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포틀랜드 주립 대학에서 미국 문학과 교수로 실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곧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예정인 네빌맨친의 이름을 빌렸다. 완벽하게 위조한 대학 서류 양식에 쓴 편지에서 ‘맨친 교수‘는 자신이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연구하는 젊은학자라고 주장하면서, 이번에 동부 지역에 다녀가는 동안 어떻게든 그 위대한 작가의 ‘친필 원고 및 관련 서류‘를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편지는 프린스턴 대학 파이어스톤 도서관의 원고 소장부 책임자 제프리 브라운 박사 앞으로 보낸 것이었다.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배달된 편지는 분류 작업을 거쳐 경험 많은 사서드 포크의 자리에 도착했다. 에드 포크는 여러 가지 지루한 일들을 했고, 그 가운데 하나는 편지를 보내온 사람의 자격과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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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중에서 - P6

어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그나마 덜했지만 문자로 짓는 아버지의 농사는 번번이 망했고, 그해 겨울에도 내 부모는 망한 농사의 후유증으로 남은 벌레 먹은 밤을 일삼아 까는 것으로 기나긴 겨울을 견디는 중이었다.

-알라딘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중에서 - P7

"글제! 글먼, 머리는 둿다 뭣혀! 생각혀봐. 사람은 하나님이 여개 사람이 있어라, 고런 시답잖은 말 한마디 했다고 하늘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먼지로부터 시작됐다 이 말이여. 긍게 자네가 시방 쓸고 담고 악다구니를 허는 것이 다 우리 인간의 시원 아니겄어? 사회주의자는 일상에서부텀 유물론자로 살아야 하는 법이여."

-알라딘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중에서 - P12

바짓가랑이에 붙은 먼지 한톨조차 인간의 시원이라 중히 여겨 함부로 털어내지 않았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마침내 그 시원으로 돌아갔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참으로 아버지답게. 마지막까지 유머러스하게. 물론 본인은 전봇대에 머리를 박는 그 순간에도 전봇대가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민중의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는 진지한 마음으로 아버지는 진지하게 한발을 내디뎠을 것이다. 다만 거기, 전봇대가 서 있었을 뿐이다. 무심하게, 하필이면 거기. 이런 젠장.

-알라딘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중에서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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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중에서 - P11

나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중에서 - P16

주권자의 어떤 행위도 백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입법권과 사법권, 전쟁선포권도 모두 주권자의 것이다. 주권은 분할할 수도 없고 견제를 받아서도 안 된다. 주권자의 명예는 백성 전체의 명예보다 위대하다. 주권자 앞에서 백성은 태양 앞의 별빛과 같다.

−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알라딘 eBook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중에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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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준 미끼인지도 모른다. 한번 물리면 어디까지라도 따라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미끼…… 그러나 눈부신 미끼, ‘최후의 유혹’인 희망이란 옷을 눈부시게 펄럭이는.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9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21

나타나는 순간 소멸하는 것, 현재인 순간에 과거이며 미래인 것, 꿈인 것, 희망–하나인 순간에 절망이며 다시 두울의–희망인 것, 영원이며 불멸인 것…… 그 외에도 무수한 반어들과 유사어들…… 그리고 추억.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24

나는 그녀를 보았다. 맨드라미빛 치마를 입고 허공을 걸어가는 그 여자를.
그 여자에게선 정오의 냄새가 났고, 그 냄새는 길 위에 서 있는 나에게도 풍겨 왔다.
나는 그 내음을 맡는다.
발레리나처럼 연립주택 옥상 빨랫줄 곁에서 출렁거리는 그 여자.

순간 그 여자는 무늬가 되었다. 하늘에 맨드라미빛 소리로 매달려 있는 그 여자.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토시를 신은 발레리나처럼 연립주택 옥상을 걷는 그 여자.

우리는 모두 한때의 발레리나인가. 무대배경은 누추한, 어여쁜 삶의 모든 것.

가장 멀리, 그러므로 가장 가까이 펄럭이는 흩날림. 세상의 무늬가 되어 구름을 묶는 그 여자.

인류의 아기를 낳는 그 여자.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26

그러므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상태란 진실로 말하자면 절망의 평면에 서 있을 때이며 가능한 성취란 이런 절망 속에서만 희망되어지는 것이다. 안주한다는 것은 결국 성취를 포기하는 것이며, 사소해지는 것이다. 절망과 성취의 동질성은 이런 차원에서 진실한 것이다. 즉 절망을 포기한다면 어떤 성취도 불가능하다. 성취를 꿈꾸기 위해선 절망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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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분에 또 다른 구체적인 미래의 목표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언젠가는 나도 언니들처럼 전후반 풀타임을 다 뛰고도 체력이 남는 사람이 되어 이 정도쯤은 거뜬히 뛰어다닐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럴 것이다. 그날이 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야기해야지. "봐, 바로 앞 문장에 쓰여 있잖아. 내 나이 되면 너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날이 오면 B버스에게도 반드시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다시는 너를 기다리나 봐라!" - <다정소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86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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