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없는 여행 - 환타 전명윤 여행 에세이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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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족들과 함께 EBS에서 방영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곤 한다. 그 프로그램은, 매주 다른 나라를 다른 가이드가 가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가 그 나라 사람들과 서로 부대끼고 살을 맞대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풀어주는 것이라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다른 의미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전명윤씨는 그 프로그램의 스리랑카 편에 출연했고, 나는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환타라는 예명으로 16년 동안 강호를 누린 여행가로, 여행 가이드북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이다. 인도, 홍콩, 오키나와 등등 여러 나라를 누리지만, 그는 특히나 인도 전문가로 통한다. 나는 인도가 조금 무서운 나라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왜냐하면 각종 언론에서 이따금씩 인도에서 여성 성폭행, 폭력, 살해 등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이런 일들이 서슴지 않게 일어나는 나라가 아직까지 있구나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했다. 저자는 인도 이야기를 하면서, 화장실 설치 수를 늘리는 것으로 여성 성폭행 사건의 수가 많이 급감하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여행자들이 여행하기 어려운 시점에는 그 나라에 방문하지 말라고 솔직하게 말을 해준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이러한 태도에 적지 않게 놀랐다. 왜냐하면 여행 가이드면, 자신이 소개하고 있는 나라에 독자가 언제든지 방문하기를 바라는 게 보통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병 탓인지 1년에 두어 번씩 같은 꿈을 꾼다고 한다. 어느 여행자가 여행 중에 사망했는데, 그가 품에 작가의 책을 안고 있는 꿈.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생각했던 것처럼 즐거운 여행이었어야 할 텐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입에 맞았어야 하는데라며 걱정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저자가 가이드북 작가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보았고, 독자가 진정으로 행복한 여행을 하길 바라는 그의 진심어린 걱정을 느껴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여러 나라의 사람들의 삶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여행하는 삶이란,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이다. 여행은 오직 이 전제 아래에서만 현실이 된다..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는 없는 유토피아를 발견하고픈 바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돌아온 일상의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인생을 좀 더 살아본 친근한 삼촌의 조언을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 만큼,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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