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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평점 :
인터넷을 보다 보면, 독서 초보자인데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책을 권해주어야 할까? 내가 독서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였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일 뿐이므로 독서가 처음인 사람에게 함부로 권하기 어려운 책들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취향과 수준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을 추천하기도 애매하다. 베스트셀러는 내가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고, 명사 추천 도서처럼 추천자들도 분명 안 읽었을 책들을 읽어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다양한 책과 독서법에 대해 다룬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법과 책 읽는 법을 익힐 수 있고, 저자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도서 목록을 보며 자신의 흥미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1>은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독서 에세이다. 이 책에는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꿀팁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다. 가령, 완독에 집착하지 않는다, 저자 소개에 책 내용과 관련 없는 잡설이 많은 책은 거른다, 베스트셀러보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책부터 읽어볼 것, 책은 사서 읽는다, 목차와 서문을 보고 책을 고른다 등등. 만화의 특성상 코믹하게 표현되기는 했지만, 실제 나도 책 고를 때 사용하는 방법들이고 다른 곳에서도 자주 강조하는 방법들이다. 물론 이 방법들은 문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학은 목차가 무의미한 경우가 허다하고, 특히 소설의 경우 반드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완독을 해야 한다. 그러니 이 만화를 읽고서 좋은 소설 고르는 법은 알 수 없다. (사실 대문호라고 불리고 고전으로 취급받는 소설은 아무거나 읽어도 좋다. 난 현대소설보다는 그런 책들부터 읽는 걸 권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서중독자들'을 전면적으로 주제로 삼고 있으니, 작중에서 이 독서중독자들이 언급하는 책과 작가들을 찾아보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사회과학, 역사, 소설 장르 가릴 것 없는 사람들이니 언급하는 책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직접 언급은 안 되고 표지만 뭉뚱그려서 나오는 책들도 있는데, 내공이 된다면 어디 출판사의 무슨 책인지 맞춰보는 것도 한 재미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보면 유명한 책도 많이 나와서 책 이름이 나올 때마다 키득거리며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서 나오는 책 중에서 관심 가는 것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카프카 <성>처럼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책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사시길)
*언젠가 3권이 나온다면 독서 도구에 대한 얘기도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