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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남경태 옮김 / 씨마스21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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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지중해 세계사- 청동기 시대는 왜 멸망했는가?
에릭 클라인 지음, 류형식 옮김 / 소와당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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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의 이해
크리스토퍼 스카레 외 지음, 이청규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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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의 사건들
고든 차일드 지음, 고일홍 옮김 / 한길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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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발흥 -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탐색한 초기 기독교 성장의 요인
로드니 스타크 지음, 손현선 옮김, 이현수 감수 / 좋은씨앗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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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기 기독교의 성장을 사회학적으로 탐구하였다. 이 책에서 탐구하는 주제는, 기독교 개종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역할, 초기 기독교의 계급적 기반, 헬라파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기독교 개종,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고대 지중해 세계와 달리 혁명적으로 높았다는 점,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기독교의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력, 순교, 기독교의 배타성과 조직성 등이다. 이 모든 과정을 검토한 저자는 기독교 성공에는 교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결론 짓는다. “기독교 성공의 핵심 요소는 교인들이 무엇을 믿었는가?’였다.”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의 독특한 교리는 1~4세기 그레코-로만 문화권에서 매우 혁명적이었고, 당시 사회의 문제점에 적절한 해답을 제공해주었다.

 

기독교 교리의 독특성과 혁명성은 바로 고도로 사회적인윤리강령을 종교와 결부시켰다는 데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추려보자


기독교의 사랑과 선행의 가치관은 로마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역병 때 큰 위력을 발휘했다사랑의 행위야말로 신의 뜻이며,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구제의 의무를 실천하며 살았다. 레위기 1918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를 예수님은 율법의 정신으로까지 규정한 바 있다. 151년과 265년의 절망적인 전염병 상황에서 이와 같은 기독교인의 선행과 가치관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는 발상은 다른 종교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고, 매우 낯선 발상이었다. “로마인은 구제에 대해 무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구제는 신을 섬기는 일과 무관했던 것이다.” 유피테르는 윤리적 의무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 로마 종교의 사제나 신도는 신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신에게 무관심하거나 의례를 어긴 것만 염두에 둘 뿐 윤리적 의무는 종교적 관심사가 아니었다. (우리는 여기서 <신국론>에서 아우구스티누스가 로마 종교의 비윤리성을 비판했던 것을 상기할 수 있다.)

 

이는 율리아누스의 국가적 구제 기구 설립 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의 황제 율리아누스는 기독교인의 구제 활동을 견제할 만한 구제 기구를 설립하고자 했으나, 그의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의 구제 사업은 나는 내 형제를 지키는 자다’, ‘남에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되다와 같은 기독교의 가르침의 씨앗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그러나 4세기 율리아누스의 시대에 와서 기독교의 거대한 구제 사업을 따라잡으려니 이미 너무 때늦었던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가치관과 교리는 재앙의 상황에서 기독교인의 훌륭한 대처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기독교인의 윌등히 높은 생존률이었다. 이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기독교인의 구호 활동으로 이교도 개종자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개종 없이도 기독교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윤리적 강령은 로마의 잔인한 문화에도 새로운 도덕 관념을 제공했다. “기독교인은 잔인성과 쇼 관람 둘 다 정죄했다. ‘너희는 살인하지 말지니라고 터툴리안은 독자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경기 관람이 일반화되자 기독교인은 이런 경기를 관람해서는 안 된다고 금했다. 더 중요한 점은 기독교인이 이교도가 관습적으로 가볍게 행하는 잔인성과는 전적으로 양립 불가한 도덕적 비전을 효과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독교는 로마 도시에서의 계급 간 격차/인종 분열을 완화하고 혼란스러운 도시에 미래 지향적 가치와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제시했다. 당대 로마 도시는 높은 인구 밀집도와 비위생성으로 인해 질병의 온상이었으며, 도시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의 신착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사회적으로 불안정하였다. 무엇보다 자연재해도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이었는데, 다른 종교나 철학의 가르침은 적절한 위로의 메시지를 주지 못하였다. 기독교는 더 우월하게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고 이들 도시의 삶을 재활성화했다. 이렇게 볼 때, “선교사들이 가져온 것은 단순한 도시 운동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그레코-로만 도시의 삶을 더 잘 견뎌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문화였다.”

 

저자는 사회학적 이론과 분석 틀을 이용하여 역사적 맥락과 신학적 교리의 맥락을 적절하게 잘 조화시킨다. 이 책을 통하여 초기 기독교사에 관심 있는 이는 저자의 방법론과 주장 면에서 신선한 지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신앙을 시대적 올바름과 조화시키려는 기독교인이라면 긍정적인 도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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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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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정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확실한 것은 고전이라 불리는 책은 평생을 함께 가는 책이라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것은 며칠이나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계획을 세우고 천천히 읽어내려가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해보자.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체험이며, 꾸준한 내적 성장의 원천인 까닭이다. 그래서 제목을 평생 독서 계획이라고 붙였다.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서두르는 법이 없듯이, 이 책들도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리스트는 단번에 슥 훑어보는그런 리스트가 아니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평생에 걸쳐서 캐내야 하는 광산 같은 것이다.” (10p)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잡이이며, 독서 계획 지도서이다.

 

이 책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유명한 서양 고전뿐만 아니라 <논어><맹자>, 나츠메 소세키와 미시마 유키오 같은 동양 고전도 수록되어 있으며, <바가바드기타> <샤나메> 같은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서양 위주로 편중되었다고 불평할 수 있으나, 고전이라고 하는 작품은 동서양의 구분을 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기에 큰 흠은 아니다.

 

200자 원고지 11~12매 분량에 저자의 생애, 대표작, 작품의 특징, 간단한 논평, 영향력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어 설명이 지나치게 소략하다거나 깊이가 얕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입문서답게 전혀 어렵지 않아 고전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그리고 너무나 양이 방대하여 진입장벽이 높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등 어려운 작품들을 어떻게 읽을지 구체적인 지침도 내려준다는 것이다.

 

분량은 역자 후기까지 포함하여 500쪽이 넘어 앉은 자리에서 읽기는 과중하다. 대신 처음에는 통독하고, 다음부터는 손 닿는 대로 틈틈이, 관심 가는 작품이나 작가부터 차분하게 여러 번 읽으면 좋겠다.

 

평생 독서 계획은 독자가 스스로 고전 작품을 읽을 때 저자의 본래 목적을 성취한다. 참고문헌에는 영역본과 함께 역자 이종인 씨가 국역본도 함께 제시했으니, 마음 가는 작품 골라 저자가 일러준 사항을 염두에 두며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 많다고 절망하지 말자. 어차피 독서란 평생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 해설서가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고전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며, 처음 길을 나서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와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탁월한 이 책을 통해 평생을 함께할 만한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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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블룸은 <오셀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오셀로>란 작품은 우리들에게 이 선택, 즉 현실의 명확한 인식 위에 기초한 비열한 삶이냐, 아니면 거짓 위에 서 있고 비극으로 끝나는 고결한 삶이냐의 선택을 제시한다.”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 93p.)

 

여기서 현실의 명확한 인식 위에 기초한 비열한 삶은 이아고를 말하고, ‘거짓 위에 서 있고 비극으로 끝나는 고결한 삶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를 지칭한다.

 

블룸의 이러한 평가는 <오셀로>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는 생각을 뒤흔드는 평가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악인 이아고의 계략에 의해 오셀로가 질투심에 불타올라 선량한 부인 데스데모나를 살해하는 이야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얘기에서 언뜻 데스데모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보이는데, 앨런 블룸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사랑조차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룸의 분석과 평가는 <오셀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들을 알려준다. 데스데모나는 정말로 아무 죄 없는 비련의 주인공인가? 아니라면 그녀의 비극의 원인은 무엇인가?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관계는 무엇에 근거했는가? 그리고 극에서 이아고가 수행하는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에서 파국은 비극적 주인공의 성격으로부터 직접 유래한다.” 이 원리에 따라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에 집중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오셀로는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는 인물임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인 베니스에서 흑인에 나이도 많고 심지어 이슬람 지역인 무어 출신이다. 베니스에서 그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대사에서는 열등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부분은 없다. 그는 첫 등장부터 과도하게 자기를 과시하며 등장한다.

 

오셀로: 해볼테면 해보라지.

내가 베니스 공국에 해 준 일이 얼만데

그의 불평쯤은 파묻힐걸.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

그걸 자랑하는 게 명예라면,

공표하도록 하지 - 나는 태생과 핏줄이

왕족이다, 그리고 받을 만하다,

다른 장식이 없어도, 내가 얻게 된

이 자랑스러운 행운을. (12)

 

오셀로는 베니스 공국을 위한 자신의 영웅적 헌신과 무어에서의 왕족 혈연을 내세웠다. 이러한 것 때문에 그는 자신이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며, 자신의 가치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확신이야말로 그가 베니스의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열등감을 암시한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인정욕구가 강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오셀로: 그녀는 내가 겪어 온 위험들 때문에 나를 사랑했소,

그리고 나는 그녀가 이것들을 측은해하므로 그녀를 사랑했지요.

이것이 내가 사용한 유일한 마법이요. (13)

 

그는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위험’, 즉 영웅적 행위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그녀가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 느낌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너무나 이유가 빤히 보이는 이 사랑은, 오셀로의 대사 속에서 가장 고결한 정신적 사랑으로 치장된다.

 

오셀로: 그녀 말대로 해 주시오.

하늘에 맹세코, 내가 간청을 드리는 것은

내 입맛을 채우거나,

성욕을 달래거나 - 젊은 욕정은

내게 없어졌소 - 적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없이 한없이 그녀 마음을 따르고 싶기 때문이오. (13)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그의 사랑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행위일 뿐이다. 오셀로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사랑이 성립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데스데모나에 대한 오셀로의 우위, 즉 그가 사랑받고 인정받을 만하다는 확신이다.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유력 귀족 가문의 아가씨의 사랑을 받는 것에서 다시금 그는 흡족함을 느낀다. 정확하게 말해 그가 사랑한 것은 데스데모나가 아니라 데스데모나의 사랑이었다.

 

데스데모나를 살펴보자. 그녀는 13장 후반부에 처음으로 등장하지만, 그 전에 아버지 브라반치오의 대사를 통해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한 번도 당돌했던 적이 없는 처녀였으며, ‘영혼이 너무도 고요하고 조용한 얌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베니스의 부유한 가문, 즉 베니스 최상의 것을 거부하고 베니스를 초월하는 어떤 것을 사랑하고자 했다.” (앨런 블룸)

 

오셀로가 들려준 모험담은 그녀의 이런 욕구에 잘 맞아 떨어졌다. 그렇기에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한다.

 

데스데모나: 제가 저 무어 분을 사랑하여 함께 살기를 바란다는 것은,

저의 당돌하고 파격적인 행동이

세상 만방에 널리 고한 바입니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제 주인의 본성 바로 그것이었죠. (13)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의 본성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뒤에서는 그분의 심성에서 오셀로라는 형용을 보았기 때문에, 즉 오셀로의 심성과 형용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오셀로의 말에서 보았듯이,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의 모험담을 듣고 그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녀가 사랑한 오셀로는 결국 그녀의 마음이 만들어낸 모험담 속 가공의 오셀로였다.

 

그녀의 말은 오셀로가 진단한 그들의 사랑과 어긋나 있다. 오셀로는 그녀가 자신이 겪어온 위험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나,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의 심성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둘의 관계는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무너질 정도로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었다. 그 토대 자체가 둘의 거짓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둘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그 둘 빼고 주변 모든 인물이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던 바였다. 11장에서 오셀로에 대한 이아고의 험담,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라반치오의 분노와 경고가 모두 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이아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아고는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인물이다. 그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고결한 사랑이 허위에 기초해 있으며, 오셀로의 과장된 자기애도 자신의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자아임을 간파한다. 이아고는 사람들 속에 숨겨진 궁핍, 즉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악마는 아니다. 다만 악마적 통찰을 가졌을 뿐. 그는 이 악마적 통찰력을 가지고 오셀로의 연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그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 이아고는 오셀로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약점을 건드려 악을 현실로 구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아고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절대로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1장 이아고는 모든 고결하고 숭고한 것들을 비웃듯이 이렇게 말한다. “하늘이 알지, 사랑과 의무감이 아니라, 그렇게 보임으로써 내 개인적인 목적을 따른다는 걸.” 그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과 실제 자신의 본질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아고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허위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현실적인 이아고의 눈에는, 오셀로가 얼마나 타인의 평판을 의식하는 의존적인 성향이고 둘의 사랑이 허풍임이 뻔히 보였다. 그래서 이아고는 오셀로 안에 잠재된 열등감을 부채질한다.

 

이아고는 상황을 연출하여 오셀로의 부사관 캐시오가 데스데모나를 만나는 장면을 일부러 오셀로가 보게 한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아고에게 집착하며 그의 생각을 말하라고 종용한다. 오셀로 자신의 생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아고로 채워넣은 것이다. 처음의 득의양양한 모습은 사라지고 타인 의존적인 찌질이 오셀로만 남았다.

 

이아고는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장군님과 결혼하면서요라고 말한다. 이 말은 브라반치오가 오셀로에게 이미 한 번 했던 말이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이아고에 의해서 브라반치오의 암시가 부활하여 오셀로에게 확신을 갖게 한다. 그는 이제 아내의 외도를 잠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자기혐오와 아내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떤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무어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오셀로의 자기 비하를 더 깊게 하고, 데모데모나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처음의 자기 과시는 완전히 무너져 그는 의심의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데스데모나가 실수로 떨어트린 손수건이다. 이 손수건은 오셀로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이 손수건을 입수한 이아고는, 캐시오가 그것을 쓰고 있었다고 오셀로에게 얘기한다. 이아고의 말대로 자신이 준 손수건이 사라진 것을 안 오셀로는 질투심의 정념에 사로잡혀 아내에게 거칠고 싸늘한 태도를 보인다. 오셀로의 다음 행보는 이 지점까지 오면 하나밖에 없다.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것.

 

오셀로의 태도가 바뀐 것이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데스데모나는, 남편은 질투해본 적 없다며 별 문제 없다는 등 전혀 현실감이 없는 소리만 반복해댄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가상의 오셀로를 현실의 오셀로에게 투영하여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셀로가 자신을 죽이기 직전까지도 당신에 대해 품은 사랑이 죄죠.”라는 철없는 말만 하여, 자신이 만들어낸 허위의 사랑의 세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자아가 있고, 내면의 본질적인 자아가 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자아를 통해서 남들이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식으로 자신을 꾸미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본질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봐주었으면 하는 가상의 자아를 다시 나에게 투사시켜서 마치 그것이 나의 본질인 것처럼 삼으면, 허위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다 오셀로처럼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채 남의 말에 끌려다니거나 데스데모나처럼 죽을 때까지 머릿속이 꽃밭인 채로 살게 된다. 이 지점이 바로 <오셀로>라는 텍스트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맨 처음의 앨런 블룸의 인용문을 봐보자. 이아고의 현실적이나 비열한 삶, 그리고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고결하나 거짓된 삶. 어느 쪽도 제대로 된 삶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아고도 파멸한다. 앨런 블룸은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렇게 명확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이야고도 보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에밀리아가 진실을 위해 죽을 용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한다. 오직 진실을 위한 단순하고 꾸밈이 없는 열성의 가능성은 그의 시야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열정을 표현하는 삶은 고결할 뿐만 아니라, 바로 그 본성에 의해 기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겠는가?”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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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29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는 정말 다양한 해석의 왕국이군요. 오셀로의 해석 흥미진진하네요. ^^

김민우 2021-07-30 11:51   좋아요 0 | URL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이 고전의 매력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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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도다- 이슬람의 기원, 진화 그리고 미래, 이실문명총서 4
레자 아슬란 지음, 정규영 옮김 / 이론과실천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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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 선- 35개 장의 의미번역과 주해
손주영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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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 주해
최영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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