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가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_ p.142<기록>

잔잔한 일상을 끊임없이 흔드는 김솔의 농담들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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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이라는 책은 김솔 작가의 짧은 소설 40편이 엮어져 있는 소설집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각각 40편에 짧은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은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매 편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고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모두 어떠한 몽상같기도 하고 너무 깊숙하게 들어간거 같기도 하며 다소 난해하다가도 반전이 있었고 장황한 이론 속에 바람이 담겨 있고 수많은 세계를 내 앞에 펼쳐 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단편의 소설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의 호흡은 매우 짧다. 그런데 나에게 흡수 되는 속도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었다. 오래 생각하게 만들고 잠시 멍하니 보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 되돌아가서 읽기도 했다. 

때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의 이야기가 담기기도 했고 때론 내 안에 숨겨두었던 본능같은 삶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며 단지 이야기 같다가도 결론은 어마어마한 이면을 찌르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책 소개를 읽어보면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는 순간 감지되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맞닥뜨리게 된다.’라고 쓰여 있는데 책을 읽고 나면 이 말이 조금 이해가 되어 오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이 가장 이 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다시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다시 읽었을 때 그 느낌은 또 완전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내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꽤 무게감있었으며 몽상적이고 어렵지만 궁금했다. 

우리 손을 잡아주기 위해 달려와주는 이들.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가는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조이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5월

“힘든 곳, 뜨거운 곳, 아픈 곳, 위험한 곳, 빌딩 위 호수 밑, 폭풍 속으로 언제 어디든 우리는 간다.”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서 달려가는 헬멧 속의 히어로,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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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존경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소방관”이었다. 감사하게도 직접 만날 일들은 없었지만 수많은 곳에서 듣고 본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는 늘 감동을 주었다. 예전 예능 프로그램 중 <심장이 뛴다> 라는 소방관 관련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매 회 놓치지 않고 볼 정도로 나에게 소방관이란 히어로 같은 멋진 이들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귀히여김은 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이들이다.

이런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한 소방관의 이야기다. 조이상 소방관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굉장히 벅찬 마음으로 읽었다. 크고 작은 일화들이 등장한다. 때론 안타까운 일, 때론 감사한 일 등 다양한 상황들이 있는데 그 상황 속 힘껏 달려와주는 소방관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오들도 구하고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를 읽다 보면 소방관이 뭐 하는 직업이냐고 물으면 “손을 잡아주는 일이에요” 라고 답한다는 저자의 글이 있다. 이 한 문장이 이미 나를 사로 잡았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상황들이 바로 머리 속에 그려졌고 수긍하게 했고 든든함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 , 그 누군가는 대부분이 절박하고 간절한 이들이다.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조건없이 누구든 살리기 위해 달린다.  

올해 5월에 출간 된 이 책은 굉장히 최근 일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억 속에 있는 사건 속 소방관들의 활동도 읽을 수 있다. 손 잡기 위해 지금도 달리기있는 그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은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소방관을 좋아하기 때문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공통된 조건 중 하나가 소방관이기 때문에, 우리의 예방 차원에 행동이 큰 위험으로 부터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않은 사소한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응급 처치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모든 것들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조금 더 멋진 우리의 삶을 위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솔직히 이 <오늘도 구하겠습니다!>를 읽고나서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도 많다. 책에 내가 붙인 인덱스도 한가득이다. 내가 감동한 부분마다 ‘이것 기억해야해’ 하며 붙인 것 같은데 다 읽고 보니 참 많이도 붙였다. 책 속에 조이상 소방관이 느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가르침도 6가지 정도 나오지만 나에게는 모든 상항상황마다 기억되는 가르침이 있었다. 몇가지 나누고 이 책 리뷰를 마무리 지어 볼까 한다. 

“나는 바란다. 언젠가는 내 달리기도 더 빨라지고, 장애물의 높이도 낮아지고, 때로는 손으로 장애물을 밀치고 달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 거기서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요구조자의 손을 더 빠르게 잡아줄 날이 오기를”

화재사건 접수로 출동을 하였지만 불법주차로 진입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 목숨을 살리려, 나의 가족을 구하려 가는 길일 수 있다. 소방차의 그 어떤 길도 막힘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린 가끔 응급차가 달리며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차량행렬을 보며 박수 치곤 한다. 이런 모습이 당연한 듯 우리의 의식에 새겨져 조금 더 주위를 살펴 내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화전을 막아둔 것은 아닌지 살필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그 구조 활동 속에서 내가 몇 초 지체의 요소가 되지 않도록!

또 안전 점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나도 전에 어린이집 실습을 하면서 어린이집 자체적으로 소방 대피훈련 연습을 하는 것을 경험했다. 선생님들은 각자의 위치가 정해져있었고 꼼꼼히 갖추었고 긴급으로 사이렌은 울렸고 모두가 진지했고 철저했다. 내가 경험해본 훈련 중에 가장 진지했기에 기억이 난다. 훈련이 반복 되다보면 특별히 일이 없었다면 사실 소홀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 속 매 순간 대비하는 모습 덕에 우린 지금의 모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도 모범이 되는 모습, 조금은 부족했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무감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비바람을 맞았다고 식물은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당신은 식물보다 강한 존재다. 당신이 가진 그 강렬한 눈빛처럼 끈질기게, 보란 듯이 살았으면 좋겠다”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고, 소중하지 않은 만남은 없으며, 우리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들이 된다면, 더욱 살고 싶은 삶이 되지 않을까.  내가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당신을 위해 <오늘도 구하겠습니다!>말하며 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리뷰를 마무리 해본다.

애쓰지않고 편안하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 힘든 관계, 소중한 관계, 공적관계, 사적관계... 이 많은 관계 속에서 나는 나를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고 아끼고 있을까. 그 관계 속 내가 얻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트레스? 에너지? 

이 책은 우리가 이런 모든 관계들에 너무 애쓰지 않길, 편안하게, 나는 나답게 그 관계를 맺어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책이었다.

굉장히 우리의 일상 속 예화들이 담겨 있어, 읽으면서 많이 자주 공감을 하게 된다. '맞아 그런 사람 있는데...' 그리고 나를 지키며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성격이 다르고 좋고 싫음에도 차이가 있으며 추구하는 것도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그렇다보니 맺은 관계 속에서 얇은 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마다 누군가는 불같아지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끙끙 앓으며 참고 누군가는 지혜로운 관계맺음을 고민하게 된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그런 고민을 함께해준다. 그래서 관계를 맺음에 어려움이 있는 자라면 함께 상담이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작가님의 그림체도 책의 분위기를 더하여 준다. 위트 있는 내용과 사이다 같은 그림도 있었다. 나는 그 그림들이 너무 좋았고 한참을 머물러 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것은, 

관계는 잘 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려고 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점, 

너무 조급해지지도 애쓰지도 않아도 큰 일 아니라는 점,

'이번주에 만나자'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에게도 있다는 점,

나 자신의 마음을 포장없이 조금 더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관계가 영원하지 않음에

너무 오래 서글퍼하거나 너무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계절 내내 나무는 모습을 달리하지만, 늘 그 나무인 것처럼,

강물은 늘 흐르지만, 강은 여전히 강인 것처럼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올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타인을 오해하지 않기위해 필요한 건

타인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에 대해 하는 것이다." 

퍼엉의 재해석과 만난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부탁인데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말해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재해석과 함께 출간되었다. 

아트앤클래식의 첫 책이기도 하다. 요즘 고전 책들을 새롭게 만나보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고전은 아마 계속해서 우리 곁에 있을것이다. 이런 고전 소설의 새로운 해석들은 반갑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꽤 자주 마주하게 되는 고전 중에 하나이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더킹 , 영원한 군주>에서도 이 책을 만나 볼 수있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터 퍼엉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상상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주는 퍼엉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삽화 되어 있어서 책을 보는 즐거움이 늘어났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그 특유가 그림체가 앨리스와 잘 어우려진다. 

오랜만의 읽어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새삼 새롭게 읽어졌다. 초반 앨리스의 귀여움 때문에 쉴 틈 없이 읽어가고 말았다. 이렇게 많이 앨리스의 키가 변화했던가? 하며 말하는 건 왜이리 귀여운지. 이 책을 읽고 있다면 같이 천진난만해지는 느낌이다. 

어린 아이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풀어내는 세상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억지를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앨리스의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앨리스의 눈을 통해서 우린 외형이 아닌 본질을 보고 억지가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다시 읽어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유의 언어유희 문장들이 정말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시니 노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설인데,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 번역 되어있는 것 같다. 

어린이날과 어울리는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덕분에 제대로 기분을 내 보았다.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웠던 마음을 어떻게 간직할까.”

나의 미술관 만들기

우리 각자의 미술관 - 지식 없이 즐기는 그림 감상 연습 ㅣ 자기만의 방
최혜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그림을 좋아한다. 왜? 그림은 그냥 한 장에 종이인데 그 안에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생각하기때문이다. 나의 미술관 관람 자세는 ‘아는 만큼보인다’ 생각하여 조금 지식은 넣어가는데 솔직하게는 ‘무지’로 마주하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나는 아는 것이 없기에 많이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나만의 미술관을 가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무언가 맞는 답을 찾고자하는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최혜진 작가님의 이 책을 일부 읽게 되었다. 그림 감성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다른 감상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여기서 풀어지는 느낌이라서 책을 금새 읽어나게 되었다. 미술관은 어려운 곳도 마냥 딱딱한 곳도아니다. 그 그림 앞에서 조금 더 내가 개입하여 그림에 몰입한다면 그 곳은 수많은 감정이 오가는 곳이고 광활한 곳이며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채워질 쯤, 

‘있으려나 미술관’을 마주하게 된다. 있으려나 미술관은 ‘나를 개입시키면서 그림과 만나기’를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미술관에 일부를 만나 열심히 그림과 대화를 나누고 왔다. 이 그림은 내가 이 책을 보지 않고 다른 곳에서 마주 했다면 나는 그냥 지나가을 지도 모른다. ‘음, 잘 표현되어 있네’하고 넘어갔을지도. 그런데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거기에 내가 느낌는 감상을 적어본다. 작가님이 느낀 것과는 다른 나의 감성이 나왔고 나의 새로운 섹션에 그림이 걸리게 되었다. 

꽤나 흥미로운 미술관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미술관에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미술관은 <우리 각자의 미술관>책에서 만날 수 있다. 끝나지 않을 미술관 전시이니 언제든 찾아가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