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허물기』 읽기 세창명저산책 96
조현준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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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부>

 

젠더를 허물기 위해서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먼저 배울 필요가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에서 구조주의자로서, 당시의 시대상과 더불어, 이전의 사유들을 점검하며, ‘젠더의 개념과 수행에 관해 설명한다.

 

버틀러는 섹스sex와 젠더gender를 이분법적을 생각할 이유가 이미 없으며 - 몸과 문화로 단절 - 따라서 구분도 불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삶에서 이 둘은 구분되지 않고, 남성성과 여성성은 오히려 밀착되어 있다.

 

따라서 섹스는 이미 젠더이다.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몸을 불변의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젠더의 기능이며, 성별은 문화적 의미가 이미 들어간 것이며,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몸을 식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젠더이다. 젠더는 권력 안에서 작동한다. #이성애규범성

 

인간을 이야기할 때 권력을 벗어난 이야기란 불가능하다(푸코). 모든 것이 권력의 결과이다. 버틀러는 인간이 젠더의 작용 - 문화적 식별 -을 반복하는 것으로 젠더를 영속화하는데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대화만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무한 생산하는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면 비판적 인식과 변화를 위한 실천은 무엇일까.




상징적 권위에 저항하는 사회 규범과 구성성을 나타내면서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소문자법들이야말로 변혁의 잠재력이며, 시간성 속의 규범이 그 내부로부터 위치 이동과 전복에 열릴 가능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 혹은 믿고 -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부정당하는 존재가 되면 그 고통은 내용도 크기도 달라진다. 정상을 규정하는 순간 비정상이 생기는 것처럼, 이성애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모든 성애 혹은 무성애 범주에 포함되는 이들이 부정 당한다. #비결정성 #불확정성 #퀴어

 

누군가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관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적 자기동일성과 욕망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버틀러가 데이비드의 사례에서 찾으려는 것은 (...) 이미 그 공정이라는 표현 속에 들어 있는 규범적 가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기도 하다

 

내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 속에서도 분리와 배제와 차별이 일상이라면, 퀴어의 삶은 어떻게 형성 가능할까. 조현준 저자는 젠더를 허물어야 한다는 버틀러의 주장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공동체 #규제 #규정성 #그외관점들

 

수술비와 관련된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이 체제 안에서 자신이 열등한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 젠더 정체성 장애자라는 의료 제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 병리적 진단을 포기하면 사회적인 정상인으로 남을 수는 있어도 재정 지원은 받을 수 없다.”



 

버틀러는 합리성의 외양을 한 규범의 불합리성에 대해 꿰뚫어보고 드러내고 언어를 찾아 전해주는 학자이다. 주체로서의 행위와 상호성에 위해를 가하는 폭력으로서의 섹슈얼리티 규정과 의료 권력, 정상성을 권장하는 사회적 압력, 사회화된 방식으로 타인들을 비난하는 구성원들, 존재가 범죄화되어 삶을 위협당하고 살해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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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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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표 이후 #알쓸인잡 이 방영되는 122일을 고대했다.

에세이를 읽은 후 #심채경 궤도 안에서 오래 유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중력을 벗어난 것인지는 확신이 없다.

 

아주 오랜만에 말이 되는 말을 하는 분들이 모여

타인의 말은 잘 듣고 공감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체증처럼 불편하던 누적된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

​​​​​​​

 #김상욱 #김영하 #심채경 #이호 #장항준 #RM

 

다시보기로 두 번을 더 보았다.

실은 그저 틀어둔 것뿐이지만

말 같지 않은 소리가 못 들어오게 막는 방어막같았다.

 

 

보니것은 우리 삶의 우주적 무의미함에 대해 노래하고 조롱한다.

그의 글은 오늘날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과거에서 온 미래의 예언 같다.”

 

🌝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이자 행성과학자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싶게 반가웠다.

<타이탄의 세이렌> 재출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출간 압박을 지혜롭게 하신 심채경님께 모든 영광을 💐🥂

 

얼마 전 북토크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재밌고 즐거웠지만

책은 첫 장부터 엄청나게 재밌다. 아니 더 재밌어졌다.

(못 믿으시는 분들은 꼭 직접 확인하셔요...🙇‍♂️)


 

1959년 출간작이나 도저히 예전이라거나 그 당시라고 부를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이다. 인간이 우주에 닿기 전이다.

차라리 커트 보니것이 외계인이다, 시간여행자다, 라는 주장이 더 그럴 듯!

후손으로 태어나 이 모든 영민한 우주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 행운이다.

물론 내용만 조금 이해한다 뿐이지 표현의 언어에는 감탄과 찬사만 열렬히 👨🚀

 

과거에서 온 미래의 예언이라는 구절이

빛을 반사하는 행성처럼 영롱하다.



 

📝🚀

 

당신의 목적지는 타이탄이오.”

 

하지만 거기 도착하기 전에 화성과 수성, 그리고 다시 지구에 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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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 서유럽 여행
최순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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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는 그 문제가 IQ테스트 문항들 중 하나였고, 2회에 걸쳐서 나를 무척 괴롭힌 문제적인 문제였다. <코끼리는 어디에 사나요? 동 서 남 북>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다시 등장했다. 이 모든 기억이 왜곡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구는 둥그니까 동서남북이 있을 리가 없다. 그 문제에는 기준도 없었다. 그럼 내 상상대로 나를 기준점 삼아 대답하면 되는 것인가. 지구가 자전 공전을 한다는 걸 알아도 해는 여전히 떠오르고 지는 것이다. 이 모든 이상한 얘기는 서유럽이란 단어 때문이다.

 

최초에 서유럽을 여행 목적으로 간 건 아니지만 사는 동안 여행을 다니긴 했다. 여러 국가를 다닌 것만으로도 분단국의 휴전선과 국경이 가진 위압과 폭력의 느낌을 벗을 수 있었다. 유럽에 국경선과 초소와 총기를 본 적이 없다. 가끔 열차 역장이 여권을 간단히 확인했다.

 

여행을 함께 하고 책을 함께 출간한 저자들은 자가운전으로 서유럽을 여행하였다. 운전석도 다르고 표지판도 다양한데, 국제면허와 차량 렌트가 어려운건 아니지만 무척 대단한 결심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주제로 삼은 여행을 경험하지 못해서 즐겁게 따라다니면 배워보는 즐거움도 컸다. 어떤 장면은 아주 익숙하고, 어떤 장면은 잊었다 복기했다. 그리운 곳들은 더 그리워졌다. 201812월을 마지막으로 우주만큼 멀어진 장소를 보는 기분도 든다.



 

몇 년간의 망각을 아쉬워하는 내 깜냥이 문득 부끄럽게도 저자들의 방문기를 통해 르네상스부터 만개한 예술의 도저한 역사가 펼쳐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미술관, 박물관 등 기념 장소에 가둬 둔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많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들은 도시 자체가 예술품 같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고 광장에 머무는 것만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예술을 자연광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곳에는 원작이 아닌 모조품들이 꽤 많다.



 

한국처럼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도로는 불쾌한 편이고 지방도로는 수백 년된 나무들로 아주 좁은 곳도 많은데, 여러 국가를 운전하는 여행은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느껴졌다.


 

목적이 분명하고 기록이 충실하고 여행에 발생할 법한 돌발과 에피소드들이 충분해서 아주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이다. 예술을 주제로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는 무척 흥미롭고 유용할 것이다. 더불어 소개해주신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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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문학 - 돈의 흐름을 읽고 경제의 정곡을 찌르는
가야 게이치 지음, 한세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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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에 인문학人文學 , humanities을 검색했다. 인문학이란 학문의 영역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현대과학에서는 그 구분이 불필요해졌지만, 인문학은 인간 활동을 자연과학은 인간을 제외한 사물과 현상을 연구한다고 분류되어 있다.

 

무척 놀란 것은 미국 국회법에 인문학의 학문 영역이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어(language), 언어학(linguistics),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비평, 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 (교육학용어사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라는 것은 - 자신의 집, 창고, 계좌 등등에 필요 이상의 가치를 쌓아둔 것 - 은 인간만이 가진 개념이고 시스템이다. 이 책에서 부자와 인문학의 관계가 인문학적 배움을 갖춘 이의 결과적인 부인지, 인문학적 배움을 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각 장에서 사회학, 경제학, 수학, 정보공학, 철학, 역사학을 다룬다. 저자 본인의 경험기는 아니고,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관심이 있었던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일단 실행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옳은 태도다.

나라와 시대에 상관없이 차별 문제는 돈 문제와 얽혀 있다.

전쟁도 마지막에는 돈 이야기로 끝난다.



 

어느 분야건 선점한 뜻이 시대와 저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독을 마친 후 이해한 내용과 원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은 liberal arts, 정의는 진리를 깨우치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지식과 생각이 인격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세계의 연결망이 촘촘해질수록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작아진다고 느끼지만, 작은 것이라도 바꾸고 싶거나 바로 잡고 싶을 때에는 모든 게 막막하다. 인간이 서로에게서 계속 배우는 존재라면, 모든 것은 학습 자료가 될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집단의 지성을 믿고 싶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적어도 다른 제도보다는 낫다.” Winston Churchill


 

전 세계의 경제가 얼어붙는 가장 어두운 시간이 온다는 전망을 오늘 만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인류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인문학 지식이라곤 없는 직업 기술자들이 통치 권력이 되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서도, 인문학을 포함한 수많은 배움은 선택의 여지없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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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23 : 인도와 인도아대륙 1 - 전근대 편 먼나라 이웃나라 23
이원복 글.그림, 그림떼 그림진행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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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이렇게 오래 만나고 보게 될지 몰랐다. 어릴 적엔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만화였다. 교과서는 워낙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인 참고서들도 재미가 없어서, 역사 만화가 출간된 것이 즐거웠다.

 

학습만화라고 하지만, 진지하게 공부를 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암기력이 워낙 없기도 하고, 교과서처럼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서 아직 가 본 적 없었던 세계 각국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가 생기고 커지는 그런 효과가 가장 강했다.

 

성인이 되고 기다렸다 얼른 펼치는 책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책과는 아주 다른 외모를 갖춘 업그레이드판을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소재사나 주제사도 무척 재미있지만, 커다란 그림과 흐름을 경험하게 해주는 책도 오랜만에 반갑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스리랑카...

 

어느 나라도 편안하지만은 않았겠지만, 오랜 분쟁과 전쟁과 비극이 많은 곳들의 이야기가 무겁고 아프다. 끝나지 않은 전쟁도 발발의 위험도... 분단국에 산다는 걸 너무 자주 절감하는 요즘의 시절과 겹쳐지고 합류하기도 하며 읽었다.

 

인도란 무엇일까. 어떤 곳일까, 실체가 있을까, 혹은 내가 가진 이미지들은 무가치할까. 이 책의 인도아대륙 전체를 따라 다니다 보니, 오랜 역사는 물론 작금의 상황도 풀릴까 싶게 복잡하다. 해설이 있다는 점이 편안했다.



 

꿈쩍도 하지 않을 듯한 카스트 제도, 극도로 갈등하면서도 공존하는 종교들, 히말라야 산맥처럼 묵직하게 뿌리내린 세계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용하지 않으면 누구도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적 특성들, 외부의 침략과 식민 지배 이후에 비로소 국토와 국명이 통일되고 단일화된 아이러니...

 

다시 목을 부어오르게 하는 감기로 기분이 가라앉는 주말 저녁, 마지막으로 행복이 국가 목표이고 정기 설문조사의 목적이 국민 행복도 측정인 부탄을 마지막 여행지로 머물러 보았다.



 

예전처럼 휴식이고 즐거움이면서 여전히 재밌는 경험이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만난 순간들이 변하지 않은 시리즈 제목 덕분에 잠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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