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개정증보판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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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며
기자 출신인 배한철 선생님의 역사 교양 서적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배판철 선생님의 저서는 주제가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 전부터 관심있게 봐오다가 좋은 기회에 본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보통 책의 개정판이 나오면, 구판을 산 사람의 입장에서는 망설여지죠 ㅎㅎ. 이걸 다시 사야 할까? 그냥 표지만 매끈하게 다시 나온거 아닐까? 개정판이라고 기대해서 샀더니 구판 내용이랑 크게 다를게 없다면 정말 짜증나고, 저 같으면, 그날로 알라딘 중고샵 직행입니다. 그런데 본서 <얼굴> 개정판은 적어도 내용 변화가 없다고 실망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구판과 비교해 봤을 때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빠진 부분도 있고, 더 보강된 내용도 많습니다. 개정판에서는 '초상화 다르게 읽기'를 덧붙여 전작에서는 없던 내용을 담았습니다(물론 일부는 전작의 챕터를 그대로 쓴 것도 있지만). 


책속으로
책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며,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조선시대 초상화가 책의 대다수입니다.(다른 시대의 초상화는 남아 있지 않아서) 초상화의 주인공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역사적 사실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합니다. 총 8부 45장으로 '매일경제'사에 "배한철의 한국사 톺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입니다. 신문사 연재글이라 그런지 책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 아는 내용도 있었고, 처음 보는 그림도 많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요.

특히 왕건 초상화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논란의 왕건 표준 영정은 봤어도, 북한에 소장되어 있는 이 왕건 초상화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해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감탄의 끄덕임을 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사진 자료가 굉장히 많다는 점! 어느정도냐면, 글에서 이름이 주요하게 거론된 인물들의 초상화는 거의 다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챕터의 내용 설명은 상세하지 않지만, 그 대신 폭넓은 주제를 다룹니다. 세조, 이순신, 이황 등의 위인부터 한성 판윤, 평안감사, 시대별 흉배 변화의 이야기를, 것도 쉽게 설명하여 역사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책을 다 읽고
최근 읽은 조선미술 관련 역사책은 <조선회화실록>, <천년의 화가>, 그리고 이 책까지 총 3번째입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으며 특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바로 '그림은 거들 뿐' 방식의 서술입니다. (<천년의 화가>는 좀 예외지만) 그림 자체에 대한 서술은 피상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실제로는 그림의 소재나 그림 속 인물 관련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형태가 많다는 것인데, 본서도 그랬습니다. 실제로 몇몇 부분에서는 아예 그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그림 속 인물 관련 에피소드를 얘기하다 끝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 그림 자체에 집중해줬으면 했습니다. 특히 <미인도> 같은 명작을 언급한 경우에는 더욱더.

청소년기에는 서양미술사에 빠졌던 적이 있었는데, 서양미술사 책의 경우 미술사조나 표현기법, 의의 등에 관한 얘기도 잘 정리되어 나와서 서양 회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가 동양화나 조선화에 대한 조예가 얕고 관련 분야를 찾아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쪽 주제의 책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사실, 책 기획 자체가 초상화 속 인물의 역사와 초상화에 관련된 역사를 소개하는데 있겠지만, 아무래도 김홍도나 정선, 김명국 등의 인물이 나온다면 생애만큼이나 그들의 예술세계도 이해하고 싶은게 저의 소감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KBS 교양프로 명작 스캔들이 더 나은 면이 있네요)

전체적으로 이러한 단점이 있지만, 이 책은 장점도 확실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선 어렵지 않습니다. 각 챕터의 서술이 많지 않은 대신, 복잡하고 어려운 세부 내용은 생략되고 대신 더 접근하기 쉽게 에피소드 위주로 정리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포괄적으로 한국사(특히 조선사)를 다룬 책을 읽고 싶다면, 그리고 글 보다 사진이 많은 책을 찾는다면(ㅎㅎ)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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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의 꿈 - 칠순 기자 아들이 전하는 40대 부총리 김학렬 이야기
김정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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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6년 말, 수능이 끝나고 읽은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였다. 그때부터 내가 가장 열심히 탐구했던 주제라 하면,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일 것이다. 지독하게 박대통령 관련 서적을 읽어댔었다. 최근에는 관심이 많이 수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내 관심분야 중 하나이다. 부흥 서평 이벤트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서평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 박정희 시대 부총리를 지냈던 김학렬의 전기를 고른 것은 내 개인적 이유가 있다. 박정희 시대를 대표하는 경제 관료 중 한명인 김학렬과 경제 관료들의 관점에서 본 그 시대는 어떠할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김정수씨는 경제 전문 기자인데, 놀랍게도 이 책의 주인공인 김학렬 부총리의 아들이다. 아버지처럼 저자도 노태우 정권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자문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도 밝히는 사실이지만, 김학렬 개인에 대한 자료는 극히 적다. 그래서 그의 내면이나 생각까지는 온전히 다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그의 아들이 이 전기를 쓴 것이 더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인간 김학렬을 가장 자주 오랫동안 본 인물은 가족들이니 말이다(단, 저자가 밝히길, 김학렬은 아들과 정책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은듯 하다). 
저자가 아들이기에 책 중간중간 가족만이 알고 있는 비사나 에피소드가 꽤 있었다. 예를 들면, 김학렬이 아내의 반대에도 아끼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그만 그 친구가 돈을 갚지 않고 잠수를 탄 것이다. 김학렬은 이 사실을 숨기려 하였으나 결국 아내는 친구의 잠적을 눈치채고 하루만에 그 사람을 찾아내어 떼인 돈을 받아냈고, 이 일을 계기로 김학렬이 가정에서 아내의 우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가족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딘가 향수에 잠긴 듯한 인상을 받았고 김학렬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아마 김학렬의 젊었을 적 이야기는, 책의 서술에서 추측해보건대 저자의 어머니로부터 대부분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걸 상상하며 읽어도 퍽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저자가 아버지 시대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찬양일변도이면 어쩌지" 싶은 우려가 많았었다. 그런데 저자가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보니, 생각보다 서술도 드라이했으며, 군사정권 초기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리고 당시 한국 경제사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1961년 이후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의 경제정책이 어떤 면에서 잘못됐고 그로 인해서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소득이었다. 또한 김유택(경제기획원장)-김학렬 대 송요찬-송정범의 갈등을 군출신 관료와 민간출신 관료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했던 부분도 상당히 흥미로웠던 지점 중 하나이다. 

김학렬이라는 인물은 대한민국 제1호 경제관료이다. 1949년 공무원시험을 통과하여 말단에서 부총리까지 오른, 그야말로 정통 관료의 전형인 것이다. 그는 머리가 정말 비상하고, 언제나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깊게 공부하던 노력파였다. 유학파에 비상한 머리 탓에 어떨 때는 굉장히 엘리트주의적이고 거만하기도 했던 이 인물은 성격이 불같고 직선적인 사람이었다. 자기 기준에 안 맞는 인물이면, 설령 국회의원이나 부총리라 할지라도 대놓고 무시한다. 재무부 장관 시절 때는 장기영 부총리와 이 때문에 여러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이 계획의 실행을 주도하고, 부총리 시절 포항제철 건설에도 결정적인 역할 인물인 만큼 그 능력에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했으며 청와대 시절을 거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도 얻을 수 있었다. (그와 박정희는 통치철학을 많이 공유했다 한다. 특히 국가 주도의 경제정책이라는 면에서)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이 책과 김학렬에 대해서 마냥 좋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직선적인 성격의 김학렬의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일변도였다. 2차 경제계획이 그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2차 경제계획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다니는 만큼,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김학렬을 비롯한 당시 정재계 관료들의 목표와 인식이 여실히 들어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새마을 운동, 소양강댐 건설과 같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 그리고 포항제철 건설 등 주요한 성과들이 김학렬의 주도로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러한 성장일변도의 정책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고, 급속성장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3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으로 성장과 안정을 꾀했다지만, 오히려 기형적인 경제구조만 심화되었다.
 
그는 분명 능력이 비상한 관료였고, 한국현대경제사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이런 사람이 있었기에 60~70년대 여러 경제정책들이 빠르고추진력있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기 한국 경제 정책을 이끌어간 인물이 김학렬과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한국경제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김학렬이라는 인물은 한국경제사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준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저자의 관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쓴다.

"쓰루(김학렬 총리의 별명) 세대가 후세에게 남긴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은 '한 마음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Can Do Spirit'이다....그 근원을 한 치 더 깊이 들여다보면, 대통령에서부터 말단 관료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민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는 과업에 '한마음 한 뜻'이었다는 사실....우리 젊은이들은 스포츠, K팝, K컬쳐로 세계를 매료하고 있다. 그들에겐 지치거나 어둡거나 거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 밝고 부드러우면서도 활기가 넘친다...21세기 우리 젊은이들은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꿈으로, '다같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 아비 쓰루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pp.365~367)"

현세대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적 시선은 정말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손흥민, 봉준호, BTS, 류현진, 한국의 전세계적인 스타이고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과연 그들이 현 2030의 현실 모습을 규정할 수 있을까? 열거할 수도 없는 그 사회적 문제들은?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나 이제는 몇 개를 포기했는지도 세기를 포기한 세대의 현실은? 저자는 현세대가 김학렬 세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실에 대한 나이브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어설프게 괜히 희망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김학렬과 그 세대가 어떻게 경제정책을 이루고 성공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언급이 없다. 196페이지에서 살짝 언급될 정도일 뿐. 자신의 아버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혹은 저자의 인식이 그런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몰라도, 저자는 김학렬의 경제정책과 그 결과들에 대해서 우호적인 평가를 계속 내린다. 초반에 자유당 정권기나 국가재건최고회의 시기 경제정책을 나름 날카롭게 비판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통일벼와 쌀자급자족책에 관해서는, 우려하던 찬양일변도였으며 당시 농민들의 반응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균형감을 잃었다. (당시 통일벼를 놓고 농민과 정부 사이에 입장차와 갈등이 꽤 있었다. 비단 통일벼 정책뿐만 아니라 새마을 운동 정책 전반에 걸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 책은 김학렬이라는 인물과, 그를 중심으로 한국현대경제사를 파악하기에는 나름 장점이 있는 괜찮은 책이다. 저자의 전문성, 그리고 김학렬의 아들이 말하는 김학렬 전기라는 점 이 책의 흥미로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저자 김정수의 너무도 나이브하고 편향적인 인식과 서술은 이 책의 마이너스 요인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이 점을 인식하고 읽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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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시작 - 도입부로 읽는 네 편의 복음서 비아 시선들
모나 D. 후커 지음, 양지우 옮김 / 비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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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속에 사복음서의 핵심이 꾹꾹 잘 눌러 담겨져있다. 번역어 사용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번역도 상당히 깔끔하게 잘되어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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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신상규 외 지음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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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철학을 주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아카넷에서 미래사회에 대한 강연을 엮은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8명으로, 저자소개를 보면 한 명은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철학을 전공하여 교수나 기자인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 책은 AI와 미래기술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이 많이 다뤄진다. '현재의 시대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한 이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8개의 강의가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지만, 유기적으로 관련이 높다.

1강 3만년만에 만나는 낯선 지능(이상욱)

신상규 교수는 인공지능이 3만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처럼, 인간에게 낯선 지능이라고 설명한다. 네안데르탈인 이후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존재을 처음으로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신상규에 의하면, 인공지능의 지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자각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능과는 다르다. 인공지능에게 프로그램을 입력하여 바둑을 두게 하고, 소설(비슷한 것)을 쓰게 하고, 그림도 그리게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에게는 의식적 자각이 없으며, 오직 지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능적 기능(functional intelligence)만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보다는 기계지능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휴머니즘은 시매다마 새롭게 재정의되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현재의 휴머니즘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포스트휴먼 담론이란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장 사이보그 - 인간에서 초인으로? 기계가 된 인간(이영의)

이영의는 공각기동대 등 SF매체에 나오는 사이보그 이미지를 빌려 사이보그는 "의체라는 기계적 요소와 전뇌라는 생명체의 요소가 결합한 존재(60p)"라는 정의를 내린다. 그는 케빈 워릭과 휴 허, 신체 미술가 생트 오를랑의 예시를 들어 사이보그에 대한 이해를 더 구체화시킨다. 인간은 왜 사이보그가 되려고 하는걸까? 가장 근원적인 동기는 생존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co-evolution)이다. 엔디 클락의 "학장된 마음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과 기계의 공생관계를 주장하면서 호모 사이보그를 그 방안으로 내놓는다. 인간이 기계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불식시키며 저자는 호모 사이보그를 통하여 인간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을 지향할 수 있다며 낙관적인 관점을 내놓는다.

3장.인공자궁 - 재생산 기술로 태어나는 인간. (김애령)

저자는 <멋진 신세계>나 SF영화 등에 나오는 인공자궁이 영화적 상상이 아닌 현실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냉동 태아, 상업적 대리모,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기술적 배경인 신재생 기술로써 영화적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저자는 이 신재생산 기술을 중요하게 언급하면서,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고 활성화되는 배후로 "나와 유전적 연계가 있는" 더 나아가 "나의 아기가 갖고 싶다는(102p)" 욕구를 언급한다. 자연적으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부부에게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기술은, 저자의 표현을 따르면, "욕망의 컨베이어 벨트"를 탔고, 이로써 신 재생산 기술이 일반화될 수 있었다. 끝으로 이러한 기술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짚고 있다. 첫째,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실패. 둘째, 과베란제를 통해 생성된 쓰다남은 잉여 난자 문제. 그리고 셋째로, 아직까지도 자료가 없는 생식보조기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와 산모들의 건강 문제이다.

4장 로봇과의 사랑? 관계의 재구성(신상규)

제4장은 로봇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인간은 로봇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블랙미러>나 <그녀> 같은 작품에서 보여지듯, 로봇은 이제 인간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정서적 관계를 맺게 되었다. 아직은 낯선 풍경일 수 있으나 점점 더 이러한 풍경은 흔해질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로봇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할까? 전통 윤리학의 논의는, 로봇의 지능이나 의식적 능력에서 답을 찾으려 하였다. 그러나 저자 신상규는 "관계론적 접근"을 통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의 맥락속에서만 도덕적 지위 부여가 가능함을 역설하며,(맹자가 제선왕이 도살당하는 소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이 논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를 하나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동물이 다 똑같은 동물이 아니듯, 기계도 그것이 처한 맥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5장 가짜뉴스 - 디지털 사회와 보이지 않는 권력 (구본권)

저자는 이제는 인간의 손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 인공지능의 위험을 지적한다. 인공지능처럼 인간의 사회와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인격적 주체의 출현은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형성된 인공지능과 소셜미디어 맞춤광고 등은 인간의 주체적 사고력을 빼앗으며 점점 더 인간을 인공지능에 의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비인격주체로 인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 개개인의 역할과 능력을 제한시킨다고 본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우리 생각보다 공정하고 정확하지 않으며, 데이터가 갖는 편향성을 경고한다. 무엇보다 소수만이 기술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정보 비대칭성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고 밝힌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본 포스트휴먼 사회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사회이다. 민주주의를 지킬 방법으로,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상과학적 상상이 아니라, 소수에 의해 다수가 지배당하는 구조의 문제, 그리고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인간이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시민의 적극적인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겠다.

6장 기본 소득 -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김재희)

이 장은 인공지능 문제가 화두가 됐을 때부터 줄곧 이슈가 되어왔던 인간 노동의 문제를 다룬다 . 저자는 한나 아렌트, 질베르 시몽동, 스티글레르의 통찰을 상기시키며, '일'과 '노동'을 동일시하는 관점과 고용중심 사회를 반박하고, 자동화시대의 인간과 기계간 상호협력적 작업, 그리고 일의 부활을 주장한다. 즉, 세 철학자의 논의를 빌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얘기는, 노동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고 "포스트 노동"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포스트 노동 사회는 어떠한 사회일까? 우선 고용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다. 스티글레르에 의하면, 고용 중심의 현대 사회는 인간을 상품소비를 위해 돈을 버는 존재로 격하시켰으며, 진정한 일의 가치도 없애버렸다. 따라서 스티글레르는 고용을 폐지하여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부활시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그는 노동생산물이 아닌 인간의 "일"에 가치를 매기는 실용가치를 내세우면서 일을 중심으로 부를 분배하는 기여소득을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포스트노동 사회란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자신의 일을 발명(199p)" 하고 싶은 일을 하여 "고용을 벗어나서 진정한 일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199p)"주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논의는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가 시사하는 바와도 상당히 겹쳐서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부분이었다.

7장 마이크로워크 -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하대청)

6장에서 노동의 철학적 문제를 다룬데 이어 7장은 인공지능 기술 이면에서 이 기술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인간이 있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은 엄청난 아웃풋을 자랑하지만, 이는 방대한 데이타가 모였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인공지능 자체는 만능이 아니기에, 데이터 수집, 데이터 처리, 레이블링, 콘텐츠 조정(인공지능은 분별 불가능한 직관적 정보를 인간이 대신 구별하는 것) 등의 작업을 통해 인공지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데이터처리를 맡아하는 노동자들은 클라우드 워커 또는 마이크로워크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마존 한 곳에서만 적어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일은 질낮은 일자리를 무수히 양산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재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대다수가 저개발국가 국민인 이 마이크로워크 노동자들은 하루일당 평균 시간당 4달러를 받으며 일한다. 하대청은 이러한 최첨단 기술 뒤에 숱하게 깔린 저임금/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있음을 중요하게 지적한다. 그는 '인간 없는 인공지능 없음'을 강조하며, 건강한 사회 재생산을 위하여 이러한 마이크로워커 같은 돌봄노동자들을 관심있게 볼 것을 촉구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무쓸모를 주장하는 네러티브를 저자는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인공지능 시대과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인간은 무쓸모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8장 인류세 -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송은주)

이 장은 직접적인 미래사회의 기술 문제가 아닌 기후와 환경 문제를 다룬다. 인류세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은 지질학 개념인데, 인간 문명 발달로 인류에 의해 새로운 지질학상의 연대가 생겼고 이를 인류세라 부른다. 인류세 연구는 인간의 역사와 사회에까지 넓혀지며 점점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킬 수 없게 만든다. 저자 송은주는, <인터스텔라>처럼 탈지구로 자연재해와 기후문제를 극복하려는 도피적 해결방식을 비판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우리는 "지구에 묶인 자(earthbound, 258p)"이며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자연의 다른 존재들에게도 의존하는 태도를 지녀야함을 역설한다.

결론

저자들이 전부 철학 등 인문학 전공자이고, 공학 등 더 인공지능 기술과 밀접한 분야의 전문가가 없던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인공지능, 포스트휴먼 사회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볼 부분과 생각지 못한 논의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처음에 우려는 주제가 너무 인공지능, 4찬 산업혁명, 사이보그 같은 문제에 집중되어 있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8개의 강의가 전부 다른 관점에서 포스트휴먼이라는 문제에 접근하여 이러한 걱정은 싹 사라졌다.

이 책은 8명의 저자들의 강의를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각 주제는 독립적이라 목차를 보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부터 읽어도 된다. 비록 주제는 독립적이지만, 저자들의 문제의식과 취지는 동일하다. 2020년을 맞이하여 "2020년대에 우리에게 몰려올 새로운 변화 혹은 지금 태동되고 있는 미래환경을 정확히 이해하자(23p)"는 것이다. 본서의 제목에서도 나오는 포스트휴먼이라는 단어는, 탈(脫)휴먼이라는 의미로, 서론을 쓴 신상규 교수는 기술 발전을 통하여 기존의 인간관을 위협하는 포스트휴먼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개념화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인공지능 등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계의 근본적 차이마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신상규 교수는 기후 문제, 불평등과 같은 문제, 더 나아가 非인간 존재와의 관계 설정 문제로 포스트휴먼 담론을 확대하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수록된 강좌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이보그, 인공지능, 생명과학, 기계에 도덕적 지위 부여 문제, 노동, 사회불평등, 기후 등. 이러한 주제들로 이 책은 앞으로의 인간,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사회와 다가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하는지를 말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인공지능이나 4차 산업혁명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아카넷, CrossTalk의 지원을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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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
마이클 하이저 지음, 손현선 옮김 / 좋은씨앗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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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다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여도, 하나 확실한 건, 당신은 예전과 다른 눈으로 성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 필히 정독하여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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