레 만지는 것이다.

-삶의 끝과 죽음 앞에서, 카프카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어떻게해야 우리 인간 존재의 진리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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