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은 틀린 적이 없다 - 나를 용서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심리학
이혜진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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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도 중요하기는한데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하는 것 같다. 감정에 따라서 공부를 잘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 잘 견디기도 하고 하루에도 감정은 수백 번 변하는 것 같다. 그 감정을 제어하거나 조절하는 건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저자 이혜진은 14년차 상담심리사, 심리 전문 교육 이업 ‘잇셀프컴퍼니’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저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일반대학원 다문화교육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한국상담심리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감정은 없으며 모든 감정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책을 섰다.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기는 부러움, 우울, 슬픔, 외로움 등을 지우려 애쓰는 대신, 억누르기만 했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저서로는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가 있다.

저자는 심리학자들의 행복 연구 또한 종종 허무하게 느껴진다. 행복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순간의 경험일 뿐이라는 주장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듯한 허탈함을 남기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 대신 ‘심리적 안전감’ 또는 ‘불행하지 않음’과 같은 상태를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자신의 꿈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에는 행복은 어차피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고민과 걱정, 질투와 분노,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감정을 지운 채 불행하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특별한 성품이나 지대한 노력이 없어도 훈련이 가능하다. 감정을 돌보는 일은 결국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안의 어두운 마음 또한 삶의 한 조각으로 인정하고 돌봐야 한다.저자는 며칠 전, 넘어져 무릎이 아프다고 했던 엄마가 문득 떠올라 고민했다. 괜찮은지 안부를 묻고 싶지만 망설였다. 서로를 아끼기에 솔직해지기가 더 두려웠다.

‘카톡을 해, 말아? 괜히 연락했다가 답장이 안 오면 아침부터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오늘 중요한 일도 많으니 저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참을까? 이미 엄마로부터 여러 차례 답장을 못받은 저자는 그렇게 고민을 시작했다.

동시에 아빠한테 전화를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주춤했다. 엄마와 다툰 날이면 아빠도 함께 떠오른다. 왠지 위안이 필요할 때 그런 듯하다. 그런데 막상 전화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저자는 40년 평생을 스스럼없이 전화를 건 일이 없다. 일단 아빠와의 대화 자체가 서툴렀다.

얼굴을 마주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와중에, 전화를 걸고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네야 하는게 어색했다.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그 모든 어색함을 뚫고 자신의 마음을 꺼내는 일이다. 저자는 고민 끝에 엄마에게 메시지로 평소처럼 용건만 전했고, 아빠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엄마에게 하트가 들어간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고, 아빠에겐 최대한 밝은 톤으로 “별일 없어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엄마를 더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빠에게는 좀 여린 마음을 내비치고 싶은 바람이다. 마음이 감정이라는 언어를 빌려 주저하는 모양새로 자신에게 말을 건다. 가까운 사람과 감정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 저자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진짜 마음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은 자신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엄마와 다정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빠와 전화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일도 쉬진 않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더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에 아빠를 피하지 않는다.



저자는 살면서 딱 한번, 아빠에게 기댄 날이 있다. 그날, 이상하리 만큼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아빠였다. 아빠는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곧장 마음을 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저자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먼저 요청하기도 전에 이미 그랬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자도 아빠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사실을, 아빠는 저자를 기꺼이 도와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전히 망설이고 아직도 어색한 마음이 남아 있지만 저자는 아빠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

저자안의 감정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이젠 그 소리가 잘 들린다. 그 감정의 말을 따라 흘러가는 중이다. 당장 꺼내지 못할 말이라도 괜찮다. 자신 안에 어떤 감정이 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살다 보면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과 관계가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이 자꾸 다가와 말을 건다.

한두 번은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넘기지만, 나름 거리를 두려고 해도 상대방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자꾸 다가온다. 급격히 피로해지는 순간이다. 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함께 있어야 하는 집단에서 눈치가 보일 때는 그냥 적당히 맞추고 만다.

한동안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쳐야 하는데 어색해지거나 껄끄러워지면 그 또한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사람과 그나마 마주치지 않거나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살면서 불편한 사람과 얽히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전혀 예상치 못한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그 끝을 예상하지 못한 채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

더 가까워질수록 유쾌하고 편안한 가정만 쌓인다면 더할 나이없이 좋은 일이다. 그 반대의 경우일 때 문제가 된다. 이미 짙어진 관계 안에서 불편함이 더 깊어지는 경우에 그 안에서 생겨난 감정을 정리하고 해결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남긴 존재감은 마음속에 진하게 남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괴로움만 커지고 마음은 지옥이 된다. 마음의 언어가 감정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서 신기한 것 같다. 마음은 뇌이고 그 뇌의 상태를 얘기하는게 감정이라는건데 그 관계를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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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부터는 오직 나를 위해서만! - 참는 인생은 이제 그만
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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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생을 하나님뜻대로 성경말씀대로 살고 싶고 집하나 차한대 생활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이 들고 예쁜 옷과 모던한 패션을 추구하지만 성형이나 시술, 명품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랑하는 남자 한 명만 만나서 혼전순결 서약한대로 지키고 아이 낳고 살면서 기독교명문, 믿음의 후손을 배출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고 싶다.

내 주변에 몇 백억을 모으고도 하나도 못 쓰고 죽는 걸 몇 번 봐서 이제 투자나 돈을 엄청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고 기독교세계관에 맞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고 천년, 만년을 살면 질투도 하고 아둥바둥 살 것 같지만 영원히 살지 못하고 영원한 세계를 꿈꾸면서 살아야 해서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면서 살고 싶다.

이 책이 그런 삶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저자 와다 히데키는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로, 지난 40여 년간 ‘어떻게 하면 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유지하는가?’하는 주제를 심층 연구했다. 도쿄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속병원 정신신경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미국 칼메닝거 정신의학대학교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국제의료복지대학 심리학과 교수 및 ‘와다 히데키 몸 클리닉’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노년층의 정신건강 문제 외에도 심리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TV와 라디오 출연, 단행본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중년층의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저서를 다수 집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50부터 뇌가 젊어지는 습관⟫, ⟪어른의 느슨함⟫ ⟪감정이 늙지 않는법⟫, ⟪도망칠 용기⟫,⟪치매의 벽⟫, ⟪60세의 마인드 셋⟫등이 있다.

저자는 그동안 널리 알려져 온 통설과 정설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노화를 바라본다. 저자가 의사이기는 하지만 의사인 의사 말만 잘 따른다고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나이 들어 행복하게 산다는 보장은 더더욱 할 수 없다.



의료 현장에서는 ‘균형 잡힌 삶’이나 ‘행복하게 나이 들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의사는 심장, 간, 폐처럼 특정 장기를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장기 하나를 살리려다 다른 장기의 기능이 무너지는 일도 실제로 적지 않다. 병을 하나 고치면 다른 병이 생기는 그런 경우가 많은 걸 봤다.

게다가 놀랍게도, 의사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짧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는 결국, ‘전문가의 말’이라고 해도 모두가 반드시 다라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첫째 삼촌 작은 삼촌 다 의사인데 숙모가 암에 걸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도 ‘무조건 옳다’ 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읽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주치의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장수에 관한 완벽한 전문가란 없다는 것이다.

지금껏 남들 눈치 보며 긴장한 채 살았다면, 이제 힘을 모두 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고기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설명하기 전에 ‘육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살펴본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심장 질환, 특히 동맥경화로 인한 심근경색의 발병률이 높아서 마치 ‘국민병’과도 같은 수준에 다다랐다. 미국은 육식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나라다.

아시아 지역 나라들에 비해 고기 소비량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고기 섭취를 줄이면 비만과 동맥경화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심근경색 발병률이 낮아져 평균 수명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한국의 주요 사망 원인을 보면 1위가 암, 이어서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군으로 나타난다.

일본의 통계 수치도 이와 비슷하며,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게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60대 이후의 중장년층에게는 육류 섭취가 여러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고령이 될수록 기력과 의욕이 떨어지기 쉬운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단백질 부족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세로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될 경우, 불안감이 낮아지고 의욕은 상승해서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에서 만들어지는데, 이트립토판은 육류를 비롯해 콩, 생선, 유제품 등 단백질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실제로 80세에 세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일본의 등산가 미우라 유이치로는 스테이크 500그램을 한 끼에 뚝딱 해치운다고 했다. 고기를 섭취한 후에 기분이나 활력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지만, 실제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질병 사이에 뚜렷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확실치 않다. 중요한 것은 수치 자체보다도, 그 수치가 내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실제 생활에서 어떤 불편이나 이상 증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숫자는 참고 자료일 뿐, 건강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검진의 수많은 항목 중에서 개인적으로 검사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 바로 심장 검사와 뇌 검사이다. 심근경색, 지주 막하출혈 같은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질환을 사전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심장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를 조기에 발견하면, 그 부위를 넓히는 시술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뇌 검사도 마찬가지이다. 동맥류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기 전에 찾아내어, 카테터를 통해 해당 부위를 튼튼하게 보강하는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가지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사의 실효성도 크다.

하지만 심장 검사와 뇌 검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는, 결과지에 수치가 적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건강과 직결되는지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 숫자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불필요한 불안을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으며 여기에 일희일비하고 의존하기보다는, 몸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설마 큰일이겠어’라며 넘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이런 건강책을 보면서 건강 관리를 하니까 아빠 엄마 난 건강검사 수치가 전부 정상이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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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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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효원은 한국어라는 언어를 연구하고 가르쳐 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 했으며 지난 18년간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과 각국 주한대사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했다. 언어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어른의 어휘 공부⟫, ⟪아홉 살에 시작하는 똑똑한 초등 신문⟫등이 있다.

저자는 사소해서 놓쳐 버린 삶의 장면 속에는 어떤 단어가 숨 쉬고 있을지 언제나 궁금하다. 단어는 우리의 세계를 열어 준다. 저자는 보통의 날들에 숨겨진 명랑하고 눈부시게 투명한 순우리말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우리들의 세계 속에는 얼마나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과 감정과 움직임이 있을까? 우리는 텅빈 마음처럼 무심코 지나쳐 왔을까? 어떤 언어가, 단어들이 자기 세계를 열어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유용한 단어 목록에서 출발하는 대신, 삶의 장면과 장면에서 단어들을 발견해 가야 한다.

무턱대고 저자는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쓰려고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보통의 날에 숨겨진 단어들을 찾아내보자고, 삶과 유리되지 않은 또렷하고 생기 있는 단어들을 책에 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한글’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으며 따뜻함과 설렘, 공허와 슬픔을 느끼는 순간에는 어떤 보편적 감각과 감정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우리가 통과해 온 다정하고도 시렸던 순간, 사소해서 놓쳐 버린 삶의 장면 속에는 어떤 단어들이 숨 쉬고 있을지를 찾았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한 단어들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를 품는다. 그럼에도 용기 내어 이야기를 이어 간다. 줄임말, 신조어, 외래어 등이 널리 퍼지고 있는 요즘, 순우리말이 그 거리감을 넘어 얼마나 선명하고 감각적으로 세계를 그려 내는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곳곳마다 스쳐 지나간 순우리말의 생명력과 온기가 바람과 함께 닿을 것을 확신하다. 순우리말과 바람이 맞닿는다는 얘기가 뭔지 궁금하다.



책을 읽는 동안 때로는 눈부시게 명랑한 순우리말이, 시리고 아릿한 순우리말이 우리의 마음에 환한 불을 밝히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들의 오롯한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 다정하게 안녕을 묻는 말들이 여기, 읽는 사람을 가만가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사랑해 왔던 단어들이, 우리가 앞으로 사랑하게 될 단어들이 사람들의 세계를 활짝 열어 주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단어를 응얼거려본다. 오늘도 기쁨과 슬픔의 빛이 하나둘 켜지며 사람의 세계를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비록 온갖 감각에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살아가야 했지만, 그렇다고 삶이 늘 고달픈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에게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작고 소중한 것들이 저자에게만큼은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발견하고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순간을 남몰래 맞이하는 즐거움은 예민한 자에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에도 저자는 꽤 재능이 있은 것 같다.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감정과 의도, 기대 같은 것들이 저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런 걸 알아차린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또 일상의 순간들을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슬픈 일은 슬픈 일은 일대로, 사소한 것은 사소한 대로, 중대한 것은 중대한 대로, 저자에게 오래도록 머물렀다. 수많은 순간들은 저마다 다른 질감과 무게, 밀도를 가졌지만 저자는 모든 순간에 마음을 펑펑 쏟아내고 기진해졌다.

이곳저곳에 온 마음을 들이던 저자는, 자라면서 느끼는 슬픔과 기쁨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이해받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다. 예민해서 그렇다는, 위로와 타박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수식어가 저자에게 늘 꼬리표처럼 매달려 다녔고, ‘몽니’를 부린다는 오해도 곧잘 따라붙었다.

저자의 마음을 덮어 싼 막은 갓 생겨난 여린 피막 같은 것이어서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금세 찢어져 속살이 드러났고, 쓰러졌다. 저자는 둥근 세상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동글동글한 마음의 모양새를 닮아 가고 싶었다. 감각의 높낮이는 삽질해 평평하고 민틋하게 깎고, 보이는 것들은 윤곽만 남겨 보자고, 어느 날 저자는 그렇게 결심했다.

저자는 시계 분침이 돌아가는 소리에 전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됐고, 자동차 경적에도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았다. 시간을 쓰지 않으면 애쓴 감각들 위에 먼지처럼 내려앉았다. 있던 것이 없던 것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너는 예민하니까’라는 슬로건을 자신 안으로 향하게 걸어두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자신을 기꺼이 맞추려고 했다. 저자는 예민하니까 자기 마음이 지나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자신이 느끼는 걸 반으로 줄여야 남들과 비슷해질걸, 이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타인은 그렇게 저자보다 우선이 되었다.



아쉬움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저자는 어릴 때의 자신의 모습과 똑닮은 딸을 낳았고, 섬세한 아이를 키우며 크고 작은 고충을 겪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이가 예민함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만의 곱고 선명한 마음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

저자의 다짐은 깊은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으로 이어지곤 한다. “엄마는 말이야”, 너의 마음으로 느껴도 되는 건지 아니지 네가(딸) 두리번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네(딸) 마음이 편하게 사랑하기를 바란다. 두 발로 땅 속 깊이 단단히 밝고 서서 지금 모습 그대로 네(딸)가 온전하다는 걸 잊지 않는, 그런 삶을 네(딸)가 살아갔으면 좋겠어.

‘한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횡단보도 앞에 선 아이는 가방끈을 양손으로 꼭 붙잡고 서 있었다. 저자가 아이를 발견한 건 우회전하려고 슬슬 핸들을 꺾던 순간이었다. 아이가 편하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나름의 배려였다.

아이는 길을 건너지 못하고 저자의 눈치를 계속 살피며 머뭇거렸다. 앞으로 겨우 내디딘 걸음을 거두었다. 저자는 차안에서 지나가라고 재차 손짓했지만, 산란한 햇빛에 흩어진 저자의 손동작이 아이에게 보일 리 만무했다. 아이는 떠밀리다시피 마지못해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아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휘저으며 소리쳤다.

“가도 돼, 괜찮아!”아이는 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다 알아들었다는 듯 상그레하더니 단걸음에 달려갔다.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너그러운 대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시간 속에서 복숭아향이 날 것 같은 상그레한 웃음을 자주 꺼내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가만가만’이라는 단어를 보면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용조용다 하다라는 뜻이다’ ‘가만하다’도 있는데, 이는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이른다. ‘흔히’ ‘죽은 듯이 가만하고 있다.’ 예문을 보면 그는 무슨 일이 있건 가만히 있다.

‘찹찹하다’는 마음이 들뜨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두고 우리는 ‘찹찹하다’라고 말한다. 차분한 성격을 이루는 또 다른 표현으로는 ‘찬찬하다’가 있다. 무슨 일을 하건 꼼꼼하고 차분한 사람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다.

‘몬존하다’라는 순우리말도 있는데, 이 역시 차분하다는 뜻이다. ‘몬존하다’는 사람의 얼굴 모습이다 초라할 때도 쓰인다. 성질이나 태도가 부드럽고 조용하며 찬찬하는 뜻의 ‘자분자분하다’가 우리가 흔히 아는 ‘차분차분하다’라는 것을 알면 ‘자분자분하다’를 기억하기 쉬울 것 같다.

차분함은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쓰인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차분하지만 지나치게 곧고 고지식해서 상황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참 놀라움을 느낀다. 우리말도 너무너무 광활한 것 같다. 그 광할한 단어속에서 사랑하고픈 단어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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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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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말에 사랑할 단어들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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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소리한자
한금수 지음 / 에디트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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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글을 잘 이해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하고 중국어나 일본어를 알려면 한자를 또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저자는 한금수이다. 수천 년 전 갑골문에서 시작된 한자는 오늘날 우리말 어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글 정용 정책 이후 사용이 줄며 우리말 속 깊이와 문화가 점차 잊히고 있다.

《공식 소리 한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글과 한자의 조화로운 공존을 회복하고, 체계적 학습 원리를 통해 한자의 힘을 되살리고자 한다. 이 책은 단순 암기를 넘어 공식화와 분해 학습법을 제시한다. 구조∙ 발음∙의미를 연결하는 원리를 정리해 이해하며 익히도록 했으며, 부수 찾기, 소리글자 변화, 약자 공식 등을 담았다.

특히 형성 한자의 80%를 차지하는 360개 핵심 소리한자를 그룹화하여 발음과 뜻을 동시에 기억하는 소리 중심 학습법을 제공하고, 214개 부수자의 의미∙형태 변화를 시각 자료로 제시해 연상 학습을 돕는다. 또한 부록에는 교육용 한자, 부수 빈도순, 약자 공식, 유의자∙상대자∙사자성어 등을 수록해 반복∙심화 학습이 가능하다.

기초부터 고급까지 한 권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최신 한자자격시험 경향도 반영했다. 한자를 통해 어휘력∙독해력∙사고력은 물론 전통문화 이해와 소통 능력까지 넓히고자 하는 모든 학습자에게 유용한 종합 학습서이다.



이 책은 부수자 부분에서 한자는 부수자와 발음 역할로 분해하여 한자를 이해시키고자 하였다. 한자에서 부수자는 뜻(의미)을 발음 역할은 소리글자를 말한다. 한자는 대부분 형성 한자이므로 뜻글자와 소리글자로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이 잘 이해하도록 억지로 회의 한자처럼 뜻과 뜻이 결합한 것처럼 해석한 부분도 있다.

다른 원리로 만든 한자(상형, 지사, 전주, 가차)는 원리에 따라 해석했다. 한자는 오랜 세월 동안 서체가 많이 변화해 왔는데 갑골문은 은나라, 금문은 주나라, 소전, 예서는 진나라, 행서, 해서는 한나라 때 글자체를 말한다. 한자 어원 풀이는 네이버 한자 사전을 많이 참조하였다.

한자의 뜻은 시대가 지나면서 확장되지만, 본래의 의미는 잘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자 발음은 지역과 시간에 따라 매우 많이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한자음이 2개 이상으로 발음되는 한자도 생겨났고, 오랜 세월 동안 소리변화의 많은 법칙에 따라 발음이 매우 많이 변화하였고, 가차되고, 전주되고, 생략 표기되어 본래 발음하고 매우 많이 다르게 변화되었다.



한자 훈은 한자의 새김(뜻), 의미를 말한다. 한자 하나에 한자 훈은 수천 년 동안 추가되어 여러 개 뜻이 있다. 대표되는 합리적인 뜻으로 훈을 삼았다.

일부 한자는 중복으로 표기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훈을 통일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훈으로 표기한 곳도 여러 군데 있다. 부수자 214자는 현재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자 가운데 사용 안 되는 부수자가 많이 있다.

상용빈도 사위 20개 부수자가 상용한 (3급)1,000자 정도에 사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1급(간혹 특급)3,500자 이상을 다루고 있으나 일반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3급 (1,800자) 하나만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 책을 보면 엄청 두껍고 한자 사전같은 탄탄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공부할 때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시시때때로 찾아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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