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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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찬양 / 식탐정 허균

현찬양 작가의 장편소설 '식탐정 허균'은 조선을 배경으로, 허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전대미문의 살인사건과 미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 속에 풀어낸 독특한 미스터리 활극으로 2021년 MBC 드라마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현재 MBC 드라마 제작을 확정 된 작품이다.

실존 인물 허균의 이력을 바탕으로, 그를 음식에 미친 천재적인 식탐 탐정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조선 최초의 미식서 도문대작 을집필한 허균은, 재료는 물론 향신료의 미묘한 차이까지 감별해내는 비범한 미각의 소유자다.

죽은 자의 흔적을 좇으며, 허균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고, 연쇄살인의 기운이 서린 기이한 사건과 시신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추리력과 인간적인 면모로 사건 해결에 나선다. 방탕해 보이지만 예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냉철한 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

허균의 여정에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조연의 비중이 크며, 그들의 존재가 허균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씨 집안의 맏형 '허영'은 지방의 사또 관료로 질서와 법도를 중시하며,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뜻처럼, 정의를 세우고 진실을 좇는 강직한 관료로서 이야기의 균형을 이끈다.

허영이 아끼는 죽은 자들의 의원이라 불리는 '이재영'은 구암 허준의 제자로 산 자의 병을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대신 그는 시신을 검안하며 사건의 단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냉철한 의원으로 활약했고, 또 한 명의 조력자 '작은년'은 빠른 눈치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음식 준비뿐 아니라 다모의 역할까지 소화하며, 수사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조선 최고의 식객 허균이 탐정이 되어 살인사건을 추적한다는 신선한 설정, 기대 이상으로 몰입도를 보여줬다.

맛과 진실, 허기와 죽음을 넘나드는 이 기상천외한 수사극을 보여준 식탐정 허균은 웃기면서도 깊고, 맛있으면서도 진지한 작품이었다. 새로운 미스터리의 맛을 찾는 독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팔도 음식으로 펼쳐지는 조선의 살인 미스터리, 이색적이고 신선한 탐정소설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가상캐스팅을 한다면 '허균'은 김남길, '이재영'은 이도현, '작은년'은 김향기 였으면 좋겠다.

#래빗홀 @rabbithole_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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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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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한국 SF 소설에서는 듀나 작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30년간 베일 속에 머물며 오직 작품으로만 독자들과 소통해온 작가 이번에는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이라는 신작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섯 편의 소설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양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지성체들을 등장시키며, 현실의 이면을 예리하게 찌르는 동시에 광대한 우주를 상상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재밌게 읽은 '그깟 공놀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튜바'가 얼음 공을 만들어내며 지구 바다 밑 해저도시를 파괴하려 한다. 종말을 앞둔 지구는 마지막 수단으로 튜바 문명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 협상단을 파견하고, 우주선이 반파된 이후에는 의식만 남은 안드로이드 '라리사 진-a'가 홀로 협상에 나선다.

12p '우리는 우리의 공을 살릴 중력이 필요하다. 더 빛나는 놀이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더럽다. 우리가 깨끗하게 만들 것이다. 당신들의 어떤 요청도 우리는 듣지 않는다. 때가 되면 우리는 당신들 행성 표면 의 물도 뽑아 정화할 것이다. 그것은 어렵겠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표제작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에 등장하는 2024년 여의도 광장, 탄핵시위 한복판에서 아이돌 응원봉이 흔들리는 장면은 현실의 촛불 집회를 연상시키며 어느새 현실과 허구, 시간과 공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여행에 탑승하게 했다.

179p "우리가 겪는 역사도 하나뿐이다. 다른 시간선을 오갈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여러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마항쟁 투쟁과 선택,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 시간선이 중첩되고 어느 역사가 진짜인가? 라는 혼란은 흥미로웠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파란 캐리어의 지퍼를 열어볼 시간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갈매나무 @galmaenamu.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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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다 -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인생을 배우다
이경화 지음 / 머메이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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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 선을 긋다

서예로 인생을 새롭게 정의하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나를 위한 여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선을 긋다'는 그 여백의 필요성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서예라는 예술을 통해 인생을 재해석하며, 서예와 인생을 겹쳐 풀어낸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기업 '가연(可行)'의 대표가 된 이경화. 취미로 시작한 서예가 어떻게 인생의 중심이 되었고, 또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수단이 될 수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그 답은 '붓'에 있었다. 손끝에 집중하고, 하루에 하나의 획을 긋는 행동 속에서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선'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선은 나를 가두기도 하고, 나를 지키기도 하며, 때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 되기도 한다. 붓 하나로 그 선을 새로 긋고, 넘고, 때로는 번저가며 나를 찾아간다.

보통 ‘선을 넘는다’는 말은 부정적인 맥락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표현을 긍정의 도전으로 뒤집었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 사회가 그어놓은 경계, 남의 시선 안에서 만든 틀을 넘는 그 순간, 삶이 확장되고 나다움이 회복된다고 말한다.

글씨 하나에도 감정과 생각이 녹아드는 것을 보며, 서예라는 예술이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새삼 느꼈다. 서예를 배우고 싶거나, 취미 하나 시작하고 싶은, 혹은 삶이 지루하고 막막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분명한 건 붓을 잡지 않아도, 인생의 새로운 획 하나는 분명 이 책과 함께 그을 수 있다.

#머메이드 @mermaid.j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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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글쓰기 - 임상심리전문가가 알려주는 치유와 성장의 글쓰기 6단계
이지안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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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 감정 글쓰기

임상심리전문가가 알려주는 치유와 성장의 글쓰기.

많은 이들이 일기장을 펼쳐놓고도 막막함에 펜을 들지 못한 채 멈춰버린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혹은 감정이 너무 뒤엉켜 글로 옮길 수 없다고 느껴서다. 감정글 쓰기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글쓰기는 감정 배출이 아니다. 생각과 감정을 정돈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정직한 통로이기에 감정글 쓰기는 글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먼저 알려준다. 그렇게 정리된 마음은, 어느새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갖게 한다.

감정을 관찰하고, 욕구를 찾기 위한 6단계. 먼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그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생각을 정리하고, 안에 숨은 나의 욕구를 들여다본다. 행동과 결과까지 함께 써 내려가다 보면, 감정일기속에서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부터 자기 성찰을 위한 글쓰기의 중요성은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감정 글쓰기는 그런 나에게 구체적인 방법과 안내를 제시해주었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그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주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단계별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방식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지며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처럼 글쓰기가 서툰 사람도 사람도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

#앤의서재 @annes.library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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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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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헐린 버티노 / 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인간의 삶과 정체성, 외로움과 사랑, 존재의 의미를 기발하고 독특하게 풀어낸 뭉클한 성장소설.

보이저 1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스타워즈가 세상에 등장한 1977년, 미국 필라델피아. 그곳에서 태어난 소녀 주인공 아디나 조르노 성운에서 블랙홀까지, 별의 일생을 닮은 흐름으로 일생이 전개된다.

외계인 자서전의 시작. 버려진 팩스 기계로 고향 별을 위해, 지구에서의 삶을 기록해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아디나가 느끼는 세계는 언제나 단절되어 있고 차단되어 있다. 덧니와 근시, 소리에 민감하고 비틀스를 싫어하며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특징을 가진 아디나 자신을 인간 사회에 파견된 지구에 고립된 외계인으로 여긴다.

외계에서 온 외로운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 1980~2000년대의 미국 사회는 아디나의 눈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대중문화, 사회운동, 음악의 변화, 9.11 테러, 칼 세이건 의 죽음 등, 페이지마다 웃음과 슬픔이 번갈아 깃들었다.

아디나는 매번 성실히 팩스를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짧았지만 반대편에 있을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하며 응원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아디나의 성장과 함께 시대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컸던 소설.

엉뚱하고 기이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어디선가 길을 잃고 이 행성에 불시착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살아가는 이 별은 어떤가요?

#은행나무 @ehbook_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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