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속박에서 풀려났다는 사실에 만족해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해방시킨 아내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비록 악당일지라도 우리의 일반적인 결론보다는 한결 순박하고 단순한 일면을 지니고 있는 법이다.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3
우선 이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표도르 빠블로비치의 세 아들 중에서, 어느 정도 재산을 가졌으므로 성인이 되면 독립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장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유년기와 청년기는 무질서하게 지나가 버렸다.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도 않고 어느 군사 학교에 입학했으며, 나중에는 까프까즈로 발령을 받아 그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결투를 벌여 강등되었다가 다시 복직되었다. 그는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으며 상당히 많은 돈을 낭비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표도르 빠블로비치로부터 돈을 받아 낼 수 없었으므로 그때까지 그는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그가 아버지인 표도르 빠블로비치를 처음으로 만나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된 후 자기 재산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우리 고장에 일부러 머물게 되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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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9
젊은 미쨔는 깜짝 놀라 자신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의심했고 거의 미친 사람처럼 이성을 잃고 말았다. 바로 이런 상황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이야기가 나의 도입부적인 첫 소설의 주제 ─ 아니 외적인 측면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 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 들어가면서 미쨔의 형제들인 표도르 빠블로비치의 나머지 두 아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또 그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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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30
우선 장남인 이반에 관해 언급하면,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무뚝뚝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소심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낯선 가정과 낯선 은인들의 손에 양육되고 있고, 아버지란 위인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부끄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이미 열 살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이 소년은 매우 일찍부터, 그러니까 소년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적어도 그렇게들 이야기했다) 학문에 남달리 뛰어난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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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38
엄청난 파국의 단초가 된 그 운명적 귀향은 그 후로도 내게 오랫동안, 아니 거의 언제나 의문스런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그토록 학식이 뛰어나고 그토록 자부심이 강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젊은이가, 평생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하며, 어떤 이유로도 돈을 주기는커녕 아들인 이반과 알료샤[3]가 언젠가는 돌아와 돈을 달라고 요구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그런 추악한 아버지의 집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그런 아버지의 집에 머물며 두 달째 그와 함께 지내면서 더없이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역시 놀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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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2
나중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반 표도로비치는 부분적으로는 자기 형 드미뜨리 표도로비치의 부탁을 받고 그 일 때문에 귀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형과 관련이 깊은 어떤 중대한 사건으로 인하여 모스끄바에서 귀향하기 전부터 편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형을 만나고 알게 되기는 이번이 난생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이란 게 대체 어떤 것인지 독자들은 나중에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특별한 상황을 알고 난 후에도 이반 표도로비치는 여전히 수수께끼 속의 인물로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귀향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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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4
덧붙여 이야기해 두면, 이반 표도로비치는 큰 집안 싸움이나 아버지에 대한 소송을 계획하고 있던 형 드미뜨리 표도로비치와 아버지 사이의 조정자, 중재자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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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지만 이 가족은 그때 난생 처음으로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어떤 식구들은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기도 했다. 단지 막내아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만은 1년 전부터 우리 고장에 살고 있었으므로 다른 형제들보다도 더 일찍 우리 곁에 등장했다. 그런데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는 소설 전면에 끌어내기에 앞서 현재의 이 같은 서론적 이야기만으로 설명하기는 너무 힘겹다. 그러나 적어도 그에 관한 한 가지의 의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서론에서 그를 묘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소설 첫 장면부터 나의 미래의 주인공에게 수도사의 법의를 입힌 채 독자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그때 그는 1년 전부터 우리 고장의 수도원에 살고 있었으며 평생을 그곳에 파묻혀 지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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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5
당시 그는 겨우 스무 살이었다(그의 형 이반은 스물네 살, 이복 형 드미뜨리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우선 그 청년 알료샤는 결코 광신도가 아니며, 내 판단으로는 적어도 신비주의자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두고자 한다. 나의 의견을 미리 구체적으로 밝히면, 그는 단지 풋내기 박애주의자에 지나지 않았고, 만일 그가 수도자의 길에 전념했다면, 그것은 당시 그 길만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유일한 것이었으며, 사악한 세속의 암흑으로부터 사랑의 정신을 밝히는 광명으로 인도할 이상적인 출구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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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5
청소년기에 그는 감정 표출에 소극적이었으며 말수도 적었지만, 그것은 불신감이나 소심한 성격 혹은 음울한 대인 기피증 때문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의 원인, 즉 다른 사람과는 아무 관계도 없으나 그 자신에게는 매우 중요한 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고민 때문에 주변에 대해서는 쉽게 망각해 버리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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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재능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기 내부에, 아니 그 천성 속에 지니고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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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욕을 가슴속에 새겨 두지 않았다. 간혹 그러한 일을 당하더라도 잠시 후면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신뢰감에 넘치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상대에게 대답을 하거나 먼저 말을 걸곤 했다. 그때 그는 모욕을 어쩌다 잊었다거나 의도적으로 용서했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모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면이 아이들을 굴복시키고 마음을 사로잡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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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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