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출간하고 있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는 문고본 분량에 각각의 주제에 입문서 격 역할을 하는 책들을 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원서는 500권 가까이 나왔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국내에서는 교유서가에서 '첫단추 시리즈'로 이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전부터 여러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의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 출판된 'A Very Short Introduction'를 모아봤습니다.


1)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국내에서도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저는 대략 이 정도만 구매하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늘 뒤에 더 읽을 거리도 저자들이 추가해두었습니다.

영어권 독자 기준이다보니, 저자가 추천하는 책이 국내에 번역됐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번역자분들이 국내에 번역본이 있으면 따로 표시합니다.

특히 이재만 씨 같은 번역가분은 저자가 만든 독서 안내 이외에 또 추가로 국내 독자들을 위한 더 읽을 거리도 적어두어 매우 도움이 됩니다.




2) 비아 교양

 성공회 계열 출판사 '비아'에서 <구약> <신약> <예수> <성공회>를 번역했습니다. 


<예수>를 쓴 리처드 보컴은 <예수와 그 목격자>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학자인데, 몇년전에 이 책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 말고 <성서>는 교유서가에 번역되어 있는데, 역자는 이재만 씨입니다. 








3)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

제가 신뢰하는 출판사인 뿌리와이파리의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라는 시리즈로 

<사도 바오로> <아우구스티누스> <마르틴 루터>를 번역했습니다. 

각 책을 저술한 E.P.샌더스, 핸리 채드윅, 스콧 헨드릭스는 모두 각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세 명 모두 한국에 다른 저작들이 출간되어 있는데, 샌더스의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는 비싸기도 하고, 아직 제가 사서 읽을 책은 아닌 듯하여 안 샀습니다. 핸리 채드윅의 <초대교회사>나 스콧 헨드릭스 <마르틴 루터>는 소장하고 있는데, 둘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를 만든 3인의 사상가 3권 중 2권이 현재 절판됐습니다. <마르틴 루터>만 남았는데, 보아하니 며칠 안 가 이 책도 절판될 것 같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얼른 구매하시길..


 참고로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는

스티븐 하우의 <제국>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절판)

번역자는 강유원, 한동희 씨입니다. 







4) 한겨레지식문고


한겨레지식문고에서 9권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없는 한 권은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인데, 이 책은 교유서가에서 원서전면개정판이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어 있어 뺏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정치학>도 원서가 제4 개정판까지 나왔습니다.

시리즈 전체가 절판되었지만, 아직은 중고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5) 기타

나머지는 여러 출판사에서 한 두권 정도 출간한 걸 모았습니다


폴 S. 보이어,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테리 이글턴, <인생의 의미> - 이런 것도 입문서가 있네요


마가렛 월터스, <여성 인권의 역사>


콜린 워드, <아나키즘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영,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


로저 스크러튼, <아름다움>


미리 루빈, <중세>

에릭 클레인, <성서 고고학> <트로이 전쟁>


버나드 크릭,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


스티브 스미스, <러시아혁명>






시공 로고스 총서도 very short introduction을 번역한 시리즈이기는 한데,

워낙 예전에 나와서 개정판이 나온 원서가 많을 것 같아 여기서는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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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29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읽은 교유서가의 인류세가 이 씨리즈 였군요. 글이 굉장히 매끄럽고 잘 읽히던데 역시!
다른 책들도 신뢰가 갑니다!

김민우 2021-08-29 11:46   좋아요 1 | URL
믿고 읽을 수 있는 시리즈죠 ㅎㅎ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9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유서가 시리즈 달랑 2권 정도 읽었는데 500권의 방대한 군집이라니!

이렇게 소개해주시니 봤던 시리즈도 다시 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포스팅^^

김민우 2021-08-29 11:46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면 참 다행입니다 ㅎㅎ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9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지식문고는 생소한데, 이렇게 안내해주셔서 보니 표지가 참 좋네요! 다 읽어보고 싶어요
 
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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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국문학자의 금광 연구라고 규정하는데, 내가 봤을 땐 이 연구는 꽤 성공적인 것 같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식민지 시기 조선의 황금광 열풍이라는 한탕주의의 기원을 일본제국과의 관계, 더 나아가 전 세계적 자본주의 경제 상황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책은 1~3부에서는 여러 일화들을 보여준다. 낮에는 금을 캐다가 밤에는 글을 쓴 김기진과 채만식 같은 문학가들, 금광열풍에 약해진 사회주의 운동, 황금광시대 살아있는 성공 신화 최창학과 방응모, 풍년이 오면 배가 고픈 농민들, 금광 출원증으로 수십, 수백 배의 이득을 챙기는 투기꾼들, 어떻게든 황금 하나라도 빼내려 갖은 수를 동원하는 광부들. 이러한 일화들은 식민지기의 한 단면을 그리지만, 또 동시에 당시의 세계사적 차원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 연합국들은 탄약 및 기타 물자의 보급을 전쟁의 포화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일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전쟁 물자 공급을 통해 일본의 산업은 군수산업, 경공업, 농업 할 것 없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때는 식민지 조선도 그나마 살 만했다. 하지만 1920년대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져들고, 일본과 조선의 경제 상황 역시 급격히 악화되었다. 1923년 발발한 관동대지진은 공황의 충격을 극복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일본의 물가는 추락했다. 일본은 경제 공황 극복을 위해 금본위제를 추진했다. “금본위제하에서 금은 상품이 아니라 돈이었기 때문에 다른 물건값이 떨어져도 금은 일정 가격 이하로 절대 떨어질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제 혼란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극우파 군부가 정당 정치를 종식시키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 이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기적적 기사회생의 모습을 보였다.” 군부가 이전의 무능한 정권들로부터 받은 경제 상황이란, 금 유실로 인한 신용 경색의 위기전 세계적으로 금본위제가 정지되면서 해외에서 금을 수입해올 길까지막힌 상황이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군부는 미국과 영국에 대한 일전을 역설했기에 군비와 함께 유일한 국제 통화인 금을 확보해야만 했다. “도대체 어디서 금을 구하냐? 해외에서 사올 수 없었으므로 땅을 파고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에서는 연이은 지령이 떨어졌다.···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대대적인 산금정책을 세우고 돈을 풀었다. 그것도 화끈하게 풀었다. 금 채굴을 장려하기 위해 금광에 보조금을 지급했고, 생산된 금을 고가에 매수했다.” 그러므로 “1930년대 초 한반도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는 정교하게 기획된 정책의 산물이었다.” “19311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후 매년 50% 이상씩 초고속으로 성장한 전도유망한 사업이었던 식민지 조선의 금광업, 황금광 열풍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선에서도 1929년 크게 증대된 쌀 생산량과 대공황은 쌀값을 폭락시켜 인구의 절대 다수가 농민이었던 조선에 치명적인 경제 위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는 조선의 경제 상황이 자급자족적 경제가 아니라 이미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자본주의로 재편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거니와, 자본주의적 사회구조 속에서 쌀값의 폭락은 기초적인 의식주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들게 하였고, 대공황의 여파 속에서 다른 산업은 침체된 와중에 유독 금광업의 활황은 훨씬 도드라져 보였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투기에 빠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속물적 심리도 자본주의적 경제의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를 겹쳐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부제 식민지 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는 이 책의 핵심 주제와 논지를 담기에는 부족하다. 마치 투기의 원인을 전적으로 인간의 속물적 심성에서만 찾아내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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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8-2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세기 한반도의 골드 러시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흥미롭지만 이것 또한 치밀하게 기획된 일이었다니요 ㅜㅜ

김민우 2021-08-28 01:24   좋아요 1 | URL
씁쓸해지는 사실이죠... 한편으로 식민지 시기의 상황은 무엇이든 식민 지배국 일본을 빼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 역사적 자료에 기초한 초대교회 모습 1세기 기독교 시리즈 1
로버트 뱅크스 지음, 신현기 옮김 / IVP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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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푸블리우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1세기 초대 교회의 예배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푸블리우스는 그리스도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 가정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고, 거기서 그들의 예배 모습을 관찰한다.

 

비기독교인으로서 그는 자신의 생각과 너무도 다른 예배 모습에 신선함을 느낀다.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도 없고, 노예와 자유인 할 것 없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았으며, 그가 생각했을 때 종교적인 의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듯하면서도 권위(성경과 바울의 서신)에 순종한다.

 

푸블리우스가 초대 교회의 예배를 보며 종종 사용하는 단어가 실제적이라는 말이다. 화려한 수사도 장대한 예식도 없었다. 하지만 푸블리우스가 본 초대 교회 교인들의 찬송, 기도, 설교는 삶에 강하게 뿌리박혀 있었다. 종교의 자리와 삶의 자리는 구분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예배는 실제적이다. 푸블리우스가 단순하면서도 옹골찬 그들의 예배에서 느낀 힘은 바로 일상에 뿌리박은 종교에서 나온 것이었으리라. 한마디로 그들의 예배는 총체적’(total)이었다.

 

저자는 여러 자료를 통해 초대 교회 예배의 모습을 잘 재구성하며, 더 나아가 주제의식까지 잘 녹여냈다. 그래서 50여 쪽 남짓한 이 책은 매우 얇지만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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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로마는 하나의 국가명이나 지명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고대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강력한 군사력과 문화적 지도력으로 누군가의 말처럼 세계의 절반을 지배했던로마였기에 과거부터 로마의 멸망 원인에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그 관심은 한 강대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찬란했던 문명 일반이 어떻게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로마는 하루아침에 건설된 것이 아니듯이,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서로마제국 멸망에 대한 고고학자 조지프 테인터(Joseph h. Tainter)와 역사학자 피터 히더(Peter John Heather)의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의 견해가 로마제국의 멸망을 설명하기에 더 적합한지 비교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먼저 조지프 테인터의 문명의 붕괴(원제: 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 이하 붕괴)을 중심으로 한계수익 체감 감소 이론을 요약한 뒤, 로마 제국 최후의 100(원제: The Fall of Roman Empire, 이하 100)에서의 피터 히더의 견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2. 로마제국의 붕괴는 사회의 복잡성 때문이다.

조지프 테인터는 문명의 붕괴에서 로마제국을 포함하여 문명의 붕괴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이론을 수립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가 로마제국의 붕괴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그의 이론적 논의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는 붕괴란 무엇인가?’ “붕괴는 기본적으로 정치사회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다. ‘붕괴한 사회는 일정한 단계 이상으로 확립된 정치사회적 복잡성의 수준을 급격하고 현저하게 상실한 사회이다.’” 그가 정의하는 붕괴의 필요요건은 확립된 수준급격한 속도이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동안 복잡성을 유지하지 못했거나(ex. 카를링거 왕조) 멸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 경우(ex. 오스만제국)는 붕괴라 할 수 없다.


저자는 에너지사회·정치적 조직이라는 두 요소를 변수로 삼아,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에 입각하여 문명 붕괴의 근본적 원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이란, 생산수단 한 단위를 투입할 때마다 산출할 수 있는 추가 생산량의 증가분(한계생산량)은 점점 상승하다가 어느 순간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이다. 한 예를 들자면, 노동자 한 명보다는 두 명이 일할 때 생산량이 더 높지만, 그 수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 노동자를 아무리 고용하여도 생산량의 자연적 증가에는 한계가 있고, 심지어는 감소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러한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을 문명의 붕괴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규정한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에너지(이는 생산을 의미하겠다)와 이를 관리하는 사회조직과 정치체제가 요구된다. 그런데 에너지의 흐름과 사회정치적 조직은 한 방정식을 구성하는 대립항이라고 할 수 있으며, 두 대립항의 균형이 깨질 때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에너지의 흐름과 사회정치적 조직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회와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에 따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투자되는 자원의 양은 늘어나지만, 투자회수율은 지극히 미미하다. 바로 여기에 복잡한 사회의 본질적인 한계가 놓여있다. 한 사회의 출현부터 한계수익의 감소까지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인간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다.

(2) 사회정치적 체제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유지된다.

(3) 복잡성이 증가하면 단위 비용도 증가한다.

(4) 문제해결을 위한 대응으로서 사회정치적 복잡성에 대한 투자를 하면 한계수익이 감소하는 시점에 봉착하게 된다.


 

복잡성의 증가로 인한 한계수익이 감소한 사회를 붕괴로 몰아넣는 일반적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혼란과 압박이다. 이민족의 침입,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이 오면, 한계수익이 감소하여 여분의 생산력마저 고갈된 상황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원과 에너지의 투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극복이 어려워진다. 또 다른 요소는 한계수익의 감소는 문제해결의 전략으로서 복잡성이 가지는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더 높은 복잡성의 단계로 도약하거나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한계 비용은 또 하나의 대안인 와해에 비하여 비싸게먹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심 권력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거기서 이탈하는 것이 복잡한 사회의 일부 구성 집단에게는 매력 있는 선택으로 다가온다.” 고도로 발달한 사회가 한계수익의 취약성을 드러냈을 때, 취할 수 있는 해결전략은 우선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영토확장, 혹은 기술혁신이나 새로운 자원의 투입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한계생산성을 강제로 증가시켜도 결국에는 그 복잡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한계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의 흐름과 사회조직의 균형 있는 대립항은 깨지고, 여기에 체제 와해의 정치적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을 때, 권력의 진공 상태일 때 복잡한 사회는 붕괴한다.


테인터의 이론적 논의를 여기까지 살펴봤으면, 그가 로마제국, 정확히 말해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마는 너무나 비대해졌으나, 그 덩치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는 것이 그의 주된 논지이다. 테인터는 로마공화정 시기 로마의 지리적 팽창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로마는 영토 확장을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며, 옥타비아누스의 이집트 정복 때 정복을 통한 한계수익의 증가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 이후로 로마제국의 팽창 기조는 중단된다. 이것은 로마제국의 만성적인 재정 부족의 문제를 초래하였다. 정복 과정에서 증대된 영토와 군사비는 로마제국의 한계수익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요소였다. 서기 235년에서 284년까지 정치적 혼란과 페르시아와 같은 강력한 적국의 공격, 화폐의 평가절하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로마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콘스탄티누스는 정부는 개인들의 이익을 억누르고 국가의 생존이라는 대명제 아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면서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일시적으로 봉합했다. 또한 외부적 위기에 직면하여 군사력을 이전보다 더 증강시켰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제국을 동서로 나누어 두 명의 황제가 다스리도록 했는데, 동시에 관료 조직 역시 같이 비대해졌다. 하지만 군대와 행정조직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인구는 피폐해졌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노동력의 감소와 비경작지의 증가를 야기했으나, 서로마제국의 세율은 너무나 높았고 징수 체계 역시 경직되었다. 결국 이로 인한 책임과 피해는 중산층과 농민에게 돌아갔다. 이리하여 빈부에 관계없이 로마인 중에는 야만족이 제국의 과도한 부담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 , 체제의 와해를 바랬던 것이다. 이처럼 서로마제국의 인적·물적 자원이 위축되었기에 이민족 침입자들은 서로마제국을 간단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겸토한 끝에 테인터는 이렇게 결론내린다. “복잡성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 수익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로마제국은 체제의 정당성과 생존 가능성을 동시에 잃어버렸다.”

 

 

3. 로마제국은 이민족 때문에 무너졌다.

피터 히더는 서로마제국의 내적 한계가 멸망의 한 요인임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일차적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로마 사회 내적인 데에서 찾는 시도들을 비판한다. 피터 히더는 서기 4세기와 서로마제국이 공식적으로 멸망한 476년까지의 로마·게르만족·훈족의 역사와 사회상을 촘촘히 재구성하여 서로마제국의 멸망 요인이 강력한 만족(蠻族)들의 침입 때문이었음을 논증한다. “서로마제국은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게르만 사회가 로마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제국의 힘에 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에 몰락한 것이다.” 100은 미주와 색인까지 포함하여 거의 800쪽에 달하는 대작이지만, 이 책의 기본적인 주제이자 피터 히더의 논지는 다음 세 가지 논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4세기 후반, 훈족 세력이 흥기하면서 중동부 유럽 일대의 전략적 격변이 초래되었고, 전략적 균형을 뒤흔든 고트족의 도나우강 침범(376)과 만족의 국경 지역 침입(405~408)도 훈족의 유럽 진출에 따른 파급효과로 이해할 수 있다.

2) 만족의 침략으로 로마는 항구적으로 영토를 상실하거나, 속주들에서 심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로마는 제국군을 유지하고 만족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줄었다.

3) 아틸라 사후 훈족 제국이 소멸하면서 서로마제국의 멸망 과정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훈족 제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어지자 서로마는 다른 만족을 영토로 끌어들였으나 더 이상 서로마가 위협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이들은 독립왕국을 수립했다.


 

1로마인에서 피터 히더는 로마 귀족 심마쿠스의 기록을 통해 4세기 로마제국에서 붕괴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고 쓴다. 로마가 정복한 지역의 주민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로마적 양식과 가치체계를 받아들였다. 4세기 무렵에는 라틴어 문법 교육이 제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로마화가 이루어지면서 로마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나 한 국가가 아니라 문화적 개념이 아니라 보편적인 문명의 단계로 상승했다.


테인터와 피터 히더 모두 인정하듯이, 로마제국의 팽창은 우선적으로 군사력에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해진 로마제국은 원거리 통신수단의 부재와 높은 정보 처리 비용이라는 내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이는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테인터가 지적했듯이, 3세기에 사산 왕조 페르시아라는 강한 적국이 나타나면서 로마의 군사적 부담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군사력의 증강으로 인해 늘어난 군비를 감당하기 위해 단행한 개혁(세율 인상, 화폐가치 절하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으며, 50년 동안 20여 명의 황제가 난립했던 군인 황제시대라는 정치적 혼란기를 겪은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개조의 효과는 그 즉시 나타나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3세기 말에 로마는 전략의 안정화를 어느 정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 값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3세기 로마의 개혁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테인터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제정 후기 로마제국은 5세기 이전까지 결코 내적인 경제위기에 빠져들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활력이 넘쳤다. 다시 말해 아직 로마제국이 붕괴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마제국의 멸망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로마의 기독교화나 로마의 성적 방종 같은 데에서 원인을 찾는 정신주의적 단견에 빠져서는 안 된다. 히더에 따르면, 그 요인은 로마 사회의 내적 한계가 아니라 로마 국경 외부에 있었다. 바로 게르만족과 같은 만족이다. 하지만 로마제국이 단순히 강대한 적에 의해 무너졌다고 하는 것은 역사적 현상의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로마의 경우, 만족과의 전투는 이전에도 있었고 로마가 패배하기도 했다. 따라서 제정 후기 로마제국이 만족에 의해 무너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4세기 이후 만족이 로마를 위협할 만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과거와 달리 로마가 만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왜 로마는 3세기 페르시아에 의한 위협 때처럼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을까.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로마 중앙정부의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 만족 병력은 전체 로마제국의 군사적 역량에 미치지 못했으나, 문제는 페르시아라는 강대국 때문에 페르시아 전선에 동로마제국은 자국 병력의 40퍼센트를 페르시아 전선에 묶어둘 수밖에 없어 로마군의 수적 우위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변경주둔군(리미타네이) 중심의 로마군은 본격적인 전투에 적합하지 않아, 기동야전군에서 만족의 병력에서 크게 뒤졌다. 경제적으로 로마제국은 4세기에도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확량을 급격히 늘릴 정도는 아니었으며, 이 때문에 페르시아의 위협 때와는 달리 세금을 올려 개혁과 군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제한받았다. 무엇보다 5세기 들어 만족의 침입에 의해 속주들을 상실하고, 440년대 로마 경제의 중심지였던 북아프리카마저 상실하면서 로마의 경제는 침체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제국의 중앙 정부와 속주 엘리트 사이의 관계를 지적할 수 있다. 속주 지주층의 부는 토지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다른 지배자가 나타나면 자신의 재산을 모두 버리지 않는 한, 이들은 새로운 지배자에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동서 황제권 분할은 근본적인 개혁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러한 한계들은 로마제국이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데 지장을 미쳤고, 로마제국의 멸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피터 히더는 그럼에도 일차적인 원인은 만족에 있다고 주장한다. 테인터와 달리 외부세력의 대규모 군사적 공격이나 속주들의 연쇄적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로마제국이 무너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히더의 견해는, 앞서 언급한 한계들이 로마제국 내적인 한계라기보다는 만족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용할 만하다. 서로마제국의 경제와 재정을 한순간에 파탄에 빠뜨린 위기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반달족의 북아프리카 침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따라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고, 다시 첫 번째 질문, 곧 만족은 어떻게 로마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1002만족에서 1~4세기 동안 게르만족이 겪은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르만족은 본래 지리멸렬하게 여러 부족을 나뉘어 사회적 통합도는 무척 낮았고, 서로간의 반목이나 갈등도 잦았다. 하지만 영토가 늘어나고, 동물 분뇨의 비료 사용과 이모작 농법의 개발로 농업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와 정치조직이 더욱 발전되었다. 결론적으로 서기 초 300년 동안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 경제발전, 정치 개편으로 4세기의 게르마니아는 1세기의 게르마니아에 비해 로마의 전략적 지배에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한층 더 컸던 것이다.” 한편, 게르만족의 사회 통합과 발전에는 로마의 제국주의적 정책도 일익을 담당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국 내 이주민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로마의 외교 정책, 로마 제국의 잔학성을 피하려 한 만족들의 열망, 만족 특정 지도자의 지배력을 높이는 외교술, 게르만족 사회로 유입된 로마제국의 무기 등이 그것이다.


훈족의 등장은 게르만족을 이동시켜 로마의 동요를 촉발시켰고,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앞에서 정리한 히더의 주요 논지들대로이다. 로마제국이 만족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은, 다르게 말해 제국의 지배방식에 대한 피지배 민족의 역반응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씨앗은 제국 로마와 제국의 피지배민 게르만족 사회와의 관계 속에 심겨 있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착된다. 로마제국의 몰락은 끝없는 공격성을 지닌 로마 제국주의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4. 글을 마치며

이상에서 보았듯이, 테인터는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을 바탕으로 문명의 형성과 붕괴의 본질을 탐구하였고, 자신의 이론을 통해 로마제국의 붕괴를 설명해내려 하였다. 피터 히더는 고고학적 성과와 방대한 기록 사료를 토대로 외생적 충격의 관점에서 로마제국의 멸망을 분석했다. 반면에 테인터의 논의는 에너지와 사회정치적 조직이라는 사회 내적 변수에서 로마의 붕괴 원인을 모색한 시도이다. 이런 점에서 테인터의 이론도 피터 히더가 비판하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다. 하지만 둘 다 음미할 가치가 있는 내용임에는 틀림 없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어디까지나 소개가 목적이므로 양자의 논점을 비교하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으로 기약해보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들을 읽으며 남는 의문. 한국인인 내가 로마 제국의 멸망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적 흥미 이상의 어떠한 의미가 있으며, 나는 왜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주목한 것은 로마가 아니라 제국의 멸망인지도 모른다. 김덕수는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지은이의 말에서 제국의 변방인 한국에서 제국의 중심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당위를 제국-변방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제 우리도 제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의 열강이 취하는 한반도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의 본질을 꿰뚫어 볼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제국들과 그 제국들의 틈새에 있는 한국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제국의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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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제국의 멸망원인에 대한 2가지 분석 잘 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외부요인보다는 로마 내부- 지나치게 커진 제국의 크기와 그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력 부족, 노예제와 전쟁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경제 기반의 문제 등이 가장 우선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피터 히더의 견해 역시ㅜ살펴볼 부분이 많은것같네요. 어쨌든 어느 시대든 어느 지역이든 역사란건 인류 공통의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때문에 공부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김민우 2021-08-24 19:47   좋아요 0 | URL
서로 대비되는 주장이지만, 둘다 촘촘한 논리와 논거들로 상당히 설득력을 갖추었지요 저도 굳이 따지자면 테인터의 견해에 더 동의하는 바입니다
인류 공통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할 가치가 있다는 말씀도 좋은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mini74 2021-09-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많이 배우고 가는 페이퍼입니다. 축하드려요 *^^*

김민우 2021-09-10 19:09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mini74님!

그레이스 2021-09-10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담에도 페이퍼 기대합니다~!

김민우 2021-09-10 19: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ㅎㅎ

서니데이 2021-09-10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김민우 2021-09-10 19:08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우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김민우 2021-09-11 19: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ㅎㅎ
 


지난 달 단테의 <신곡>을 읽은 김에, 신곡과 관련된 책 두 어권도 읽어보았다. 







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이 책은 "독자들을 단테의 시로 안내"하기 위해서 쓰인 일종의 <신곡> 해설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정통적이지 않다."


'책 읽어 드리는 남자' 같은 교양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신곡>을 작품의 주제의식이 아니라 주로 단테의 저승 여행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소개했다. 그마저도 지옥편에 치중되어 있고, 정작 <신곡>의 핵심인 연옥편과 천국편은 지나가듯이 언급하고 만다.


저자는 그런 방식으로 신곡을 소개하지 않는다. 


"나는 단테의 생애와 관련된 사실이나 저승의 세 영역으로의 여행 과정을 요약하거나 개괄하지 않는다. 그렇게 설명하면, 특히 이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세부 내용에 질린 나머지 이 작품의 중심 사상에 담긴 힘을 깨닫기 힘들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각 장을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중요한 에피소드 위주로 설명했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기보다는, 전체 이야기에 흩어진 만남들과 장면들을 연결하여 그 연관성을 보여주려 했다." (13p)


저자는 우정, 권력, 삶, 사랑, 시간, 수, 낱말이라는 일곱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신곡> 주요 에피소드들을 설명해낸다. 과연 <신곡>을 읽고 이해하는 데 굳이 알아야 할까 싶은 내용들도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입문서였다.


다른 장은 몰라도 목차 순서상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제4장 '사랑'은 필히 읽어볼 장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신곡>의 개념적/위치상의 중심이라고 설명하는데, 공교롭게도(?) 제4장도 이 책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저자의 의도일까? 




 이마미치 도모노부, <단테 신곡 강의>

이 책은 신곡 강독서이다. 


제1강~3강은 집중해서 읽을만한데, 

단테가 어떤 문화적 전통 위에 서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테를 읽는 데 왜 호메로스가 먼저 나올까. 그 까닭은 호메로스가 '서양 문화의 원류'와 관련이 있다는 데 있다. 서양문화 원류의 하나는 그리스 로마 혹은 그리스 라틴 고전문화에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이다. 그런데 단테는 그리스 로마 고전문화의 전통과 그리스도교 전통 양쪽을 통합한다." (20p)


서사시인으로서 단테는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단테의 주요 사상을 형성한 기독교적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 프루 쇼의 책도 이런 전통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데, 이마미치의 책의 가치가 더 상승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저자의 해박한 어학적 지식으로,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를 원어로 어떻게, 어떤 리듬으로 읽는지도 간략하게나마 배울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독서의 기쁨이다.


당연히 <신곡>에 대한 해석도 정교하고 매우 탁월했다. 그중에서도 지옥편 제3곡 지옥문에 대한 해설이 압권이었다. 


Divina Commedia, Inf. 3.1. (김운찬 역, 원문: https://digitaldante.columbia.edu/ )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Per me si va ne la città dolente

per me si va ne l'etterno dolore

per me si va tra la perduta gente.


"나로 인해 남이 좌절한 일은 없는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슬픔을 준 일은 없는가. 그것 자체가 남을 지옥에 가까이 다가가게 만드는 일이다. 이 시는 우리에게 '지옥문이 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 같다. 게다가 단테는 이 지상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지면 위에 지옥문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은 아닐까. 그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Per me는 '나를 통하여'도 되지만, 또한 '나로 인하여'라고도 읽을 수 있다. 영어의 Through me와 마찬가지다." (이마미치, 192p)


여담으로, 일본의 학문적 인프라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 말미에 일본에 번역된 <신곡> 완역본 리스트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었는데, 무려 15종의 번역본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현재 유통되는 책 기준) 완역본은 5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서는 여러 번역본을 왔다갔다 하며 특정 구절에 가장 적합한 번역을 소개하기도 하고, 마땅한 것이 없으면 저자의 사역으로 읽기도 한다. 이런 걸 접할 때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두 책 모두 절판, 품절이다. 

스캔을 뜨기는 했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한 C.S.루이스의 중세/르네상스 문학 강좌를 엮은 책이다.


탁월한 소설가며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인 루이스는 또한 탁월한 영문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고전기, 중세기, 르네상스기의 일차 문헌을 통해서 "중세의 우주모형"의 구조와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책소개 문구를 인용해본다.

"그는 중세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신학대전>과 <신곡> 옆에 놓을 수 있는 세 번째 작품으로, '중세의 종합 그 자체로서 그들의 신학, 과학, 역사를 복잡하고 조화롭게 하나로 조직해낸 머릿속의 우주모형'을 꼽으면서 이 '우주모형'이 중세 최고의 예술품일 뿐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중세의 중심 작품이라고 독자를 설득한다. 이 우주 모형 안에 대부분의 개별 작품들이 들어있고, 개별 작품들은 이 모형을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으며 이 모형으로부터 아주 많은 힘을 얻었다고 보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형의 건설에 영향을 미친 것은 중세 문화의 두 가지 요소, 즉 그들의 책 중심의 특성과 열렬한 체계 사랑임을 역설한다."


목차만 봤을 때는, 단테도 다루는지 안 다루는지 알 수 없지만,

단테의 <신곡>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무엇보다 믿고 보는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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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8-22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이스는 최근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지만 정말 박식하고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세의 우주모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흥미롭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김민우 2021-08-22 23:08   좋아요 2 | URL
초란공님의 평가에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저도 빨리 읽고 싶은 책이네요 ㅎㅎ

막시무스 2021-08-22 2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마미치 도모노부 선생의 책으로 신곡 입문했었는데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현미경같은 서술을 보며 공부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감탄을 했던 기억만 나네요!ㅎ 이 책이 절판인게 아쉽고 제가 소장하고 있어서 조금은 우쭐합니다! 신곡 페이퍼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아! 루이스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시원한 저녁되십시요!

김민우 2021-08-22 23:11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ㅎㅎ 건강하신지요? <신곡 강의>를 가지고 계시군요 부럽네요 ㅎㅎ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막시무스 2021-08-22 23:13   좋아요 1 | URL
주말저녁 사무실에 출근하니 추천해주신 <욥기특강>이 책상위에 기다리고 있어서 김민우님 생각났었습니다! 여전히 열심이시네요! 즐건 한주되시구요!

김민우 2021-08-23 00:04   좋아요 0 | URL
아 욥기 특강! 기억해주고 계셨군오 ㅎㅎ 좋은 독서가 되셨으면 진심으로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