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전쟁 -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KBS 다큐인사이트 〈인재전쟁〉 제작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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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산업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마치 두 나라의 교육 방향과 산업 구조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해 놓은 듯했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내며, ‘공대 중심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학의 커리큘럼부터 연구비 배분, 졸업 후 산업 연계까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움직입니다. 반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이공계는 점점 ‘기피 학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현실적인 통계와 인터뷰가 많았습니다.
특히 “공대 인재가 줄어들면 산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구절이 오래 남습니다. 제조업, 기술 스타트업, R&D - 모든 분야가 인재를 원하지만, 정작 그 길로 가려는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치 다들 ‘안전한 길’로만 향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읽다 보니 문득 제 업(業)과도 연결되었습니다.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도 결국 ‘기술’과 ‘사람’의 조합입니다. 디자인, 소재, 생산 공정, 마케팅… 어느 하나도 사람의 손과 머리를 거치지 않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사랑하는 인재가 점점 줄어든다면, 우리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제게 던졌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의대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었는지, 구조적 이유를 짚어줍니다. 단순히 “의대가 돈이 되니까”라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평등 구조 속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유일한 확실성을 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경쟁 구조가 ‘인재’를 스스로 옥죄고 있었던 셈입니다.

중국이 무섭게 기술 인재를 키우는 동안, 우리는 안정만을 좇는 사회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단순히 교육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산업과 국가의 생태계를 묻는 책입니다.

“기술을 잃는다는 건 미래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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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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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뉴스에서 기후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한숨이 나옵니다. “이젠 정말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칠지만 진심 어린 선언 같아서,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대기오염, 플라스틱,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식량 문제, 생물 다양성… 우리가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단어들이지만, 저자는 각 주제를 숫자와 그래프로 다시 보여줍니다. 막연한 불안 대신, “지금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를 정확히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 차가운 객관성이 낯설었지만, 읽을수록 오히려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정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절망과 희망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해나 리치는 “지구가 망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인류가 해낸 변화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보여주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줍니다.

‘나는 내 일상에서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지?’
솔직히 말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이전보다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거대한 기후 담론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소비 습관 속에서, 아주 작게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이 방대하고, 중간중간 통계나 과학적 개념이 빽빽하게 들어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놓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은 단단합니다. 공허한 감동 대신, 사실과 근거로 쌓은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절망에 빠질 이유도, 근거 없는 낙관을 가질 이유도 없다는 것.
그저 제대로 보고, 정확히 알고, 가능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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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칸 마인드 - 칸 라이언즈를 통해 본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2
김윤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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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좋아도, 서비스가 좋아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것은 브랜드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이 책은 이름 그대로, 세계적인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를 통해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단순히 화려한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책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전략이 되고 실행으로 이어지며, 결국 브랜드 성장을 만들어내는지를 차분히 짚어냅니다.

크리에이티브를 단지 ‘감각적인 한 방’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전략적인 구조물로 바라봅니다.
‘열망 → 전략 → 실행 → 평가’의 흐름 속에서 각 단계가 브랜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칸 마인드’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책은 총 20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망’, ‘증명’, ‘기술’, ‘감각’, ‘뚝심’, ‘포용’ 같은 단어들이 각 장의 중심에 놓입니다.
각 키워드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성장하는 브랜드가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를 통찰하는 렌즈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뚝심’의 장에서는,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할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을 이야기합니다. 그 대목을 읽으며 제안서 하나를 끝없이 수정하던 제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이게 무의미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칸 라이언즈의 수상작들을 해부하듯 살펴보며,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단지 주목받는 것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아이디어는 세상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결국 어떤 마케팅 이론이나 화려한 카피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세상과 맺는 ‘관계의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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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 트렌드 2026 - X세대 급부상, 극실용주의, 넥스트 인플루언서, 로코노미, AI 공존 비즈니스 등 마케터의 시각으로 본‘핫’한 소비 트렌드 읽기
노준영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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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사람들의 소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의미’를 찾으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소비의 중심이 이제는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가치’와 ‘경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극실용주의’와 ‘X세대의 재등장’이었습니다. 그동안 MZ세대 중심으로만 이야기되던 소비 구도가 다시 균형을 찾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합리성과 감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브랜드가 단순히 보여주는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더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부분은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였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이었던 소비 흐름이 지역성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양산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도, ‘지역 기반 브랜딩’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책은 단순히 “이런 트렌드가 있다”고 끝내지 않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이 변화가 내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브랜드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자꾸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이 새롭거나 충격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익숙한 키워드도 많았고, 다소 깊이감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금의 소비 환경을 큰 그림으로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만했습니다.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화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안에서 꾸준히 나의 방향을 정립하는 것. 아마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트렌드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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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문장들 - 단단하게 나를 지키며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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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페이지를 펼쳐도, 나를 울리는 문장이 쏟아졌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오래된 나무의 결처럼 단단하고 깊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사유를 현대의 언어로 풀어낸 이 책은, 단지 고전을 해석한 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정돈해주는 ‘마음의 지도’처럼 느껴졌습니다.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단지 나이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의 태도와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줍니다. 배움은 나를 확장시키고, 고난은 나를 단련시키며, 성찰은 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과공비례(過恭非禮) — 과도한 겸손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
처음엔 단순한 경구처럼 읽혔지만, 곱씹을수록 묵직했습니다. 겸손은 미덕이라 여겨왔지만, 그 겸손이 지나쳐 스스로를 깎아내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때로는 예의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진심을 숨기고, 자신을 작게 만들어버린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진정한 예의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모두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200년 전 다산이 남긴 문장들이 오늘의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그런 문장들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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