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자책] [BL] 지나간 이야기 2 (완결) ㅣ [BL] 지나간 이야기 2
마카롱 / 비하인드 / 2017년 12월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따뜻하게 힐링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어요. 대체 왜 그랬던 건지, 전혀 딴판인 전개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러스트의 색감, 분위기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글을 다 읽고 보니 착각할 여지가 없이 내용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에요. 상처를 가진 두 사람, 어른스럽게 상대를 감싸안은 주인공. 작품의 색과 두 사람의 관계를 이보다 잘 그려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처럼 읽기 전에는 주인공 쪽이 어른스럽게 기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반대였습니다. 가볍고 아이 같은 주인공과 일찍 철이 들어버린 주인공. 예상과 뒤바뀐 역할에 시작 전 그려놓은 이미지를 깔끔하게 지워야 했어요.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글이에요. 학원물이라 배경부터 취향을 탈 법 한데, 주인공들 각자의 사연이 굉장히 진지한 감성을 담고 있어요.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기까지의 묘사가 특히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에 걸맞은 반항적인 에피소드가 연속되는데, 그 내용이 또 나이에 어울린다고 하기 힘든 수위라... 하차의 충동이 드문드문 들었어요.
두 사람이 본격적인 관계를 맺기 전 깊숙하게 관여한 여자 조연이 등장한다는 점도 취향을 많이 탈 요소일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 그래서 다른 이에게 애정을 주지 못하는 아이. 어릴 적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아이, 풋사랑 첫사랑을 그 이유로 잃은 아이.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났고 처음으로 설렘을 느껴 당황하는 주인공과 그런 그에게 서서히 녹아 들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감성이 맞지 않으면 읽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묘한 게 상처를 다뤄 진지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주인공들의 나이 탓에 대사나 문장은 가벼워요. 학원물의 상쾌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풋풋함은 충분히 담고 있는 글입니다. 감성과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 좋았어요. 어린 나이의 치기, 반항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살짝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읽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어요.

글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한 편이라 보통의 학원물과는 살짝 다른 방향의 글입니다. 툭툭 던지는 대사와 짤막한 묘사가 작품의 배경, 인물의 나이를 설정해주었어요.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관계를 발전해가는 과정이 사랑스러웠어요. 서툴고 깊숙하게 박힌 상처 탓에 쉬운 방법조차 배우지 못했지만, 서로 노력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만족스러웠어요. 다른 색깔의 따스함을 담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