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회 -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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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문학과 영상들 중에는 북극의 추위처럼 무시무시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건 오히려 현실이 안전하다는 반증 같아서 씁쓸하게 부럽기도 하다. 안전한 삶이란 운이 좋은 것뿐이고 나도 가족도 친구들도 누구라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 포근한 날 식은땀이 흐르도록 두렵다.

 

알쓸범잡은 겁쟁이라 못 보았지만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았다. 오해와 소문 말고 정확한 진단을 들으면 두려움은 잔존해도 불안은 줄어들 것이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의 현상, 범죄 행위 판결 소식 이상의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

 

기억이란 크게 신뢰할 능력은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낯설고 흉흉하게 느껴지는 범죄 형태들은 최근에 목격했다. 당연히 불안은 커졌다. 저자가 범죄의 무차별성이라 명명한 현상이다. 예측과 관리가 더 어려워진 만큼 두려움이 확산되었는데, 놀랍게도 저급 코미디 같은 무력행사쇼가 펼쳐졌다.

 

이 책에서는 짐작보다 더 다양한 주제들에 집중한다. 범죄의 강력성 여부보다는 범죄 자체가 한 개인의 돌발이나 일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맥락이 도움이 된다. 모든 현상은 발생 경위를 추적해야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너무나 신기한 이력을 가진 저자의 경험담은, 이 책이 법학과 범죄학 책이라는 것을 자꾸 잊게 한다. 정밀할 필요에 의해 협소해질 수도 있는 분야인데, 부제에 왜 범죄의 모든 것, 이라고 했는지 경험과 전문성이 펼쳐내는 해설 능력이 놀랍고 재밌고 유익하다.

 

범죄자를 내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해당 범죄가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는다고 해결이 아니다. 형량을 마친 범죄자는 사회에 복귀할 것이고, 범죄 발생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동일, 유사, 관련 범죄는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

 

화가 나는 것을 멈추거나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화를 분출하고 속 시원하게 잊어버리면 분노한 에너지는 버려지고 만다. 한 개인이 단계별로 인지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생각하고 고민한 뒤 언젠가 때가 되어 법안이나 행정 변화가 올 때 제대로 확립하는데 힘을 모아야한다.

 

이론보다 사건 중심, 범죄가 소재인 영상물 - 드라마, 영화 -를 사례로 드니 직관적인 연결도 쉽고 접근성도 좋다. 문학, 영상, 현실을 딱 구분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문학을 읽고 영상을 감상하며 캐릭터와 사건을 이해하듯, 현실의 사건들도 그 정도로는 차분하게 좀 더 천천히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범죄의 큰 원인이 사회적 환경에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개인에게 있는 경우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아까운 시간, 귀한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범죄자에만 집중하는 방식 말고, 제도와 사회구조를 이해해보자. 덜 불안하고 더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 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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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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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기전 우연히 이런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바클리 마라톤’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첫 여성’ 완주자란 제목 때문에 기사를 읽어 보았다. 160km라니, 세상엔 대단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3609.html




한국어 번역된 제목이 익숙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여전한 현실이기도 하니,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라는 저자의 경험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찾아보며 흥미롭게 읽었다.


세상 모든 것의 표준과 규격과 기준이 여성이 아니라는 현실을 모두가 알지 못하거나 잊고 산다. 스포츠 시스템이야 말할 것도 없다. 처음부터 자신들을 제외시켜버린 조건 속에서 달린 여성들의 이야기는 고난의 서사기다.


“(여학생이) 경쟁 스포츠를 떠나는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인 사춘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 학문적 관심은 거의 없었다. 사춘기는 현실이다.”


달리는 일로 시작해서, 편향된 차별적 방식의 조건화 - 인프라 - 에 맞선 이야기는 달리기처럼 뜨거운 성장기이도 하다.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엄연히 여성의 몸을 부정해야했던 역사와 이슈들을 가시화시키는 것도 후련하다.


“운동생리학을 수강하지 전까지 운동 능력과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처음에는 희망을 품었다. 누가 이기느냐는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 신념, 즉 명백한 성 불평등의 시대에 남겨진 인간의 상상력 부족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식이 부족한 생리학이나 스포츠심리학에 대한 내용은 운동선수만이 아니라 몸을 가진 여성과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다. 특히 미처 상상하지 못한, ‘여성 정체성’을 가진 운동선수들에 대한 사유는 큰 배움이었다.


“사춘기는 여자애들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에요.”


스포츠계의 속사정과 민낯을 보게 될 거란 짐작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몸을 사용해서 한발씩 달려 나가는 정직할 수밖에 없는 달리기선수의 시선과 통찰은 꼭 그렇게 솔직하고 열정적이다.


“남자들에게 매력적인 여자 선수들만이 가치가 있어요. 역겹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벽에 붙은 내 나체 포스터는 그 아래 문안이 아무리 기발하다 해도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인정받는 대상에 불과했고 악순환에 기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상’으로 분류된 모든 ‘표준화’를 바꾸는 데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당사자가 속한 분야만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류가 이룬 것은 인류가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근본적 사유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와 스포츠 이야기를 하지만, 사회와 문화와 문명을 바꾸는 큰 질문을 제기한다.


달리는 방식처럼 성실하고 탄탄하고 목표에 도착하고야마는 경기의 대미처럼, 저자가 평생 애쓴 노력이, 경험과 관련 통계와 연구 자료를 근거로 진지하게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힘껏 응원한다. 


“핵심이 무엇인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사회 자본을 독점적으로 배분하는 현실에 반대하는 내게도, 이 책이 기록한 풍경은 어떤 역전 스포츠 드라마보다 더 강렬한 감동을 주는 뜨거운 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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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지금당장 2
매튜 맥케이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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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화를 말로 내뱉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발끈 거리다간 도대체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진지하게 스스로를 걱정하는 요즘이다. 아무리 반성해도 발끈 스위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 도착한 분노 관리법 40가지, 내게 필요한 분노 응급 처치 기술이자 불쑥거리는 감정을 이해하고 마침내 자신을 돌보는 기술까지. ‘나 사용법을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이다.

 

분노와 싸우는 중이라고 자책하면 안 된다. 진정하고 침착해지자는 다짐을 잊어버리더라도, 심지어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더라도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여기면 안 된다.”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많고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감정에 따른 행동 - 말과 행위 - 여부이다. 화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화를 내지않을 수는 있다. 해탈이 불가능한 나는 그 정도의 관리가 가능한 삶을 바란다.

 

꼭 기억해둘 가장 중요한 방법은 멈추는 것이다. (...) 화가 나는 대로 행동하지 마라. 분노는 그냥 감정일 뿐이다. 아주 강력하지만 그걸 반드시 행동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

 

지금은 그럭저럭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어도, 얼마나 더 오래 가능할 지는 보장이 없다. 그런 순간이 두렵다. 길고 깊은 호흡과 아무 말도 하지 않기, 산책하기 등등 내가 해온 자구책 이외의 방법을 더 배워두고 싶다.

 

이 책은 화를 참는 것도 터트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우선 감정을 들여다보자고 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그 감정을 적당히 가라앉히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이 단계가 가능하면 이후의 시도들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잠시 자리를 떠날 필요가 있다. 이런 순간에 필요한 4단계 방법이 있다. 바로 인지하기, 물러나기, 긴장 풀기, 돌아오기다.”

 

분노의 종류와 이유에 대해서는 내 상황에 딱 맞는 예시가 없었지만, 어차피 세세하게 정확한 건 본인만 알 수 있다. 분노가 뜨겁고 뭉개진 감정만이 아니라, 분석 가능하고 분류 가능한 종류라는 것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처법들도 낯설지는 않다. 쉬운 게 편한 거라 생각하니 더 기발하고 효과 빠른 방법을 기대하게 되지만, 진통제가 아니니까. 역시 기본적인 것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십 수 년의 경험상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들이기도 하다.

 

이미 아는 것, 새롭게 배운 것, 기억을 닦아 다시 채워 넣은 것 등을 모두 그러모아서, 매순간 다시 노력해본다.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으니까, 다시 실패한다고 해도, 다시 시도해보는 수밖에. 이번엔 잘 될 지도 모르니까.

 

분노의 초대에 사양합니다라고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 분노의 초대는 까다롭게 골라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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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의 특별한 여행기 - 가장 나다움을 향한 행복의 여정
이인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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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구성의 여행기는 내가 가본 곳들과 못 가본 곳들이 함께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목록이 그랬다. 오래 전 여러 해 살았던 유럽 국가들과, 덥고 습한 걸 싫어해서 가보지 않은 아시아 여러 국가들.


그렇게 재밌는 여행이야기를 느긋하게 즐길 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저자의 인생을 이렇게 오래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척 인상적이다. 여행의 시작과, 인생의 변화와 전환이 되는 여행 사이의 시간들이.


“휴학 기간 인턴 생활과 동시에 스펙 목표를 달성하였고 여행과 함께할 수 있는 인생을 알게 되었다.”


“20대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로 고민할 부분들이 계속 생겼다. (...) 정답을 계속 찾으려 했는데 정해진 정답은 없었다.”


나는 모르는 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세대의 여행에 대한 생각과 방식은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이직을 하는 모든 시간들이, 여행 이야기만큼 흥미로웠다.


“낯선 땅에서 어제는 친구와 쌍고 오늘은 이별 통보를 받고, 여행 막바지에 두 가지 시련을 겪으니 여행 전체가 허무해지는 느낌이었다.”


“계획하기만 하면 잘될까? (...) 많은 계획 중에서도 내 여행 계획만큼은 실행의 공백이 매우 짧았다.”


그리고 저자가 솔직하고 분명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어쩌면 클 수도 있었을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무척 쉽고 읽고 배웠다. 짐작한대로 어린 사람, 젊은 사람들이 훨씬 더 현명하다. 나는 이제 겨우 알 것 같은 삶에 대한 사유를 이미 알고 있고, 우유부단한 나보다 결단과 실천이 빠르다. 부러운 게 많다.


“아무리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세상이라 하지만 그 사이를 채워주는 것도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나는 여행 추억까지도 노후 대비 목표이다.”


알던 여행지들은 알아서 반갑고, 몰랐던 풍경은 더 반갑다. 모르던 곳들은 새롭고 신기해서 반갑고, 언젠가 가게 될까 상상하는 시간이 즐겁다. 한국에서 일하고 사는 일상 이외에는 ‘여행만이 가장 사랑하는 것’처럼 사는 저자 덕분에 무척 많은 곳을 따라 다닐 수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바라는 행복을 잘 찾고, 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일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삶이 아름다운 빛으로 빛난다. 여행도 일상의 삶도 관계도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을 기록으로 전해주어서 반갑고 고마웠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으며 어떤 직업을 갖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고, 매일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저축하는, 대단한 젊은이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그러니 모두가 조금만 덜 힘들고, 작은 실패들에 관대한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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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의 나라 - 왜 우리는 분열하고 뒤섞이며 확장하는가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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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이란 단어는 지칭같지만 실은 가장 일반적인 기본값이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지지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혼종이 아닌 것은 없다. ‘순수단일은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허구, 신화, 헛소리다.

 

생명이든 문명이든 혼종성은 생존과 작동 원리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설명하는 문화본질적으로 유동적이고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강하며, 새롭고 혁신적으로 탄생한 무언가, 즉 수많은 혼종의 단계를 거친 결과물이다.

 

저자와는 연배, 전공, 직업도 다르고 영국에서 지낸 시기도 20여년 차이가 난다. 극동에서 왔냐고 내게 물던 그 시절엔 소위 국뽕이랄 것도, K-무엇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다름이 궁금증과 몰입을 돕는다. 정말 재밌다.

 

저자가 다루는 미술, 예술, 대중문화 중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다. TV 프로그램은 전무해서 시청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만큼 저자가 다각도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문화권력, 상징자본, 혼종성의 내용이 흥미롭다.

 

지금의 많은 가족 관찰, 상담 예능은 선정적인 한편, 가정의 유지를 피해자의 인권보다 앞세운다. 선정주의와 가족주의의 기괴한 결합이다.”

 

인적 자원human resources’ 이라는 단어가 출현한 직후 비판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인적 자본은 통용어가 되고 일상 관계에서 경제어가 사용된다. 초등학생들도 손절*’이란 표현을 쓴다. 경제 비전공자 전문가들도 사용한다.

 

* 주식 투자에 있어 매몰비용을 고려하여 손해를 감수한 매도 행위

 

언어가 사유라면 혼종된 단어들에서 알차 차릴 수 있는 이 시대의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경제학적 비용편익분석에 의해 인간관계의 지속과 중단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단어가 드러낸 사회의 명암은 무엇일까.

 

기괴하고 파괴적이며 유해한 결합을 이룬 혼종성의 사례들은 다양하다. 저자가 아주 분명하게 지적하여 시비를 가르는 문장들이, 비겁한 헛소리로 가득한 양비론과 균형과 중립으로 가득한 포털 기사들을 찢어 버리는 것처럼 시원하다.

 

비전문가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비판적 지식인들이 조리돌림당하면, 반지성주의가 되는 것이다.”

 

한류와 K-무엇들의 한국적임은 사실일까 고집일까. 국민학교를 다니며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외웠다. 누구도 그런 사명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BTS는 국위선양을 하는 애국청년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서구가 자기중심주의를 못 벗어난 것처럼, 한국의 민족주의도 그 정서를 진지하게 살펴봐야한다. 특히 제가 듣기에 좋은 말에만 열광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묵살과 조롱과 협박을 가하는 협소한 마인드가 숨 막힌다.

 

민주주의를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별 차이 없다는 것으로 여기는 착각이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키워왔다.” 아이작 아시모프 <뉴스위크> 1980

 

수많은 현상과 주의와 철학과 정치경제학적 배경을 자유롭게 출력시키고 결부하여 설명하는 사유가 유쾌하다. 우물쭈물하지 않으면서도 공격성이 아닌 설득력 있는 논조가 멋지다. 덕분에 내 화는 식었다. 즐겁게 배웠다.

 

열병 같은 열기와 공격성이 사라지고, 한국 사회의 사유와 담론이 혼종답게 마구 섞인 풍성한 체제의 토사물이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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