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분노와 슬픔과 원한이 넘치는 세상에서 타인에게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돈과 권력이 정의이고 폭력이 합리이자 상식인 사회에서 상처 입고 짓밟힌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찾아오는 마지막 해결책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끔찍하고 비참한 곳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 덕에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알라딘 eBook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27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 산다면 나도 언젠가 할아버지처럼 죽어도 죽지 못한 채 달 없는 밤 어느 거실의 어둠 속에서 나를 이승에 붙들어두는 닻과 같은 물건 옆에 영원히 앉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창가의 안락의자에 앉게 될 때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자식도, 손주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닫고 완전한 어둠 속에 홀로 선다.
이 뒤틀린 세상에서, 그것만이 내게 유일한 위안이다.

-알라딘 eBook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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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object has a story. This object is no exception, especially as it’s a cursed fetish. - P34

It is forbidden to make a cursed fetish for personal use. Also according to family tradition, it is forbidden to curse any handmade item. These unwritten rules have been passed down for generations in our family’s line of work: the creation of cursed fetishes. - P34

Every profession referred to by the polite, contemporary term "occultist"—shamans, fortune-tellers, and morticians— was treated like dirt back then. Such discrimination was far from fair, but that’s the way it was. - P34

The traditional method—of pouring water into a mixture of hard-steamed and malted rice and letting it ferment—was replaced by ethanol, an industrial alcohol, which flooded the market. To make this revolting solution palatable, beverage companies mixed the ethanol with water and artificial flavoring. - P36

He researched production methods that could restore the old taste by imitating the traditional by-hand methods—the proportion of ingredients, alcohol level, fermentation temperature, and distillation methods—as much as possible within compliance of national policy. - P36

Grandfather’s friend cared only about developing delicious, healthy spirits; he had no idea that in the new, post-war age, connections with government higher-ups, networking, entertaining, and the occasional bribe and backdoor dealing were more important than product quality or technology. - P36

And there was no internet in those days, nowhere for him to turn to once he was shunned by the newspapers and television. He had no legal recourse because you couldn’t record phone conversations or screenshot texts back then—it was impossible to determine how rumors were spread. - P36

But such things are indeed allowed, and such people who allow it are everywhere. Which is exactly why my grandfather, my father, and I could make a living out of cursed fetishes. - P37

Grandfather summoned all his connections, high and low, to get in touch with someone who knew someone who knew yet another someone who worked for a subcontractor for the company that killed his friend. - P38

The target of the curse has to touch the cursed fetish with their own hands. That’s the most important aspect of any cursed fetish and the trickiest part in getting it to work. - P37

The bunny nibbled away. - P44

The bunny flicks the tip of its ears. - P47

There’s a Japanese saying that goes, "Cursing others leads to two graves." Anyone who curses another person is sure to end up in a grave themselves. - P45

Perhaps that’s Grandfather’s curse. Or, his blessing. - P45

If I keep doing the work that I’m doing now, I’ll end up like Grandfather. Dead but not dead, sitting in the dark of some living room on a moonless night in front of an object that keeps me anchored to the world of the living. But by the time I sit at that armchair by the window, there will be no child or grandchild to listen to my story. And in this twisted, wretched life of mine, that single fact remains my sole consolation.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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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와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숲과 바다와 윤슬과 별이 쏟아지는 그림으로 가득한 책장 사이사이에서 결코 단 한 순간도 꿈을 잊어버린 적 없는 사람의 표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1

어쩌면 무지개란 그저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코 그곳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간절히 소망하고, 마침내 그 풍경 속으로 달려가는 일이 주는 설렘의 감각 속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7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작품이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사회적인 산물입니다.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얻고, 때로는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라는 강력한 연대의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9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직업적 순수성’의 척도란, 자신의 일을 대하는 책임감의 크기와 그 정교함의 정도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일’이 ‘업業’이 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20

학창 시절 제가 가장 공감했던 단 하나의 문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기의 자유의지를 포기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었습니다. 미술대학에 진학한 후 저는 갑갑한 현실을, 자유로운 새가 날개를 잃고 인간의 몸속에 갇힌 ‘새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작품들로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의 전시 제목은 〈새鳥상〉이었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25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우리는 길 위의 인간이며, 언제나 길 위에서 떠나고 돌아오는 동안 성장과 변화의 기쁨을 맛보아 온 존재이니까요.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28

그 여행 이후 작업환경을 주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제게 하나의 숙명이 되었습니다. 모리셔스로 떠나 도도새라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발한 매개를 찾아냈듯이,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는 정주가 아닌, 유목遊牧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어떤 종류의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던 귀중한 체험이었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28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되는, 아프지만 소중하면서도 따뜻한 추억. 그런 인내의 기억들은 결국 오래도록 우리 삶의 견고한 버팀목이자 위안이 되어줍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33

누군가와 함께 떠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따금 낯선 곳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용기를 내봅니다. 그러한 종류의 고독은 분주한 삶 속에서 뭉툭하게 무뎌진 감각들을 예리하게 벼리는 숫돌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38

지나간다는 뜻의 ‘Passing’이기는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멈춰야만 하고, 그래야만 누군가가 지나갑니다. 이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잠시의 기다림이 언제까지나 그 길을 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와 당신의 길 모두.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56

Rendez-Vous.

이 프랑스어를 번역하면 ‘만남’, ‘예약’처럼

다소 건조한 의미가 되지만,

이 단어를 가지고 별들이 수없이 반짝이는 우주로 나가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져.

랑데부는 우주를 유영하는 서로 다른 두 물체가 마침내 접촉해

하나가 되는 상황을 의미하거든.

무중력인 우주공간에서는 극도로 미세한 조정을 거쳐야만

서로가 다치지 않고 온전히 만날 수 있지.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62

요컨대, 서로의 상대속도를 완전히 같게,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그 찰나의 번뜩이는 순간에,

광막한 별들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숭고할 만큼 고요했던 그 순간에,

우리는 만나게 된 거야.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63

개인적으로 저는 니체를 좋아합니다. 니체는 삶이 우리 자신의 온전한 의지로 시작되지도 않았기에 어떤 약속도, 기약도 없는 비극적 속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09

저는 그렇게 이착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환희와 회한, 오롯이 저를 위한 생각과 감정들이 마음이라는 바다 위에서 수없이 반짝이는 윤슬처럼 일렁이는 그 감각과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29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타인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일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렇다는 건 반대로 인정받을 때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거겠죠. 어쩌면 이 복잡한 인간사에 대한 해법의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49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저 역시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핑계삼아 누군가에게 호의를 선사하는 일을 주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아마도 살아가는 내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만, 세상이 나를 알아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크기만큼, 그보다 더 지극한 마음을 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저 자신과 우리의 밝은 면을 발견해 나가고 싶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50

돌아보게 하는 일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기억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듯 자리 잡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어쩌면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눈부신 그때를
삶의 많은 순간들마다
애써 뒤돌아보려 하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감사한 일입니다.

그건 삶이라는 거친 황야로 떠밀려가듯 걸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 뒷모습에 걸친
따스하고 연한 빛깔의 석양 같은 것이니까요.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51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해 질 무렵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의 러닝 트랙으로 나가 10킬로미터 정도를 달립니다. 달리는 일이 기분 좋은 까닭은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했다는 사실을 정확한 시간과 속력의 단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잘 뛰었다면, 틀림없이 좋은 기록이 나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58

"예술 행위란 어차피 처음부터 ‘불건전한 반사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존재 근본에 있는 ‘독소’와 같은 것이 표출되어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것을 솜씨 좋게 처리해내는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바로 작가입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69

저는 독서가 이 세상의 형태를 조금씩, 천천히 알아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신사적인 형식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식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제게 위안과 용기를 줍니다. 동시에 큰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74

저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져버린 무언가에서
마침내 새로움을 찾아내 세상에 내어놓는 일이야말로

아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비할 바 없이
어렵고 고단한 일이며,

인간만의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요.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77

터미널이 단 하나뿐인 이라클리온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먼 바다의 냄새와 함께 에게 해를 주름잡는 아폴론의 강렬한 햇살이 반겼습니다.

제가 머문 곳은 헤르니스소스라는 동네의 ‘LITTLE VILLA’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아담하고 하얀 그리스식 건물이었습니다. - <랑데부>, 김선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72d44e2c9543fd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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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안에는 노예와 폭군이 너무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여인은 아직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여인은 오직 사랑만을 알 뿐이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117

여인은 아직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여인들은 여전히 고양이이고 새다. 아니면 기껏해야 암소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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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낭비 없는 밤들 - 실비아 플라스 작품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선아 옮김 / 마음산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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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시집 <에어리얼>을 통해 실비아 플라스를 처음 알게 되었네요. 이제 그녀의 산문집을 접하니 시보단 좀 더 쉽게 풀어 써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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