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 -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 체제 탐구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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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한 국가의 정치체제에 대한 규정으로 시작된다. 민주공화정이라는 정체는 다양한 개인의 삶을 규율하며 우리의 삶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한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체제의 핵심 술어인 '민주''공화',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이념에 대해서는 정작 우리는 충분하게 알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쓴 강유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저저의 말처럼, "민주공화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낯선 정치 체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국가-심지어 서양 국가도 포함해서-도 민주주의는 익숙치 않은 전통이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란 말은 세습 독재 국가 북한에서도 남용할 만큼 그 정의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 이러한 비관적인 현실에서 저자는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라는 명제를 이해하고 정의하며, "대한민국에서 이 규정이 현실적 실천적 규범으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발전되어야 하는지" 등을 알고자 한다.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인지,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정과 보편 이념인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그 둘은 무엇이 다른지 탐구하고, 그 정치체제를 한국 사회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저자가 택한 방법은 "사상사적 방법"이다. 이를 통해 특정 역사적 국면의 시대적 맥락, 관념, 인간과 공동체의 전반적 모습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현 시대를 고찰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주된 공부 분야인 서양 사상사 원전을 세심히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그간의 공부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세계사의 다양한 시대와 사상사 원전 중에서 저자는 특별히 고대 그리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에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는 근현대 이전까지 거의 유일하게 민주정을 체현했던 국가였으며,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는 그러한 아테네의 민주정적 전통을 체험한 철학자들이다. 저자는 플라톤이 민주주의의 반대자라는 기존의 통념에 반대하며, 플라톤과 그의 정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승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의 반대자가 아니라 민주정제를 살아가면서 그들이 느낀 당대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여 더 발전된 체제를 이룩시키기 위해 깊이 숙고하며 반성적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체제로서 민주정은 다수의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는 이념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리스의 민주정은 아테네인들의 "극대화된 욕망"으로 작동하였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솔론으로부터 이어진 사회개혁으로 성취된 것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부유하지 않은 중무장 보병 평민들이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아테네의 민주정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부의 평등에 대한 추구와 요구로 발전된 정치적 평등은, 점차 이익 추구를 넘어 탐욕이나 쾌락을 변질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체제의 퇴락을 두 눈으로 목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중심에 있기도 하였다. 그는 "체제를 퇴락시키는 쾌락주의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폴리스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캐묻기'를 촉구하였으며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려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참된 명예, 용기, 절제라고 하는 지향점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그저 추상적인 덕목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면서 체득한 참된 인간의 가치이며, 어떠한 체제의 공동체라도 가장 우선시해야 할 덕목인 것이다."

 

'참된 명예, 용기, 절제'를 집약하는 한 단어가 바로 '올바름(dikaiosyne)'이다. ,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영혼을 돌볼 수 있게 하는 올바름에 기초했을 때에만 민주주의적 이념이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4"체제의 정당성을 묻는 '이념 혁명':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부끄러움을 모르는' 쾌락주의자들에게 체제의 정당성을 캐물으며, 당시 아테네인들이 중시하던 가치가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를 폭로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바름의 관점에서 체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여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의 더 나은 삶'이라는 민주정의 탁월함을 참으로 실현할 것인지를 궁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변론>"항상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정과 그러한 정치 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올바른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를 걱정해야만 하는 우리에게, 체제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과 통찰을 제시해 줄 것이다."

 

고대의 정치적 문제들은 결코 오늘날의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민주정은 다수의 견해를 중시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이지 그 자체는 어떤 이념적 내용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체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이념에 기초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은 올바름이 아니라 시민들의 쾌락적 탐욕을 기반으로 움직였다. 그러한 쾌락주의적 탐욕이 팽창하여 외부로 투사된 비극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테네인의 오만으로 초래된 이 비극은 그리스 민주정의 쇠퇴를 불러왔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그 체제 자체를 문제 삼았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지향점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으며, 이로써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규정하는 핵심 술어인 '민주'의 의미란 무엇인지, 참된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한 민주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통해 우리 시대 체제를 성찰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에서 읽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 <헬레니카><소크라테스 회상록>,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메넥세노스> 등은 플라톤의 <국가/정체>(박종현 역, 서광사)를 읽기 위한 예비적 독서에 해당한다. 예상하기로는, 이 시리즈의 다음 책은 플라톤의 <국가>를 읽을 텐데, 2권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해본다. 그때까지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본 뒤, 내용이 익숙해지면 본문 분량과 거의 비슷한 주석을 읽으며 더 세부적 주제도 공부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 텍스트들을 찬찬히 읽어가면 좋을 것이다. 한편, '민주공화국'의 또 다른 술어 '공화'에 대해서는 다른 독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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