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종류 미래의 고전 61
정민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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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강력한 단편 동화들 -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에 가까운 심리들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아동문학청소년문학을 읽는 어른들은 다 알겠지만

이 책 역시 어른들이 더 진하고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는다.

 

어린이들의 세계 역시 어른들 못지않게 복잡하고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고 해법은 쉽지 않다.

 

7편 중 상황과 접점이 있어 깊은 울림을 준

두 편을 가능한 스포 없이 살짝 소개한다.

 

<마음의 종류>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포스팅하는 블로그가 있다.

 

처음엔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올라갔지만

나중에 사실이 아닌 일있지 않을 일들도 이야기로 꾸며져 올라간다.

 

아이들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특히 자신을 악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깊은 상처를 입고 관계는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무엇일까?

블로그를 없애기만 하면 다 해결될까?

 

모두의 마음들은 어떻게 될까?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마음은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마음과는 완전히 다른 것일까?

 


<달리기>



무척 멋진 글을 쓰시는 이웃으로만 알고 몇 년 째 행복하게 구독하다가

출간하셨단 소식을 듣고 놀라고 기뻤다.

 

그런데알고 보니 이미 2007년 문학상수상을 하신 작가이자 동화작가셨다.

그 수상작이 달리기이다.

 

아이와 어른 누구랄 것 없이 마주칠 수 있는 고민을 달리기라는 소재로

선명하고 친근하게 바꿔 들려 주셨다.

 

덕분에 오래된 질문이 또 떠올랐다!

아니이제 더 이상 내게 고민도 질문거리도 아닐지 모른다.

그냥 이번 생에 이렇게 살자고 합의를 보았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그렇게 타협했다.

 

100m달리기를 하고 싶지만 마라톤을 뛰어나게 잘하는 아이와

마라톤을 하고 싶지만 100m 기록이 좋은 아이가 있다.

이 두 아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코치 선생은 교육자로서는 충격적일 만큼 배려 없는 즉답을 한다.

가소로운 소리 하지 마.”

 

달리고 싶은 종목과 상을 받을 수 있는 종목,

뭐가 옳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내 대답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하자이지만

 

달리기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들로 확장해보면

대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다는 대답이 뻔히 돌아올 테니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기까지 한 어쨌든 기성세대로서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가득해지는 단편이다.

아이들의 선택을 힘껏 응원 해주고 싶은데…….

 

현명한 이웃분들이 지혜로운 답들을 댓글로 주시려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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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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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직업이 바뀌다.” 이런 소재 궁금하시지요바뀐 직업은 공구상입니다어떤 직업인지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고 저처럼 확실히 설명할 만큼 모르는 분도 계시겠지요.

 

이렇게 일하시면서 나를 지금까지 키우셨던 거구나내가 대학 생활의 낭만에 젖어 매일을 무념무상으로 보낼 때아버지는 현실과 부딪혀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오셨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공구를 사러 가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만나본 적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차량 안에 공구박스 툴박스가 더 익숙 를 싣고 다니며 간단한 정비를 하고 풀세트를 뿌듯하게 여기는 엔지니어 남자친구가 유일한 경험이랄까요.



신기하게도 누가 마련해 둔 것인지 집에 툴박스라고 하는 공구상자 하나씩 갖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실제로 잘 활용하시나요저자는 공구를 잘 알고 활용하는 삶을 공구로운 생활이라 부릅니다재미있습니다정의한 내용을 직접 보자면,

 

간단해요공구의 쓰임을 잘 알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쓰면 그게 공구로운 생활이라고 생각해요필요한 공구를 딱딱 찾아 쓰는 즐거운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구에 대해 잘 알고 쓸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저는 이걸 가리켜 기술적 사회라고 말하곤 하지요.”

 

공구는 솔직해요필요한 기능들이 아주 직접적으로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어요공구를 보면 왜 이런 형태를 지녔을까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할까하는 점들이 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구조상 부분 하나하나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요소비자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보완해서 개선된 모델을 출시하죠.”

 

불가피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거부하지 않고 가업을 이어 받은 것도 다들 이래야 한다!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이후에 아버지의 노고와 삶을 깊이 이해하는 마음도 뭉클합니다이런 따뜻한 사람이 권해주는 공구를 막 사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하게 저자의 삶에 집중하고 공구상이라는 직업 세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에세이 - 1부 면서또한 공구에 대해 배우고 참고삼아 찾아보며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 - 2부 이기도 합니다저자는 실용적인 자신의 직업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렇게 정리해 놓았습니다그럼 어떤 공구들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지 전문가인 저자에게 추천 받아 봅니다

 

1. 다목적 가위급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다.

2. 전동 드라이버 세트우리의 연약한 손목을 지켜준다.

3. WD-40: 방청윤활제라고 해서 금속의 녹을 제거하는 용도의 화학제에요집 안에서 다양한 물질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걸로도 유명한 제품이에요.

 

이 중 방청 윤활제는 유명한데 또 저만 몰랐던 것으로처음 듣습니다.



2천여 가지의 사용법! 엄청난 능력!

꼭 사고 싶어지는 마법의 공구입니다.


공구상에게도 믹스커피 타임은 고객을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이다창고에 재고를 가지러 가거나 주문을 기다릴 때그 막간에 믹스커피를 하나 먹어줘야 한다제 손으로 직접 타서티스푼도 없어서 종이 스틱을 휘휘 저으며 한마디 던져본다. “요새 생산이나 매출은 어떠세요?””

 

종이스틱으로 젓지 않으심 더 좋겠습니다버스기사분들 화장실 갈 시간도 식사 시간도 믹스커피 한 잔 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지금은 휴식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확보되었는지 잊고 살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늘 그렇듯 소개하지 못한 더 재밌는 일상과 마음을 쿵쿵 울리는 삶의 통찰들이 담겨 있습니다책을 다 읽고 나자 공구상 매출은 어떤지 걱정이 됩니다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묵직한 산업이니 부디 크게 휘둘리지 않고 순항 중이시면 좋겠습니다.

 

매출 걱정에 한 마디 더 보태면이 책에는 공구상의 제품별 브랜드 특성과 실재 구매안전한 사용법들이 있으니 공구로운 생활자로 살고 싶으신 분들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특히 2부에서는 흥미로운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됩니다부록의 취급주의와 ‘Q&A 09’도 아주 유용합니다캠핑 관련 필수 공구도 있습니다안전하게 잘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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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우리시대 리커버
조한욱 지음 / 책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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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라면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신문화사는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익숙한 역사관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주 오래전 분류법이고 그나마 현재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알아본 바가 없다.

 

조한욱 교수는 강연과 저술로 무척 부지런히 활동하시는 분이라는 정평이다심지어 독서카페를 운영(?)하시는데 질문마다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 가득 답변을 달아 주신다니 열정이 대단하신 분일 터.

 

대학생들을 위한 독서교양서로서 부담 없는 문고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세상에서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아마도 내가 읽는 가장 가볍고 적은 분량의 역사서(176)를 뒤늦게 읽어 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역사학이란 무엇일까역사로 기록된 것들은 모두 사실일가문화를 통해 바라보는 역사의 모습은 얼마나 독창적인 새로운 내용일까문화사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신문화사란 무엇일까?

 

이런 몇 가지 질문들을 갖고 답변을 찾아가는 독서를 했다답을 다 찾을 수 있어도 좋고 못 찾아도 괜찮다는 느긋한 마음으로어차피 단 하나의 정답이란 없으니 초조해야 필요는 없다그런 점에서 인문학의 품은 넓고 편안하다.

 

단 문화든 역사든 읽고 배우는 목적에 대해서는 잠시 정리해본다거창한 건 아니고 역시 대부분의 학습은 인간을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그런 목표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거대 담론인지 기존의 역사서에서 무시된 다른 목소리들인지는 자신이 선택해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한욱 교수는 해당 시대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수의 작은 목소리들을 택했다고 본다안타까운 점은 사료가 부족하거나 전무하다는 점그래서 있는 사료들을 모두 귀중하게 해석하고 새로 발견하고 마치 띄엄띄엄 놓인 점들과 같은 지식정보를 보고 한 시대의 흐름과 맥락을 텍스트로 만드는 역사가들의 작업은 엄청난 노고로 느껴진다멋진 발굴과도 같은 작업이다.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역사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쪼개어 읽는 것도 좋은 학습법이다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오래 전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듣고 그 장면들에서 시대의 모습을 다시 찾는 일은, ‘공식이란 인증을 받은 역사화석들보다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좋은 것은 질문이 생기고 답이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실지로 역사학에 대해 일종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 역사학은 국가나 민족혁명이나 전쟁노동과 계급투쟁 등과 같은 거대하고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맥락을 잡아주고 미래를 위한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사’ 또는 신문화사유사성을 걸러본 결과 공통분모로 떠오른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다이것은 단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가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역사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어떤 성찰에도 이르지 못한다면단지 학문을 위한 학문에 그쳐버린다면그 학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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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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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공감하고흡수하고대화해가는 소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에게 적합하다여성의 성찰은 실존적이지만 열려 있고 또 자유롭다땅에 발을 디딘 채로 저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이는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사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자신의 주변성과 비주류성을 발견하는 일그로 인해 눈길이 가닿게 되는 우리의 무수히 다른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이점이 좀 더 잘 이해되고 공감되면 논의도 감성도 사회도 진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외부에 소수자가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정체성으로서 살펴보는 일고유한 존재들은 모두 단 하나소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자신의 언어는 사회 속에서 나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나에 대해 쓰다 보면 스스로의 처지가 뚜렷해지고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여성은 삶에서 경험한 차별과 소외배제를 통해 사회의 부당한 질서를 인지하고 꿈꾸던 이상과의 격차를 느끼며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이를 견딜 수 없어 사회 변화를 추동해야 하는 당위를 얻고자신을 설득해서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여성의 글쓰기란 새로운 자신과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주문 의식과도 같다.”

 

결핍이 동력이 되어 충족을 마련하는 글쓰기말하고 읽고 쓰고 변화하고더디지만 확실히읽고 싶은 책읽어야 할 책들이 매주 마구 쏟아진다신간 소식들 읽어 보다 문득 바라 본 책장에 언제 도착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신간이역시 책은 읽은 것이라기 보단 일단 사는 것...인가새로운 세계를 들려주는 책이 좋다그런 책들이 없었으면 진작 호흡곤란이 왔을 터.

 

과연 나의 삶만을 개선해서 될 일인가사회라는 거대한 그래프 속에서 나의 좌표를 좀 더 나은 지점으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나의 삶은 완전해질 수 있을까. (...) 개인의 노력이나 혹은 정신승리를 통해 애써 고통의 좌표에서 탈출했다고 느끼더라도 그것이 과연 진정한 해방일까내가 벗어난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대로 서서 나와 똑같은 고통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행복은 온전하지도지속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옆집이 굶으면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라 배웠는데 나만 배부르면 된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더 커서 놀랐다중요한 공감의 문제이다자신이 빠져 나온 지옥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터그 자리에 들어 선 다른 이의 안위를 염려하지 못한다면 심각하게 망가진 인간일 밖에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참 저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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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2호 적의 적은 내 친구인가? : 네 편 혹은 내 편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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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개인주의를 참 무시하는 사회이고,

언론과 사회에서는 '갈라치기'가 더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는 매일 더해간다.

누군가의 오랜 생존전략이기도 하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극심해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네 편 혹은 내 편’ 이렇게 반가운 주제를 딱!

표지에 드러내 주고 다뤄주는 매거진이 반갑고 귀하다.

부디 승승장구하길보고 싶지 않은 현상이든 장면이든의 반복을 끊는데

귀중한 역할을 해주길…… 기도하듯 바라게 된다.


 

주말에 다소 느긋하게 아름답고 흥미진진 매거진 즐기며 읽고 싶은데

긴장이 잘 풀리지 않는 오후.

실망과 좌절을 더 많이 안겨 준 G7인데 또 기대와 희망을 얹어보고 싶어 그런가보다.


언제나 타인들을 이용해서 제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은 있을 것이다.

도무지 다종다양한 사기꾼들이 박멸되지 않는 것처럼.

그러니 휘둘리지도 이용당하지도 않는 일은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듯도 한데

우리는 동시에 또 여러 가해자의 입장에 설 때도 있다.

특히나 질병을 이유로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빈번해지는데

이미 타인이 부담스러운 나는 스스로의 심정적 대응이 걱정이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홀홀 넘겨 읽을 수 있는 매거진은 아니다.

나로서 배울 점들이 그득그득하다.

부디 편 가르기와 경계 짓기의 문제에 대해 반감만이 아니라

잘 배워서 늘 가르지 않는 편에 서고 싶다


 

......................................

 

우리의 삶과 관계는 흑과 백도 아니고 성곽 안도 아닌이어진 길 위에 있다완전한 친구도 완전한 적도 없이나 스스로가 내게 친구가 되고 때로는 적이 되는 그 묘한 길을재미있다는 듯이 걸어가면 될 일이다.”

 

“‘친구는 있는데 적은 없다.’ 누군가 이런 삶을 살았다면 참 괜찮은 삶을 살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성인이라면 모를까 범인은 이런 삶을 살기 어렵다. (...) 우리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방언의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친구는 있는데 적은 없다그렇다면 우리말에는 온통 친구 같은 존재만 있는 것일까? (...) ‘친구’ 대신 쓸 이나 동무같은 고유어는 있지만 을 대신할 고유어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뇌과학적으로 친구와 상상의 친구는 동시에 적과 상상의 적 역시 탄생시킨다. 단순히 비슷한 환경, 피부색, 언어, 이념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응원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듯, 다른 이념, 언어, 피부색, 환경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나 자신에게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은 이들을 우리는 언제든지 사냥하고, 고문하고, 참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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