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해저를 느리게 유영하는 심해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냄새의 진원지는 실낱 같은 빛이 비치는 곳. 물고기는 어둠 속에서 그 희붐한 빛을 향해 천천히 헤엄쳐 가야 합니다. 모래에 감춰진 산호나 심해 곳곳에 좌초된 난파선의 뾰쪽한 잔해에 찔리지 않도록 가능한 한 느리게 나아갈 것.

눈 어둡고 심약한 물고기여,
두려움을 헤치고 그곳에 가야만
비로소 이 지독한 심해의 압력에서 해방될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11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孤獨死’ 대신 ‘고립사孤立死’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냉정히 말해서,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64

수십억 원대의 빚을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갚아나간다고 용기 있게 고백한 가수 출신의 방송인에게 채권자들이 건강보조식품을 보내주며 응원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복잡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때는 차라리 웃는 편이 나을까? 돌려받을 돈이 있는 자는 그 누구보다 빚진 자가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아 있길 바랄 것이다. 빚을 모조리 회수하는 그날까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67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71

지엄하신 알렉산드로스 왕께서 친히 찾아오든 말든, 지금 햇빛을 가리고 섰으니 한 발짝만 옆으로 비켜달라고 청한 견유학파5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오늘 내 쓰레기 집 의뢰인으로 환생한다면 그깟 돈 따위의 가치를 견주느라 내 행복한 ‘개 같은 생활kynicos bios’을 놓치지나 말라는 진리를 전해줄 것만 같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84

이집트 고대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상인 사람 몸에 자칼 머리를 한 아누비스Anubis는 장례 집전과 방부 처리, 미라를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아이깁투스의 신성神聖은 고양이라고 인간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1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ere they come. I can‘t count as high as that many gulls are," she said.
Crying and screeching, the birds swirled and dived, hovered near her face, and landed as she tossed grits to them. Finally, they quieted and stood about preening, and she sat on the sand, her legs folded to the side. One large gull settled onto the sand near Kya.
"It‘s my birthday," she told the bird, - P21

One thing she already knew about life: you can‘t eat grits without salt. - P27

Months passed, winter easing gently into place, as southern wintersdo. The sun, warm as a blanket, wrapped Kya‘s shoulders, coaxing herdeeper into the marsh. Sometimes she heard night-sounds she didn‘tknow or jumped from lightning too close, but whenever she stumbled, it was the land that caught her. Until at last, at some unclaimed moment, the heart-pain seeped away like water into sand. Still there, but deep. Kya laid her hand upon the breathing, wet earth, and the marsh became her mother. - P34

Thomas Moore:

... she‘s gone to the Lake of the Dismal Swamp,
Where, all night long, by a fire-fly lamp,
She paddles her white canoe.

And her fire-fly lamp I soon shall see,
And her paddle I soon shall hear;
Long and loving our life shall be,
And I‘ll hide the maid in a cypress tree,
When the footstep of death is near.

The words made him think of Kya, Jodie‘s little sister. She‘d seemed so small and alone in the marsh‘s big sweep. He imagined his own sister lost out there. His dad was right-poems made you feel something.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인슈타인은 그를 자신과 마찬가지로 혁명적 사상을 독자적으로 내놓은 동무라고 여겼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물질세계에 관한 우리의 일상적 개념을 뒤집은 사람이라면, 마찬가지로 그 젊은 사람인 쿠르트 괴델은 수학이라는 추상적 세계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8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라고 종종 불리는 괴델은 특이한 사람이었는데, 종국에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무리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8

괴델이 고수한 ‘혼란스러운 것은 뭐든 잘못된 모습이다’라는 주장은 편집증 환자의 으뜸 금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9

아인슈타인은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0

괴델은 수학의 추상적 개념이 모든 면에서 탁자와 의자만큼이나 실재라고 믿었는데, 이것은 철학자들이 순진한 생각이라며 웃어넘겼던 견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1

괴델은 특히 시간의 본질에 심취했는데, 한 친구에게 말한 대로 그것만이 유일한 본질적 질문이었다. 어떻게 그처럼 ‘불가사의하고 자기모순적인 듯한’ 것(시간)이 ‘세계와 우리 존재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괴델은 물었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전문 분야이기도 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2

그즈음 아인슈타인은 프랑스의 저명한 수학자인 앙리 푸앵카레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는 과학의 근본적인 세 가지 미해결 문제가 나와 있었다.
첫 번째는 ‘광전효과’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외선이 어떻게 금속 표면에서 전자를 떼어내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두 번째는 ‘브라운 운동’에 관한 질문으로, 왜 물에 떠 있는 꽃가루 입자들이 무작위적인 지그재그 운동을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소리가 공기를 통해, 그리고 파도가 물을 통해 이동하듯 빛이 이동하는 데 매질 역할을 한다고 예상되는 ‘에테르’에 관한 것이었는데, 왜 지구가 이 에테르 속에서 이동하는 효과가 실험으로 검출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4

그의 해법은 1905년 3ㆍ4ㆍ5ㆍ6월에 쓰인 네 편의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광전효과에 관한 3월의 논문은 빛이 (훗날 광자라고 명명되는) 이산적인 입자 형태로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4월과 5월 논문에서는 원자의 실재성을 최종적으로 규명했으며, 원자의 크기에 대한 이론적 추산치를 내놓았고, 아울러 어떻게 원자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브라운 운동을 일으키는지를 밝혀냈다.
에테르 문제에 관한 6월 논문에서는 상대성이론을 펼쳐냈다.
이후 일종의 앙코르로서 9월에 세 쪽짜리 주석을 발표했는데, 거기에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방정식 ‘E=mc2’이 들어 있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5

절대적인 시간 개념을 버린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이작 뉴턴은 시간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모든 자연현상을 초월한다고 믿었다. "절대적 시간의 흐름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뉴턴은 자신의 저서인 『프린키피아』에서 선언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라는 것이 반복적인 현상–심장박동, 행성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시계의 똑딱거림–에 대한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추상화시킨 개념임을 알아차렸다.
시간 판단은 언제나 동시성의 판단으로 귀결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29

자신의 기본적인 두 원리를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한 관찰자가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판단할지 여부는 자신의 운동 상태에 달려 있음을 증명해냈다. 달리 말해서, 보편적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관찰자들이 시간을 상이한 방식으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누므로, 따라서 모든 순간은 동일한 실재성을 갖고서 공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0

특히 수나 원 같은 추상적 개념이 인간의 의식과 무관한 완벽하고 절대적인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서 비롯되었기에 플라톤주의라고 알려진 이 견해는 수학자들 사이에서 언제나 유행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2

빈 서클에 속한 일군의 철학자들은 철학이 형이상학을 말끔히 걷어내고 과학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믿었다.
원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들의 선봉에 서게 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영향력 아래 빈 서클의 회원들은 수학을 기호들을 갖고 벌이는 게임으로 간주했다.
수학이 좀 더 복잡한 버전의 체스 게임이라고 본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3

즉 겉으로는 수에 관해 내용을 말하면서 또한 ‘나는 증명될 수 없다’라고도 말하는 공식을 내놓았던 것이다. 우선 이것은 역설처럼 보인다.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라고 선언했다는 크레타인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델의 자기 지칭 공식은 자신의 진리성에 관해서가 아니라 증명 가능성에 관해 언급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5

이 결론–어떤 논리체계도 수학의 모든 진리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가리켜 괴델의 제1불완전성 정리라고 한다.
괴델은 또한 수학의 어떤 논리체계도 스스로의 수단에 의해 무모순임을 보일 수 없음을 증명했는데, 이를 가리켜 괴델의 제2불완전성 정리라고 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6

인간에게는 그런 실재에 관한 초감각적 지각 같은 것이 있는데, 괴델은 이를 ‘수학적 직관’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런 직관 능력 덕분에 우리는 가령 ‘나는 증명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공식이 반드시 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런 공식이 사는 체계 내에서는 증명될 수 없지만 말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39

미국 헌법을 공부하던 무렵에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상대성의 핵심 원리는 물리법칙이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적인 1905년 논문에서 상대성원리를 처음으로 정식화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모든 관찰자’를 서로에 대해 등속운동을 하는 관찰자로 한정했다. 즉 직선상에서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는 관찰자만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곧 그런 제한이 임의적임을 알아차렸다.
만약 물리법칙이 자연을 정말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면, 서로에 대해 운동하는 방식–회전, 가속, 나선 등 무엇이든–이 어떠한지와 무관하게 모든 관찰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은 1905년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벗어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나아갔고, 그 이론의 방정식들을 10년 동안 연구하여 1916년에 발표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들은 막강했다.
우주의 전체적인 형태를 지배하는 힘인 중력을 설명해냈기 때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44

괴델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종류의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을 궁리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풀 수 있다.
각각의 해解는 결과적으로 우주의 구조에 관한 모형이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적인 이유로 우주가 영원불변이라고 믿었기에 자신의 방정식들이 그런 모형을 내놓게끔 살짝 수정했다.
나중에 이것은 ‘나의 가장 큰 실수’가 되고 만다.
어느 물리학자(공교롭게도 예수회 사제)가 유한한 과거의 어느 한순간에 태어나서 팽창하는 우주에 대응하는 해를 찾았다.
나중에 빅뱅 모형이라고 알려지는 이 해는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와 일치했기에 바로 그런 모형이 실제 우주를 기술하는 듯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47

하지만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세 번째 유형의 해를 내놓았는데, 우주가 팽창하지 않고 회전하는 해였다. (회전으로 인해 생기는 원심력이 만물을 중력으로 인한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이 우주 내의 한 관찰자는 모든 은하가 자기 주위로 천천히 회전함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전혀 어지럼을 느끼지 못하기에 회전하는 것은 우주 자체이지 자신이 아님을 관찰자는 알게 될 터이다.
이 회전하는 우주가 정말로 이상한 것인 까닭은 우주의 기하학이 공간과 시간을 결합하는 방식 때문이다.
우주선을 타고 아주 장거리의 왕복 여행을 마치고 나면 괴델 우주의 거주자는 자신의 과거 어느 지점에라도 되돌아갈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48

아이작 뉴턴은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특이했다.
시간이란 일종의 우주적인 괘종시계로, 태평스럽게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이 세계 위에서 맴돈다고 그는 여겼다.
그리고 시간은 매끄럽고 일정한 속도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간다고 믿었다.
"절대적이고 참되며 수학적인 시간은 스스로, 그리고 자신의 본성으로 인해 외계의 어떠한 것과도 무관하게 균등하게 흐른다"고 뉴턴은 『프린키피아』의 서두에서 선포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55

아인슈타인이 밝혀내기로, 보편적인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건이 동시인지 여부는 관찰자에게 달려 있다.
일단 동시성이 무의미해져버리면 시간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구분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린다.
한 관찰자가 과거에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다른 관찰자에게는 여전히 미래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분명히 과거와 현재는 마찬가지로 확정적이다. 즉 둘 다 ‘현실’인 것이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현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는 광대한 얼어붙은 시간풍경–4차원의 ‘블록 우주’–이 남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59

상대성이론을 통해서 아인슈타인은 스피노자,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파르메니데스에까지 이르는 시간에 관한 철학적인 견해–일명 ‘영원주의’–에 과학적인 정당성을 마련해주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시간은 외관의 영역에 속하지, 실재에 속하지 않는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객관적인 방법은 신이 우주를 보는 대로 보는 것뿐이다. 이를 스피노자는 수브 스페키에 아에테르니타티스sub specie aeternitatis라고 했는데, ‘영원의 관점에서’라는 뜻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0

블랙홀 주위에서 시간이 위태롭게 간다고 한다면, 시공간의 구조가 완전히 해체되어 ‘양자 거품’–사건이 확실한 시간 순서를 전혀 갖지 못하는 세계–이 되어버리는 극미의 스케일에서는 시간이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
시간에 관한 사안들은 우리의 우주–우주와 더불어 우주의 시공간이라는 용기容器–를 존재하게 만든 대격변의 사건인 빅뱅을 되돌아보면 훨씬 더 기이해진다. 우리는 너나없이 빅뱅 직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질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2

과학 문헌에서 이처럼 가엾고도 덧없는 실체들을 가리켜 ‘볼츠만 두뇌’(현대 열역학의 선구자인 루트비히 볼츠만의 이름을 딴 명칭이다)라고 한다.
그런 먼 미래의 볼츠만 두뇌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에 구성된 대로의 여러분의 뇌와 동일할 것이다.
따라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어느 시점에 여러분의 현재 의식 상태가 그 텅 빈 우주에서 재창조되었다가 순식간에 꺼져버릴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4

(현재의 물리학에 의하면) 참일 수 있는 모든 정황에 비추어볼 때 우주는 영원히 팽창하고 있기에, 우주는 점점 더 비어가고 더 어두워지며 더 차가워지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가리켜 빅칠big chill(거대한 냉각)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하지만 우주는 다른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점점 더 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지금 우주가 겪고 있는 팽창은–중력 때문이거나, 아니면 지금은 모르는 어떤 힘에 의해서–멎어버릴지 모른다.
그러면 수천억 개의 은하가 다시 좁혀지다가 합쳐져서 마침내 모든 것이 붕괴되는 내폭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를 가리켜 빅크런치big crunch(거대한 바스러짐)라고 한다.
빅뱅이 시간을 존재시켰듯이, 빅크런치는 시간을 끝나게 만든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5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경과에 관한 심리학이다.
우리가 의식하는 지금–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에 의하면 ‘그럴듯한 현재’–은 사실 약 3초의 간격이다. 바로 그 기간 동안 우리의 뇌는 도착하는 감각 데이터를 짜 맞추어서 통일된 경험을 만들어낸다.
또한 분명 기억의 본질은 우리가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
과거와 미래는 마찬가지로 현실일지 모르지만–흥미롭게도 열역학 제2법칙으로 이어지는 이유로 인해–우리는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오직 과거의 사건만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의 한쪽 방향으로 축적될 뿐 다른 방향으로는 축적되지 않는다. 이것이 시간의 심리학적 화살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화살이 왜 날아가는 듯 보이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8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인 존 아치볼드 휠러는 과학 논문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시간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자연의 방법이다."
주석에서 휠러는 그 인용문을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올드 피칸 스트리트 카페Old Pecan Street Café의 남자 화장실에 그려진 그래피티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저명한 물리학자가 남자 화장실 벽에서 본 인용문을 거론했다는 사실은 만약 여러분이 시간의 본질을 놓고서 물리학자와 철학자, 그리고 물리철학자들이 벌인 현대의 난상 토론을 살펴본다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69

오늘날 대다수의 물리학자와 철학자들은 시간의 경과가 환영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동의한다. 영원주의자인 셈이다.
하지만 소수–자칭 현재주의자–는 지금이란 마치 작은 빛 하나가 역사의 직선을 따라 이동하듯이,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흐름의 특수한 한순간이라고 여긴다. 그들이 믿기에, 이는 설령 우주에 우리와 같은 관찰자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0

과학적인 성향의 모든 사상가가 동의할 수 있는 시간에 관한 진술 하나가 있다면, 과학자가 아닌 프랑스의 작곡가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다음과 같은 말일지 모른다.
"시간은 위대한 교사이지만, 불행히도 제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린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1

인지과학에서 뇌 손상 사건들은 자연의 실험이다. 만약 어떤 병변이 하나의 능력은 없애고 다른 능력은 온전히 남겨둔다면, 이는 두 능력이 상이한 신경회로를 통해 발현된다는 증거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6

이 사례를 통해 드앤은 정교한 수학적 처리를 배우는 우리의 능력이 수를 대충 다루는 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뇌의 부분에 깃들어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7

수의 영역은 두정엽 안의 주름 내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가리켜 두정엽내고랑intraparietal sulcus(정수리 바로 뒤에 있다)이라고 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89

피아제의 견해는 1950년대까지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후로 심리학자들은 그가 아주 어린 아이들의 수학 실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여기게 되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97

수에 관해 사고하는 이 세 가지 방법은, 드앤의 믿음에 의하면 뇌의 상이한 영역에 각각 대응한다. 수 감각은 공간 및 위치 찾기와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에서, 숫자는 시각 영역에서, 그리고 수 단어는 언어 영역에서 처리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98

수를 정확하게 만들려면–드앤의 비유에 의하면, 수를 ‘결정화’하려면–기호 체계가 필요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04

흥미롭게도 우리가 수 셈하기를 적는 데 쓰는 기호들도 비슷한 단계의 자취를 따른다.
처음 나오는 세 로마숫자 ‘Ⅰ’, ‘Ⅱ’, ‘Ⅲ’은 하나에 대한 기호를 가급적 여러 번 사용하여 생긴 것인데, 넷을 가리키는 기호인 ‘Ⅳ’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똑같은 원리가 중국 숫자에도 적용된다. 처음 나오는 세 개의 숫자는 수평 막대 하나, 둘, 그리고 세 개로 이루어지지만, 네 번째 숫자는 다른 형태를 취한다.
심지어 아라비아숫자도 이런 논리를 따른다. 1은 하나의 수직 막대이고, 2와 3은 두 개 및 세 개의 수평 막대를 쓰기 쉽게 함께 이은 것이다.
("아름다운 작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뇌가 그렇게 부호화되어 있다고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드앤은 말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드앤은 이른바 의식에 관한 ‘통합 작업공간global workspace’ 이론의 신경학적 근거를 탐구했다.
이 이론은 철학자들에게서도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론을 드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정보가 의식적으로 바뀌는 시기는 어떤 ‘작업공간’ 뉴런들이 정보를 뇌의 여러 영역에 동시에 뿌림으로써
가령 언어, 기억, 지각적 범주화, 행동계획 등을 위해 동시에 그 정보가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 때이다.
달리 말해서, 의식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표현대로 ‘뇌의 유명 인사’인 셈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째는 글이 전하는 생각의 깊이와 힘,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및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군이론群理論, group theory, 무한대와 무한소, 튜링의 계산 가능성과 ‘결정 문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소수와 리만 제타 추측, 범주론, 위상수학, 고차원, 프랙털, 통계 회귀분석 및 ‘종형곡선bell curve’, 진리 이론 등은 내가 살면서 접한 가장 흥미로운(또한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지적 성취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

두 번째 고려 사항은 인간적인 요소이다. 이 책의 모든 사상은 매우 극적인 삶을 살았고 피와 살을 지녔던 해당 사상의 창시자와 함께 펼쳐진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7

세 번째 고려 사항은 철학적인 것이다. 각각의 글에 나오는 사상들은 전부 이 세계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개념(형이상학), 어떻게 우리가 지식을 얻고 정당화하는지(인식론),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윤리학)와 결정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0

마지막은 윤리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삶의 길을 다룬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38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e betrayed himself by stealing money from his master. (주인의 돈을 훔친 데에서 그의 본성이 드러났다.)

Her voice betrayed the feelings she felt for him.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36

음식 한 입, 요기하다라는 뜻의 bite는 생활 영어에서 자주 활용되는 표현입니다. bite와 관련된 중요한 숙어 bite the dust(헛물을 켜다), bite the bullet(이를 악물고 하다)도 암기해 두면 좋아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38

When we got outside, the cold bit us severely. (밖으로 나가자 무시무시한 추위가 살을 에는 듯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39

I’m starving. Let’s grab a bite.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뭐 좀 간단히 먹자.)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39

My daughter’s hands were blue after making a snowman for hours. (몇 시간 동안 눈사람을 만드느라 딸의 손이 새파래졌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46

The singer was booked for stealing some bags in the departments store. (그 가수는 백화점에서 가방을 훔친 혐의로 고발됐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50

영국에서는 자동차 트렁크도 boot라고 합니다. 미국식 영어로는 trunk인데 둘 다 알아 두세요.

boot에는 발로 차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고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됐죠. 발로 뻥 차 버리다니 어떤 식으로 해석해 봐도 해고는 참 우울한 단어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53

Would you put the luggage in the boot? I have my hands full. (트렁크에 짐 좀 넣어 주겠어? 내가 지금 바빠서 말이야.)

My husband got booted out of the company for crazy reasons. (남편이 황당한 이유로 해고당했어.)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54

His mother bought the jury to win the case. (그의 어머니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배심원을 매수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 P57

I don’t buy your story. It sounds like a bullshit. (나는 네 이야기 안 믿어. 다 헛소리 같아.)

The second-hand couch was a really great buy. (그 중고 소파는 정말 잘 산 물건이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59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