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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니버스 독고독락
조규미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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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록 읽을 분량의 책을 읽고 피드백이 없는 십 대들 - 처음은 아니다 - 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며, 이번에도 내가 읽고 내가 쓴다. 이미지보다 문자텍스트에 더 익숙하고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었는데, 표지를 거꾸로 들고 있었다. 제대로 세우니 표지의 소년이 나비들과 함께 시공간 이동을 하는 듯 보인다.

 

작고 소중하고 멋진 책이라 최대한 스포일링을 하지 않고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 성인독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연령 불문 책이라 반갑고 고마웠다. ‘전학과 멀티유니버스가 뜻밖에 40년 전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생활권이 이렇게 가까워지기 전이고, 정보도 충분하지 않아서, 1980년대에는 각자의 세계들이 좀 더 특징적이었달.... 비슷하게 닮아갈 조건들이 덜했다. 친구의 집은 우리 집과는 달랐고, 누가 전학을 오면 몹시 궁금했다. “넌 어떤 세계에서 살다 왔니?”하는 두근거림.


 

'시미람'과 '람'


 

누군가 미래에 너는 아무 문제없다고, 너는 좋은 사람이라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의심도 걱정도 말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미래를 몰라도 다정하게 확신하는 어른들이 많으면 좋겠다.

 

힘겨워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람이처럼 잘 알아보고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격려해주고 믿어주고... 그런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한다고, 뭐가 되든 참여하고 싶은 조바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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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인생의 사막에서 의미를 발견하다 문장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신유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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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마음의 양식이자 행동을 온화하게 영혼을 평온하게 지키는 색입니다.”

 

초록초록한 풍경에 의지하러 나갔는데 잎보다 먼저 핀 만개한 꽃들에 펼쳤던 책을 놓칠 뻔했다. 잎이 없는 나무는 안간힘을 써서 저 꽃들을 겨우 피워 올린다고... 처연하고 찬란하다.


 

어머니, 제가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함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문을 열고 모자를 던지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끝나버린 하루가 느껴져서 그런 것이니까요.”

 

우울도 빠져나가는 하루도 마찬가지인 사람, 이런 편지 쓸 어머니의 존재가 부럽네. 아니... 실은 어머니든 형제자매든 친구든 내 짐작보다 더 친절할 것이다. 기꺼이 읽어줄 것이다. 내가 타인을 못 미더워할 뿐. 내 문제가 더 크다.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네.”

 

답도 방법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삶은 그런 게 전혀 아니었... 살아 있어서 계속 살아 가야한다는 건 문득 벌 받는 중인 것도 같고, 힘을 내어 나아가다보면 엉뚱한 곳이기도 하고.

 

힘이 없을 땐 힘을 만들 뭔가를 먹기도 힘들고.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하면 더 힘들고. 일회용 잔뜩 배달은 끔찍해서 못하고.

 

한 사람의 고통은 세계의 고통만큼 가치 있다, 한 사람의 사랑은 그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은하수와 별들을 흔들리게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사랑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

 

오래 기억하고 싶다. 따지지 말고 이렇게 믿어야겠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언제까지 책임 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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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2 -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만찬 요즘 사는 맛 2
고수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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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기쁘고 살맛나는 일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노화로 감각이 사라지는 이유도 있고, 여러 복잡한 심리적인 원인도 있었는지(다이어트, 미모 고민 아님 주의!), 도무지 입맛이 없어 식사가 고역인 시간이 짧지 않았다.

 

먹기 위해 산다주의자는 아니지만, 건강관리(특히 혈당)과 에너지 보충의 문제는 여전하니 억지로 씹고 삼키는 일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와중에도 엄청 맛있다고 느낀, 순간 감각이 터진 듯한 비건파스타는 두 번 먹었다.

 

그리고 지난 주 슬쩍 생각이 나더니 사라지지 않고 집착이 된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며칠이나 이어졌다. 지금은 다행히 잠잠하다. 주에너지 공급원인 탄수화물과 어쩌면 부족했을 염분, 거기에 추억 몇 스푼(아마도).

 

일 년에 두세 번도 가던, 매년 한 달간 머무르던 하이델베르크에서 굵은 소금은 적당히 툭툭 털어내고 먹던 프레첼(과자 아니고 빵), 막 구워 나온 향과 식감과 맛이 너무 생생하게 뇌에 침투했다.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지내다 참을 이유가 뭐 있나 먹기 시작했다. 원하던 그것은 아니어도 행복감이 위가 아닌 심장에 서서히 번지는 느낌이었다. 눈물 젖은 빵 먹게 될까 꾹 참고 넘겼다.




먹는 일이 즐거움만이 아니게 된 것은 오래 되었다. 나는 계산적인(?) 사람이라서, 플라스틱에 담긴 요거트를 맛보는 일은 쾌락보다 괴로움이 훨씬 더 크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고 포기한 것은 아주 많다. 한동안은 길티 플레저란 변명으로 콜라를 일 년에 한두 번 마시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만 둘 수 있었다.

 

인간은 먹는 것만으로도 기후를 변화시켰다. 식재료도 포장도 너무 유해하지 않은 방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쩔 수 없지만 서글프다. 모르고 즐겼던 시간들이 함께 한 이들 덕분에 여전히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르는 것도 슬프다.

 

<이대로면 '먹는 것'만 해도 지구 기온 1상승>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34

 

음식을 만나고 나누는 일이 이런 기분이 들게 하면 안 되는 건데... 생명을 이어나가는 안심이 되고 기쁘고 행복한 경험이어야 하는데...

 

잘한 일도 없는데 운만은 아주 좋아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거의 포기한 희망을 오늘 말고 내일! 이라고 매일 유예하며 실천하는 놀라운 분들. 그분들을 믿고 나도 막 살아버릴까, 비뚤어져 버릴 테다, 싶은 시간을 미룬다.


 

그러니까... 이 글은 지금까지 내용은 이래도 일기가 아니다. 여러 작가들이 먹고 산소중한 추억들을 즐겁게 방문하며 실컷 위로 받고 부러워하다 쓴 어쨌든 감상문이(라고 우겨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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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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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 번째는 제목... 그렇지.. 케이크에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닐 수 있는데, 경직된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좋다. '특별한 슬픔'이 흐려지는 무언가가 있기를, 누군가를 채워주기를 바라며 펼쳤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랐다. 나만 모르고 학생들은 다 아는 책. 케이크와 9살 로즈와 초능력과 가족 등등...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세계가 맞기도 하고, 그 외로움에 공감했을 아이들이 많을 것도 같아서 마음이 따끔거렸다.

 

나는 눈물방울들을 따로따로 아주 멀리 떼어놓았다. 눈물은 뭉쳐 있을 때만 무서운 것이다.”


 

알고도 스트레스가 심해서, 성실해야 하는 의무가 지겨워서, 그다지 좋지 못한 태도와 표정이었던 순간들은 많고 많았다. 이미 다친 상태인 내 감정도 그로 인한 타인(가족 포함)의 감정에 대해서도 미안해하며 생각해보았다.

 

논리와 이론이 아닌 감각들이 우리의 감정에 직접적이고 강력하고 깊이 닿은 선을 가졌으니, 감각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나고 맛보는 일은 감정과 연결된다. 그러니 외로움을 소환하는 방식이 더욱 절절하다.

 

그런 날이 있다. 낮에 쇼핑을 하며 밖에 나와 있는 낯선 이들을 보는 것이 정말 외롭게 느껴지는 날.”


 

좋아하는 식재료, 흥미로운 소재에 끌려 읽게 되었지만, 무척 좋아하는 청소년 문학의 힘을 이 작품에서 다시 경험했다. 아프고 힘들고 불행할 때조차, 관계에 매몰된 채 과잉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몹시 쓸쓸하다.

 

저 모두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또한 저 모두를 원했으니, 나는 그들을 지워버릴 수 없고 동시에 그들이 되고 싶어 할 수도 없다.”


 

로즈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 독자가 되어 331일에 기록을 남긴다. 삼월 내내 따뜻하진 않았지만, 오늘은 불안할 정도로 낮 기온이 높은 날이지만, 로즈와 로즈에 공감하는 어린이 독자들이 부디 무탈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힘껏 응원할 기운을 얻고 이 책을 읽은 감상을 생생한 감각으로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불을 켜고 베이킹을 한다. 온기도 향기도 퍼지도록, 잠시라도 머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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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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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문학이라고 구분된 작품은 처음 읽었다. 직설적이고 가감 없이 담긴 당시 유대인의 삶을 과문한 역사 지식을 채우듯 배울 기회라고 기대했다. 일반 명사 하나인 제목과 달리 초반부터 생생하고 선명하게 펼쳐지는 위협적인 분위기가 상당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인으로 살지만, 반유대주의가 극에 달한 러시아에서 자신을 숨기고 사는 일,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주인공 이야기가 마냥 남 얘기 같지는 않았다. 할 말은커녕 생각조차 자유롭지 못한 채 먹고 사는 일을 연명하는 이들은 지금 여기에도 많다.

 

어느 지역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전쟁은 인류에 대한 범죄case로 확정되면 좋겠다. 일상에 폭력이 만연해서인가 전쟁이 특정 사건incident’ 정도로 취급되는 현실이 막막하다. 2022년 봄에 발발한 전쟁을 나도 어느새 잊고 산다.

 

읽기 전과 달리 읽는 동안에는 늘 하던 고민들이 거듭 소환되었다. 인간으로 사는 일, 인간이 하는 일, 방향만은 잊거나 잃지 않아야 하는 지향할 가치, 혼란 속에서도 확연해지는 진실. 자전소설이나 유대문학이라고 한정 지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오래 고민하고 모자이크처럼 맞춰봐야 할 주제를 다루는데 식료품점은 헤매지 않아도 좋을 공간이다. 등장인물들 이름을 적어두고 관계도를 그리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라 반가웠다. 나는 소시민과 유사성이 더 많은 독자이지만, 모리스와 프랭크의 생각에 밀착해보는 읽기가 즐거웠다.


 

아는 사람은 많아도 이런저런 이유와 제약으로 서로의 삶에 실질적으로 반응하거나 영향을 주고받거나 조율할 계기가 되는 관계는 드물고 귀하다. 깊은 관계성이 그립기도 하지만 만들어가야 할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시도할 엄두가 안 난다. 인간으로서 인간관계가 점점 피상적이 되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도 되는 것인지 문득 두렵다.

 

모리스 씨, 아저씨는 무엇을 위해서 고통을 받으세요?”


 

소위 막 즐기며 살지도 않았고, 가능한 성실하게 바르게 일하며 살던 이들에게 남은 것들이 기대한 보상은커녕 가난과 차별과 모멸이라면... 모리스를 보며 느낀 감정의 색들이 한국의 고령층에 대한 쓰라린 기분으로 번진다. 속이 울렁거린다. 누구의 삶이라도 좀 더 안전하고 존엄했으면. 남 일도 아니고.


 

창 밖에서 안의 풍경을 바라보다 동사한 성냥팔이 소녀, 12시간을 일해도 창 안쪽에 머물 수 있어 만족하는 작품 속 프랭크, 69시간과 60시간 중 선택하라는 듯 어불성설이 떠도는 2023년의 한국사회, 어쩌다 이토록 유사해 보이는 건지.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잘 읽히는 번역이 고맙다. 을유의 번역이 아니었다면 읽지 못했을 세계문학/예술 도서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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